2015년 7월 14일은 나 같은 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역사적인 하루였다. 바로 명왕성 탐사선인 뉴 호라이즌스(New Horizons)호가 명왕성 최근접점을 통과한 역사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7월 14일 나는 늦은 밤 모니터를 통해서 드디어 비로소 선명하게 나타난 것을 보고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4월부터 근접점에 다가갈 때 명왕성이 점으로 보일 때부터 나는 매일 매일 미 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그 추이를 살펴보았다. 인간 기술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그 노랗고도 약간의 분홍 느낌이 나며 반은 검고 반은 흰 느낌을 주는 묘한 영상이 나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이 행성의 매우 놀라운 점은 우연일 수 있고 사람은 보고자 하는 것을 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서이기는 하지만 본명 별 가운데 커다란 하트 비슷한 모양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보고 앞으로 명왕성은 두고두고 사랑의 별로 회자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이 행성의 이름은 영어로 저승의 신을 뜻하는 플루토(Pluto)로 되어 있으니 아이러니다.
[2015년 7월 13일 촬영된 명왕성. 출처: 미항공우주국]
주변의 불빛이 없는 늦은 밤하늘을 볼 기회가 있다면 아마도 알 것이다. 하늘에 무수히도 많은 점들이 우리 눈에 쏟아지는 것을 말이다. 바로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들인데 명왕성 역시 우주에 떠 있는 것 중 하나다.(엄밀하게는 별과 행성은 학술적으로 크게 다르지만 본 글에서는 같은 개념으로 쓰겠다.) 특히나 이들은 포도원이 있는 곳 등 외진 곳에서 더 잘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나 와인 레이블에 보면 유독 별이 그려져 있는 경우들을 많이 살펴볼 수 있게 된다. 필자는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교 때에는 두 개의 동아리를 가입했다. 하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즐겨 그리던 만화 동아리였고, 둘째는 쌍안경으로만 보던 하늘을 제대로 보고 싶어서 가입했던 아마추어 천문가회다. 만화 동아리의 인연은 신의 물방울이나 소믈리에르 같은 와인을 주제로 한 만화에 연결이 되었으니 전혀 관계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며, 별 역시 이런 포도원의 하늘과 맞닿아 있으니, 아주 먼 인연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포도원의 양조자들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였을까? 만약 내가 포도원의 양조자라면 그 우주의 광활함과 마음의 평안을 느꼈을 것 같다. 그리고 계속변하지 않고 그 위치에 같은 날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아주 오랜 원시시대 인류가 느꼈을 거 같은 하늘의 웅대한 이치를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이런 마음은 와인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나의 느낌에 연결하여 생각 해 본다면 이런 철학적 맥락에서 와인메이커들도 우주에 대한 경외심, 태양과 하늘, 비, 땅의 긴밀한 연계에 대해서 늘 고민하는 것 같다. 특히 포도밭에 직접적으로 물을 줄 수 없는 유럽의 많은 포도밭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포도의 응집력을 높이고, 배수와 물 공급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려 애를 쓴다. 자연스럽게 늘 하루의 오랜 시간은 포도밭에 머물게 되며 포도와 하늘의 연계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연스럽게 와인의 레이블이나 명명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남반구 별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남십자성(Crux)이 있고 대 마젤란 성운을 관측할 수 있다. 이 남십자성은 거의 정확하게 남쪽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뱃사람들은 이 별을 기준으로 자신의 위치를 측정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칠레산 와인에는 이 남십자성을 명기한 와인도 있다. 비냐 수틸의 아크룩스(Vina Sutil Acrux), 그리고 오 프루니에의 알파 크룩스, 베타 크룩스(O. Fournier Alfx Crux, Beta Crux) 두 개의 최상급 와인도 있다. 별들이 그려진 와인들은 하늘이 잘 보이는 곳에서 많이 보이는데, 시칠리아 섬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그래서인지 돈나 푸가타의 천일야화(Donnafugata Mille e una Notte)라든지 플라네타(Planeta) 포도원의 부르데제(Burdese), 코메타(Cometa)도 볼 수 있다. 포도원의 로고에 혜성이 그려진 곳도 있는데 이탈리아 마르케 지역의 우마니 론키(Umani Ronchi)를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미쉘 롤랑(Michel Rolland)이 양조에 참여한 아르헨티나의 클로 드 로 시에테(Clos de Los Siete)를 들 수 있다. 이처럼 별은 알게 모르게 포도원들의 마음에 많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이젠 이 목록에 칼롱 세귀르(Calon Segur Saint-Estephe)를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명왕성에서 발견된 커다란 하트 모양이 내 눈에는 영락없이 칼롱 세귀르의 하트로 보이기 때문이다.
천체물리학 분야에 새로운 큰 획이 하나 그어졌다. 그 기념으로 오늘은 레이블에 별 그려진 와인이나 기분이 더 좋은 일이 있다면 칼롱 세귀르 하나 열어 보는 것은 어떨까?
주석: 학술적으로 이야기 하면 별과 행성은 다르다. 별(star)은 자체적으로 빛을 낼 수 있는 항성을 의미하며 행성(Planet)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궤도를 타고 항성 주위를 도는 천체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글에서는 이러한 구분법을 쓰지 않고 전체를 통틀어 ‘별’이라는 단어로 썼음을 알린다. 우리말에서는 두 개의 구분이 아직은 대중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