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토레스가 미래를 준비하는 법

스페인의 가족 경영 와이너리, 토레스(Torres)는 많은 와인애호가들에게 이름 자체로 신뢰감을 주는 브랜드. 1870년 바르셀로나 인근의 와인산지인 페네데스(Penedes) 지역에서 출발해 내년이면 설립 150주년을 맞는다. 카탈루냐 지방뿐 아니라 스페인에서도 대표적 와이너리로 꼽히는 토레스는 현재 160여 개국에 와인을 수출하며, 칠레와 미국에도 진출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 와이너리를 이끄는 이는 가문의 5대손인 미구엘 토레스 마자섹(Miguel Torres Maczassek). 그의 아버지인 미구엘 토레스(Miguel Torres)는 해외 진출의 기반을 닦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이끈 장본인으로 전 세계 와인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토레스는 가족 경영을 고수하며 과감한 투자를 통해 중요한 가치들을 지켜나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와인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과 친환경을 위한 노력이다. 지난 4월 24일, 한국을 찾은 미구엘 토레스 마자섹에게 토레스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구하고 있는 중요한 가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현재 토레스를 이끌고 있는 가문의 5대손, 미구엘 토레스 마자섹]


“좋은 와인은 좋은 포도밭에서 나옵니다. 그것은 곧 좋은 포도밭을 잘 보존해야 하는 이유죠.” 미구엘 토레스 마자섹은 자신의 아버지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라’는 가르침과 함께 늘 강조한 것이 자연환경 보존과 친환경 재배라고 말한다. 그것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중대한 프로젝트와도 직결된다. 토레스에서는 기후 변화에 따라 따라 포도 재배 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의 와인생산자들이 당면한 문제는 과거의 필록세라 같은 것이 아니라 지구온난화라는 환경 문제입니다. 우리는 더 큰 도전 앞에 놓여있죠. 해가 거듭될수록 지구의 온도는 더 높아질 거라 예상되고, 와인산지의 상황도 달라질 테니 와인의 품질을 지금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물을 정화해 재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는 등 포도 재배와 운송, 와인 생산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토레스는 사라진 토착 품종을 복원하는 데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운 기후에서도 잘 자랄 수 있으면서 떼루아의 특징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품종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필록세라의 이전과 이후, 품종의 개체수는 큰 차이가 납니다. 우리는 지역 신문에 광고를 내고 낯선 품종에 대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채집한 품종 중에서 56개의 토착 품종을 찾아냈죠. DNA 분석을 통해 품종의 근원을 알아내고 되살리는 과학적인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복원한 품종은 D.O 페네데스의 승인을 받았는데 그가 특별히 언급한 것은 포르카다(Forcada)라는 품종이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에 맞는 품종을 재배해야만 최상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중세시대에 더운 기후에서 자라다가 온도가 낮아지며 사라진 스페인 토착 품종들이 있는데 포르카다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신선한 산도가 매력적인 화이트 품종이죠.” 현재 시제품을 완성한 단계이며,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시장에 출시하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토레스는 저가 와인부터 프리미엄 와인까지 고른 사랑을 받고 있는 와이너리. 미구엘 토레스 마자섹은 한국 시장이 아시아에서 전체적인 소비량이 높진 않지만 프리미엄 와인의 소비량이 높다고 한다. 한국의 외식문화가 프리미엄 와인과 좋은 궁합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 이번 방한에서 그는 토레스의 플래그쉽 와인들을 와인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시음하고 최신 빈티지를 소개하는 세미나를 진행했다. 뛰어난 화이트 와인인 밀만다(Milmanda)부터 최근 새롭게 선보인 미수입 와인 마스 데 라 로사(Mas de la Rosa)까지 토레스가 자랑하는 와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미구엘 토레스 마자섹이 진행한 토레스의 아이콘 와인 테이스팅]


토레스 밀만다(Torres Milmanda) 2016

콘카 데 바르베라(Conca de Barberà)에는 오래된 고성이 있다. 중세시대의 성 중 하나로 이베리아 반도 전쟁 당시 피난처로도 이용된 밀만다성이다. 토레스는 이 성 주변에 펼쳐진 포도밭에서 사르도네를 재배해 밀만다를 생산한다. 이곳은 물을 잘 흡수하는 점토질 토양으로, 포도나무가 매우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자리잡을 수 있으므로 신선하고 산도가 뛰어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2016년은 7월에 꽤 높은 강수량을 기록한 반면 8월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았고, 그동안 점토질의 토양이 수분을 잘 머금고 있어 수확기에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흰 꽃과 복숭아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와 미네랄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와인으로 스페인 왕실의 공식 행사에 자주 등장하며,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쿠바를 방문했을 때 공식 만찬 와인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토레스 마스 라 플라나(Torres Mas La Plana) 2015

마스 라 플라나는 토레스에서도 특히 유명세를 자랑하는 와인으로 카탈루냐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산지인 페네데스에서 생산된다. 미구엘 토레스 마자섹의 아버지인 미구엘 토레스는 프랑스에서 포도 재배와 양조학을 공부하고 스페인으로 돌아와 1960년대 중반 까베르네 소비뇽을 식재했다. 이는 토착 품종이 아닌 품종을 처음으로 식재한 것이며,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생산한 마스 라 플라나의 첫 빈티지인 1970년산 와인은 1979년 파리 와인 올림피아드(Wine Olympics in Paris)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초기에는 소량의 템프라니요를 블렌딩했으나 1978년부터는 까베르네 소비뇽 100%로 생산하고 있다. 

