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나파밸리의 영혼을 담은 와인, 퀸테사

퀸테사(Quintessa)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와이너리는 아니다. 오직 한 가지 와인만 생산하는 데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양도 5~600백 병에 불과해서다. 하지만 워낙 품질이 뛰어나 한 번 경험한 사람은 그 맛을 결코 잊을 수 없는 와인이 바로 퀸테사다. 비결이 뭘까? 2018 빈티지 출시를 앞두고 퀸테사의 와인메이커 레베카 와인버그(Rebekah Wineburg)를 화상회의로 만나 이 와인의 역사와 품질 등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 보았다.


퀸테사는 와인 이름이자 와이너리 이름이다. 이 이름은 퀸타 에센시아(Quinta Essencia)라는 말에서 따왔다. 퀸타 에센시아란 이 세상을 구성하는 흙, 공기, 물, 불, 영혼 중 다섯 번째 원소인 영혼을 뜻한다고 한다. 상당히 심오한 이름이다. 이런 근사한 이름을 붙인 이는 과연 누굴까? 설립자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진다.


[위에서 내려다 본 퀸테사의 포도밭]


퀸테사는 칠레 출신인 아구스틴(Agustin)과 발레리아 후니우스 (Valeria Huneeus) 부부가 설립했다. 아버지로부터 수산업을 물려 받아 경영하던 아구스틴은 우연한 기회에 칠레를 대표하는 와이너리인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에 투자한 것을 계기로 와인 산업에 뛰어들었다. 1960년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최연소 CEO 자리에 오른 그는 콘차 이 토로를 세계적인 와이너리로 성장시켰고, 이후 시그램을 거쳐 1977년에는 캘리포니아 센트럴 밸리에 노블 빈야드를 설립, 1985년에는 프란시스칸 에스테이트(Franciscan Estates)에 몸담으며 나파 밸리의 독특한 테루아에 눈을 떴다. 아구스틴이 와인업계에서 성공을 이룬 데에는 부인 발레리아의 역할도 컸다. 미생물학자이자 포도재배가인 그녀는 산타 클라라에 미스트랄 빈야드(Mistral Vineyard)를 건설할 때 남편을 도왔고, 훗날 이 경험을 토대로 퀸테사 설립에도 적극 관여했다.


[표피 작물이 가득한 퀸테사의 포도밭]


1989년 나파 밸리의 러더퍼드(Rutherford)를 찾은 후니우스 부부는 그곳의 자연이 주는 매력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전혀 경작된 적이 없는 처녀지는 야생 그 자체였고, 이렇게 순수한 야생의 영혼을 와인에 담고 싶다는 생각에 이들 부부는 퀸테사를 설립했다. 퀸테사의 부지는 110 헥타르에 이른다. 하지만 그중 포도밭 면적은 60헥타르에 불과하다. 원래 있던 숲과 호수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포도밭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퀸테사의 밭에는 단 한 번도 화학 제품이 닿은 적이 없다. 1990년 포도나무를 심기 시작할 때부터 유기농을 적용했고 지금은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포도를 기르고 있다. 화학 비료 대신 퇴비를 주고, 표피 작물을 심으며, 새, 소, 양 등 다양한 동물이 포도와 함께 살면서 생태계의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퀸테사의 뛰어난 품질이 단순히 건강한 자연에서 온 것만은 아니다. 퀸테사의 비밀은 60헥타르 곳곳에서 자란 각기 다른 개성의 포도를 블렌드한 데서 나온다. 무엇을 어떻게 블렌드했다는 말일까?


와인메이커 레베카 와인버그는 퀸테사의 포도밭을 한 마디로 ‘나파 밸리의 축소판’이라 표현했다. 나파 밸리 동쪽에 자리한 바카(Vaca) 산맥 기슭에서 시작해 계곡을 향해 서쪽으로 흐르는 퀸테사의 포도밭은 구릉과 계곡이 교차하며 지형, 토질, 미기후 등 구역 별로 성질이 각양각색이다.

