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보르도의 우아한 귀족, 샤토 레오빌 라스 까즈

[레오빌 라스 까즈 디너의 와인들]

 

2017년 7월 19일 서울 포시즌즈 호텔의 중식당 유유안에서 에노테카코리아 주최로 국내 첫 레오빌 라스 까즈(Leovill Las Cases) 디너가 열렸다. 다양한 중국음식과 함께 한 레오빌 라스 까즈 테이스팅은 와인과 음식의 훌륭한 조화를 보여주었다. 레오빌 라스 까즈는 메독 2등급 와인이지만 1등급에 버금가는 품질이라 인정받고 있다. 레오빌 라스 까즈의 수출 담당 매니저인 플로랑 장티(Florent Genty)로부터 그들의 역사와 와인메이킹에 관해 들어보았다.

 

[레오빌 라스 까즈의 수출담당 매니저 플로랑 장티]

 

레오빌 라스 까즈는 17세기 초 메독의 시작과 함께 설립된 와이너리다. 원래 수도사들이 경작한 포도밭이었는데, 이 밭을 모이티에(Moytie) 가문이 매입했고, 이 가문의 딸이 레오빌의 영주와 결혼하면서 이름이 샤토 레오빌이 됐다. 총 100헥타르의 레오빌의 포도밭은 북쪽으로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라투르(Latour)와 이웃하고 있었다. 레오빌의 영주가 후손 없이 사망하자, 조카들이 레오빌을 유산으로 물려받으면서 세 와이너리로 분리됐다. 이것이 현존하는 레오빌 라스 까즈, 레오빌 바르통(Barton), 레오빌 포이페레(Poyfere)다. 레오빌 라스 까즈는 100헥타르 중 라투르와 인접한 가장 좋은 밭 55헥타르를 물려받았다. 라스 까즈의 레이블을 보면 어디에도 ‘Grand Cru Classe en 1855’라는 표시가 없다. 이는 라스 까즈가 자신들의 와인이 2등급임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라스 까즈는 레오빌이 셋으로 나뉘지 않았다면 1855년 메독 와이너리 등급 결정 때 1등급으로 분류되었을 것이라 믿는다고 한다.

 

[레오빌 라스 까즈의 포도밭. 저 멀리 지롱드 강이 보인다]

 

레오빌 라스 까즈에는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와인이 있다. 바로 클로 뒤 마끼(Clos du Marquis)다. 많은 사람들이 클로 뒤 마끼를 라스 까즈의 세컨드 와인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완전히 별개의 와인이다. 라스 까즈와 클로 뒤 마끼가 완전히 다른 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라스 까즈 포도밭은 생 쥘리엥(St. Julien)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곳으로 지롱드 강 바로 옆에 위치하며 자갈이 많다. 총 55헥타르인 이 밭은 먼 옛날 강이었던 곳이어서 강이 싣고 온 자갈과 모래가 많다. 이런 테루아르에서 생산되는 라스 까즈는 우아하고 산도가 좋으며 미네랄이 강하다. 포도나무도 평균 수령이 45~50년으로 나이가 많은 것은 98년에 이르기도 한다.

 

반면 클로 뒤 마끼 밭은 총 43헥타르로 강에서 먼 곳에 위치한다. 한때 숲이었던 이곳은 모래와 진흙이 많아 와인이 묵직하며 힘차고 과일의 단맛도 많이 품고 있다. 라스 까즈에 비해서 숙성이 빠르므로 시음 적기도 빨리 도달하는 편이다. 클로 뒤 마끼와 비슷한 스타일을 생 쥘리엥에서 찾자면 인접한 샤토인 탈보(Talbot)나 샤토 라로즈(Larose)를 들 수 있다.

