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히 생산지의 이름이나 포도품종으로 와인을 기억하던 것을 넘어서 지역의 특징이나 역사를 조금 더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훨씬 풍요로운 와인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최근 와인21닷컴이 연재해온 키안티 클라시코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점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상징인 검은 수탉이 어떤 역사에서 유래했고, 지역 구분은 어떻게 나뉘는지, 그리고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리는지 알았다면 이제는 생산자들을 살펴볼 차례다. 지난 (1)편에 이어,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들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와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형 와이너리부터 부부가 꾸려가는 소규모 와이너리까지 꽤 많은 와인들이 국내에 수입되고 있으니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다채로운 매력을 즐기기에 충분할 것이다.

프레스코발디 테누타 페라노(Frescobaldi - Tenuta Perano)
프레스코발디는 피렌체의 귀족 가문이자 13세기부터 와인을 생산해온 유서 깊은 생산자. 토스카나 지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여덟 곳의 와이너리에서 토스카나 테루아의 다양성을 표현하고 있다. 프레스코발디의 키안티 클라시코, 테누타 페라노는 해발 500m에 자리한 가이올레(Gaiole) 언덕의 빈야드에서 생산된다. 가파른 경사면에 펼쳐진 포도원은 산지오베제를 재배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형성하며, 덕분에 이곳에서 집중도가 뛰어나고 우아한 타닌을 갖춘 와인이 탄생한다. 700년 동안 쌓아온 프레스코발디의 와인 생산 노하우가 키안티 클라시코에도 반영됐으며, 키안티 클라시코,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그리고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리알지(Rialzi)’가 있다.

마르께시 안티노리(Marchesi Antinori) & 바디아 아 파시냐뇨(Badia a Passignano) & 테누타 티냐넬로(Tenuta Tignanello)
마르께시 안티노리 역시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와인명가다. 1180년에 와인 생산을 시작한 역사가 있고, 1385년 피렌체 와인 길드에 가입하며 생산을 공식화했다. 이후 26대에 걸쳐 가족 경영으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소유주인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 후작은 이탈리아 와인 르네상스를 이끈 인물로 평가 받는다. 지금까지 그와 세 자녀들은 전 세계에 이탈리아 와인산업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 각 지역에 안티노리 가문의 프리미엄 포도원이 있으며 해외에도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다. 여러 유명 브랜드들 중에서도 특히 안티노리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와인이 생산되는 곳은 토스카나 지역인데, 빌라 안티노리(Villa Antinori)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와 페폴리(Peppoli) 키안티 클라시코 등이 대표적인 와인이다. 또한 안티노리 가문이 소유한 바디아 아 파시냐노에서 생산한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와 테누타 티냐넬로에서 생산한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프리미엄 와인이다. 모두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

몬테로톤도(Monterotondo)
가이올레 인 키안티(Gaiole in Chianti)에서 규모는 작지만 생산자의 열정과 스토리가 담긴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1991년 설립된 몬테로톤도는 와인을 생산해온 집안에서 자란 사베리오 바자니(Saverio Basagni)와 그의 아내가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2000년부터 유기농 농법을 실천해왔고, 수년간의 투자로 현대화된 시설을 갖췄다. 와이너리의 로고를 통해서도 이들의 유기농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은 약 4.5헥타르 규모. 해발고도 550~570m에 자리하며 이곳에서 연간 약 2만 병 정도의 와인이 생산된다. 적은 생산량이지만 한국에도 몬테로톤도의 키안티 클라시코가 수입되고 있다.

포지오 스칼레테(Poggio Scalette)
키안티 클라시코의 8개 지역 중 북쪽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에 자리한다. 1990년대 비토리오 피오레(Vittorio Fiore)는 아내와 함께 루폴리(Ruffoli) 언덕에 있는 유서 깊은 석조 건물과 빈야드를 구입했다. 그는 양조학자이자 와인 컨설턴트로 오랜 시간 활동해온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와이너리를 설립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품질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의 아들 유리 피오레(Jurij Fiore) 또한 포지오 스칼레테에서 와인메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계단 언덕’이란 의미의 와이너리의 이름처럼, 해발 350~550m의 경사면에 자리한 빈야드는 멀리서 보면 계단 형태를 이루고 있다. 레이블에 그려진 소박한 마을 풍경은 신선하고 순수한 스타일의 와인과도 닮아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산지오베제 100%로 만든 키안티 클라시코를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

