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다이닝

한국인 정서와 닮은 스페인 요리 파에야

파에야 만드는 쌀은 따로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파에야(Paella)’는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한 맛이 느껴지는 요리다. 스페인 동쪽 발렌시아는 파에야의 본고장이다. 스페인 주요 쌀 생산 지역인 발렌시아에는 1200년 전 무어인(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했던 아랍계 이슬람교도)에 의해 쌀이 전해졌다. 스페인어로 쌀 아로스(Arroz)는 아랍어에서 유래한 단어다. 
발렌시아에는 비도 많이 오고 지중해와 큰 강이 만나는 지점에 삼각주가 발달해 벼농사가 잘 된다. 식재료에 따라 요리가 개발되기 마련이다. 쌀 종류에 따라 조리법도 다르다. 발렌시아에서 나는 봄바(Bomba)쌀은 파에야의 주재료다. 한국 쌀과 비슷한 모양 같으면서도 둥글고 도톰하며 표면에는 진줏빛이 돈다. 봄바쌀은 육수를 빨아들이고도 잘 안 퍼져 식감이 좋다. 육수를 머금은 봄바쌀 요리는 더운 날씨에 배를 든든하게 하고 소화도 잘 된다. 봄바쌀 이외에도 스페인 무르시아 지역에서 나는 쌀 칼라스파라(Calasparra)도 파에야 만들기에 좋은 쌀이다. 칼라스파라는 14세기 무슬림이 스페인을 지배했을 때 스페인으로 들어온 쌀이다. 
 
[봄바쌀은 스페인 마트에서도 1kg에 7천 원에서 1만 원 가격대로 비싼 편이다.]
 
[칼라스파라(Calasparra)쌀도 파에야 만들기에 좋은 품종이다.]
    
스페인 각 지역 특산물을 넣는 파에야 
파에야는 원래 농부나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의 음식이었다. 이들을 위한 점심 메뉴는 쌀로 만든 파에야였다. 비빔밥도 각 지역 특산물에 따라 고명을 달리하는 것처럼 파에야도 그렇다. 전형적인 발렌시아식 파에야는 시골 들녘에서 손쉽게 구하는 알루비아스(Alubias:흰강낭콩)와 줄기콩(그린빈), 토마토와 양파 등 채소만 넣는다. 여기에 토끼고기나 닭고기, 토끼 간, 양 콩팥 등의 내장이나 돼지갈비를 넣고 사프란으로 쌀에 샛노란 색을 입히는 파에야 발렌시아나(Paella valenciana)가 있다. 
 
[닭고기를 넣은 파에야 발렌시아나(Paella valenciana)]
 
해산물이 풍부한 서북부 갈리시아에서는 국물이 자작한 해산물 육수 파에야 아로스 칼도소(Arroz caldoso)가 특징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새우와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는 해산물 파에야(Paella de marisco)와 갑오징어나 오징어 먹물로 검은색을 내고 껍질 벗긴 해산물을 넣는 아로스 네그로(Arroz negro) 파에야가 유명하다. 카탈루냐 레리다에서는 파에야에 달팽이가 들어간다. 바다와 산이 만나는 지역에서는 해산물과 고기가 들어가는 파에야 믹스타(Paella Mixta)를 즐겨 먹는다. 또 스페인 파스타 피데오(Fideo) 면으로 만드는 피데우아(Fideuà) 파에야도 있다. 피데오 면은 짧고 얇다. 다른 파스타에 비해 수분을 많이 안 먹게 얇으며 꼬들꼬들하게 적당히 퍼진다.
 
[죽처럼 국물이 자작한 파에야 아로스 칼도소(Arroz caldoso), 스페인 레스토랑 따빠마드레]
 
[해산물 파에야(Paella de marisco), 스페인 레스토랑 엘따뻬오]
 
[스페인 파스타 피데오(Fideo) 면으로 만든 피에우아(Fideuà), 스페인 레스토랑 따빠마드레]
 
[갑오징어 먹물로 검은색을 낸 아로스 네그로(Arroz negro), 스페인 레스토랑 엘따뻬오]
     
