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 기술 자료들, 자료 출처:WineFolly]
<와인 용어 해설서-포도원편>에 이어 독자들로부터 자주 질문 받은 양조관련 용어들을 정리해보았다. 사실 와인 양조 과정을 조금 알고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와인 스타일을 알 수 있어 와인을 고르기 쉬워진다. 와인 기자로 일하지만, 와인 매장에 가면 모르는 와인이 더 많다. 그럴 땐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오크 숙성된 화이트 와인을 싫어한다”고 취향을 얘기한다. 그러면 대개 직원들은 단순히 화이트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보다 훨씬 내 입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준다. 당연히 추천 받은 와인이 성공적일 확률은 높다.
와인에 타닌 주기, 포도 송이 통째로 발효하는 전송이발효법(Whole Bunch Fermentation)
포도원에서 수확된 포도는 양조장으로 이동해 레드 와인 혹은 화이트 와인으로 발효된다. 그럼 발효는 어떻게 할까? 보통 레드 와인은 껍질과 함께 발효하고, 화이트 와인은 발효 전 껍질과 즙을 빠르게 분리한 후 발효한다.

[포도알 선별 작업, 사진출처:Claus Preisinger와이너리]
포도 껍질은 색과 타닌(Tannin)을 지니는 데, 이 타닌은 와인의 구조와 골격을 만들고, 천연방부제 역할을 한다. 타닌을 쉽게 설명하자면, 진하게 우려낸 녹차를 마실 때, 입이 마르고 조이는 느낌을 주는 물질이 바로 타닌이다. 적당한 수준의 타닌은 와인을 더욱 맛있게 하지만, 지나치면 마시기 힘들다. 이 타닌은 포도 껍질뿐만 아니라 씨와 줄기에도 있다. 따라서,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타닌이 많은 품종은 줄기를 제거한 후 포도 알만 발효한다.

[전송이발효법을 쓰고 있는 피노누아 모습]
하지만, 피노누아처럼 타닌이 적은 품종은 타닌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줄기를 남기는 전송이발효법(Whole Bunch Fermentation)을 쓴다. 물론 모든 생산자가 전송이발효법을 쓰는 건 아니다. 전송이발효법에 함께 사용된 포도 줄기는 타닌 강화 외 여러 기능을 한다. 와인 발효 시 발효조 속 와인의 순환을 도와 색과 타닌을 더 진하게 하고, 알코올을 흡수해 최종 와인의 알코올 도수를 줄여주며, 발효 후 배수를 돕는다. 전송이발효법은 피노누아의 주생산지인 부르고뉴 와인들을 이야기 할 때 많이 등장한다. 전송이발효법은 어디까지나 와인 생산자의 선택이자, 성공의 보증 수표는 아니기에 그만큼 생산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종종 전송이발효법에 대한 이야기가 기사에 실린다. 추가적으로 숙련된 와인 시음자들은 포도의 타닌, 줄기의 타닌, 오크에서 묻어난 타닌을 구별할 수 있다.
오크통 발효, 오크통 숙성, 효모 접촉 그리고 효모 저어주기
레드 와인 품종은 그 색소에 천연방부제 및 항산화제가 들어있어 상대적으로 양조 관리가 쉽다. 하지만, 색이 옅은 화이트 품종은 상대적으로 유효 성분들 양이 적어서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포도를 수확할 때부터 포도가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운송 중 포도 알이 부서져 풍미가 상하는 일도 예방해야 한다. 섬세한 향을 지닌 품종의 경우, 발효 전 껍질과 즙을 분리해 온도를 낮추어 품종의 특성을 최대한 보존한다. 즙을 얻을 때도 가능한 부드럽게, 그리고 발효 중에도 온도가 오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샤르도네처럼 힘이 좋고 바디가 상당한 품종들은 와인 생산자에 따라 여러 방법이 시도될 수 있다. 어떤 화이트 와인은 상큼하고 과실과 꽃 향이 풍부하고, 또 어떤 화이트 와인은 은은한 버터, 견과류, 구운 빵 향이 나며 부드러운 질감과 스파이시한 여운을 지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와인생산자들은 원하는 와인 스타일에 따라 1)발효와 숙성에 오크통을 쓰지 않는 경우(이런 경우 보통 온도 조절되는 스테인레스 스틸 발효조를 사용한다), 2) 발효와 숙성에 오크 통을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3) 오크 통에서 발효하고 오크 통에서 숙성 하지 않은 경우, 4) 오크 통에서 발효하지 않고 오크 통에서 숙성한 경우가 있다. 여기에 각각의 경우마다 보통 효모 접촉이라 부르는 쉬르 리(Sur Lie)과정을 추가할 수 있다.

