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띠 수출 담당자인 지미 미누텔라 Jimmy Minutella]
레나토 라띠(Renato Ratti)는 최근 이름을 라띠로 변경하고, 2015년 산 바롤로 3종으로 1965년부터 시작된 단일 포도원 바롤로 생산 50주년을 기념하는 월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때마침 라띠 마르체나스코(Marcenasco) 2015년 산은 2019년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선정 최고의 와인 100종 중 27위를 차지했다는 희소식도 날아들었다. 바롤로 애호가라면 꼭 알아야 하는 바롤로 명가, 라띠 이야기를 만나보자.
[라띠 와이너리 전경]
레나토 라띠 역사
레나토 라띠는 1934년 빌라팔레토(Villafalletto)에서 태어났다. 의사였던 그의 외할아버지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공영진료소를 운영하게 되면서 가족이 빌라팔레토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유년기를 보낸 레나토는 토리노에서 거주하다 1948년 그의 아버지가 작고하자 할아버지의 집이 있는 망고(Mago)로 이사 왔다. 레나토는 알바(Alba)에 있는 와인 양조 학교에서 1953년 학위를 받았으며 약초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토리노 농업대학으로 진학해 공부하다가 1954년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시작했는데, 두어 개 회사를 거쳐 친자노(Cinzano)로 옮기게 됐다.
1955년 친자노는 당시 21세였던 레나토를 브라질 지부로 파견 보내 와인 생산을 돕게 했다. 황무지에 불과했던 브라질 포도원은 레나토에 의해 안정을 찾아갔고, 친자노는 24살이 된 레나토를 친자노 브라질 지부 대표로 임명했다. 젊음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레나토는 새로운 세상이 던지는 수많은 도전에 응하며 내공을 쌓았다. 이 기간 그는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수많은 와인을 시음하고 와인 품질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고 한다.

[라 모라 아눈지아타]
1950~60년대 와인 시장에서 이미 바롤로는 대한 인지도와 중요도는 높았지만, 여전히 품질은 그만그만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1961년 프랑스에서 와인 교육을 받고, 1962년 친구인 지지 로쏘(Gigi Rosso)를 통해 와인을 구입해보면서 레나토 라띠는 랑게(Langhe)에 투자 계획을 세웠다. 그는 라 모라(La Morra)에 있는 아눈지아타 수도원(Abbazia dell’Annunziata)근처 포도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1965년 6월 친자노와의 협력 관계를 중단했다. 이로써 레나토 라띠는 바롤로 와인 생산자의 대열에 서게 됐다.
레나토 라띠 와인은 1965년 첫 출시되었고, 1968년 포도원을 확장하게 된다. 레나토는 1969년에는 양조 기술자로 인연을 맺게 된 마씨모 마르티넬리(Massimo Martinelli)와 그의 생전 유대 관계를 지속했는데, 이는 레나토 라띠의 아들이자 현재 소유주인 피에트로(Pietro)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라띠 포도원 수확 모습]
레나토 라띠는 최초로 랑가(Langa)의 그랑 크뤼 지도인 카르타 델 바롤로(Carta del Barolo)를 그려낸 인물이다. 마씨모는 그의 출판 작업과 연구에 큰 도움을 줬다. 1971년 레나토 라띠는 <타르투포 기사단>과 <알바의 와인들(와인과 미식 협회)>의 도움으로 <알바의 포도밭과 와인들>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은 오늘날까지 이 지역에 대한 최고의 지침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진정한 선생님의 마음으로 교육적인 글을 썼고, 사람들은 그가 전하는 와인의 세계와 지식에 빠져들었다. 1973년에는 <와인의 문명>, 1974년에는 <현명한 시음자를 위한 입문서> 등을 출간했다. 그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협회를 이끌었고, 이후 아스티 스푸만테 협회도 이끌었다. 알베이사(Albeisa)라 불리는 알바 와인 병 협회를 창설하고 라띠 알바 와인 박물관도 완성했다. 이렇게 엄청난 활동은 하던 그는 안타깝게도 1988년 54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라띠 양조장]
레나토 라띠는 단일 포도원 바롤로를 최초로 만들었다. 이는 바롤로는 서로 다른 포도원 포도를 블렌딩하여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왔던 전통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만든 와인이었다. 레나토는 특정 크뤼, 즉 단일 포도원이 다른 포도원에 비해 월등히 다른 풍미와 품질을 지닌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마치 부르고뉴 그랑 크뤼 와인처럼 테루아가 네비올로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를 와인에 담았다. 테루아 표현력과 더불어 그가 원하는 바롤로는 우아함, 숙성 초기에도 마시기 쉬우면서 동시에 장기 숙성 잠재력이 큰 와인이었다. 단일 포도원 바롤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고, 이후 많은 생산자가 단일 포도원 바롤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금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까지 단일 포도원 지도가 완성되고, 이런 영향이 바르베라까지 퍼져나간 걸 보면, 그의 영향은 정말 대단하다.
