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진상 승객의 추태를 담은 동영상이 SNS를 달궜다. 사실 경황이 없어 담지 못했을 뿐, 이런 믿지 못할 광경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와인바에서 술에 취해 기물을 파손하기도 하고, 맨정신에도 상상조차 하지 못할 행동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네이버 오픈 사전에는 진상 고객을 “상품 구매 후 특별한 이유 없이 환불을 요구하거나 서비스를 강요하며 상식 수준을 벗어나는 행위로 영업을 방해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와인 업계에도 진상은 나타난다. 놀라지 마시라, 아래 이야기는 100% 실화라는 사실! 어쩌면 와인은 문화적 학습이 조금은 필요한 음료이기에 이런 일들이 발생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통해 올바른 와인 문화 전파로 2017년에는 업계가 한층 더 성숙하길 바라본다.
콜키지(Corkage) 관련 진상
콜키지란? 레스토랑 등의 주류를 판매, 취급하는 업장에서 외부에서 가지고 온 와인을 핸들링해주는 서비스 요금이다. 와인 생산국인 유럽의 경우 콜키지 개념은 오히려 낯설다. 주류를 판매하는 업장에 와인을 들고 가서 마신다는 것은 밥집에 가면서 밥을 싸 들고 가는 것처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인 문화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한국에서는 마트나 기타 할인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와인을 업장에서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와인을 판매하는 곳이라면 와인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고, 잔을 닦고, 전기세, 수도세, 자릿세를 내는 사람이 있기 마련.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그들의 권리이니 지켜주는 것이 맞다.
1. 콜키지 프리가 되지 않는 업장이라는 것을 밝히자 와인을 숨겨서 조금씩 따라 마시는 경우. 놀랍게도 이런 일이 각 업장에서 빈번히 일어난다고 한다. 신고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밥 한 끼 먹기가 이렇게 처절해서야! 콜키지가 그렇게 아깝다면 마음 편하게 집에서 모임을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2. 콜키지 프리 업장에서 음식을 거의 주문하지 않고 가져온 와인만 마시는 경우. 보통 콜키지 프리 정책을 쓰는 곳은 음식 매출이 아주 중요하다. 1인 1 메뉴 오더 등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해도 상식선을 넘는 것은 문제가 있다.
3. 콜키지 프리로 가져온 와인을 마시는 것을 넘어 와인을 구매해 마시는 고객에게 와인을 나누어 주는 경우. 나눔의 미학이 일상화된 한국인이라면 별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레스토랑 주인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영업을 방해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다.
와인 가격 관련 진상
업장에서 판매하는 와인은 마트나 기타 할인점에서 구매하는 와인보다 당연히 비싸다. 앞서 이야기했듯 여기에는 식당 운영비와 서비스 요금이 포함되어 있다. 와인을 마트에서 산 가격으로 마시고 싶다면 집에서 마시면 된다. 다음의 경우 모두 진상에 해당한다.
1. 집에 매장에 있는 것과 같은 와인이 있으니 일단 마시고 집에 있는 와인을 다음날 가져다주겠다는 고객. 집에 있는 와인의 보관 상태도 알 수 없을뿐더러 와인바나 레스토랑은 고객에게 무료로 자리를 내어주는 곳이 아니다.
2. 마트나 할인점과 와인 가격을 비교하고 그 가격에 와인을 달라고 조르는 고객.
3. 단골 와인 샵에서 와인을 업장으로 배송받아 마시겠다고 우기는 고객.
와인 품질 관련 진상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와인이 변질됐다면 그 와인은 교환할 수 있다. 모든 재화와 마찬가지로 교환을 원하는 제품과 구매 영수증을 지참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구매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면 변질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호해진다. 와인 변질은 잘못된 보관 상태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하물며 백화점에서 구매한 옷도 교환, 환불 기간이 있다. 구매한 지 몇 년이 지난 와인을 들고 와 교환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와인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구매처에 가서 환불, 또는 교환을 요청한다. 한가지 주의할 점, 오픈한 와인을 다 마시고 가거나 교환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면 정말 와인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
1. 다 마신 와인 즉, 거의 빈 병을 들고 와서 교환,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 와인은 마르지 않는 샘이 아니다. 이미 다 마신 와인병을 들고 오면 와인 상태를 체크할 수가 없다.
2. “내가 이 와인을 잘 아는데 내가 마시던 맛이 아니다.” 상황. 와인은 살아있는 유기체로 와인의 보관상태, 함께 마시는 사람, 핸들링 방법, 같이 먹은 음식에 따라 모두 달라진다.
3. 변질된 와인을 마셔서 응급실에 왔고, 손해배상을 청구. 수입사 직원들이 찾아가 보니 전날 혼자서 와인을 2병 이상 마셨고 술병으로 판명이 났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와인은 건강에 좋은 술이 아니냐며 컴플레인을 했다고 한다. 그분이 하신 말씀이 술이 덜 깨서 내뱉은 말이길. 다른 술보다는 건강에 유익할 수 있지만 와인 또한 알코올임을 유념해야 한다.
4. 기타 술이 깨지 않는다고 컴플레인, 도수가 낮아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컴플레인 하는 경우 등. 와인 레이블에 있는 숫자는 수입사에서 적고 싶은 걸 기분에 따라 막 적은 것이 아니다. 모든 와인은 식약처의 엄격한 검사, 허가 아래 국내에 유통된다. 레이블에 적혀있는 알코올 도수는 믿어도 좋다.
절도형 진상
프랑스 리옹에 위치한 미쉐린 3 스타 레스토랑 폴 보퀴즈(Paul Bocuse)에서는 그날 먹었던 요리를 적은 메뉴판을 고객에게 기념품으로 나누어 준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으나 웬걸! 사람들이 하도 은식기를 집어가서 절도 방지용으로 기념품을 마련했다는 답을 들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은 국내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한국의 와인러버들은 유난히 글라스에 민감하다. 사실 밖에 나와 와인을 마시면 와인이 더 맛있는 것이 사실이다. 좋은 분위기에, 소믈리에의 적절한 핸들링과 서비스, 좋은 기물까지 있으니 당연한 일. 문제는 고객들이 비싼 기물을 남몰래 훔쳐 가는 경우다. 레스토랑에 비치된 글라스는 업장의 자산이며 가방에 몰래 넣어가는 것은 절도에 해당한다. 실수로 고객이 고가의 글라스를 깬 후 업장에서 따로 비용 청구를 하지 않자 그럼 이것도 가져가겠다면서 다른 잔까지 집어 들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상식 부족형 진상
와인을 오픈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코르크로 마감이 된 경우 와인오프너를 사용하지만, 소주처럼 손으로 돌리면 쉽게 열리는 스크류캡도 있고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기포에 의한 압력으로 조심히 코르크를 눌러가며 돌리면 자연스럽게 열린다. 스크류캡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코르크로 마감한 경우에는 와인오프너가 따로 필요 없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와인오프너로 억지로 와인을 오픈한 후 손을 다쳐 수입사에 손해 배상청구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캔이나 음료수도 오픈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인 것처럼 와인 또한 그렇다. 코르크가 없는 싸구려 와인을 왜 수입하냐고 컴플레인을 하는 고객도 왕왕 있다고. 하지만 스크류캡으로 와인을 마감하면 와인의 변질을 막고, 에이징이 천천히 이루어지며, 와인을 세워서 보관해도 문제가 없는 등 오히려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스크류캡으로 마감된 와인은 저가 와인이라는 생각 또한 편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