 

레오빌 라스 까즈가 세컨드 와인은 2007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르 프티 리옹(Le Petit Lion)이다. 르 프티 리옹은 라스 까즈와 같은 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드는데, 평균 수령 60년인 메를로와 수령 25년 이하의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다. 르 프티 리옹은 병숙성을 약 5년 정도 거치면 음용이 가능하다. 숙성된 메를로가 주는 부드러움과 뒷맛에서 느껴지는 미네랄향이 특징이다. 와인 종류별 생산량은 라스 까즈가 연 1만~1만5천 케이스, 클로 뒤 마끼가 1만5천~2만 케이스, 르 프티 리옹이 6천 케이스 정도다.

 

[레오빌 라스 까즈의 발효 탱크들]

 

레오빌 라스 까즈의 경쟁력이 테루아르라고 보는 이도 많지만 라스 까즈는 와인메이킹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며 개성을 발휘하고 있다. 라스 까즈는 가장 좋은 포도로만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두 번 검증한다. 첫번째 검증은 포도밭에서 이루어진다. 긴 콘베이어 벨트가 있는 소팅 테이블(sorting table)을 밭에 설치해 두고 수확한 포도를 육안으로 확인해 좋은 포도만 골라 차에 싣는다. 와이너리에 도착한 포도는 송이에서 포도알만 분리된 뒤 광학 분리기(optical sorting machine)을 통과한다. 포도알 하나하나를 스캔해 완벽한 것만 다시 골라내는 것이다.

 

이렇게 분리한 포도는 수직 착즙기와 수평 착즙기 두 가지를 써서 착즙한다. 수직 착즙기에서 나온 포도즙은 더 진하고 타닌이 많으며, 수평 착즙기의 포도즙은 더 섬세하기 때문에 이 둘을 섞어 완벽한 즙을 만드는 것이다. 발효는 밭의 구획과 포도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탱크에서 이루어진다. 발효가 끝나면 곧바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이뤄진다. 32개를 모두 시음한 뒤 가장 완벽한 블렌드를 찾기 위해서다. 블렌드 비율이 결정되면 즉시 블렌딩을 실시한다. 이는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이 구획과 포도 종류별로 따로 숙성한 뒤 블렌딩하는 방식과 반대된다. 라스 까즈는 발효가 막 끝난 와인을 인간으로 치면 유아기라고 본다. 따라서 그들은 어릴 때 와인들이 섞여야 숙성되면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고 믿는다. 라스 까즈의 평균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70%, 메를로 15%, 카베르네 프랑 15%다.

 

[샤토 포탕삭 2013 (Chateau Potensac 2013)]

 

디너와 함께 맛본 첫번째 와인은 샤토 포탕삭(Potensac) 2013년산이었다. 샤토 포탕은 레오빌 라스 까즈의 소유주인 들롱(Delon) 가문이 보유한 와이너리로 생테스테프(St.Estephe)에서 10km 북쪽에 위치한다. 석회질 토양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 49%와 카베르네 프랑 29%, 메를로 31%를 섞어 만든 이 와인은 잘 익은 붉은 과일향이 신선하고 산도가 높지 않아 마시기 쉬운 스타일이다. 중간 보디감에 타닌이 매끄럽고 밸런스가 좋아 음식과도 두루 잘 어울린다. 금번 디너에서도 돼지 바베큐, 새우튀김볼, 목이버섯 냉채로 이루어진 전체요리와 함께 서빙됐는데 세 가지 음식과 모두 부딪힘 없이 잘 어울렸다.

 

[르 프티 리옹 2013 (Le Petit Lion 2012)]

 

두번째 요리인 바닷가재 구이에 곁들인 와인은 르 프티 리옹 2012년산이었다. 현 소유주인 장 위베르 들롱(Jean-Hubert Delong)의 딸이 19세 때 그렸다는 아기 사자의 모습이 레이블을 귀엽게 장식하고 있는 이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 48%, 메를로 44%, 카베르네 프랑 9%를 블렌드한 와인이다. 15개월간 오크 숙성을 거치며, 이때 새 오크의 비율은 약 30%다. 자두, 블랙커런트, 블루베리 등 붉은 과일과 검은 과일의 잘 익은 향이 고춧가루 같은 향신료향, 은은한 미네랄향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장미향도 살짝 느껴지고, 보디감은 중간 정도다. 긴 여운에서는 라즈베리향과 함께 신선한 산미가 느껴져 입맛을 돋우기에 딱 좋았다.

