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멸의 와인 마데이라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아는 축구선수가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hristiano Ronaldo). 그는 마데이라(Madeira) 제도의 주도인 풍샬(Funchal)에서 태어났다. 서울보다 약간 큰 이 섬에서 이런 대스타가 나왔으니 현지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작년에는 아직 한창인 그를 위해 동상을 세웠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마데이라 섬의 최고 자랑은 호날두가 아니다. 이 섬을 대표하는 것은 경작지 전체의 약 12%를 차지하며 오랫동안 세계 3대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으로 불려온 마데이라 와인이다. 
 
[마데이라 섬의 위치]
 
마데이라 와인이 생산되는 마데이라 섬은 포르투갈에 속해있지만 위치적으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에 더 근접해있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열대의 긴 항해를 거치면서 그 품질이 향상됐고, 18세기에는 열대의 항해를 재현하기 위해 숙성고에 난로를 넣어 와인을 가열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이 난로를 ‘에스투파(Estufa)’라 하고 그 시스템은 ‘에스투파젬(Estufagem)’이라 한다. 현재 마데이라 와인은 근대적인 제조방법으로 만들어지는데 에스투파젬은 기본급 마데이라를 대량생산하는 데 이용되고, 고급 와인은 양조장의 다락방인 칸테이로(Canteiro)에 넣거나 부드러운 방식으로 더 오래 가열하는 방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칸테이로]
 
마데이라 섬은 강우량이 많은 습한 기후임에도 불구하고 심한 급경사면 때문에 토지가 수분을 머금지 못한다. 그래서 포도밭에 가로로 홈을 파서 관개를 하고 있다. 화산성인 토양은 비옥하며 산성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마데이라를 만드는 품종 중 고급 품종은 모두 청포도이며, 대표적인 4가지 품종으로 세르시알(Sercial), 베르델호(Verdelho), 부알(Bual), 맘지(Malmsey)를 꼽을 수 있다. 아로마가 풍부한 세르시알은 베지터블 향, 랑시오(Rancio) 향이 느껴지고 과일로부터 온 생기 있는 산도를 가진 세미 드라이 와인으로 피노 쉐리와 유사하다. 베르델호는 풍부한 아로마와 함께 버섯을 연상시키는 흙과 같은 향이 있고 세르시알보다 당도가 높아 숙성이 빠르다. 또 부알은 향신료와 바닐라의 뉘앙스가 느껴지며 높은 산도와 당도의 균형이 잘 잡힌 타입이다. 숙성이 진행되면 말린 과일, 열대 과일과 같은 향이 나타난다. 맘지는 보다 부드럽고 풍부한 스타일로 담뱃잎 같은 향이 있다. 산미가 부드럽고 감미와 감칠맛이 두드러지며 숙성이 진행되면서 역시 말린 과일과 열대과일의 향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고급 품종의 이름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해당 품종을 최소한 85% 이상 사용해야 한다. 토착품종으로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계의 적포도인 틴타 네그라 몰(Tinta Negra Mole)이 있는데 19세기 말 필록세라 이후 재배되어 전체 마데이라 와인 생산량의 90%를 차지하지만 위의 4가지 고급 품종보다는 품질이 떨어진다. 마데이라는 옛날부터 계약재배 방식이었으며 약 4,000여 계약농가가 있다. 
 
[마데이라 포도 품종]
 
포트 와인에 빈티지 포트가 있듯 마데이라를 대표하는 최고급 품질의 와인으로는 빈티지 마데이라가 있다. 빈티지 마데이라는 100년은 충분히 숙성할 수 있는 빈티지 포트보다 더 오랜 숙성력을 지니고 있어 불멸의 와인으로 불린다. 최근에 1670년대 빈티지 마데이라의 시음적기가 지금이라고 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필자가 지금까지 시음한 와인 중 가장 오래된 와인도 빈티지 마데이라인데, 꼬냑이나 아르마냑처럼 개봉 후 1년에 걸쳐 천천히 마셔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마데이라에서는 최소 20년 이상 오크통 숙성을 한 와인에 빈티지를 표기할 수 있고 라벨은 전통적으로 스텐실 기법으로 찍는다. 포트는 양조가 끝날 때 빈티지 상품으로 신고하는 반면, 마데이라는 와인이 숙성 연수에 달할 때마다 출하하고 20년이 지났을 때도 남아있으면서 빈티지 상품으로 판매할 만한 품질이라고 평가되면 그때 빈티지 신고를 한다. 이런 이유로 빈티지 마데이라는 빈티지 포트에 비해 출하량이 매우 적으며 희귀성이 있다. 참고로 마데이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생산자인 블랜디스(Blandy’s)는 1920년 빈티지의 부알을 아직 출시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
 
[올드 빈티지 마데이라 사진]
 
