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창기의 레카레도 모습]
단맛을 내던 샴페인이 점차 드라이한 맛으로 변했듯 스페인 카바도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레카레도는 드라이한 카바의 시초이자, 오크 배럴 사용 및 더 긴 2차 숙성을 거치는 카바의 개척자다. 포도 재배부터 와인 양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전통 방식 및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레카레도 와인은 와인 한 병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카바 레카레도(Cavas Recaredo)는 1924년 조셉 마타 카펠라데스(Josep Mata Capellades)가 카바의 심장부 산트 사두르니 다노이아(Sant Sadurní d’Anoia)에 설립했다. 그는 자신의 집에 양조장을 만들었고, 그의 아버지 레카레도 마타 피구에레스(Recaredo Mata Figueres)의 이름을 따라 양조장을 명명했다. 이미 80년이 넘은 그의 양조장은 아직도 사용 중이며,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현재 창업자의 두 아들 조셉과 안토니 마타 카사노바스가 경영하고 있으며, 다음 세대인 톤 마타(Ton Mata)가 뒤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레카레도 알트 페네데스 포도원]
레카레도는 알트 페네데스(Alt Penedès)에 50헥타르 포도원을 갖고 있다. 포도원은 멀리 몬세랏산(Mountain of Montserrat)을 배경으로 비트예스 강(Bitlles River)을 따라 언덕에 자리한다. 이 지역은 주로 석회암으로, 모래, 침적토, 진흙이 섞여있다. 포도원은 해발 고도, 햇빛 방향, 토양 조성에 따라 세분화되어 레카레도 와인 종류에 따라 따로 수확 및 양조된다. 포도 품종은 자렐로(Xarel-lo), 마카베오(Macabeu), 파레야다(Parellada), 말바시아(Malvasia), 모나스트렐(Monastrell), 가르나차(Garnatxa)가 재배된다. 포도원은 인공적으로 물을 주지 않는 드라이 파밍(Dry Farming)을 적용해 헥타르당 포도 생산량은 지역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적다. 제초제 및 농약은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20년 전부터 유기농법, 10년 전부터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적용해 생명력이 강하고 미네랄 풍미가 좋은 포도를 얻는다.

[레카레도 지하셀러]
레카레도 사람들은 드라이한 스타일의 카바 브뤼(Brut) 혹은 브뤼 나튀르(Brut Nature)의 창시자로 포도가 건강하지 않으면 이런 스타일의 카바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은 정말 좋은 포도를 얻기 위해서 환경과 생태계간 상호 작용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관찰한다. 그리고 포도원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가장 자연스럽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질병을 관리한다. 예로, 나방 문제가 생기면 농약을 뿌리는 대신 박쥐를 풀어놓고, 봄에 새싹이 틀 때 더우면, 카모마일 우린 물로 포도 나무를 달랜다. 따라서, 레카레도의 와인들은 가장 자연을 닮은 솔직한 와인이라 볼 수 있다.

[조셉 마타 카사노바스 회장이 직접 병목찌꺼기를 제거하고 있다]
와인양조장 방문객들에게 레카레도는 타임머신을 탄 듯한 경험을 준다. 검은 철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가면, 연중 항시 15도로 유지되는 거대한 셀러가 눈 앞에 펼쳐진다. 기본급 카바라도 최소 30개월(카바의 법적 숙성 기간은 최소15개월), 최고급 카바의 경우 100개월 동안 숙성되는 레카레도 와인들이 빼곡히 쌓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기포 형성을 위한 2차 숙성 시 코르크로 마감하며, 죽은 효모 찌꺼기를 병목으로 모으는 과정, 찌꺼기를 빼내는 과정 모두 손으로 작업한다. 레카레도 와인은 효모 찌꺼기를 빼내기 전 병목을 얼리지 않은 채 셀러 온도에서 작업하는 데, 그 이유는 작업 과정 중 와인이 받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레카레도를 방문한 일행을 위해 현 레카레도 조셉 마타 카사노바스(Josep Mata Casanovas)회장이 직접 투로 덴 모타(TURÓ D’EN MOTA)의 병목에 모인 효모찌꺼기를 제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반 직원과 같은 회색의 작업복을 입고, 마개 제거를 위한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며, 과정 하나하나를 상세히 설명해주는 모습이 참 감명적이었다.

[레카레도 카바들]
레카레도 브뤼 드 브뤼 2006 (Recaredo Brut de Brut 2006)
마카베오 72%, 자렐로 28% 블렌딩. 레카레도에서 가장 오랜 수령의 포도 나무를 사용했고 자렐로의 경우 오크 배럴에서 발효됐다. 100개월간 숙성한 후 2015년 10월 병입했다. 잘 익은 과실과 찌르는 듯한 시트러스 풍미가 녹아있으며, 은은한 효모 자가 분해 향과 예리한 산미가 골격을 잘 잡고 있다. 긴 숙성 탓에 이제까지 몇 번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정말 고운 기포를 지닌다.
레카레도 레제르바 파티쿨라 2004(Recaredo Reserva Particula 2004)
1950년 만들어진 단일포도원의 자렐로 55%, 마카베오 30%, 샤르도네 15%가 블렌딩된 와인. 블렌딩 와인의 9%는 11개월간 오크 배럴에서 숙성된 자렐로 와인이다. 128개월 숙성 후 2015년 병입했다. 효모 가자 분해향, 구움 향, 미네랄, 견과류 등 복합성이 탁월하며, 크리미한 질감과 기포가 황홀함을 선사한다. 와인을 마시고 나면 잘 볶은 헤이즐넛 풍미가 입 안에 오래도록 남는다. 차원이 다른 카바다.

[레카레도 인텐스]
레카레도 인텐스 2011(Recaredo Intens 2011)
피노누아, 모나스트렐, 가르나차 블렌딩. 34개월 숙성했으며 브뤼 나튀르다. 보랏빛이 감도는 루비빛 와인으로 잘 익은 딸기와 검은 열매향, 두드러지는 미네랄 풍미를 지니고 있다. 와인은 적당한 강도의 풍미 농축과 균형이 좋아 음식과의 매칭에 매우 유리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투로덴모타 2003]
투로덴모타 2003(TURÓ D’EN MOTA 2003)
1940년 조성된 단일포도원의 자렐로 단일 품종 및 단일빈티지로 만드는 레카레도 최상급 카바다. 수확한 자렐로를 압착 한 뒤 배럴에서 발효하며, 주기적으로 효모 찌거기를 저어주며 3달 반 동안 숙성된다. 이후 12년간 숙성하며 병입 시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는다. 브뤼 나튀르이며, 최근 6년간 최고 카바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생산량은 3,000병. 진한 금빛. 섬세하게 입 안을 간지르는 기포와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복합성과 우아함을 보여주는 와인이다. 투로덴모타가 지하셀러에서 보내온 세월을 보고 듣는 일은 정말 즐거웠다.
국내 스파클링 와인 시장 경쟁이 거세지면서, 저렴한 가격의 카바가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카바의 세계엔 감히 ‘샴페인의 대체품’이라는 말을 쓸 수 없는 ‘최고급 카바’가 당연히 존재한다. 카바 생산의 중심지 중 최고의 포도원, 오랜 수령의 토착 품종, 가능한 자연에 가깝게, 뚜렷한 개념과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생산된 명품 카바 레카레도는 최고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와인애호가로서 특히 스파클링 와인을 선호한다면 꼭 한번 드셔보시길 권하고 싶은 멋진 카바다.
Copyrights © 와인21닷컴 & 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