 

[레오빌 라스 까즈 2013 (Leoville Las Cases 2013)]

 

세번째 와인인 레오빌 라스 까즈 2013년산은 다금바리찜, 두부, 흑마늘과 함께 서빙되었다. 라스 까즈 2013년산에서는 잘 익은 베리류의 향이 풍부했고, 미디엄 플러스 정도의 보디감이 느껴졌다. 결코 무겁지 않은 보디감에도 과일향과 농밀한 질감이 입안을 꽉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돌담 옆에 자란 베리들로 만든 와인인 듯 미네랄향이 와인의 화사함을 더했다.

 

[샤토 포탕삭 2003 (Chateau Potensac 2003)]

 

북경 오리와 함께 즐긴 네번째 와인은 샤토 포탕삭 2003년산이었다. 농익은 베리류의 향과 고춧가루 같은 스파이스가 느껴졌고, 2003년산이었음에도 타닌이 여전히 탄탄했다. 산도가 강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맛이었고, 여운에서 느껴지는 미네랄향이 밀쌈에 싸인 오리고기, 파채, 오이와 놀라울 정도로 궁합이 잘 맞았다. 샤토 포탕삭 2003년산은 카베르네 소비뇽 44%, 카베르네 프랑 23%, 메를로 33%가 블렌드된 와인이다.

 

[레오빌 라스 까즈 1999와 2004 (Leoville Las Cases 1999, 2004)]

 

하일라이트는 레오빌 라스 까즈 2004년산과 1999년산이었다. 2004년산은 아직도 선명한 루비빛을 보여주었는데, 말린 과일향과 향신료향의 조화가 뛰어났다. 분필가루처럼 고운 타닌의 질감이 아름다웠고, 여운에서는 달콤한 과일향과 함께 미네랄이 느껴졌다. 음식 없이 이 와인만 즐겨도 좋을 정도로 완벽한 맛과 향의 밸런스였다. 99년산은 아직 살짝 덜 열린 듯한 느낌이었다. 과일향보다는 가죽, 담배, 향신료, 석탄, 흑연 같은 향이 더 많이 느껴졌다. 04, 99 빈티지와 함께 서브된 음식은 흑후추 소고기 볶음이었다. 04와 즐길 때는 와인의 과일향과 고기의 육즙이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줬고, 99와 즐길 때는 쇠고기와 와인의 향신료향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04년과 99년은 뛰어난 빈티지는 아니지만 비교적 좋은 해로, 아직 숙성잠재력이 더 남아있는 상태다. 디너에서 서빙된 것은 둘 다 한 시간 전에 오픈해 디켄터에서 브리딩을 시킨 상태였다고 한다. 참고로 레오빌 라스 까즈 사이트(http://www.domaines-delon.com)에 들어가면 빈티지별로 해당 연도의 숙성잠재력과 음용시 디캔팅이 필요한 정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레오빌 라스 까즈는 한 마디로 귀족이다. 맛과 향의 고급스러움이 놀라울 정도다. 향의 레이어가 수많은 층을 이루고 있지만 와인이 그것들을 결코 한번에 뿜어내지 않는다. 매번 와인을 머금을 때마다 입안에서 향의 유희가 느껴진다. 라스 까즈는 마시는 이에게 다가오는 스타일이 아니고, 마시는 이가 다가가게 만드는 와인이다. 플로랑 장티에 따르면 라스 까즈는 빈티지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어떤 빈티지가 단호한 귀족이라면, 어떤 빈티지는 귀족의 상냥한 모습 같다고 한다. 르 프티 리옹은 그런 귀족의 어린 시절이라 할 수 있다. 기품이 느껴지면서도 풋풋하고 사랑스럽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70년 이상의 긴 숙성잠재력을 보여주는 레오빌 라스 까즈. 이 우아한 보르도의 귀족은 진정 소장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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