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7일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는 제14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이 있었다.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프랑스 농업식품산림부(MAAF)가 주최하고 소펙사 코리아(SOPEXA KOREA)가 주관하는 행사로, 약 4개월간 진행되는 1, 2차 예선 및 결선을 통해 매년 우수한 실력의 소믈리에를 배출하고 있다. 올해도 결선에 진출한 7명의 소믈리에가 200여 명의 참관객 앞에서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펼친 끝에, 최종 우승자가 선발됐다. 우승을 차지한 안중민 소믈리에를 만나 수상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우승자 안중민. 현재 SPC 그룹의 총괄 소믈리에로 일하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에서 와인 공부를 한 후
리옹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라 메르 브라지에(La Mère Brazier)에서 수련했다.]
1. 최종 우승자로 선발된 소감을 듣고 싶다.
대회 준비 과정은 내내 긴장과 떨림의 연속이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이 모두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함께 업장에서 땀 흘리는 수많은 선후배들과 항상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아내와 아들에게 이 기쁨을 바친다.
2. 이번이 몇 번째 도전이었는지, 그리고 시험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나 많이 노력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했고, 역대 대회 출제 유형들과 세계 소믈리에 대회를 모두 참고하며 다방면으로 연습했다. 특히 프랑스에서 공부한 탓에 한국어로 와인을 표현하는 부분이 매끄럽지 못해, 그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아내도 소믈리에인 덕분에 함께 테이스팅을 하며 일상 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3. 대회에 참가하며 느낀 소펙사 대회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소펙사 코리아 대회는 공신력과 정통성이 있어 특별하다. 그래서 한국 소믈리에들의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매해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니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괴롭지만, 결과적으로 큰 배움의 기회가 되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며 철저한 보안으로 공정성 높은 시험이란 명성을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4. 이번 시험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나?
음식과의 마리아주(mariage, 음식과 와인의 매칭) 부분이었다. 소믈리에는 단순히 와인을 잘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손님이 고른 메뉴와 궁합이 좋은 와인을 조언해 더 즐겁고 완벽한 식사가 되도록 하는 복합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많은 소믈리에들이 와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사실 이번에 출제된 치즈와 와인 매칭 부분은 신선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였다. 경험이 없다면 좋은 조언이 불가능하기에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5.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 재직 중인 SPC그룹에서 주력하고 있는 빵에 와인 문화를 접목시켜 알리고 싶다. 프랑스 유학은 와인을 공부하러 갔지만 사실 두 가지는 별개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친밀했다. 와인, 빵, 치즈는 '성 삼위일체'라고 불릴 만큼 발효과학에 문화가 더해져 쉽게 뗄 수 없는 연계성이 있다. 단순한 매출 증대를 위한 상품 판매가 아닌 실생활에 밀접한 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소믈리에를 와인 전문가라고만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이 직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레스토랑에는 소믈리에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알리고 싶다. 단순한 와인 전문가가 아닌 손님과 교류하며 매 식사가 더욱 즐거운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최종 목표는 이러한 문화 전파의 결과로 식사 테이블 위에 늘 와인 글라스가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6. 한국 소믈리에 대회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또 도전하길 바란다. 최고의 소믈리에는 단순히 와인만 잘 아는 것이 아니라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손님 곁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 소믈리에가 되길 바란다.
제14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 문제 분석
소믈리에 대회 결선은 고객 응대 및 서비스, 테이스팅을 통한 와인 분석력, 음식 매칭 능력 평가, 블라인드 테이스팅 능력 평가 등 총 4개 항목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올해는 치즈와 와인 매칭 문제의 등장으로 난이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이다. 한국 소믈리에 대회를 통해 최고 소믈리에의 꿈을 꾸고 있는 많은 참가자를 위해 결선 시험 문제를 심층 분석해봤다.
[결승 참가자들이 가장 난코스로 꼽았던 문제, 와인과 치즈 매칭]
1번 문제는 고객 응대 및 서비스를 평가하는 항목으로 총 6분이 주어졌다.
문제: 손님이 주문한 와인을 요청에 맞게 서비스하고, 주어지는 상황에 대응하시오.
