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덕분에 해마다 한국 수입와인시장 분석도 하고 있는데, 데이터 분석의 핵심은 정제해야 할 데이터를 어떻게 입력하느냐에 있다. 와인 스펙테이터는 이러한 정보의 정리를 매우 잘 해두었는데, 특히 마을단위 와인들에 대해서 용어들을 매우 깨끗하게 정리 해 두었다. 데이터를 정제해본 사람들이라면 이 데이터를 구조화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는데, 와인 스펙테이터는 오랜 경험에 따라서 이를 잘 정리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포도원이 주는 정보를 자신들의 기준으로 정확하게 수정한다.
대개 이런 일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명칭에서도 오자나 탈자가 많이 일어난다. 고백하자면 나도 와인 이름을 기재하면서도 매우 많은 오탈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면서 꼼꼼히 정리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서 정말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도 그래서 시간이 나면 7천개를 넘는 시음노트를 이리 보고 저리 보면서 잘못 기재된 자료가 없는지 살피는데, 고치고 또 고쳐도 계속해서 고쳐야 할 것이 나오니, 자료 정리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매우 정교한 자료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들이 데이터의 품질에 매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포도원별로 이름을 정확하게 정리해 두어서 포도원 별로 와인의 개수를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자료는 그래도 수집을 하고 난 다음 많은 정제작업을 시행해야만 했다. 우선 국가별로 정리를 명확하게 해야 했으며, 미국의 AVA 지역 명칭들은 좀 더 넓은 지역 명칭으로 수정하여 정리해야만 했다. 다음으로는 와인의 주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재정제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샤블리와 같이 모두 화이트 와인이거나 바롤로 바르바레스코처럼 명백하게 주종이 구분되는 지역은 큰 문제가 없으나 여러 종류가 혼용되어 생산되는 포도원의 와인들은 모두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하나씩 확인하고 주종을 입력해야만 했다.
주변에서는 내가 왜 이렇게 고생해서 자료를 만드느냐 자주 묻는다. 나는 이 것이 꾸준히 사실 정보를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모르고 있던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 믿기 때문이다. 매우 관념적 요소가 강한 와인의 경우 평가는 철저하게 주관적인 요인에 의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래된 데이터를 깊게 관찰하게 되면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드러나게 된다. 그 드러남은 숫자를 오래 들여다본다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통계도구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가며 만들어지는 하나의 진동수와 같은 것이다. 굳이 데이터가 엄청나게 크지 않아도 우리가 와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한다는 것은 과학적인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분석은 컴퓨터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받았다. 컴퓨터 코딩(HTML) 속에 섞여 있는 점수정보와 포도원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서 내 전공분야를 살려서 작은 파서(parser)를 만들어 2,800건의 정보를 한 번에 수집할 수 있었으며, 각 데이터의 정제에도 정렬 기능과 검색 기능이 탁월하게 제공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아마 수작업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치려면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네댓 명의 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보기술 덕택에 우리는 더 작은 인력 투입으로 더 값진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기계가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이 데이터가 나에게 유의미한지, 무의미한지 판단하는 것 역시 사람의 몫이다.
나도 이번 분석을 시작하기 전에 과연 어느 정도의 데이터가 도출될 것인지 궁금했다. 칼럼 한 번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네 번이나 되는 칼럼이 나올 정도로 해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 데이터를 바라볼수록 새로운 요소들이 등장하였고, 그 것에 심취하여 여러 많은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나는 기대하건대 와인분야에서 와인 자체도 중요하지만, 큰 틀에서 정보를 바라보고 새로운 정보들을 만들어내는 분석가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이 것 또한 와인세계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도 앞으로 이처럼 심도 있게 분석해야 할 정보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계속 살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