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키안티 클라시코, 검은 수탉의 전설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에 붙은 검은 수탉 상징]



이탈리아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와인 병을 보면, 예외 없이 검은 수탉(Black Rooster) 상징을 볼 수 있다. 도대체 이 검은 수탉은 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에 붙어 있으며, 어떤 이야기가 있는 걸까?


[검은 수탉 상징]


검은 수탉 상징

검은 수탉은 모든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생산자에게 매우 중요한 상징이다. 이 검은 수탉은 와인 병의 목이나 라벨에 붙어있는데, 그 존재만으로 키안티 클라시코 영역 안에서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완성된 와인임을 의미한다. 이 검은 수탉 상징 하나면,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과 키안티 와인을 한 번에 깔끔하게 구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검은 수탉 상징은 원래 피렌체 공화국 시절 키안티 지역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정치 군사기관인 레가 델 키안티(Lega del Chianti)가 사용하던 문양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군사기관 표식이었던 검은 수탉이 어떤 이유로 와인 병에 쓰이게 된 걸까? 그 배경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다.


[피렌체와 시에나 간 전쟁, 출처: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 유튜브]


검은 수탉 전설

중세 시대, 키안티 지역 지배권을 두고 피렌체 공화국과 시에나는 피 터지는 전쟁을 지속했다. 결국 두 공화국은 전쟁을 끝내고 국경을 정하기 위해 특이한 방식에 합의하게 된다. 바로 수탉이 울면, 각 공화국에서 선택된 기사가 말을 달려 두 기사가 만나는 지점을 국경으로 정하기로 말이다. 지금 우리가 생각할 땐 무척 불합리해 보이는 이 방식은 자연에 순응하는 삶의 방식을 지녔던 중세 시대에는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었다고 한다.


[피렌체와 시에나 지도, 출처: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 유튜브]


이에 시에나 사람들은 새벽에 기사를 깨우기 위해 흰 수탉을 선택했고, 행사 전 며칠 동안 수탉에게 먹이를 풍족히 주고 잘 보살폈다. 이와 반대로 피렌체 사람들은 검은 수탉을 골라 어둡고 좁아서 불편한 우리에 넣고 며칠 동안 수탉을 굶겼다. 두 공화국 사람들은 말을 타고 달릴 기사보다 수탉에게 더욱더 집중하고 온통 신경을 곤두세웠다.


[검은 수탉, 출처: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 유튜브]


드디어 경주 당일, 며칠을 굶어서 독이 오를 때로 오른 검은 수탉은 그 끔찍한 우리에서 날이 밝기도 전에 악에 받쳐 울기 시작했다. 피렌체 기사는 서둘러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한편, 시에나의 흰 수탉은 잘 먹고, 편안했고, 행복했기에 새벽이 한참 지난 후 울기 시작했다. 뒤늦게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한 시에나 기사는 불과 12km 떨어진 폰테루톨리에서 피렌체 기사를 만났다. 이로서 거의 모든 키안티는 피렌체 공화국 통치하에 들어가게 됐다.


[키안티 클라시코 영역을 최초로 구분해 지정한 대공 코시모 3세]


검은 수탉 로고

그러면, 중세 레가 델 키안티 상징이었던 검은 수탉 상징은 어쩌다가 그리고 언제부터 와인 병에 사용되기 시작했을까?


키안티 와인이 언급된 가장 오래된 문서는 13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404년 비냐마지오(vignamaggio) 주인이 상인 다티니(Datini)에게 보낸 편지에 키안티 와인이 언급됐다. 1427년 문헌에 따르면, 당시 키안티 와인은 잘 알려진 레드 와인이었다고 한다. 1500년대부터 교황들이 키안티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1536년경 교황 바오로 3세(Pope Paul III)는 역사가이자 지리학자 그리고 무엇보다 교황의 와인 병입자였던 란체리오(Sante Lancerio) 추천으로 키안티 와인을 마셨다. 16세기 조르지오 바사리(Giogio Vasari)도 “이것이 키안티 와인이다.  페사(Pesa)와 엘사(Elsa) 계곡 강, 꽉 찬 과실 풍미, 더욱 성숙한 바쿠스가 발을 디디고 있는 훌륭한 와인의 땅; 멀리 카스텔리나(Castellina), 라다(Radda), 브롤리오(Brolio)를 그려볼 수 있는데, 그들의 상징으로, 젊은이가 팔에 들고 있는 방패에는 키안티를 대표하는 황금 들판의 검은 수탉이 있다.”라고 기록했다.