[퀸테사 포도밭은 나파 밸리의 축소판이다]


동쪽 구릉은 진흙이 적고 흰색 화산토가 많아 풍미가 신선하고 질감이 매끈한 와인을 생산한다. 중앙부도 역시 화산토양이지만 진흙의 함량이 좀 더 많아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은 타닌의 집중도가 좋고 과일향이 풍부하며 달콤한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호수 건너 편 땅은 붉은 빛을 띠는 화산토양으로 철 성분이 많아 미네랄과 담배 등 복합미가 좋고 구조감이 탁월한 와인이 생산된다. 그 너머에 위치한 벤치 블록은 대부분이 진흙 토양이어서 러더퍼드 특유의 먼지, 붉은 과일, 농밀함 등이 특징인 와인이 생산된다. 이렇게 다양한 토질로 구성된 포도밭을 퀸테사는 다시 150개 구획으로 나눠 관리한다. 토질 뿐만 아니라 고도와 경사, 미기후까지 고려하면 포도를 기르고 수확하며 양조하는 방식이 구획마다 달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다양한 소재와 크기의 와인 탱크들]


그래서 퀸테사의 와이너리에는 스테인레스 스틸, 오크, 콘크리트 등 각기 다른 소재로 만든 탱크들이 다양한 크기로 구비되어 있다. 구획 별로 수확한 카베르네 소비뇽을 그 특성에 맞게 개별 탱크에서 발효해야 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으로 건설된 퀸테사 와이너리는 손님을 맞이하는 지상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하에 위치한다. 지하는 연중 항온 항습이 유지므로 전력이 많이 소모 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지하 1층에서 발효가 끝난 와인은 배럴에서 22개월간 숙성되는데, 와인을 탱크에서 배럴로 이동할 때도 전기를 이용한 모터가 아닌 중력을 이용한다. 퀸테사 와인은 이렇게 포도 재배부터 와인 양조까지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며 담아낸 결과물이다.


퀸테사 2018

2021년 9월 1일 퀸테사의 새 빈티지인 2018이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출시된다. 퀸테사에게 있어 2018은 기념할 만한 빈티지다. 지난 30년간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든 경험이 마침내 꽃을 피운 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퀸테사는 구획 별 토질과 포도 재배에 대해 면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이를 토대로 맞춤형 콘트리트 탱크까지 설치해 각 구획의 포도가 지닌 개성이 가감없이 표현되도록 했는데, 이런 와인을 한 데 모아 만든 첫 와인이 바로 2018 빈티지인 것이다.



2018년은 자연도 퀸테사를 도와준 해였다. 비도 충분히 내렸고 봄부터 가을까지 날씨도 온화해 당도, 산도, 페놀, 풍미 면에서 완벽한 포도를 수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18은 깊고 우아한 맛이 돋보이는 최고의 빈티지로 탄생했다. 카시스, 블랙 체리, 라즈베리 등 과일향이 풍성하고 세이지와 타임 등 허브 향이 알맞게 어우러져 있으며, 다크 초콜릿, 흑연, 담배 등 다채로운 향이 복합미를 더한다. 정밀하고 촘촘한 타닌은 모든 아로마를 하나로 아우르며 와인의 완성도를 높인다. 입 안에서는 화사함이 폭발하고 길게 이어지는 은은한 미네랄과 달콤한 과일향은 마지막까지 큰 기쁨을 선사한다. 참지 못하고 지금 당장 마셔도 좋지만 숙성잠재력도 뛰어나므로 참고 기다릴 가치가 충분한 와인이다.


와인버그는 2018의 절정기를 빈티지로부터 10~20년이 지난 2028~2038년으로 예상했다. 이때 와인을 열면 디캔팅 없이 마셔도 좋고 완숙된 과일향과 함께 허브와 미네랄 풍미의 아름다운 조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찍 마시고 싶다면 1-2시간 전에 디캔팅한 뒤 꽃등심처럼 지방이 많은 육류와 함께 즐길 것을 추천했다.


퀸테사 와인은 빈티지마다 그 해의 영혼을 담고 있다. 영혼이 여러 개일 수는 없으니 퀸테사가 단 한 가지 와인만 생산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2018년을 고스란히 간직한 와인을 찾고 있다면 퀸테사가 답이다. 자연의 순수함을 오롯이 담은 이 와인은 당신의 특별한 순간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장식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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