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브리디시(Brindisi)행 국내선을 갈아타고 약 1시간 10분 정도 날라가서 다시 택시를 타고 탔다. 헤드라이트를 향해 날라오듯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가 다시 환해지는 묘한 현상들을 바라보면서 약 20-30분을 달렸다. 스파가 있는 리조트 호텔인 마쎄리아 팔롬바라(Masseria Palombara)에 도착해 느낀 기분 좋은 라벤더 향이 이곳의 첫 느낌이다.

놀라웠던 것은 호텔 리셉션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5-10분 정도 걸린다는 것. 그래서 차로 숙소에 이동했을 정도이며 각 객실과 건물들 앞에는 자전거들이 비치되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추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16세기에 설립된 모습을 그대로 잘 유지하고 있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이 호텔은 총 18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의 전체 대지는 100헥타르 (약 33만평)이라고 했다. 이곳 호텔 레스토랑은 다양한 야채와 일부 과일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직접 재배해 자급자족을 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많이 생소하기도 하고 쉽게 올 수 없을 것 같은 이곳 만두리아(Manduria)는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인들에게는 여름 휴양지로 즐겨 찾는 인기 지역이다. 고전적인 건물과 깨끗한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이 해변 도시는 관광객들에겐 인기있는 곳이다. 오랜 와인 역사와 문화를 증명하듯 매우 큰 규모의 프리미티보 와인 박물관이 시내에 위치하여 생생한 역사와 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만두리아(Manduria)는 프리미티보(Primitivo) 포도품종으로 특히 유명하다. 아직은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이 품종은 미국산 진판델(Zinfandel)이란 품종과 같은 패밀리에 속하는 품종이라고 한다면 더욱 쉽게 이해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가격이 저렴하면서 달콤한 맛을 내거나 혹은 진하지만 부드러운 스타일의 진판델은 마시기 편한 스타일로 매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예전엔 이 품종이 미국에서 유일하게 자라는 포도품종으로 알려져 있었다가 나중에 이탈리아의 프리미티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프리미티보는 매우 오래된 품종으로 1700년경 발칸반도(그리스, 일바니아 등을 포함한 여러 고대국가로 구성)를 통해 여러 국가로 유입이 되었는데 이탈리아에서는 프리미티보라 부르게 되었고 미국에서는 진판델로 그 이름이 쓰여지게 된 것이라 한다.
이탈리아에서 프리미티보(Primitivo)란 이름이 처음 사용된 것은 1891년에 만두리아(Manduria) 지역에서였다. 만두리아가 속한 풀리아는 이탈리아의 와인문화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미티보를 그대로 해석하면 원초적인, 원시적인, 최초의 등과 같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다른 포도나무들보다는 좀 더 일찍 익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품종은 8월 중하순부터 수확해야 할 정도로 다른 품종에 비해 매우 빨리 과숙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빨리 익는다는 의미의 프리미티보란 이름이 붙여졌다. 포도 껍질은 얇고 민감하여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발효 및 숙성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와인의 과실적인 신선감을 잘 유지하면서 적절한 산미와 감싸는 듯한 부드러움을 준다.
3주 정도 짧게 발효하고 3개월 정도, 길어도 1년정도만 생산자의 재량에 따라 일반 탱크 혹은 오크통에서 숙성된다. 분명한 것은 프리미티보는 오랜 기간 보관되는 품종은 아니라는 점이다. 프리미티보 생산자에 따르면 최대 10 년 까지 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과실적인 산미가 풍부하며 적절한 타닌과 균형감이 잘 잡힌 와인. 마시기 편한 특징이 있다.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Primitivo di Manduria)