파에야에 얽힌 로맨틱한 이야기 
파에야를 정확히 말하자면 라 파에야(La Paella) 즉, 조리하는 팬을 뜻한다. 이 단어는 라틴어에서 팬을 뜻하는 파텔라(Patella)에서 그 뿌리를 유추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파에야는 요리를 칭하는 단어가 됐다. 파에야에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로맨틱한 이야기도 전해내려 온다. 파에야는 사랑하는 피앙세에게 첫 번째로 준비했던 요리로 파라 에야(Para ella, 영어로 for her) 즉, 그녀를 위해서라는 뜻이다. 그래서 발렌시아 남자들이 파에야를 잘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파에야 만드는 날은 축제 분위기 
발렌시아에서는 주말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파에야를 만들고 즐긴다. 아랍 영향을 받았던 스페인 전통 가옥의 특징 중 하나는 안마당 파티오(Patio)인데, 안마당에서 파에야를 만드는 공간 파에예로(Paellero)는 발렌시아 가옥의 상징이다. 발렌시아 대표 축제인 파야스나 경연 대회에서 가장 많이 내놓는 음식도 파에야다. 
한국식 볶음밥은 쌀을 찌고 볶는데 파에야는 채소와 고기 등을 먼저 볶은 후 철판 팬에 육수를 붓고 쌀을 흩뿌려 넣은 다음 뚜껑을 오픈해서 수분을 날리며 익힌다. 파에야 조리는 육수와 쌀의 양 그리고 불 조절에 달려있다. 쌀은 예민하기에 불앞을 잘 살펴야 한다. 
파에야 만드는 날은 축제 분위기다. 파에야 육수를 우려냈던 해산물은 따로 꺼내 반찬 즉 타파스 재료가 된다. 스페인에서는 파에야가 익는 동안 타파스를 만들어 전채 요리로 즐기고 메인 파에야가 완성되면 커다란 팬 중심으로 온 가족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먹는다. 전통적으로 파에야는 즉석에서 조리한 팬에 각자 숟가락을 넣어 먹었다. 식탁 한가운데 요리를 놓고 나눠 먹는 점은 한국인 정서와 닮았다. 
     
[정통 파에야를 즐길 수 있는 스페인 레스토랑] 
 
1. 따빠마드레(Tapa Madre) / T.02-722-4199,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 길 43 
스페인에서 공수한 발렌시아 봄바쌀과 피데오로 파에야를 만드는 따빠마드레. 본고장 레시피에 충실한 스페인 정통 요리를 선보인다. 스페인 외식 문화 기업 ㈜아미고 그룹이 운영하는 따빠마드레는 이장섭 셰프와 진광석 셰프가 음식을 준비한다. 두 셰프 모두 바르셀로나 에스쿠엘라 호텔조리과를 수료했다. 파에야 외에도 핀초와 이베리코 목살 스테이크도 일품이다. 
 
*파에야와 스페인 와인 
- 보스케 데 마타스노스(Bosque de Matasnos) 2014
파에야 믹스타에는 보스케 데 마타스노스를 추천한다. 블랙베리의 산뜻함과 묵직하지만 과하지 않은 타닌감에 목 넘김 후 비교적 긴 여운을 전한다.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에서 스페인 토착 품종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 90%로 만들었다.
  
- 테라스 가우다(Terras Gauda) 2006
스페인 북서쪽 화이트 와인 산지로 유명한 리아스 바이사스(Rias Baixas)에서 만든 테라스 가우다. 강렬하면서도 상쾌한 풍미와 적절한 산미가 느껴져 해산물 파에야와 먹물 파에야와 궁합이 맞다. 스페인 토착 품종 알바리뇨(Albariño) 100%로 만들었다. 
   
2. 엘따뻬오(El Tapeo) / T.02-882-8835, 서울시 관악구 봉천로 5801, 2층
발렌시아 출신 마르따 조르다 셰프가 요리하는 엘따뻬오. 해산물이 가득한 발렌시아 가정식 요리를 선보이며 스페인 집밥 같은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파에야의 고장 발렌시아 출신인 만큼 파에야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감자 달걀 하몬이 들어간 비벼 먹는 타파와 돼지꼬리 튀김도 추천 메뉴. 마르따 셰프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간이다. 
 
*파에야와 스페인 와인 
- 콘데 데 산 크리스토발(Conde de San Cristóbal) 2012
파에야 발렌시아나에 잘 어울리는 콘데 데 산 크리스토발은 신선한 과일향과 우수한 질감으로 입안에 긴 여운을 남긴다. 리베라 델 두에로의 템프라니요 80%로 만들었다. 미셸 오바마가 좋아한 와인이기도 하다. 
 
- 라 푸리시마(La Purísima) 2014
아로스 네그로나 해산물 파에야를 맛본다면 라 푸리시마를 추천한다. 무르시아 지역 에클라(Yecla)에서 스페인 토착 품종 마카베오(Macabeo) 70%에 소비뇽 블랑 30%가 블렌딩된 화이트 와인으로 해산물과 잘 맞다. 아로마틱한 향과 시트러스 향이 함께 어우러지며 크리미한 유질감이 살짝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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