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지 마이클

간단한 실험을 하나 제안한다. “이” 지금 이 따옴표 안의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자. 우리 말에는 분명히 성조가 있는데, 어떤 이는 사람의 성을 이야기 할 때의 “이”로 발음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이것’ 할 때의 “이”로 발음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중학교때 많이 배운 한자 “樂”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락”이라 읽겠지만, “樂山樂水(요산요수)”인 경우에는 “요”로 읽힌다. 이처럼 우리말에서도 같은 글씨로 쓰인 것을 달리 읽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기독교적 역사관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서양에서는 이러한 것을 더욱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Michel”이다. 발음을 해보면 대부분 “마이클”이 떠오르겠지만, 나에게는 프랑스의 전자음악 연주자 장 미셸 자르(Jean Michel Jarre)가 떠올라 “미셸”로 발음된다. 독일이라면 “미카엘”로 발음이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여러 이름들은 그 각각의 불림이 다르다.
 
 
오늘 아침 뉴스에 거짓말 같은 소식이 들렸다. 마치 장국영이 어느 만우절에 자살을 했던 것 만큼이나 나에게는 기묘하게 들린 소식이다. 사인으로는 심장마비라 하니, 2014년 급사로 가족 셋을 떠나보낸 내 입장에서는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조지 마이클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1980년대 중반 20인치 TV에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우리는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시 한국 가요에 비해서 팝송은 세련된 리듬 덕분에(가사는 도무지 못 알아들었고) 라디오를 지배하고 있었고, TV에는 간혹 빌보드 차트의 뮤직 비디오로 장식되곤 하였다.
 
 
당시 기억으로는 왬(WHAM)의 무지개 색깔이 그라디에이션 된 앨범 자켓과 함께 마돈나(Madonna)의 데뷔 앨범, 그리고 모던 토킹(Modern Talking)이나 아하(Aha)의 앨범들이 언제나 기억에 남았다.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컴퓨터 그래픽 뮤직 비디오는 충격 그 자체였다. 모던 토킹이나 아하의 리드 싱어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조지 마이클의 이름은 잘 기억되고 있고, 당시에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는 특히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캐롤이 나오기 이전까지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음악이기도 하였다. 그런 그가 떠난 내 뇌리에는 앞서 이야기 한 동철이음어(철자는 같으나 발음이 다른)가 생각 났다. 바로 "Georges Michel Sauvignon Blanc"이다. ('s' 하나 차이가 나지만 이 정도는 독자들이 애교로 받아줄 넓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발음할 때에는 죠지 미쉘 소비뇽 블랑 정도로 발음이 될 것 같다.
 
 
이 와인을 처음 접한 것은 꽤나 오래 되었다. 내 시음노트 기록을 살펴보니 2008년 첫 시음으로 되어 있으니 국내에 들어 온지가 제법 오래된 와인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의 기록은 2016년 1월 22일로 되어 있다. 2005년 빈티지부터 거의 2012년 빈티지까지 시음을 해 보았으니, 나름 이 와인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해보니, 시음만 많이 했을 뿐 와인에 대해 깊이 이해하려고 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프랑스계 포도원 주인인 조지 미쉘은 뉴질랜드로 넘어와서 포도원을 열었고, 지금은 그의 딸이 양조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딸의 참여 이후에는 좀 더 섬세함과 여성적인 캐릭터가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특유의 풀내음은 많이 다듬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굴 요리와 같은 와인들에 잘 어울리고 있으며 레몬, 라임 계열의 캐릭터를 아주 깊이 있게 보여주는 와인이라 생각된다.
 
 
조지 마이클이 가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그와 같은 이름의 포도원이 떠오른다. 오늘은 떠나간 그를 추억하며, 그의 명반 페이스(Faith: 믿음)를 틀어놓고 지인들과 옛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떨까 싶다. 조지 미쉘 소비뇽 블랑은 와인투유코리아에서 수입했으며, 와인 숍을 찾아보면 아직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숙성 잠재력도 있어서 몇 년 지난 뒤에 시음해도 깔끔함과 신선함에 세련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Domaine Georges Michel Sauvignon Blanc Marlborough
 
 
(2013년 4월 1일 시음) 2010 - 화사하고 유리구슬 같은 선명하며 차갑고도 시원한 느낌이 입안을 잘 적셔준다. 소비뇽의 풀 냄새 보다는 레몬, 라임과 같은 신선한 아로마가 훨씬 강하게 올라오고 있으며 의외의 보디감 사이로 전달되는 약한 단 맛의 느낌, 입 안을 짜릿하게 적셔주는 신 맛의 느낌은 이 와인을 마실 때 기분을 더욱 좋게 만들어 준다. 신선하게 마셔도 대단히 좋은 와인이며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 3~4년 뒤에 마셔도 독특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진가를 보여줄 것으로 생각된다. 굴이나 다양한 해산물 요리에 아주 적합한 와인이다.
 
 
(2016년 1월 22일 시음) 2012 -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 과거의 날카로운 스타일을 서서히 내려놓고 좀더 부드러우며 여성적인 성향을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질감, 묘하게 피어오르는 레몬, 라임, 사과 같은 신선하고 흰 과실의 느낌이 기분 좋게 피어오른다. 육회와 같은 고기 요리에도 잘 어울리며 해산물이나 샐러드 종류와 함께 해도 상당히 좋을 것 같다. 약간 노란 빛을 띠고 있으며 앞으로도 여러 해 더 숙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프로필이미지정휘웅 블로거

기자 페이지 바로가기

작성 2016.12.27 07:20수정 2016.12.27 07:25

Copyrights © 와인21닷컴 & 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 이벤트 전체보기

최신 뉴스 전체보기

  • 와인업계종사자

이전

다음

뉴스레터
신청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