블랜디스는 1811년 설립 이후 가족경영으로 7세대 동안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와이너리다. 영국 군대의 병참 장교였던 존 블랜디(John Blandy)는 나폴레옹 전쟁 중이던 1807년 마데이라 섬에 처음 방문했고 4년 후 이 섬으로 돌아와 그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설립했다. 그의 회사는 19세기에 성공가도를 달리며 석탄 공급, 선적, 금융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 갔다. 오이디엄(Oidium)과 필록세라, 두 전염병이 돌던 1850년대와 1870년대에도 굳건히 제 자리를 지켰고 존의 아들 찰스 블랜디(Charles Blandy)는 다른 생산업자들이 모두 섬을 떠날 때에도 와인을 사들이는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블랜디스는 마데이라에서 두 번째로 크고 1745년 설립돼 가장 역사가 긴 마데이라 회사인 코사트 고든(Cossart Gordon)을 소유하고 있는데, 블랜디스는 코사트 고든보다 스위트한 스타일의 마데이라를 생산하는 편이다. 블랜디스의 전통적인 시장은 영국이었고, 두 회사가 한 회사 밑에 소속된 이후에도 이 구분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7세대에 걸친 블랜디스]
 
블랜디스 ‘레인워터’ (Blandy’s ‘Rainwater’ N.V) 
Tinta Negra Mole 100% 
24~26°C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되며, 발효 시작 약 4일 후 주정강화를 통해 발효를 멈춘다. 45~50°C의 에스투파젬 방식의 열처리 과정을 3개월간 거치고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3년 숙성시킨다. 진한 골든 브라운 컬러에 헤이즐넛, 캐러멜의 향과 스모키한 향이 피어 오르며, 은은한 꿀의 아로마가 복합미를 더한다. 부드럽지만 풀 바디에서 오는 캐러멜과 여러 가지 견과류의 풍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잔잔하고 긴 피니시로 이어진다. 
 
블랜디스 ‘듀크 오브 클라렌스’ (Blandy’s ‘Duke of Clarence’ N.V)
Tinta Negra Mole 100%
껍질과 함께 24~26°C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시켰다. 발효 48시간 이후 강화하여 당분을 남긴 뒤 3개월간 에스투파젬 방식을 거쳐 3년 동안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진한 골든 브라운 컬러의 꿀과 건포도 풍미에 달콤한 과실의 향이 마데이라 특유의 견과류 향과 잘 어우러진다. 부드러운 풀 바디의 첫 미감에서 캐러멜과 커피의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며, 꿀, 건포도, 견과류의 피니시로 이어지는 와인이다. 
 
블랜디스 5년산 ‘알바다’ (Blandy’s 5 Year Old ‘Alvada’ N.V)
Bual, Malmsey
부알과 맘지를 블렌딩한 혁신적인 마데이라로, 전통적인 칸테이로 방식으로 5년 동안 숙성시켰다. 옅은 갈색 꿀과 견과류의 아로마에 솔잎, 살구와 오렌지 향기가 더해져 중후하고 향긋한 아로마를 형성한다. 그래서 첫 미감에서 달콤한 과실의 풍미가 느껴지고, 이후 솔잎, 오렌지, 건포도의 풍미가 더해져 복합적인 마무리로 연결된다.
 
블랜디스 10년산 ‘세르시알’ (Blandy’s 10 Year Old ‘Sercial’ N.V)
Sercial 100% 
자연효모로 발효를 진행하고, 발효 5일 후 포도 브랜디로 강화하여 발효를 중단해 당분을 남긴다.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칸테이로 방식으로 10년 숙성했으며, 옅고 밝은 토파즈 컬러에 마른 과실의 향기가 오크, 시트러스 과일, 견과류의 향과 어우러진다. 드라이한 첫 미감에서 말린 과실과 오크의 풍미가 느껴지고 시트러스 과일의 향과 산뜻한 산미가 어우러져 견과류 향과 함께 여운을 남긴다. 
 
블랜디스 10년산 ‘부알’ (Blandy’s 10 Year Old ‘Bual’ NV)
Bual 100% 
껍질 제거 후 압착된 주스는 자연효모를 통해 발효시키고, 발효는 18~21°C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진행한다. 발효도중 포도 브랜디를 첨가해 발효를 멈추고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10년간 칸테이로 방식으로 숙성했다. 밝은 앰버 컬러이며 무화과와 말린 자두의 향기가 느껴지고 달콤하고 스파이시한 느낌이 있다. 달콤함이 커피, 과실의 향과 좋은 밸런스를 이루며 힘차면서 깔끔한 산미와 함께 긴 피니시로 이어진다.
 
블랜디스 콜헤이타 마데이라 싱글 하비스트 ‘부알’ (Blandy’s Colheita Madeira Single Harvest ‘Bual’ 2002)
매년 만드는 것이 아닌 귀한 와인, 콜헤이타 마데이라는 생산을 하더라도 4000리터(8000병)만 만든다. 산도가 굉장히 매력적이며 황갈색 컬러에 그린색 테두리가 감도는데 이런 컬러가 좋은 마데이라의 상징 중 하나다.
 
[블랜디스 마데이라 시음 와인]
 
사진 출처_까브드 뱅(Cave de Vin) 
자료제공: 까브드뱅 (Cave de Vin) 02-786-3136

프로필이미지김현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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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5.09.21 17:29수정 2015.09.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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