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와인 한 잔에 담긴 귀족의 우아함,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토스카나 남동부 지방에 우뚝 솟은 언덕 도시 몬테풀치아노 (사진: Fani Kurti)]


토스카나의 장인 도시, 몬테풀치아노

토스카나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두 지역이 있다. 토스카나 남쪽에 자리 잡은 두 언덕 도시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와 몬탈치노(Montalcino)이다. 도르차 계곡(Val d'Orcia)을 중심으로 각각 동쪽과 서쪽에 자리잡은 이 두 지방은 공교롭게 고급 와인 생산지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풍경 감상을 위한 여행지로서 방문을 한 뒤, 와이너리 투어를 위한 두 번째 방문이 공식처럼 여겨진다.


국내에서 브루넬로 와인의 생산지로 몬탈치노는 익히 접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몬테풀치아노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노빌레 와인을 생산하는 몬테풀치아노는 르네상스 운동이 시작된 작은 마을 중 하나이며 폴리지아노(Poliziano)를 비롯한 많은 인본주의 예술가들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덕분에 수 많은 해외 여행객의 발걸음에도 불구하고 중세 시대의 휴머니즘을 경험할 수 있는 도시이다. 르네상스 시기에 건설된 도시의 중앙 광장(Piazza Grande)과 작은 거리에 수공예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아티산(Artisan)들의 공방은 도시의 품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 곳에서 생산하는 노빌레 와인 역시 그 분위기를 이어 받아 전통적인 생산 방법을 유지하고 있다. 노빌레 와인이 유럽에서 유명세를 떨친 후에도 거의 모든 와이너리가 수작업을 통한 고품질의 소규모 와인 생산을 고수하고 있다. 몬테풀치아노는 인본주의를 시작으로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을 꿋꿋이 지켜나가고 있는 도시이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몬테풀치아노 명칭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 아브루쪼(Abruzzo) 지방의 토착 품종인 몬테풀치아노와 이름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포도 품종을 지칭할 때는 아브루쪼의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d'Abruzzo)로, 노빌레 와인의 생산지인 지명을 설명할 때는 몬테풀치아노의 노빌레 와인 (Vino Nobile di Montepulciano)으로 표기가 되니 혼동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도시의 중앙 광장(Piazza Grande)에 자리잡은 콘투치(Contucci) 가문의 와이너리. 콘투치 가문은 1008년부터 와인 생산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1000년이 넘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자 중 하나이다. (사진: 김예름)]



우아함의 대명사, 비노 노빌레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는 몬테풀치아노에서 생산한 노빌레 와인이라는 뜻이다. 노블(noble)을 뜻하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이 와인의 특징은 귀족같은 우아함이다. 브루넬로 와인을 캐시미어라고 표현한다면, 노빌레는 실크 같은 와인이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입 안에서 목까지 마치 실크처럼 부드럽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달콤한 체리와 베리, 자두 향의 과일향이 풍부하게 올라오며, 동시에 초콜릿과 바닐라 향이 미세하게 팔렛을 조여온다. 와인 한 잔을 맛보는 순간 왜 이 와인이 노빌레라는 이름을 가졌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토스카나 와인답게 산지오베제 품종을 사용한다. 구체적으로는 몬테풀치아노 지방에서 생산되는 산지오베제인 프루뇰로 젠틸레(Prugnolo Gentile) 품종이다. 이 품종을 최소 70% 사용하는 것이 룰이지만 최근에는 100% 사용하는 와이너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생산자들의 그 지역 토착 품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산지오베제 품종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브루넬로 혹은 키안티 클라씨코와는 확연히 다른 매력을 가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맛과 향이 비슷한 와인으로 이탈리아 북부의 바롤로 와인과 함께 언급이 되는데, 몬테풀치아노와 프루뇰로 젠틸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이다.


노빌레 와인의 매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는 점이다. 노빌레(Nobile)라는 이름과 젠틸레(Gentile)라는 품종에서 느껴지듯 우아하고 동시에 젠틀한 와인이다. 노빌레 와인은 스테이크를 포함한 육류 뿐만 아니라, 치즈, 브루슈게타와 같은 간단한 아페리티보와도 궁합이 좋다. 또한 가볍지 않은 부드러움 덕분에 와인만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다. 부드러운 타닌과 상쾌한 산미가 특징이며 동시에 탄탄한 바디감과 견고함을 느낄 수 있는 고급 와인이다.


[몬테풀치아노 도시를 감싸고 있는 고대 성벽 (Antical Fortezza di Montepulciano)모습과 그 안에 자리잡은 와인 테이스팅 공간 에노리테카(Enoliteca)(사진: 김예름)]



2021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시사회

노빌레 와인의 안나타(Annata, 일반 빈티지)는 최소 2년, 리제르바(Riserva)는 최소 3년을 숙성해야 한다. 올해 2018년 빈티지와 2017년 리제르바 빈티지를 처음 선보였다.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컨소시엄(Consorzio Vino Nobile di Montepulciano)은 이탈리아 전역의 와인 전문가들을 초대하여 올해 새롭게 선보인 노빌레 와인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컨소시엄은 1965년부터 노빌레 와인의 전통을 유지하고 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를 감싸고 있는 고대 성벽(Antical Fortezza di Montepulciano) 안에 자리 잡은 컨소시엄의 테이스팅 룸에서 새로운 노빌레 와인을 만날 수 있었다.


