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내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시아에서 내추럴 와인 트렌드가 먼저 자리잡은 곳은 일본이다. 홍콩 또한 2010년 초부터 내추럴 와인셀러/바를 중심으로 내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있지만 워낙 전 세계 다양한 와인들이 공급되고 있고, 프랑스 보르도/버건디 와인과 같은 고급 와인의 소비가 사회적인 위치를 대변하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내추럴 와인은 한번쯤 새롭게 도전해 보는 와인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글은 홍콩에서 와인업에 종사하고 있는 세 명의 전문가들의 홍콩 및 일본 내 내추럴 와인 시장에 대한 개인적 의견들을 나누고자 하고, 대화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가장 먼저 카오리에게 일본 내추럴와인의 성장배경과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카오리 야마다(Ms. Kaori Yamada), 일본 와인 전문 수입사 제이-비니피티(J-Vinifity) 대표 및 마스터 오브 와인 지원자(Master of Wine Candidate)]
- 홍콩에 앞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내추럴 와인 트렌드가 자리 잡은 일본, 그 배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크게 3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는 먹고 마시는 것을 통한 건강한 삶을 중시하는 문화입니다.
일본의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 친환경 상품을 건강함과 연관시키는데, 이는 뉴욕, 런던, 파리 그리고 홍콩과 같은 세계 대도시에서도 마찬가지죠.
일본 티비 프로그램을 보면 거의 매일 음식에 들어간 영양소 정보를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 x가 피부에 좋다’, ‘ y를 먹으면 꽃가루 알러지에 효과적이다’ 등의 메세지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식품업계 판촉 활동에도 ‘친환경적이고 건강에 좋은’과 같은 문구를 통해서 홍보를 하죠. ‘무 지방’, ‘저칼로리’, ‘100% 자연성분’ 과 같은 단어들은 음식 뿐 만 아니라 알콜/ 비알콜 음료부문에서도 볼 수 있어요. 이와 같은 컨셉이 와인 부문에도 적용되어 내추럴 와인 문화가 번창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둘째는 와인에 첨가되는 산화방지제 (아황산염)에 대한 오해와 혼돈을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상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은 와인에 들어가는 항산화제의 유무 여부도 신경을 많이 써요. 와인을 마신 후에 두통이 있는 원인이 이 때문이라고 강하게 믿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와인에 포함된 아황산염의 부작용에 대해 다룬 기사들 중 일부 글들은 근거가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이런 글을 읽고 아황산염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판단을 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항산화제가 적게 들어간 와인을 찾는 거죠. 와인을 마신 후에 머리가 아픈 이유가 비단 이 원인만은 아닌데 ‘내추럴 와인은 아황산염을 거의 넣지 않았기 때문에 마신 후에 두통이 없다.’라고 홍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이기는 하지만, 이런 오해들이 분명히 내추럴 와인 트렌드가 성장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셋째로 색이 탁한 와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너그러운 자세입니다.
많은 내추럴 와인들이 크리스탈과 같이 투명한 색을 띠지 않아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팔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와인의 혼탁도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일본 전통주 사케의 한 종류인 탁주, 니고리(Nigori) 덕분인데요, 일본 사람들은 니고리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통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고, 이런 인식 때문에 내추럴 와인의 혼탁도에도 너그럽습니다.
위 3가지 요인들과 더불어 최근 내추럴와인 옹호자들, 미디어, 그리고 와인 칼럼리스트들이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을 포함한 내추럴 와인과 건강에 연관된 글들을 많이 쓰면서 트랜드가 꾸준히 확장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일본에서 내추럴와인의 인기는 계속될까요?
일본에서는 계속 성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오렌지 와인에 대한 글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특히 도쿄에서 인기가 많아요. 게다가 일본은 올해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과 와인 관세 철폐 계약을 맺었고 미국과도 같은 내용을 협상 중에 있습니다. 유럽연합국과의 경제 동반자 협정(EPA: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유럽연합에서 수입한 와인 수량이 작년 대비 12% 증가했고, 일본 대표 와인 양조장인 샤토 메르시안(Chateau Mercian)의 와인판매량은 10% 증가했어요. 일본 소비자들은 유기농 와인을 포함한 유럽의 와인들을 좀 더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고, 일본에서 내추럴 와인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야드버드의 기요시(Kiyoshi)와 레오(Leo)에게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입장에서 체감하는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기요시 호시미-캐인즈(Mr. Kiyoshi Hoshimi-Caines), 야드버드(Yardbird) 레스토랑의 헤드 소믈리에 겸 그룹 음료 메니져]
-와인 리스트에 내추럴 와인을 구비하고 있나요? 판매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기요시] 색깔이 확실한 내추럴 와인을 몇 가지 구비하고 있습니다. 다양하고 밸런스 있는 와인리스트를 만들다 보니 내추럴 와인을 일부 넣었어요. 내추럴한 방식으로 만들지만 그렇게 브랜딩을 하지 않은 프로듀서의 와인들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내추럴와인을 특별하게 홍보하지는 않아요. 대신 손님이 요즘 트렌드인 내추럴 와인에 대해 묻는 경우 와인에 대한 설명을 해드립니다. 어려운 점이라면, 몇몇 내추럴와인은 펑키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어서 주문하려는 고객이 있으면 미리 충분히 설명을 드리도록 직원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이런 부분을 알고 드셔야 나중에 놀라지 않을테니까요.