[키안티 클라시코 영역]


1716년, 토스카나 대공 코시모 3세(Cosimo III)는 공식적으로 키안티 생산 구역을 지정했다. 이 지역은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같은 이름을 지닌 와인이 생산되었고, 와인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그 당시 ‘키안티’라고 불리는 와인은 ‘키안티’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이에 코시모 3세는 와인과 지역 사이에는 끊을 수 없는 고리가 있다고 인지하여 어떤 와인이 키안티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는지 결정했다. 그는 키안티 와인을 정의하고, 그 영역을 스페다루초(Spedaluzzo)에서 그레베(Greve)까지, 그곳에서 라다의 모든 도메인을 포함한 판차노(Panzano)까지(이곳은 라다, 가졸레(Gajole), 그리고 카스텔리나(Castellina) 3부분이 있다), 시에나 국경까지로 지정했다. 당시 이미 수출용 특히, 영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키안티 와인 사기 판매 행위가 만연해 있어 같은 해 7월, 입법자들은 와인 생산, 배송, 사기 단속, 와인 판매 감시 활동을 규정하는 일을 진행했다.


[1924년 처음으로 사용된 검은 수탉 상징, 사진 출처,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


20세기 초, 키안티 와인 명성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국내외 수요에 부응할 수 없게 되자, 1716년 정해진 키안티 구역 밖에서 키안티 와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1924년,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생산자들은 그들이 만든 와인을 보호하기 위해, ‘전형적인 키안티 와인 보호와 그 원산지 표시를 위한 협회(Consortium for the Protection of Typical Chianti Wine and its Mark of Origin)’를 설립했다. 이때 검은 수탉이 상징으로 채택됐다. 검은 수탉 그림은 피렌체 베키오 성(Palazzo Vecchio)에 있는 살로네 디 칭케센토(Salone dei Cinquecento) 천장에 유명 화가 조리지오 바라시(Giorgio Vasari)가 그린 걸 선택했다.


[키안티 클라시코 검은 수탉 상징, 출처: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 유튜브]


1932년 ‘클라시코(Classico)’라는 형용사를 추가해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일반 키안티와 구별하기 위한 특별 법이 발표되었다. 이로써 원래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만 ‘키안티 클라시코’라 부를 수 있고, 검은 수탉 상징이 이를 함께 드러내기 시작했다.


1984년, 키안티 클라시코는 독립적으로 DOCG(Denominazioned d'Origin Controlata e Garantita)를 취득해 이탈리아 최고 품질 와인임을 인정받았다. 1996년 8월 5일, 오랜 법률 정리를 끝내고 마침내 키안티 클라시코를 독립된 DOCG로 선언했다. 2010년, 법은 키안티 클라시코 DOCG 와인 생산 구역 내에서 키안티 DOCG 와인 생산을 금지했다. 2013년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 회원국은 검은 수탉 DOCG 전통적인 두 가지 유형인 아나타(Annata)와 리제르바(Riserva)에 덧붙여 그란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를 추가하며 생산 규정 변화를 승인했다. 2016년 키안티 클라시코 영토는 코시모 3세 고시 이후 300주년을 기념했으며, 키안티 클라시코 영토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시대별 검은 수탉 상징 변화]


검은 수탉 상징은 그 디자인이 세월에 맞춰 변경됐다. 2005년 이전에 검은 수탉 상징은 키안티 클라시코 협회 회원들 로고였는데, 2005년부터 키안티 클라시코 원산지 상징으로 승격되었으며, DOCG 등급을 받는 모든 와인 병에 의무적으로 넣게 됐다. 검은 수탉은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이 발전함에 따라 더욱더 웅장해진 모습으로 변화했다. 이로써 여러 와인 병 중에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병이 더욱 돋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에 진출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이 다양하니 와인을 고를 때, 탁월한 품질과 개성을 보장해주는 ‘키안티 원조’ 검은 수탉 와인을 한번 선택해보면 어떨까!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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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1.03.01 08:52수정 2021.03.0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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