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탈리아 토착 품종 정복하기 -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 바실리카타 주


‘평생 한 나라의 와인만 마실 수 있다면 어떤 나라 와인을 고를래?’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잔인한 질문을 한다면, 나는 눈 딱 감고 이탈리아 와인을 선택할 것이다.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산미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화이트와 레드가 모두 잘 자라는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이탈리아 와인이 너무 좋아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올해 목표를 이탈리아어 공부로 잡았을 만큼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열정이 있는 애호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랑스 와인이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빼어난 수재 같은 친구라면 이탈리아 와인은 살짝은 쭈뼛쭈뼛한 모습이 안타까워 애정과 관심을 더 주고 싶은 느낌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를 다 제치고, 이탈리아 와인을 사랑하는 단 하나의 이유를 꼽으라고 한다면 이는 바로 셀 수 없이 다양한 품종에 있다. 평생 마셔도 다 못 마실 것 같은 이탈리아 포도 품종의 다양성은 그 아무리 뛰어난 와인 전문가라도 겸손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또한, 하나하나 새로운 품종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성취감과 영감을 선사하며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탈리아 와인의 유명 산지는 중북부에 많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반대로 이탈리아 남부 와인부터 탐구해 볼 생각이다. 와인 덕후의 진정한 미덕은 바로 남들이 찾지 않는 나만의 독특한 지역과 품종을 찾아 마시는 일이니 말이다. 이탈리아 남부는 4개 주와 2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세히 서술해보자면, 캄파니아(Campania) 주, 바실리카타(Basilicata) 주, 칼라브리아(Calabria) 주, 풀리아(Puglia) 주, 시칠리아(Sicily) 섬, 사르데냐(Sardinia) 섬이다. 그리고 각 지역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토착 품종을 가지고 있어 더욱더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이번 기사에서는 남부의 캄파니아 주와 바실리카타 주에서 자라는 토착 품종을 소개해보려 한다. 캄파니아 주는 포지타노, 소렌토가 있는 아말피 해안,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폼페이, 피자의 고향이자 세계 3대 미항인 나폴리로 유명한 관광지로만 알려졌지만, 사실은 숨은 보석 같은 와인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나 또한 이탈리아 여행의 첫 여행지로 아말피 해안을 다녀왔지만, 그곳이 캄파니아 주인 것은 나중에 와인을 공부하고 나서야 알았다. 반면, 아주 유명한 관광지나 산업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바실리카타 주는 유명하진 않지만 나름 저력이 있는 와인들이 생산되고 있는 곳이다. 이제 화이트 품종과 레드 품종 순으로 이 지역들의 토착 품종을 알아보자.


화이트 품종

1. 팔랑기나(Falanghina)

팔랑기나 품종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캄파니아 주에서 알리아니코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는 포도 품종이다. 꽃향기가 두드러지는 팔랑기나 베네벤타나(Falanghina Beneventana)와 과실과 허브향이 좋은 팔랑기나 플레그레아(Falanghina Flegrea) 두 품종을 모두 줄여 ‘팔랑기나’라고 부른다. 약간 늦게 익는 편이라 가을비와 수확 시기가 종종 겹치기도 하지만 질병에 강한 튼튼한 품종이어서 포도 생산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과, 복숭아, 허브향이 좋은 이 품종은 생산자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큰 편이다. 약간의 소나무 향과 쌉싸름한 오렌지향을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캄파니아 주 유명 생산지: Campi Flegrei DOC, Falanghina del Sannio DOC


2. 그레코(Greco)

그레코 품종은 회색 부패(grey rot)와 흰 곰팡이(mildew)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낮은 생산량을 가지고 있어 사실 키우기 힘든 포도 품종에 속하지만,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한 더운 기후와 가뭄에 강해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품종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더운 기후에서 자라면서도 10월 초에 생산될 만큼 긴 생장 기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그만큼 농축미를 보여주며 숙성 잠재력도 꽤 높은 편이다. 높은 알코올에 부드러운 미감과 함께 꽃향기, 핵과일향, 스모키함이 두드러진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지는 항상 높은 품질을 보여주는 믿을 수 있는 화이트 와인이다. 또한, 다른 고급 화이트 품종들과 같이 석회질 토양에서 잘 자란다. 이 지역에서 바로 투포(Tufo)라고 불리는 토양이다.