지역 영웅으로 존경 받던 아버지 레나토 라띠를 잃은 아들 피에트로는 20살을 갓 넘긴 어린 나이였다. 허나 피에트로는 마씨모 마르니텔리에게 초기 15년 정도를 함께 일하면서 아버지의 지혜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레나토 생전, 어린 피에트로를 프랑스 유명 샤토 및 미국 로버트 몬다비로 보내 다른 곳에서 와인을 어떻게 만들고 어떤 스타일이 존재하는지 경험하게 한 일은 일찍 아버지를 여읠 운명이었던 피에트로에겐 신의 한 수였다. 피에트로는 아버지의 철학을 잘 받아들이고 열린 시선과 마음으로 새로운 기술과 적용에 유연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는 일부 와인에 소재나 크기가 다른 배럴을 적용해보는 등 아버지처럼 연구와 노력을 쉬지 않는다.
[라띠 포도원 지도]
피에트로는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포도원 외에 새로운 포도원을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롤로 와인이 유명해지자 포도를 팔던 계약 농가들이 포도를 파는 대신 직접 와인을 만들기 시작해서 포도를 확보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피에트로는 우아하고 과실 풍미가 좋으며 숙성 초기 즐기기 좋은 와인을 얻을 수 있는 포도원이라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포도원에 투자를 하고 있다. 피에트로는 늘 10개월간 포도원에서 고생한 걸 와인 양조장에서 망치지 말고 그대로 와인 병에 담자는 말을 한다고 한다. 그도 다른 어떤 와인 산지보다 라 모라와 크뤼 포도원의 탁월성을 강하게 믿고 와인을 빚는다.
[라띠 와인들]
레나토 라띠 와인들
레나토 라띠 와인은 군인이 그려진 라벨 와인과 황갈색 바탕에 새가 그려진 라벨 2종류로 구분된다. 그리고 피에트로는 다음 세대를 위해 과감히 레나토 라띠에서 라띠로 이름을 변경했다.
군인이 그려진 라벨은 18세기 랑게 지역이 프랑스 지배를 벗어난 직후 각 마을 별로 다른 군복을 입은 자치군이 있었던 것에 착안했다. 이 군인 라벨에는 샤르도네, 돌체토, 소비뇽 블랑, 바르베라, 그리고 네비올로 품종 와인이 있다.
한국에서는 군인 라벨을 지닌 와인 중 랑게 네비올로 오케띠(Langhe Nebbiolo Ochetti)를 만날 수 있다. 이 와인은 라띠 전체 와인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인기 와인이라고 한다. 오케티는 1969년 처음으로 출시되었으며, 포도원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로에로(Roero)에 있다. 이곳 토양은 모래가 주를 이루며, 와인은 섬세한 향에 부드러운 타닌이 특징적이다. 2017년은 건조한 해로 포도가 매우 잘 익었으나 크기가 약간 작았다.