만두리아(Manduria) 지역은 바다와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산은 전혀 없고 전체가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스와 발칸반도를 통해 신성로마 시절에 처음 포도나무가 이곳에 심어졌다. 지금은 이곳에 약 500여 종의 품종들이 풀리아 지역에서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자라고 있는 토착 품종들이 1000여종이 넘는다고 알려졌으니 풀리아 지역에서 거의 절반이 발견되는 셈이다.
풀리아 내 만두리아에서는 포도품종 프리미티보(Primitivo)가 매우 주목을 받는 품종이다. 만두리아의 전체 생산량의 약 90프로를 차지 할 정도로 인기있는 품종이며 생산량의 70-80프로가 해외로 수출될 정도다. 그 이외에 네그로 아마로(Negro Amaro) 등이 생산된다.
만두리아는 다양한 토양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에 따라 와인 스타일도 다양하다. 진흙과 함께 차가운 토양이 있거나 모래와 석회암이 많은 토양에서도 포도나무가 자라기도 한다. 토양에 따라 그리고 와인메이커의 철학에 따라 와인은 프루티한 과실 산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오크향 풍미를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가벼운 로제에서 묵직하면서 구조감이 단단한 느낌을 주는 와인들도 많다.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협회 (Consorzio Primitivo di Manduria)는 1998년에 10개의 생산자 혹은 재배자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협회이다. 프리미티보 와인을 보호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 협회는 프리미티보 등급에 관련된 법령을 2002년에 공식화했다. 이 등급에 해당하는 구역들은 타란토(Taranto)와 브린디시(Brindisi) 사이에 위치한 구역들인데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DOP (Primitivo di Monduria DOP),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내추럴 스윗 DOCG(Primitivo di Manduria Natural Sweet DOCG), 그리고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DOP 리저브 (Primitivo di Manudria DOP Reserve)로 등급들이 책정되었다.
지난 수년간 생산자 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왔으며 지금은 지중해 연안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품종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협회가 추구하는 것이 자연 환경을 고려하여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것이라고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협회장인 마우로 디 마찌오(Mauro di Maggio) 씨는 말한다. 그는 현재 산마르짜노의 총괄디렉터이기도 하다. 협회장은 여러 생산자들 중에서 선출되는데 한번 선출되면 임기 기간이 5-10년 정도이다.
만두리아에서 만난 대표 와인 생산자들
-테누테 에메라 Tenute Emera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와인 협회는 자연 환경을 고려하여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와이너리를 소개하여 방문했다. 테누테 에메레(Tenute Emera)의 오너 와인메이커인 클라우디오 콰르타(Claudio Quarta) 씨의 프리미티보는 마이크로 발효를 하고 3-4개월 정도 짧게 숙성시켜 과실적인 신선감을 잘 표현하는 와인을 만들거나 1년 정도 숙성해 적절한 산미와 과실적인 특징이 잘 표현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이 와이너리는 바닷가에 위치하여 모래가 많은 토양과 프리미티보 재배에 매우 적합한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으며 자연을 잘 보존하는 친환경적인 재배법을 잘 유지하고 있다. 클라우디오는 진정 프리미티보를 사랑했고 오로지 프리미티보만을 생산했다고 한다. 그의 사랑이 고스란히 와인에 담겨 있는 듯 매력적인 맛과 향 그리고 균형잡힌 유연함을 선사하였다.

-칸티나 바르발리오네 cantina varvaglione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칸티나 바르발리오네 는 4대째 가족 소유의 와이너리이다. 전통적이고 오가닉 방식으로 와인을 만든다. 총 400 헥타 중 150헥타가 포도밭이다. 이곳에서 약 400만병이 생산되는데 풀리아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와이너리로는 가장 크다. 수분을 많이 보류한 진흙토양으로 구성된 포도밭에는 충분히 수분을 머금고 있기에 따로 관개시설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60-90년이 넘은 포도나무가 여전히 훌륭한 풍미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이 와이너리는 생산량이 꽤 많지만 품질에 있어서도 최고를 추구한다. 감베로로쏘는 이 와이너리의 와인에 트레비키에리(글라스 3개)를 부여함으로써 그 품질의 우수성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오래된 포도나무 수령처럼 와인에서 느껴지는 깊은 풍미가 일품이었던 와인들이 생각난다.
-안티코 팔멘토 Antico Palmento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에는 매우 작은 와이너리도 있다. 이중 가장 작은 규모의 와이너리 중 하나를 찾았다. 150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4대째 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이 와이너리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직접 포도를 밟아서 와인즙을 착출한다. 약 18000병(1500케이스/12병)이 총 생산량이다. 전통적인 콘크리트 통에서 발효 숙성하거나 뉴오크통에서 숙성된 리제르바급 와인 그리고 늦은 수확을 통한 돌체 내추럴(Dolce Naturale)을 생산하고 있다. 진한 풍미와 강인한 레드 와인에서부터 늦수확하여 달콤한 맛의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 와인이 주는 말린 과일과 쨈 그리고 초콜릿과 같은 풍미가 인상적이었다.

-산 마르짜노 Cantine San Marzano
1962년에 19개의 생산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협동조합 형태의 와이너리로 시작했다. 지금은 약 1200개의 생산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200ha 면적에 2천만병이 생산되는 만두리아에사 가장 큰 규모의 와이너리이다. 매우 현대적인 시설과 기술들 그리고 소비자의 입맛을 잘 간파해 대중성과 상업성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와인들이 전체적으로 맛있다 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프리미티보는 좋은 산도와 프루티한 신선감, 균형 잡힌 탄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산마르짜노 총괄 디렉터인 마우로 디 마찌오(Mauro di Maggio) 씨는 말한다. 현재, 산마르짜노 와인들은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금양인터내셔날을 통해 수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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