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는 전 세계의 와인들을 만날 수 있다. 2008년 와인 세금 철폐 이후 와인 가격이 낮아지면서 다양한 와인들이 홍콩시장에 유입됐고, 와인 유통과 교육시장도 활성화됐다. 이제 홍콩에서 와인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데일리 주류로 자리잡았다.
홍콩을 여행하며 쇼핑과 관광을 마친 후 와인 한 잔을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번잡하지 않고 우아한 분위기의 개성 넘치는 와인바 3곳을 소개한다.

[르 깽즈 뱅스 (Le Quinze Vins, LQV)]
르 깽즈 뱅스 (Le Quinze Vins, LQV)
와인을 사랑하는 빠리지엥 몇몇이 모여 2010년 파리에 오픈한 르 깽즈 뱅스(Le Quinze Vins)는 편안한 분위기의 와인 비스트로다. 2014년 8월, 처음으로 해외 진출해 홍콩에 문을 열었다. 완차이(Wanchai)에 자리한 이곳은 프랑스 와인을 판매하는데,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지역 외에도 르와르강, 쥐라, 론강, 그리고 프랑스 남부의 랑그독 루시용 지역 와인까지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와인리스트를 정독하려면 30분은 족히 걸릴 정도. 글라스당 70-130HKD(10,000-20,000원 미만), 병당 300HKD(45,000원)부터 시작하는 부담없는 가격대로, 홍콩에 거주하는 젊은층이 즐겨 찾는다.
와인과 함께 즐길 만한 안주로는 프랑스의 다양한 치즈와 햄이 있으며 송로햄이 특히 유명하다. 심플한 구성의 메뉴지만 맛이 훌륭하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 치즈가 있다. 2017년 7월에는 와인바 바로 건너편에 프랑스 치즈 스페셜 상점 라 크레므리(La Cremerie)가 문을 열었다. 역시 르 깽즈 뱅스에서 운영하는 곳. 치즈 전문가가 안내하는 치즈의 매력에 빠져볼 수 있다.
르 깽즈 뱅스가 파리의 아늑한 바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와인 지식이 풍부한 와인 소믈리에가 상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호점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1년 뒤 센트럴의 조용한 재래시장 골목에 2호점을 오픈했고, 지난 4월에는 센트럴 케인 로드(Caine Road)에 3호점을 열었다. 이 동네는 법조인과 금융인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외국인들의 수요가 높은 곳이다. 미니멀한 인테리어와 아늑한 분위기, 퀄리티 높은 햄과 치즈 안주, 그리고 무엇보다 1000여 가지 이상의 프랑스 와인을 갖췄으니, 홍콩에서 작은 프랑스를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주소 :
1호점 - 9 Swatow Street, Wanchai
2호점 - 32 Gage Street, Central
3호점 - 118 Caine Road, Mid-Levels, Central

[라 카반 와인 비스트로 (La Cabane Wine Bistro) / 출처: 라 카반 비스트로 페이스북]
라 카반 와인 비스트로 (La Cabane Wine Bistro)
2010년부터 센트럴 소호에 자리한 작고 아담한 와인 비스트로. 개업 초부터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내믹 와인, 내추럴 와인을 파는 곳으로 자리잡았고, 2017년부터는 내추럴 와인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곳을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다. 따뜻한 스프, 간단한 계절 메뉴와 치즈, 디저트 같은 바 스낵메뉴가 있으며 가격대가 저렴한 편이다. 유럽의 젊은 직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메뉴를 소개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갖춰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르와르강, 보졸레, 쥐라, 사보이, 남서부의 카오르 지역과 아름다운 지중해 휴양지인 코르시카 섬 와인 등 프랑스의 전형적인 지역을 벗어난 와인들이 주를 이루므로, 생소하고 작은 와이너리들을 만나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오렌지 와인을 갖춘 것 또한 이곳의 특색이다. 오렌지 와인은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처럼 포도껍질을 제거한 후 발효하는 게 아니라 포도껍질과 씨앗을 과육과 함께 접촉, 침용시킨 후 발효해 오렌지 빛깔을 띤 와인이다. 양조 시 자연효모를 사용하며 이산화황도 첨가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화학적, 기술적 개입으로 만들어 자연이 주는 그대로의 맛을 최대한 유지한다.
프랑스 외에도 오스트리아, 남아공, 호주 및 뉴질랜드 등 다양한 지역의 와인이 있다. 글라스당 가격은 60-150HKD(9,000-22,500원) 정도로 무난한 편. 병당 가격은 300-1000HKD(45,000-150,000원) 정도로 부담없는 가격대다. 와인 리스트는 매달 업데이트되고, 메뉴도 계절별로 바뀌어 늘 생동감이 넘치고 새로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
*주소: 62 Hollywood Road, Central

[제임스 서클링 와인 센트럴 (James Suckling Wine Central) / 출처: 제임스 서클링 와인 센트럴 홈페이지]
제임스 서클링 와인 센트럴 (James Suckling Wine Central)
현재 홍콩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는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이다. 미국 출신으로 미국과 유럽 외에도 중국 베이징, 홍콩, 태국 방콕 등 아시아에서 순회 와인 시음회를 진행하는 그는 로버트 파커의 은퇴 이후 와인업계의 별로 떠올랐다. 제임스 서클링은 작년 중순 홍콩 센트럴에 고급 한식 레스토랑이자 와인바를 열었다. 한국인 부인인 마리 킴 서클링(Marie Kim-Suckling)은 영국의 유서 깊은 와인 수입사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자 이곳의 사업파트너다. 또 다른 파트너는 한식, 이탈리안 모던 퓨전 레스토랑인 모요(Moyo)의 오너 프란체스코 리(Francesco Lee)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한국인으로 모요에 식사하러 온 제임스 서클링 부부와 만나며 인연을 맺게 됐고, 현재 와인 센트럴의 매니징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다.
이곳을 소개하는 이유는 30페이지가 넘는 와인리스트의 매력 때문이다. 글라스 단위로 주문할 수 있는 바이 더 글라스(by the glass) 와인이 300여 종이며 가격은 85HKD(13,000원 미만)부터 500HKD(75,000원) 정도까지 있으며, 이는 제임스의 점수(90-100 포인트) 또는 와인 스타일에 따라 구성돼 있다.
‘Tasting Flight’이라는 테마의 페이지에는 3가지의 와인을 테마별로 묶어 놓았다. 예를 들면, 과즙이 풍부한 보졸레 3종, 산뜻한 화이트 3종, 지역별 대표 피노 누아 3종, 제임스 서클링 100포인트 와인 3종 등이다. 또 ‘JS’s Cellar Selection’에는 제임스가 20년 넘게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여름을 보내며 수집한 이탈리아 와인들이 주를 이룬다. 그가 적어놓은 문구도 흥미롭다. “80년대 와인을 마셔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주문하지 말 것.” 이는 80년대 와인 같은 올드 빈티지 와인들을 마셔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버섯, 가죽, 펜슬, 토양 등의 풍미가 날 테니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은 주문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곳은 입구 왼쪽에 소파에서 편안하게 앉아 즐길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이 자리하고, 센터 쪽에는 소믈리에와 대화하며 마실 수 있는 바가 있으며,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식사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정식 레스토랑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간 2만여 종의 와인을 시음하고 평가하는 제임스 서클링 와인 센트럴, 와인에 애정이 깊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주소: 2nd Floor, 22 Staunton Street, 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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