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용서할 수 없는 와인 냄새!

 

[이상한 와인 냄새를 표현하는 그림카드]

 

장미와 잘 익은 붉은 열매 향을 기대하며 새로 딴 와인에서 생각지도 못한 곰팡내가 난다거나 모임 지인들은 모두 맛있다는 와인에서 내겐 너무 역한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상한 와인 냄새, 나만 불쾌하게 느꼈던 그 냄새는 뭐였을까? 늘 숙련된 소믈리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자주 맡을 수 있는 이상한 와인 냄새를 알아두자. 

 

멍든 사과 싫어요!

산소는 와인 양조에 있어서 지킬과 하이드처럼 두 얼굴을 지닌다. 셰리(Sherry)나 포트 와인(Port Wine) 등은 와인을 일부러 산소와 접촉시켜 와인의 고유한 향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 리슬링과 같이 향기로운 와인에서 마분지, 볏짚, 사과의 멍든 부분 냄새가 난다면 결함으로 본다. 알코올이 산화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가 범인이다. 이는 와인 양조 과정 중 산화를 방지해주는 이산화황이 첨가되지 않았거나, 발효 탱크를 꽉 채우지 않아 산소가 들어간 경우, 혹은 발효가 중단되었다가 다시 일어난 경우에 발생한다.


와인은 식초가 아니에요!

마시다 남은 와인을 일주일 이상 방치한 뒤 다시 냄새를 맡으면, 식초처럼 톡 쏘는 향이 난다. 일반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냄새를 휘발성 산(Volatile Acid)이라 부르는데, 여러 물질 중 식초에 들어있는 아세트산이 주성분이다. 지금 막 따른 와인에서 식초 냄새가 난다면, 이는 결함이다. 식초 냄새는 초산균, 럭비공같이 종잡을 수 없는 야생 효모 또는 젖산균이 만드는데, 인체에 해롭지 않지만 유쾌하지도 않다. 

 

 

[네일 샵 아세톤 냄새]

 

와인에서 네일 샵 냄새가 나요!

여성에게 특히 익숙한 아세톤 냄새도 와인에서 난다. 곰팡이가 핀 포도가 들어가거나 양조 기술이 낙후된 경우에 생긴다. 정확히는 에틸아세테이트(Ethyl Acetate)가 범인인데, 이런 와인은 버리는 게 정답이다.

 

쥐 냄새요?

와인 세계에서 참 설명하기 곤란한 표현 중 하나가 바로 마우지니스(Mousiness)다. 말 그대로 옮기면 ‘쥐다움 혹은 쥐 냄새’가 될 거 같은데 쥐 오줌 냄새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냄새는 불행히도 와인 잔을 흔들 때보다는 입에 닿았을 때, 와인을 삼키는 순간, 삼킨 후로 갈수록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이 맛은 입에 오래 남기 때문에 와인을 즉각 뱉어내고 다른 와인을 마시는 게 좋다. 브레타노미세스(Brettanomyces)라는 효모 혹은 산소를 싫어하는 젖산균이 산소에 노출되었을 때 이 냄새 성분을 만든다고 한다.

 

읔, 썩은 달걀 냄새!

와인에서 썩은 달걀 냄새가 나는 이유는 바로 황화수소(H2S) 때문이다. 이 냄새는 극소량만 있어도 느낄 수 있다. 포도 껍질에 황이 많이 뿌려지거나 이상화황(SO2)이 과도하게 첨가된 경우에 발생한다.

 

마늘, 양파, 고무 탄 냄새가 나요!

앞서 이야기한 황화수소가 와인 속 에탄올 혹은 메탄올과 반응해서 생기는 물질이 메르캅탄(Mercaptan)이다. 이 물질은 효모 활동에 필요한 아미노산이 부족했거나, 효모 추출물이 분해된 경우, 발효 중인 머스트(Must)에 황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 생긴다. 에탄올과 반응해서 생기는 에틸 메르캅탄(Ethy Mercaptan)은 양파 혹은 고무 탄 냄새를, 메탄올과 반응한 메틸 메르캅탄(Methyl Mercaptan)은 썩은 달걀 냄새 혹은 양배추 냄새를 낸다. 

 

삶은 옥수수 냄새는 옥수수에서만!

숙성된 화이트 와인을 시음하면 간혹 삶은 아스파라거스나 옥수수 혹은 옥수수 통조림 냄새가 난다. 황이 포함된 이 물질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와인 결함으로 본다. 삶은 옥수수 냄새는 옥수수를 먹을 때만 맡기로 하자.