*캄파니아 주 유명 생산지: Greco di Tufo DOCG


[캄파니아 지역의 화이트 와인]


3. 피아노(Fiano)

캄파니아 지역에서 팔랑기나보다 훨씬 더 품질 평판이 높은 품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스트로베라르디노(Mastroberardino) 가문으로부터 구해져 캄파니아 지역 전역에 널리 퍼진 품종으로 유명하다. 10월 중순 이후에나 수확이 되는 늦수확 품종으로 꽃향기, 복숭아향, 헤이즐넛 같은 풍미와 적절한 바디와 중간 이상의 산도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특징을 보인다. 다양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 만큼 토양의 특징을 잘 반영하는 특성을 보여 모래토에서는 라이트 바디의 과실향이 풍부한 와인이, 진흙토에서는 무거운 바디의 질감이 느껴지는 와인 스타일을 만든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보통 숙성되지만 어떤 생산자는 오크 배럴을 이용하기도 하며, 10년까지 숙성이 가능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캄파니아 주 유명 생산지: Fiano di Avellino DOCG


레드 품종

4. 피에디로쏘(Piedirosso)

이름도 낯선 ‘피에디로쏘’ 품종은 화산 지역인 베수비오 지역에서 자라는 아주 오래된 캄파니아 토착 품종이다. 연한 루비 컬러, 높은 산도, 중간 정도의 타닌을 가지고 있으며 자두와 체리향이 주를 이룬다. 예전에는 알리아니코 품종과 블렌딩해 향기와 청량감을 더하는 정도로만 쓰였지만, 최근에는 이 품종 하나로도 좋은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다. 필록세라가 없는 화산토에 잘 자라는 덕분에 미국 뿌리에 접목하지 않고 잘 자라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마시기 쉬운 프레시하고 과실향이 좋은 스타일의 와인이 많이 만들어졌다면, 최근에 화산토와 화산 지대 와인이 부상하면서 미네랄이 강조되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스타일의 와인이 소개되고 있다.

*캄파니아 주 유명 생산지: Campi Flegrei DOC, Vesuvio DOC


5. 알리아니코(Aglianico)

알리아니코는 ‘남부의 바롤로’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필자도 좋아하는 레드 와인을 소개할 때 빼놓지 않고 소개하는 것이 바로 이 알리아니코 품종이다. 알리아니코는 일찍 싹을 틔워 늦게 수확하기 때문에 생장 기간이 길다. 더운 남부 이탈리아 지역에서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수확을 하는데, 그만큼 타닌이 잘 익기 좋은 특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알리아니코의 어원이 ‘헬레닉(Hellenic)’이어서 그리스 품종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라는 통념과는 다르게 최근 DNA 분석을 통해, 남부 이탈리아 고대 품종임이 밝혀졌다. 장미향, 자두, 블랙베리 향이 기분 좋게 올라오며, 잘 익은 타닌과 탄탄한 산도가 와인의 품질을 대변한다. 캄파니아 주와 바실리카타 주에서는 보통 200~600m 고도에서 자라고 있는데 높고 서늘한 곳에서 자랄수록 풍미가 더 풍성해진다. 캄파니아 주를 대표하는 타우라시(Taurasi DOCG)와 바실리카타 주를 대표하는 알리아니코 델 불투레 수페리오레 (Aglianico del Vulture Superiore DOCG)가 알리아니코 와인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바실리카타 지역의 레드 와인]


한눈에 보는 알리아니코 와인

1) 타우라시 (Taurasi DOCG): 85% 이상 알리아니코, 최대 수확량 70 hL/ha, 3년 이상 숙성(1년 이상 나무 배럴 숙성 포함)

2) 타우라시 리세르바(Taurasi Riserva): 85% 이상 알리아니코, 최대 수확량 70 hL/ha, 4년 이상 숙성(18개월 이상 나무 배럴 숙성 포함)

3) 알리아니코 데 불투레 (Aglianico del Vulture DOC): 레드 와인과 전통 방식 스파클링 와인,100% 알리아니코, 최대 수확량 70 hL/ha, 9개월 이상 숙성

4) 알리아니코 델 불투레 수페리오레 (Aglianico del Vulture Superiore DOCG): 100% 알리아니코, 최대 수확량 52 hL/ha, 3년 이상 숙성(1년 이상 나무 배럴 숙성 포함)

5) 알리아니코 델 불투레 수페리오레 리세르바 (Aglianico del Vulture Superiore Riserva): 100% 알리아니코, 최대 수확량 52 hL/ha, 5년 이상 숙성(2년 이상 나무 배럴 숙성 포함)


<참고자료>

1. wine-searcher.com

2. https://italianwinecentral.com

3. Oz Clark&Margaret Rand(2015), Grapes&Wines

4. Jancis Robinson(2015), The Oxford Companion to Wine - the 4th edition


프로필이미지정아영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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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0.02.13 13:32수정 2020.02.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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