[효모와 접촉 중인 와인 모습]
[사진출처: http://www.winewarspodcast.com/home/02-chardonnay]
와인의 오크 통 발효는 오크 통 숙성과 다르다. 오크 통에서 발효한 와인은 자칫 강하고, 바닐라 등의 오크 향이 진할 거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크 통에서 알코올 발효 후 효모 및 앙금을 제거하면, 품종이 지닌 향과 풍미 이외의 불필요한 풍미는 상당수 제거된다. 반면, 오크 통 숙성을 하면, 와인은 바디와 복합성이 증가하며, 긍정적인 바닐라 및 스파이스, 스모키함을 얻을 수 있다. 단, 지나친 경우 쓴맛이 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와인을 보통 4~12개월 효모와 접촉한 상태로 숙성하는 방법도 있다. 보통 쉬르 리(Sur Lie)로 불리는데, 이 과정은 스테인레스 스틸 발효조 혹은 오크 통에서 진행하며 와인의 복합성을 올리고 질감을 부드럽게 한다. 그리고 숙성 중 규칙적으로 효모 침전물을 저어준다. 이 과정이 바토나쥬(Battonage) 즉, ‘효모 저어주기’이다. 어떤 발효조에서 접촉했는지, 효모와 단순히 접촉만 했는지, 저어주기를 얼마나 자주 해주었는지에 따라 질감과 복합성이 달라진다. 보통 효모와 오래 접촉하고 더 자주 저어줄수록 와인의 바디, 복합성이 늘고 크리미한 질감이 된다. 샐러드, 생선회, 튀김 등을 먹을 땐 상큼한 스타일이, 크림 소스가 곁들여지는 경우엔 버터 향이 은은한 화이트 와인이 필요하다. 오크 숙성이 많이 된 와인을 비린내가 있는 해산물과 즐길 경우 비린내가 더 강해지는 최악의 마리아주가 된다.
오크 통에서 효모와 오래 접촉한 와인의 경우, 와인을 산화시킬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은 병입 전에 제거된다. 따라서, 와인은 신선함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와인이 된다. 오스트리아에서 최초로 로버트 파커 100점을 받은 니콜라이호프 비노텍 1995 빈티지는 1995년부터 17년 숙성된 후 2012년 병입하고 출시되었다. 2014년 시음해본 이 와인은 생생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만든 와인을 팔지 않고 17년이나 보관하는 건 어디까지나 와인생산자의 선택이다.
이쯤 되면 발효와 숙성의 방법의 따라 화이트 와인 안에서도 무수한 취향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와인에 풍미를 더하는 말로락틱 발효(Malolactic Fermentation)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용어다. 말로락틱 발효는 젖산균에 의해 와인 속 말산(Malic Acid)을 젖산(Lactic Acid)으로 변화시키는 발효를 뜻한다. 하지만, 이 말로락틱 발효는 젖산균에 의한 영향 중 하나로 와인에 대한 우리의 취향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말산(일명 사과산)에 비해 젖산(요구르트가 주는 신맛)은 맛이 부드럽고 매력적인 장점을 지닌다. 따라서, 거의 모든 레드 와인 그리고 일부 화이트 와인에 말로락틱 발효를 적용한다. 관능적으로 pH(페하, pH가 7이하인 경우 산성, 7이면 중성, 7이상이면 염기성)가 0.1~0.3정도 변하고, 산의 종류가 바뀌어 미각에 영향을 준다. 젖산의 양이 4mg/L정도인 경우, 와인에 버터, 팝콘, 요거트 등의 풍미를 주어 매우 긍정적이나, 5mg/L이상인 경우는 과하다고 평가 받는다. 또한 말로락틱 발효를 일으키는 젖산균은 베타 글루코시데이스(β-Glucosidase)효소를 지녀 사람들이 와인에서 맡기 좋아하는 꽃과 과실 향을 낸다. 만약, 평상시 화이트 와인이 너무 시다고 느끼거나, 버터 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을 원하는 경우 말로락틱 발효를 거친 와인을 선택하면 된다.

[말로락틱 발효 중인 오크통]
성공적인 말로락틱 발효를 위해선 pH의 수준과 젖산균 종류가 중요하다. 말로락틱 발효가 pH3.5이상에서 매우 빠르게 진행된 경우, 브레타노미세스(일종의 효모)의 활동으로 와인에 말 냄새가 나거나, 유제품(치즈나 버터 등)이 상한 냄새가 날 수 있다. pH3.5이하에서는 풍미가 상실되거나, 말로락틱 발효 자체가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 말로락틱 발효 과정 중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와인의 질감이 자칫 깔끄러울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말로락틱 발효는 찬반논란도 있고, 와인 품종에 따라 적합한 경우와 아닌 경우도 있다. 와인생산자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원치 않았는데 병입 후 말로락틱 발효가 발생하여 와인에 오류를 남기기도 한다. 특히, 화이트 와인의 말로락틱 발효에 의한 풍미는 호불호가 나뉜다.
와인 강의 중 같은 발효 음식인 김치와 와인을 비교한 강의는 유용하다. 김치를 이해하면, 우리가 와인을 대하는 일이 왜 쉽고 편하지 않은지 잘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쭉 김치를 먹어서 맛을 보면, 금방 만들어 먹는 겉절이인지, 푹 삭히는 저장 김치인지 알 수 있다. 익혀 먹는 김치도 덜 익었는지, 지금이 딱 먹기 좋은 상태인지, 푹 익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맛이 뭔지 잘 안다. 좀 더 맛을 보면, 새우젓을 썼는지, 멸치젓인지 알 수 있고, 감자를 갈아 넣어 국물을 시원하게 한 강원도식 물김치인지, 생태를 넣어 색은 여리지만 시원하고 깊은 이북식 김치인지도 안다. 하지만, 같은 발효 음식이지만 와인을 그렇게 자주 여러 스타일을 접하지 않다 보니, 사실 내가 맛있어 하는 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알기 어렵다. 내 취향을 잘 알게 될 때까지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그 취향도 여러 번 변한다. 그러니 상큼한 화이트 한 잔이라도 더 기울이는 한 여름 밤이 되길 기원하며.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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