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드 팔렛(Mid-Palate)을 들어보셨나요?


당신은 ‘미각 지도[1]’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입의 특정 부위에서 느끼는 맛이 정해져 있다는 뜻으로 혀끝의 단맛, 혀 중앙의 짠맛, 양 끝의 신맛, 그리고 목 안쪽으로 쓴맛을 느낀다는 말인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부 맞고 전체적으로는 틀린 말이다. (Howard, 2017) 이는 단순히 번역의 오류에서 기인된 것으로 혀의 모든 부위에서 맛을 느끼지만 혀의 위치에 따라 특정한 맛을 느끼는 민감도가 다르다는 뜻이며 이 ‘미각 지도’로 인해 우리가 느끼는 맛의 부위에 대한 편견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시음자의 입속에서 와인이 흘러 들어가는 순서로 재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입속 미뢰(taste bud)의 첫 번째 피드백을 받는 혀끝에서 과실의 추출물, 당도, 껍질의 농축미와 산도가 느껴진다. 그리고 혀의 끝 양쪽으로 산도가 안쪽으로 타고 내려오면서 혀의 정중앙에 위치한 미드 팔렛에서 와인의 무게감과 밀도를 감지하고 혀 안쪽 가장자리로 오크와 타닌[2]의 구조감이 연결되면서, 혀의 맨 안쪽으로는 알코올의 뜨거움을 느끼며 목으로 와인이 흘러 들어간다. 

 

[혀의 모양에서 미드 팔렛의 위치를 나타낸 도식]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드 팔렛의 정의이다. 와인 전문가들의 리뷰에서 자주 인용[3]되는 미드 팔렛은 그 모호한 정의로 인해 와인이 때론 더 어렵게 느껴지곤 한다. 팔렛의 사전적 의미는 입천장 부위를 의미하지만 와인에서는 입 전체에서 느끼는 미각을 의미하는 말로 인식되며, 미드 팔렛이라고 하면 혀의 가장 중앙 부위를 나타내는 물리적인 표현으로 이해하면 된다.

 

미드 팔렛은 와인의 입속 미각 지도에서 지나치는 통로의 역할로만 인식되어 왔다. 이는 과학적으로 봤을 때 미드 팔렛 부위에는 미뢰가 없어 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상유두[4]filiform papillae가 혀의 다른 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게 분포(Goode, 2016)하기 때문에, 맛의 지도의 개념에선 일부 타당하게 느껴지며 와인을 맛의 구조에 대입해 분석하려 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미드 팔렛에서 맛을 강하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음자는 다른 감각의 방해 없이 와인의 무게감과 밀도 등 미각 이외의 와인이 주는 더욱 중요한 시그널에 우리의 감각을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입안에서 와인의 맛을 느낌과 동시에 잠시 와인을 입안에 머금고 미드 팔렛에서의 느낌의 변화를 확인해 보기를 제안한다.


미드 팔렛은 프리미엄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좋은 풍미와 질감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장소이며, 지역성[5]typicity 파악에도 중요하다. 복합미를 구분 짓는 2차향에서 알코올 발효 이후에 행해지는 유산발효MLF, 앙금 접촉lees contact, 앙금 젓기lees stirring 등의 감각도 미드 팔렛에서 느껴지는 크림처럼creamy 느껴지는 질감texture을 통해 예상할 수 있다.

미드 팔렛에서의 느낌의 차이로 품종을 구분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카베르네 소비뇽의 경우 보르도를 대표하는 노블 품종이지만 혀끝에서의 강렬함과 혀 뒤쪽으로 이어지는 구조감에 비해 미드 팔렛만큼은 도넛 형태로 텅 비어 있는 느낌을 준다. 이는 보르도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을 두터운 미드 팔렛을 가진 메를로와 블랜딩하여 카베르네 소비뇽의 미드 팔렛을 보충해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의 내용은 2020년 10월 발간된 와인단상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자료이다. (변정환, 2020)



[1] Map of tastes on the tongue: 1901년 독일의 과학자 D.P. Hänig이 처음 작성

[2] 타닌도 마찬가지로 입안의 전 부위에서 다 느껴진다. 특히, 품종의 특성과 양조의 방법에 따라 타닌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부위가 다르지만, 여기서는 혀의 미뢰에 느껴지는 순서에 따라 설명했다.

[3] 로버트 파커를 비롯한 많은 와인 평론가들은 미드 팔렛에서의 감각을 와인의 품질 구분에서 중요한 요소로 인정한다.

[4] 미각수용체 세포로 이루어진 미뢰는 볼록한 돌기 모양의 유두돌기를 이루며 맛을 느끼는 유곽유두, 엽상유두, 용상유두와 미뢰가 없어 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상유두로 나누어진다. 다른 유두들이 넓고 둥글게 생긴데 반해 사상유두는 그 모양이 가늘고 길며 가장 넓게 분포되어 있다.

[5] Master of Wine Bree Stock은 오레곤지역 와인에서 느껴지는 미드 팔렛에서의 chalkiness는 이 지역의 loess 토양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Stock, 2020)



참고 문헌

Goode, J., 2016. I Taste Red: The Science of Tasting Wine. illustrated 편집자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Howard, J., 2017. HUFFPOST. [온라인] Available at: https://www.huffpost.com/entry/map-tastes-tongue-no-scientific-basis_n_7765152?utm_hp_ref=science

Stock, M. B., 2020. The location of mid-palate [인터뷰] (20.02.2020).

변정환, 2020. 미드 팔렛 mid-palate. ,: 변정환, 편집자 와인단상. 부산: 도서출판 블릭, pp. 58-61.


프로필이미지변정환 기고가

기자 페이지 바로가기

작성 2020.11.03 10:20수정 2020.11.03 16:13

Copyrights © 와인21닷컴 & 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 이벤트 전체보기

최신 뉴스 전체보기

  • 영 소믈리에 기사 - 4편
  • 6월 도슨트 크레망
  • 5월 책갈피 <바베트의 만찬>
  • 탭샵바 6월 와인
  • 조지아 인스타그램 배너

이전

다음

뉴스레터
신청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