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와인 만들기 2] 레드 와인의 발효와 침출

와인을 만들기 위한 첫 작업은 줄기 제거와 으깨기다. 와인에 좋지 않은 풍미를 더하는 줄기를 제거하고, 포도알을 으깨 포도를 즙 상태(must)로 만드는 것이다. 이후 즙의 여러 성분을 분석한 뒤 와인이 되기 위한 성분이 충분하다 판단되면 발효와 침출 작업에 들어간다.
 
[발효 또는 숙성 중인 와인들]
 
레드 와인 양조의 가장 경이로운 과정은 바로 시큼하고 달달한 포도가 알코올을 함유하고 그윽한 향을 풍기는 술이 되는 순간이다. 발효(fermentation)와 침출(maceration)이 바로 포도를 와인으로 만들어 주는 과정이다. 포도는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을 겪을까?
 
발효: 당분이 효모에 의해 알코올로 분해되는 과정
 
생물은 살아가기 위해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산소가 있다면 에너지원인 당분을 완전히 분해해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호흡). 그러나 산소가 없다면 분해 가능한 곳까지만 분해하는데 그러면 자연스레 부산물이 생긴다(발효). 부산물에 따라 알코올이 생기면 알코올 발효, 젖산이 생기면 젖산 발효 등으로 이름이 붙는다. 즉, 효모는 스스로가 생존하기 위한 에너지를 얻는 수단으로 당분을 분해하고 부산물로 알코올을 생성하는데 인간은 이를 이용해 양조주를 얻는 것이다. 발효가 일어나면 포도즙은 혼탁해지고 열이 발생하며, 이산화탄소 때문에 거품이 끓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인간이 식사를 하면 에너지로 인해 몸에서 열이 발생하고, 이때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호흡을 통해 배출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침출: 껍질과 씨 등에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하는 과정
 
발효의 결과로 생성되는 알코올은 취하게 하는 성분일 뿐 독특한 향이나 풍미를 형성하진 못한다.(그러나 실제 양조에서는 발효에서 나오는 다른 부산물로 발효 부케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래서 포도 껍질이나 씨로부터 원하는 성분을 추출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침출이다. 
 
침출의 기본적인 원리는 ‘좋은 성분은 최대한 추출하고, 좋지 않은 성분은 최대한 추출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성분을 많이 가진 포도는 자연스레 좋은 성분이 많이 추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만큼 좋은 와인이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좋은 성분이 많은 포도는 오랜 침출 과정을 거치며 최대한 좋은 성분을 많이 끌어내 장기숙성용 와인으로 양조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침출 시간을 줄여 부정적인 향미를 최소화하고 포도 자체의 향미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춰 짧은 시간에 소비할 수 있는 와인을 양조한다. 참고로 성분이 추출되는 순서를 보면 먼저 껍질의 안토시아닌이 빠져나오며 레드 와인의 색을 형성하고, 그 다음으로 껍질의 타닌이 우러나오며 마지막으로 씨의 타닌과 기타 성분이 우러나온다.
 
[발효와 침출이 끝난 후 포도즙과 고형물]
 
충분한 알코올을 얻기 위해서는 충분한 당분이 필요하며, 추출 과정을 통해 훌륭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성분을 가진 포도가 필요하다. 이에 포도가 자라나는 토양, 지형, 기후와 같은 떼루아의 개념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발효 직후의 와인은 사과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자극적인 시큼한 맛을 낸다. 이는 와인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부드러운 유산으로 바꿔주는 과정을 거치며 이를 유산발효(Malolactic fermentation)라 한다. 많은 레드 와인이 유산발효를 하고, 화이트 와인은 스타일에 따라 유산발효 여부를 결정한다.
 
[압착을 통해 프레스 와인을 얻는 과정]
 
발효와 침출 후에는 와인과 기타 고형물(껍질, 씨 등)을 분리하는 작업을 한다. 초기에 자체 무게로 인해 고형물이 섞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와인을 ‘프리런 와인(Free run wine)’이라 하고, 찌꺼기가 섞여 압력으로 짜내는 와인을 ‘프레스 와인(Press wine)’이라 한다. 프레스 와인은 껍질, 씨의 떫은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프리런 와인보다 질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와인 스타일에 따라 두 가지를 섞어서 양조하는 경우가 많다. 
 
[숙성 전 와인]
 
필자는 캠벨 포도를 통해 발효와 침출 과정이 갓 끝난 와인을 시음하고 이런 노트를 남겼다. ‘와인이 탁하며 자줏빛과 분홍색을 띈다. 포도 본연의 청초한 향이 잘 살아있고 선명한 것이 인상적이다. 포도 알맹이에서 톡 쏘는 듯한 산도뿐만 아니라 껍질의 떫은 향이 강하고 구조감이 느껴진다. 텍스처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아 약간 떫은 물 정도의 촉감이 느껴지고, 가벼우며 떫고 약한 타닌이 있다. 강한 산도가 입안을 가득 휩싸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약간의 단맛도 느껴진다.’
 
불과 한 달 여의 시간 만에 포도가 제법 와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와인을 완성시키기 위한 시간의 20%도 흐르지 않았다. 나머지 80%의 시간은 ‘숙성’이다. 사람도 시간이 흐르며 성숙해지는 것처럼, 와인도 기나긴 세월을 보낸 뒤에야 본래 가지고 있던 빛을 발한다. 시간을 통해 깊고 성숙해지는 와인에서 하나의 삶이 보이는 듯하다.
 
[참고자료]
김준철 외 4인, 2009, [와인 양조학], 백산 출판사
 

프로필이미지김기영 객원기자

기자 페이지 바로가기

작성 2015.11.23 17:35수정 2015.11.25 08:33

Copyrights © 와인21닷컴 & 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 이벤트 전체보기

최신 뉴스 전체보기

  • 와인업계종사자
  • 2026 퍼시픽 노스웨스트 와인 쇼

이전

다음

뉴스레터
신청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