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몰리두커 부사장 브라이언 잰슨]
몰리두커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희안하게도 왼손잡이가 많다. 설립자인 사라(Sarah)와 스파키 마키스(Sparky Marquis) 부부부터 왼손잡이다. 둘은 호주의 와인 명문학교 로즈워디(Roseworthy)대학에서 만났다. 선배였던 스파키는 사라가 입학하자마자 한 눈에 반해 결혼할 상대로 점찍었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한 뒤 둘은 사라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폭스크리크(Fox Creek) 와이너리에서5년 정도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원했던 이들은 와인 컨설턴트로 일하다1999년 마키스 필립스(Marquis Philips) 와이너리를 조인트벤처로 설립했다. 마키스 필립스를 운영하며 사라와 마키스는 ‘올해의 호주 와인메이커’, 로버트 파커가 선정한 ‘Top Wine Personalities in the World’ 등에 이름을 올리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와인 생산량도 나날이 늘었지만 이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진정 원하던 삶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땅을 사랑하고, 와인 만들기를 좋아하고,친구들과 와인을 나누는 소박한 삶을 원했던 이들은 결국 마키스 필립스를 떠나 홀로서기를 감행했다. 이들이 새롭게 일어선다는 소식이 들리자 기적처럼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금전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고 외상을 받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설립한 와이너리가 바로 몰리두커다. 첫 빈티지인 2005년산 와인을 시장에 내놓자 반응도 뜨거웠다. 로버트 파커도 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레드 와인(Best Value Red Wine in the World)’ 1위에 더 복서(The Boxer)를, 2위에 투 레프트 피트(Two Left Feet)를, 4위에 더 메이터 디(The Maitre D)를 올릴 정도였다.
겨우 십여 년이라는 짧은 역사지만 사라와 스파키의 오랜 노하우가 있었기에 몰리두커는 빠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우수한 포도 생산을 위해 몰리두커가 수행하는 마키스 프루트 웨이트(Marquis Fruit Weight)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프루트 웨이트란 포도를 맛보았을 때 벨벳같은 느낌이 혀의 어디까지 전달되는지 측정하는 감각 기준이다. 혀 끝에서 시작해 안쪽으로 멀리 전달될 수록 포도 열매의 중량이 무겁고 와인의 맛도 좋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몰리두커는 포도가 자라는 동안 매주 2회 밭의 상황을 살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에 따라 밭에 물을 준다. 싹이 트고 넝쿨이 자랄 때는 물을 충분히 주고, 넝쿨의 성장이 끝나고 열매가 크기 시작할 때는 물을 제한한다. 수확시기가 되면 다시 물을 적절히 공급해 포도가 단맛과 타닌을 충분히 익힐 수 있도록 만든다. 태양이 내리쬐는 호주의 한여름에 밭을 누비며 포도의 상태를 일일이 체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고된 노동을 두려워 하지 않기에 몰리두커의 포도는 남다르고 와인의 맛이 뛰어난 것이다.
그래도 몰리두커는 왼손잡이답게 왠지 삐딱한 면이 있다. 열과 성을 다해 만든 와인에 익살스런 레이블을 붙이다니! 친구들과 즐겁게 와인 나누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 믿는 사라와 스파키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더욱 재미난 것은 레이블마다 이들 부부가 살아온 인생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몰리두커의 왼손잡이 시리즈 와인들]
스파클링 와인인 걸 온 더 고(Girl on the Go)에는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바이올린을 든 소녀가 그려져 있다. 스포츠와 음악을 좋아했던 사라의 소녀 시절 모습이다. 바이올리니스트(Violinist)의 레이블을 보면 왼손잡이인 사라가 바이올린 활로 친구의 눈을 실수로 찌르는 익살스런 장면이 그려져 있다. 걸 온 더 고와 바이올리니스트는 모두 포르투갈 품종인 베르델류(Verdelho)로 만든다. 걸 온 더 고는 레몬, 자몽, 파인애플의 산뜻한 맛이 일품이다. 바이올리니스트는 달콤한 열대과일향과 상큼한 시트러스 과일향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짧은 기간 오크 숙성을 거친 와인이라 바닐라와 향신료의 향미가 느껴져 복합미도 좋다.
더 스쿠터(The Scooter)는 몰리두커가 생산하는 유일한 메를로 와인이다.레이블에는 젊은 시절 스쿠터를 타고 씽씽 달리는 스파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더 스쿠터는 붉은 베리와 검은 베리가 다양하게 섞여 있고 다크초콜릿과 향신료 향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와인이다. 더 메이터 디(The Maitre D)는 와인을 배우며 왼손으로 서빙하던 스파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더 메이터 디는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으로 과일향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타닌이 매력적이다.여운에서는 향신료의 매콤함이 감돈다.
투 레프트 피트(Two Left Feet)에는 사라와 스파키가 데이트를 하던 시절이 담겨 있다. 둘은 와인을 마신 뒤 살짝 취해 함께 춤을 추다 스텝이 꼬여 서로의 발을 밟았다고 한다. 왼손잡이이니 발도 물론 왼발잡이. 두 왼발잡이가 일으킨 재미난 일화다. 시라즈,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를 블렌드해 만든 이 와인에서는 검은 체리, 블랙베리, 자두, 라즈베리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바닐라와 향신료향이 복합미를 더한다. 매끄러운 타닌 또한 매력적이다.