라띠 랑게 네비올로 오케띠 2017년 산 와인은 잘 익은 라즈베리와 딸기, 은은한 스파이스 향과 풍미를 지니며, 부드러운 벨벳 같은 타닌을 지니고 있다. 숙성 초기 즐길 수 있는 접근성과 가성비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와인이다. 올 가을 겨울 바로 열어서 마실 수 있고, 3~5년 정도 기다렸다 즐기면 네비올로가 주는 감초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모든 육류 요리에 훌륭하게 페어링 할 수 있다.

[라띠 숙성실]
라띠 바롤로 크뤼 와인 50주년 기념 와인이자 2019년 와인 스펙테이터 최고의 와인 100종 중 27위에 오른 마르체나스코 2015년 산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와인 2005년 산은 2009년에도 와인 스펙테이터 최고의 와인 100종 중 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리스트에 오른 바롤로 중 가장 등수이기도 하다. 마르체나스코는 고대 이 포도원이 있던 마을을 부르던 말이다. 2015년은 따뜻한 해여서 부드러운 타닌과 풍성한 과실 풍미를 지닌다. 라띠 마르체나스코(Ratti Marcenasco) 2015년 산 와인은 정말 잘 익은 각종 붉은 열매 향이 가득하다. 살짝 스치는 꽃, 각종 스파이스, 미네랄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딸기와 감초 풍미가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몹시 긴 사랑스런 와인이다.
로케 델 아눈지아타(Rocche dell’Annunziata)는 바롤로 크뤼 중 매우 잘 알려진 곳으로 레나토 라띠가 나눈 포도원 분류에서도 최상위 카테고리에 속한 포도원이 있는 곳이다. 로케 델 아눈지아타는 내수 시장 인기도 좋아 생산량의 70%가 피에몬테와 롬바르디아에서 소비되고, 해외 시장 중에서는 특히, 미국, 캐나다, 북유럽 국가에서 인기가 많다. 로케 델 아눈지아타 와인 2015년 산은 검은 열매 향이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며, 체리, 딸기, 꽃 향이 하나씩 변화를 주며 느껴진다. 입에서는 살짝 서늘한 느낌을 주며, 야생 허브, 감초 등의 복합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미네랄 풍미가 잔잔하게 느껴지며 매우 우아하고 긴 여운을 지녔다.
콘카(Conca) 2015년은 3.5헥타르가 전부인 가장 작은 크뤼인 콘카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콘카 포도원에 땅을 갖고 있는 생산자는 3명인데, 이중 한 명은 콘카 포도원 포도를 블렌딩에 쓰고 라띠와 마우로 몰리노가 콘카 단일 포도원 와인을 만든다. 콘카 포도원은 바람이 피해가고 남동향이라 풍부한 일조량을 지는데, 이 따뜻한 기운이 머물러 있어 늘 잘 익은 포도를 얻을 수 있다. 포도원 사이사이 아네모네 꽃이 붉은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콘카 와인은 사람들로부터 상냥한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생산량의 거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팔린다고 한다. 콘카 2015년 산 와인은 아직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단계는 아닌데도, 잔을 흔들기 전 맡은 정지향에서부터 앞선 2종의 크뤼 와인과는 전혀 다른 향을 준다. 그 향이 매우 매력적인데, 화사하고, 장미, 스파이스, 다양한 잘 익은 열매, 특히 체리 향이 농밀하다. 입에서도 훨씬 부드러운 느낌이며 동시에 유연한 타닌과 진한 맛을 낸다.
와인 애호가로서 만추에 네비올로 한 잔을 기울이지 못한다는 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닐까? 가볍게 즐기길 원한다면, 가격이나 접근성에서 우월한 오케티를, 특별한 자리나 순간을 준비한다면 라띠 크뤼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어쩐지 쓸쓸한 가을의 마음을 따스한 온기로 꽉 채워줄 최고의 와인, 라띠 와인을 꼭 경험해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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