출제 와인: 샤또 푸르꺄스 오스땅, 리스트락 메독 2007 (Château Fourcas Hosten, Listrac-Médoc, 2007)
1번 문항의 채점 포인트는 고객의 요구를 잘 듣고 상황에 맞게 전문적으로 와인을 브리딩하고 서비스하는 것이다. 1번 문제에 출제된 와인은 2007년 빈티지로 브리딩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와인이므로 비교적 산소 접촉이 적은 오리 디캔터를 사용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주문한 와인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와인에 맞는 잔을 선택, 순서에 맞게 서빙하며, 브리딩을 기술적으로 잘해서 최상의 상태로 와인이 서빙되도록 해야 한다. 와인과 조화를 이루는 음식을 정확히 추천하고 필요하다면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서비스의 흐름이 끊기지 않으면서 고객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답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출제된 와인의 등급을 묻는 돌발 질문에 메독 지역의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 등급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곁들이면 보너스 점수를 받을 수 있다.
[2번 문제 출제 와인]
2번 문제는 시음을 통한 와인 분석력과 추리력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총 4분이 주어졌다.
문제: 주어진 다섯 가지 와인을 시음한 후, 일치하는 와인병에 잔을 배치하시오. 남은 한가지 와인을 묘사하시오. (지역, 빈티지, 주 품종)
출제 와인:
VIN A 샤또 도씨에르 2011 (Château d'Aussières, AOC Corbières, 2011): N˚4
VIN B 샤또 레 뺑 2011 (Château Les Pins, AOC Côtes du Roussillon villages, 2011): N˚1
VIN C 미라뛰스 뒤셰 뒤제스 2006 (Miratus, Duché d’Uzès, AOC Côteaux du Languedoc, 2006): N˚2
VIN D 마스 드 도마스 갸싹 2012 (Mas de Daumas Gassac, IGP Saint-Guilhem-Le-Desert Cité d’Aniane, 2012): N˚3
2번은 세팅된 다섯 잔의 와인을 모두 시음한 후, 일치하는 와인 병 앞에 잔을 놓고 남은 와인 한잔에 대해 지역, 빈티지, 주요 품종을 간단히 설명하는 문제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같은 와인이 두 번 중복으로 서빙됐는데, 모두 남프랑스 지역 와인으로 난이도를 높였다. 두 잔의 와인이 똑같은 와인임을 깨닫고 그 와인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이 문제의 포인트다.
3번 문제는 음식과의 매칭 능력 평가하는 항목으로 총 3분이 주어졌다.
문제: 와인에 대한 설명 후, 주어진 와인과 치즈 매칭에 대해 설명하시오.
출제 와인: 피노 그리, 에이쉬버그, AOC 알자스 그랑 크뤼, 2011 (Pinot Gris, Eichberg, AOC Alsace Grand Cru, 2011)
출제 치즈: 마담 로익(Mme Loïk) 크림 치즈를 응용한 레서피
이 문제는 늘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와인과 음식을 실제로 그 자리에서 먹어보면서 이 둘이 최상의 궁합인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 생각해보는 문제였다. 와인은 알자스 그랑 크뤼 피노 그리가, 치즈는 마담 로익 크림 치즈가 잘게 다진 고수와 함께 섞여 서빙됐다. 알자스 그랑 크뤼 와인은 깊고 섬세한 풍미를 가진 반면, 치즈의 질감은 가볍고, 치즈에 첨가된 고수 특유의 강한 향이 와인의 매력을 덮어버린다.
4번 문제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능력 평가로 총 4분이 주어졌다.
문제: 와인 설명을 한 후,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두 가지를 추천하시오.
출제 와인: 소뮈르 블랑 비에이 비뉴 2005 (Saumur Blanc Vieilles Vignes, AOC Saumur Blanc, 2005)
마지막 문제는 주어진 와인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어울리는 음식 두 가지를 추천하는 것이다. 출제된 루아르 산 와인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와인이고 10년이 지나 숙성된 화이트 루아르 와인을 시음해 본 경험이 많지 않을거라 예상하고, 소믈리에의 경험을 중시하였다. 소믈리에는 품종을 유추하고 품종과 어울리는 음식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 기회를 통해서 더욱 다양한 와인을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출제되었다.
자료제공_소펙사 코리아(SOPEXA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