더 복서는 몰리두커의 간판 와인이다. 시라즈로 만든 이 와인은 자두, 체리, 블렉배리의 향미가 달콤하고 커피, 감초, 바닐라 향도 감돈다. 묵직하고 우아한 스타일이다. 레이블을 자세히 보면 권투 선수가 양손 모두에 왼손 장갑을 끼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미스 몰리(Miss Molly)는 복서의 여자친구다. 드물게 시라즈로 만든 레드 스파클링 와인이다. 달콤한 과일향이 풍부하고 초콜릿,코코아, 계피향도 느껴진다. 한여름에 고기요리와 함께 레드와인을 즐기고 싶다면 차갑게 식힌 미스 몰리가 제격이다.

[몰리두커의 고급 시리즈 와인들]
기글팟(Giggle Pot), 블루 아이드 보이(Blue Eyed Boy), 인챈티트 패스(Enchanted Path), 카니발 오브 러브(Carnival of Love), 벨벳 글로브(Velvet Glove)는 왼손잡이 시리즈 와인들보다 무게(Fruit Weight)가 더 나가는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기글팟에는 사라와 스파키의 딸 홀리(Holly)의 귀여운 모습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 홀리는 이 검은 테 안경만 쓰면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 기글팟은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이다. 묵직한 과일향에 마른 허브, 민트, 코코아, 코코넛 등 다양한 향미가 어우러져 있다. 블루 아이드 보이에서는 사라와 스파키의 아들 루크(Luke)가 포도를 발로 밟아 으깨는 모습이 보인다. 루크는 이제 장성해 와인을 전공하며 몰리두커에서 와인메이커로 일하고 있다. 시라즈로 만든 블루 아이드 보이는 블루베리, 체리, 캐러멜, 바닐라 등 복합미가 뛰어난 와인이다. 힘과 우아함의 균형을 잘 갖춘 묵직한 스타일이다.
인챈티트 패스와 카니발 오브 러브는 두 병을 나란히 두어야 레이블이 완성된다. 레이블을 자세히 보면 왼손잡이 시리즈에 등장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보인다. 인챈티트 패스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즐거운 인생’이 되지 않을까. 시라즈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어 만든 이 와인은 코에서는 상큼한 레드 베리류의 향미가, 입에서는 묵직한 검은 베리의 향미가 매력적이다. 두 품종이 섞여 이룬 복합미도 탁월하고 과일향과 향신료향이 어우러진 긴 여운 또한 아름답다. 시라즈100%로 만든 카니발 오브 러브에서는 라즈베리, 자두, 흙, 초콜릿, 향신료 등 다양한 향미의 어울림이 탁월하다. 부드러운 질감 뒤에 이어지는 다크초콜릿과 베리류의 달콤한 여운도 일품이다.
벨벳 글로브는 프루트 웨이트가 가장 무거운 시라즈로 만든 몰리두커의 아이콘급 와인이다.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 와인은 촘촘한 타닌이 주는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압권이다. 그 위를 장식하는 농익은 과일향, 삼나무, 커피, 견과류 등의 향미와 긴 여운이 마시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몰리두커 쉐이크하기]
흔들어주세요~ 몰리두커를 더 맛있게 즐기려면 병을 거꾸로 세우고 한 차례 흔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와인은 병입된 뒤 남은 당분과 이스트 때문에 재발효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넣는 이산화황을 소량 첨가하는데 간혹 이산화황에 매우 민감하거나 알러지가 있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몰리두커는 이산화황을 최소화하고 대신 질소를 넣는다. 그런데 질소는 와인 안에 들어 있는 과일향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절차에 따라 병을 흔들어 질소를 날려보내는 과정을 거치면 몰리두커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1. 와인을 약 반 잔 정도 글라스에 따른다.
2. 뚜껑을 다시 닫는다.
3. 와인병을 거꾸로 한 뒤 와인을 흔들어준다.
4. 다시 와인병을 세우면 와인 안에 들어 있는 질소가 거품이 되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5. 와인 마개를 다시 열면 질소가 날아가 와인의 향미가 더욱 풍부해진다.
6. 필요에 따라2~5의 과정을 반복한다.
고급 와인일수록 필터링을 하지 않아 침전물이 많이 생기는데, 몰리두커는 필터링을 강하게 해서 침전물을 모두 없애는 것일까. 잰슨 부사장에게 물으니 몰리두커도 필터링은 최소화한다고 한다. 어린 와인은 침전물이 많지 않으니 병을 흔들어도 되지만, 올드 빈티지라면 흔들지 말고 마시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와인을 만들 때는 모든 노력과 정성을 다해서. 마실 때는 즐겁고 행복하게. 몰리두커는 그런 철학을 가진 와인이다. 재미난 레이블 때문에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와인이지만, 한 번 맛보면 레이블보다 그 맛이 잊혀지지 않는 와인이 바로 몰리두커다. 왼손잡이가 만든 특별한 와인 몰리두커에는 가족과 인생에 대한 사랑이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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