[레오] 내추럴 와인 페이지가 따로 있습니다. 내추럴 와인은 인기가 많은 편이에요. 손님 10명 중 1명은 내추럴 와인을 찾습니다. 특히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말바시아(Malvasia), 트레비아노(Trebbiano),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비토브스카(Vitovska) 와 같이 껍질이 두껍고, 아로마틱한 포도품종은 내추럴 와인을 생산하기에 적합합니다. 이들을 고대 암포라 (Amphora) 토기에 숙성시켜 과일의 풍미를 더욱 드러내고 와인의 농도를 응축시키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런 와인들은 짭짤하고, 감칠맛 나고, 맛이 풍성하며, 크리미한 질감의 음식들과 잘 어울리는데, 우리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토스카 (Tosca) 식사 메뉴 중 건조 숙성된 참치알 조개 봉골레 파스타(Busiate Trapanesi alle due Bottarghe con Vongole e Erbe Fresche)와 위의 포도품종의 내추럴 와인의 마리아주가 좋습니다. 이 밖에도 성게, 게알, 새우알과 같이 감칠맛이 나는 해산물과 매콤한 음식 그리고 저장음식과도 잘 어울려 추천합니다. 판매하는데 어려운 점이라면 내추럴와인의 수명이 일반와인보다 짧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판매해야 해요.

[레오 로(Mr. Leo Lo), 홍콩 리츠 칼튼(The Ritz-Carlton, Hong Kong) 호텔의 헤드 소믈리에]
공통 질문으로 홍콩 내추럴 와인 시장의 미래 전망과 그들이 생각하는 '한 마디 정의'를 들어보았다.
-홍콩에서는 내추럴와인이 아직 틈새시장인데 주류로 편승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카오리] 내추럴 와인이 주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점차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홍콩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들, 특히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자란 여성들이 내추럴와인의 주요 소비자에요. 현재 마켓 점유율이 작은데 그 이유는 좁은 소비자층과 이를 홍보하는 영향력 있는 옹호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점 확장될 겁니다. 홍콩의 주요 와인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추구하는 편이에요. 사케도 알려진 브랜드를 마시죠. 이런 마켓에서 내추럴와인에 대한 다른 시각을 키우고, 소비자의 행동양식과 연결시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에요. 홍콩의 문화는 ‘프리미엄화(Premiumisation)'가 여전히 팽배해서 소비자들은 브랜드와 가격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죠. 이런 문화가 내추럴와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홍콩에 사는 사람들 역시 건강에 관심이 많지만 일본에서 건강과 친환경적인 상품을 추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죠.
[기요시] 홍콩에서 내추럴와인의 성장동력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직 정점을 찍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와인마켓으로서의 홍콩은 언제나 전통와인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오] 많은 소비자들이 내추럴 와인의 철학과 무엇과 함께 마셔야 할지 이해하게 된다면 분명히 홍콩 마켓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추럴와인을 몇 단어로 정의한다면요?
[카오리] "최소한의 화학물질(Minimal Chemical)과 전통(Tradition)"
[기요시] "야생적이고(Raw),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Unadulterated), 생동감이 넘치며(Lively), 재미있는(Fun) 와인"
[레오] "포도와 포도밭 테루아의 진정한 맛을 보여주는 와인. 음식과 마리아주가 훌륭하고 어릴 때 마시기 좋은 건강한 와인"
홍콩 내의 내추럴 와인시장은 아직 성장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와인의 프리미엄화는 차츰 대중화(Normalisation)로 변화하고 있다. 내추럴 와인의 근본적인 철학은 환경을 중요시하고, 지역, 포도 품종 본연의 색깔을 자연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꾸밈없고 자신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모습과 조금 닮아있는 듯하다. 수입 및 재고 관리가 일반와인보다 어렵고, 저장보관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내추럴 와인, 와인업계 종사자들의 스토리텔링으로 일반 소비자들과 좀 더 쉽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때, 정통 와인 시장인 홍콩에서 니치 마켓이 아닌 일상적으로 마실 수 있는 데일리, 하우스 와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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