[2021 시사회에서 만난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사진: 김예름)]



와이너리 및 테이스팅 노트

파토리아 스베토니,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2018 (Fattoria Svetoni, Vino Nobile di Montepulciano 2018)

몬테풀치아노의 스베토니 가문이 1865년부터 시작하여 150년이 넘게 노빌레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산지오베제 100%로 생산한 노빌레 와인은 체리, 베리 등 강렬한 레드 프룻향과 스모키, 페퍼 등 향신료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일반적인 노빌레 와인보다 풍부한 바디감과 끝까지 이어지는 파워가 인상적이다. 동시에 부드러운 타닌과 경쾌한 산미가 이어져 어떤 음식과도 손색 없는 와인이다. 2년의 숙성을 거쳤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대담한 맛이 인상적이다. 실키한 부드러움과 남성적인 견고함이 균형을 이루는 흥미로운 와인이다.


폴리지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2018 (Poliziano, Vino Nobile di Montepulciano 2018)

전 세계의 노빌레 와인 애호가들이 꼭 들르는 곳으로 몬테풀치아노를 대표하는 유명 와이너리이다. 몬테풀치아노 역사 지구에 폴리지아노 와인바가 2개가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르네상스 인본주의 시인인 안젤로 암브로기니(Angelo Ambrogini)의 닉네임 폴리지아노를 따서 와이너리 이름을 지었다. 1961년에 와인 생산을 시작하여 3대째 내려오는 와이너리이다. 올해 선보인 노빌레 와인은 상큼한 체리, 자두 등 레드 과일향이 우세하다. 동시에 탄탄한 바디감과 길게 여운이 이어진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와인이다. 노빌레 와인의 전형적인 매력인 상쾌한 프룻티함을 잘 표현했다.


루나도로,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셀레지오네 '팔리아레토' 2018 (Lunadoro, Nobile di Montepulciano selezione 'Pagliareto' 2018)

금빛 달(Golden Moon)이라는 뜻의 루나도로는 2000년 초에 와인 생산을 시작한 비교적 젊은 와이너리이다. 수작업으로만 소량 와인을 생산해 온 작은 와이너리이다. 노빌레 와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스위스 와인 그룹 쉔크(Schenk) 가 2016년 루나도로를 인수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이후에도 와이너리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유지하며 소규모의 고급 와인 생산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드 루비 컬러로 체리, 자두, 라즈베리 등 과일향과 함께 페퍼, 시나몬, 초콜릿, 꽃 향기의 향연이 어어진다. 입 안에서는 풀 바디의 견고함과 균형잡힌 산미가 느껴진다. 실키한 타닌과 함께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인상적이다.


카르피네토,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리제르바 2017 (Carpineto, Vino Nobile di Montepulciano Riserva 2017)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유명 와이너리이다. 키안티 클라씨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마렘마 수퍼 투스칸 모두를 생산하며 토스카나 전역에 5개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노빌레 와인도 품질 높은 리제르바를 선보였다. 살짝 갈색 빛을 띄는 깊은 레드 컬러로 체리, 블랙베리, 버섯, 바닐라, 시가 향이 복합적으로 풍긴다. 입 안을 부드럽게 조여오는 타닌과 상쾌한 산미가 어우러져 세련미가 느껴진다. 균형이 잘 잡힌 우아한 와인이다.


만비,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아리아' 2017 (Manvi, Vino Nobile di Montepulciano 'Arya' 2017)

만비는 몬테풀치아노에서 자연주의 와인 생산법을 실천하는 와이너리이다. 스위스와 캐나다에서 생활하던 인도계 커플이 '요가와 와인' 컨셉으로 2000년대 초반 몬테풀치아노에 정착하여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2013년에 몬테풀치아노에서 가장 빨리 오가닉 인증을 획득한 와이너리로 높은 퀄리티의 와인을 소량으로만 생산하고 있다. 이 곳의 노빌레 와인은 24개월 프렌치 오크 통에서, 1년을 병입 한 후, 총 3년의 숙성을 거친 후 올해 처음으로 선보였다. 100% 산지오베제 품종으로 생산했으며 자두, 체리, 페퍼향과 아카시아 향의 조화가 매우 매력적이며, 입 안에서는 부드러운 스윗함과 탄탄한 타닌이 동시에 느껴진다. 3년을 숙성한 와인답게 깊은 맛이 느껴지며 여운이 길게 남는다. 스테이크 뿐만 아니라 숙성한 치즈와도 잘 어울리는 와인이다.


몬테메르쿠리오,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메싸제로' 2017 (Montemercurio, Vino Nobile di Montepulciano 'Messaggero' 2017)

이 와이너리는 안셀미(Anselmi) 가문이 1960년부터 노빌레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이름은 몬테풀치아노 지방에서 숭배한 '커뮤니케이션의 신' 메르쿠리오(Mercurio)에서 따왔다. 덕분에 메신저라는 뜻의 메싸제로 노빌레 와인이 이 곳의 대표 와인이다. 땅에 대한 존중을 가장 큰 가치로 삼으며 몬테풀치아노에서 고급 노빌레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로 알려져 있다. 메싸제로는 강하고 깊은 루비 레드 컬러로 스윗한 체리 향이 지배적이며 발사믹, 바닐라, 페퍼, 다크 초콜릿의 향기가 이어진다. 구조감이 탄탄하고 타닌과 산미의 균형이 좋다. 브루넬로 와인의 분위기가 살짝 느껴질 만큼 묵직한 맛을 자랑한다. 노빌레 와인의 깊은 맛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3년 정도 숙성한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프로필이미지김예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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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2.01.03 10:38수정 2022.01.0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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