로카 디 몬테그로시(Rocca Di Montegrossi)
리카솔리(Ricasoli) 가문은 1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와인을 양조해오며 키안티 와인의 역사로 불린다. 로카 디 몬테그로시는 리카솔리 가문의 36대손인 마르코 리카솔리(Marco Ricasoli)가 이끄는 와이너리. 1995년 가이올레(Gaiole) 지역에 설립한 뒤 리카솔리 가문의 정통성을 이어가면서도 독창적인 키안티 클라시코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06년부터 철저한 유기농법을 실천하며 자연의 위대함을 표현하는 데 집중해왔으며, 이탈리아 정부의 유기농 인증기관인 ICEA로부터 유기농 인증을 받은 유일한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자로 꼽힌다. 또한 로버트 파커가 ‘키안티 클라시코에서 가장 돋보이는 와인’이라고 극찬하는 등 친환경 철학뿐 아니라 품질 또한 인정받고 있다. 키안티 클라시코, 산 마르첼리노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빈 산토 델 키안티 클라시코 등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

산 파비아노 깔치나이아(San Fabiano Calcinaia)
키안티 클라시코에서도 특히 근사한 풍경을 자랑하는 카스텔리나(Castellina)에 자리한 와이너리. 1000여 년 전의 작고 아름다운 중세마을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역사적인 건물에 양조장과 셀러, 테이스팅룸을 갖추고 있다. 산 파비아노 깔치나이아에서 본격적으로 와인 생산을 시작한 것은 1983년 귀도 세리오(Guido serio)와 그의 아내 아이사(Isa)가 함께 산 파비아노에 자리잡고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부터다. 시설 투자는 물론이고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위해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기반을 닦았다. 2009년부터 유기농 생산으로 전환하기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유기농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에도 키안티 클라시코와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체롤레(Cellole)’가 수입된다.

산 펠리체(San Felice)
토스카나의 유명 생산자 중 하나인 산 펠리체는 시에나에 속하는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Castelnuovo Berardenga)에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생산한다. 산 펠리체에서 1960년대 개발한 비고렐로(Vigorello)는 수퍼 투스칸의 효시로 알려져 있으며,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는 붉은 갑옷을 입은 중세기사의 모습을 담은 레이블로도 유명하다. 이곳은 140헥타르의 포도밭을 크게 5개의 구역으로 나눈 뒤 다시 세부 구역으로 구분해 빈야드의 각기 다른 토양과 미세기후에 가장 이상적인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산 펠리체가 연구하고 식재한 산지오베제 클론은 총 22가지다. 키안티 클라시코,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일 그리지오(Il Grigio), 그리고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일 그리지오가 모두 국내 유통 중이다.

발레피치올라(Vallepicciola)
시에나에서 10분 거리에 자리한 발레피치올라는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Castelnuovo Berardenga)의 동쪽 언덕을 따라 뻗어 있다.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 이곳은 온화한 미시기후가 특징이며, 다양한 토양 구성으로 개성 있는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자연 조건을 갖췄다. 수확량을 조절하고 고품질 포도만을 엄선해 만든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이 꾸준히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데, 특히 2017년 빈티지는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으로부터 92점, 감베로로쏘(Gambero Rosso)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인 ‘트레 비키에리(Tre Bicchieri)’를 받았다. 키안티 클라시코를 비롯해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와인을 통해 풍부하고 다채로운 향을 지닌 발레피치올라 와인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다.

비냐마죠(Vignamaggio)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 중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i)에 자리한 비냐마죠 와이너리의 역사는 12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레베(Greve) 마을에 게라르디노(Gherardino) 가문이 성을 짓고 살기 시작했고 1404년에 첫 와인을 생산했다는 기록이 있다. 비냐마죠는 지금도 토스카나에서 유서 깊은 와이너리 중 하나로 꼽히며 아름다운 풍경과 숙소 덕분에 여행객들과 신혼부부도 많이 찾는다. 와이너리의 오랜 역사는 와인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한국에는 키안티 클라시코 ‘떼레 디 프렌자노(Terre di Prenzano)’와 산지오베제 85%에 메를로 15%를 블렌딩한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게라르디노’가 수입된다.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게라르디노’는 와이너리를 설립한 게라르디노 가문을 기리기 위해 생산한 와인이다.

빌라 레 코르티(Villa Le Corti)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 지역 중에서도 가장 북쪽인 산 카시아노 인 발 디 페사(San Casciano in Val di Pesa)에 자리한 와이너리로 이 지역의 대표적 생산자로 꼽힌다. 17세기에 지어진 빌라 건물은 코르시니(Corsini) 가문의 사회적, 정치적 지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역사적 유산이다. 웅장한 저택 건물과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정원이 있고 지하 공간에는 3개층으로 지어진 셀러를 갖추고 있다. 현재 코르시니 가문의 두치오 코르시니(Duccio Corsini)가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으며,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면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키안티 클라시코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2013년부터 모든 포도원에서 유기농으로 생산하고 있다. 산지오베제 95%에 콜로리노 5%를 블렌딩한 키안티 클라시코와 산지오베제 100%로 생산한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코르테베키아(Cortevecchia)를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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