현재 2013년 빈티지가 유통되고 있으며, 이날 시음한 것은 2015년 빈티지였다. 2014년에는 수확기에 많은 양의 비가 내렸기 때문에 마스 라 플라나의 품질과 명성에 부합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없으리란 판단으로 생산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구엘 토레스 마자섹은 한 해를 거르고 생산된 2015년 마스 라 플라나를 두고 “완벽에 가까운 빈티지”라 표현했다. 기후적 요소가 좋았고, 포도가 익어갈 무렵에 기온이 떨어져 시간을 두고 충분히 숙성될 수 있었으므로 좋은 구조감과 산도감을 갖춘 와인이 탄생했다는 것. 부드러운 타닌을 느낄 수 있으며 밸런스가 뛰어난 와인으로, 그는 20년 이상의 숙성잠재력을 예측했다.  


토레스 리제르바 레알(Torres Reserva Real) 2015

토레스의 최상급 와인 중 하나인 리제르바 레알은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Juan Carlos) 1세가 1995년 토레스의 1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것을 기념해 생산하기 시작했다. 페네데스에서도 4헥타르 정도의 작은 구획인 레스 아르네스(Les Arnes)에서 생산되며, 선별된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 메를로를 블렌딩해 만든다. 앞서 시음한 마스 라 플라나에 비해 더욱 응축된 느낌이며 초콜릿, 향신료 뉘앙스가 느껴지는 와인. 2015년은 마스 라 플라나와 마찬가지로 평균적인 기온이었으나 수확 직전에 다소 서늘했고, 덕분에 만족스러운 와인이 생산될 수 있었다고 한다. 소량 생산되는 와인으로 2015년 빈티지의 생산량은 총 2796병이다. 


토레스 그랑 무라예스(Torres Grans Muralles) 2015

그랑 무라예스의 이름은 중세의 포블레트(Poblet) 수도원의 성벽에서 유래한 것. 이 와인은 수도원 주변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데, 밀만다와 같은 콘카 데 바르베라 지역이지만 포도밭의 토양 성질은 매우 대조적이다. 밀만다와 달리 거친 암석 토양이며 배수가 원활해 수분 함유량이 낮은 편. 발사믹과 허브, 스파이시한 풍미가 복합적인 와인으로 가르나차(Garnacha), 모나스트렐(Monastrell), 까리네나(Cariñena), 가로(Garró), 께롤(Querol)이 블렌딩됐다. 특히 가로와 께롤 두 가지 품종은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토착 품종을 토레스 가문이 복원한 것이다. 가로는 가볍고 신선한 느낌을, 께롤은 타닌이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두 가지 모두 뚜렷한 특징을 잘 드러내는 품종들이다. 


토레스 퍼페추얼(Torres Perpetual) 2016

퍼페추얼은 프리오랏(Priorat) 지역의 5개 작은 구획에서 재배한 포도를 블렌딩해 생산한다. 평지가 없이 가파른 암벽 경사면에 형성된 포도밭이므로 기계를 사용할 수 없으며 모두 손수확으로 재배한다. 70여 년 수령의 오래된 까리네나와 가르나차를 재배하며, 돌이 많아 포도나무가 쉽게 뿌리 내리기 힘든 땅이지만 그런 환경을 극복하고 자란 포도나무에서 생산된 포도는 뛰어난 집중도를 보여준다. 프리오랏은 전반적으로 건조한 지역으로 2016년은 평균적인 기후였다고 한다. 까리네나 95%, 가르나차 5%를 사용했으며 강렬하면서도 올드 바인에서 오는 농축미를 느낄 수 있다. 


토레스 마스 데 라 로사(Torres Mas de la Rosa) 2016

마지막으로 시음한 마스 데 라 로사는 토레스에서 최근 출시한 새로운 와인. 미수입 와인으로 미구엘 토레스 마자섹이 이번 행사를 위해 가져온 것이다. 토레스는 프리오랏 지역에서 퍼페추얼을 생산하던 중 숨겨진 계곡에 있는 좋은 밭을 발견했다. 해발고도 550m에 자리한 2헥타르의 작은 밭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보다 서늘한 고지대를 찾고 있던 토레스가 원하는 조건이었다. 이곳은 소유주가 따로 있으며 그는 현재 토레스와 파트너쉽을 맺고 마스 데 라 로사를 생산하고 있다. 2016년 빈티지는 까리네나 60%와 가르나차 40%가 블렌딩됐다. 


[마스 데 라 로사를 포함한 시음 와인들]


자료제공: 사진제공: 신동와인

프로필이미지안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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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9.05.07 09:38수정 2019.05.18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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