 

코를 찌르는 듯 톡 쏘는 냄새에 기침도 나요!

이산화황(SO2)은 와인의 산화 방지와 미생물의 활동 억제를 위해 보존제로 많이 사용된다. 사람들은 때로 와인을 잔에 따라 향을 맡는 순간 기침을 하기도 하고, 코를 찌르는 듯한 향에 놀라기도, 심한 경우 콧물을 흘리거나 캑캑 거리기도 한다. 바로 이상화황이 와인에 너무 많이 들어가서다. 이런 현상은 화이트 와인에서 보다 자주 느낄 수 있다. 대부분 와인을 잔에 따르고 흔들다 보면 저절로 없어지기도 하지만 절대 유쾌하지 않다.

 

요구르트 냄새, 어떡하지?

요구르트 냄새를 내는 물질은 다이아세틸(Diacetyl)이다. 이 물질은 효모와 세균에 의해 만들어진다. 낮은 농도에서는 와인에 버터 혹은 버터 스카치 향을 더해주지만, 농도가 높은 경우, 요구르트 혹은 상한 우유 냄새를 낸다. 만약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이나 로제 와인에서 요구르트 냄새가 난다면, 미안하지만 와인 결함이다. 왜냐하면, 와인의 산미를 둥글리기 위해 젖산 발효를 한 와인이 아닌데, 요구르트 냄새가 난다는 건 비정상적인 초산균의 활동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웬 제라늄?

이탈리안 레스토랑 입구를 장식한 홑겹 혹은 두 겹 빨간 꽃이 바로 제라늄이다. 잎은 약간 두꺼우며 가장자리가 꼬불꼬불 생겼다. 잎을 만지고 나면, 손에서 쿰쿰함을 동반한 풀 내음이 난다. 좀 심하게 만지면, 손에서 구린 냄새가 난다. 이산화황과 더불어 와인 보존제로 첨가되는 소르빈산(Sorbic Acid)이 변화하며 생긴 2-에톡시-3, 5헥사디엔(-Ethoxy-3, 5 hexadiene)이다. 역시 안 좋은 냄새다.

 

상처에 붙이는 밴드 냄새

우리는 칼에 손이 베이면, 밴드를 찾아 붙이는데, 그 밴드가 든 상자를 열면 독특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드물긴 해도 와인에서 바로 이 밴드 냄새가 나는데, 와인에서 브레타노미세스(Brettanomyces)라는 효모가 활동했기 때문이다. 이 효모는 공기 중, 포도 껍질, 오크 통 등 와이너리 어디에나 있으며, 와인 속에서 밴드 냄새가 나는 4-에틸페놀(4-Ethylphenol)을 만든다.

 

마구간 혹은 농장 분뇨 말 냄새

브레타노미세스는 밴드 냄새뿐만 아니라 마구간, 농장 분뇨, 안 좋은 가죽 냄새인 4-에틸카테콜(4-Ethylcatecol)도 만든다. 이는 양조장이 위생적이지 않거나 야생 효모들이 제멋대로 활동해 생긴다. 이 물질의 농도가 아주 낮을 때는 레드 와인에 사냥 고기 등의 풍미를 추가해주고, 검붉은 과실, 꽃, 재스민 등의 향을 북돋워준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은 와인의 향이 더 복합적이라 느끼며 선호한다. 하지만, 이 냄새가 진한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잔을 코에 가까이 하기 어렵다.

 

 

[코르키된 와인(winefolly.com)]

 

지하실 곰팡내가 나요!

지하실 혹은 젖은 상자의 곰팡내로 흔히 부쇼네(Bouchonne) 혹은 코르키(Corky)라 부르는 유명한 와인 결함이다. 곰팡이에 오염된 코르크 마개가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연구 결과 곰팡이에 감염된 오크 통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곰팡이가 만든 성분은 2,4,6-트리클로아니솔(2,4,6-Trichloanisole, 줄여서 TCA)이다. 이 냄새를 없앨 방법은 없다.

 

와인에서 꽤 자주 맡을 수 있는 나쁜 냄새들을 소개했는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된 향이 난다면, 주저하지 말고 그 와인을 잊으시길 바란다. 누군가의 말처럼 좋은 와인을 즐기기에도 인생은 짧고 이상한 와인 냄새 말고도 우리의 삶엔 견딜 일이 많다.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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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8.01.30 09:46수정 2018.01.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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