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로운 독일 와인 법 이해하기


2021년 1월 27일 새로운 독일 와인 법이 시행되었다. 이는 1971년 정해진 독일 와인 법의 10차 수정안으로 독일 와인 품질을 전반적으로 향상하고 유럽 연합 체계에 더 잘 맞게 변화했다. 실제 적용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2026년 산 와인부터 완전히 새로운 독일 와인 법이 적용된 라벨을 볼 수 있게 된다.



개정 전 독일 와인 법

1971년 독일 와인 법이 마지막으로 크게 바뀌었다. 이 법은 와인을 수확 시 포도 당도에 따라 카비넷(Kabinett), 슈페트레제(Spätlese), 아우스레제(Auslese), 베렌아우스레제(Beerenauslese) 또는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로 분류하는 프레디카츠바인(Prädikatswein) 방식을 공식화했다. 1970년대 독일은 잘 익은 포도를 얻는 일이 어려울 정도로 추웠고 품질을 나타내는 지표로써 단맛을 강조하는 점이 당시 소비자 입맛에 맞았다.


하지만, 1971년 개정된 법은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다. 예를 들면, 피스포터 골트트룁헨(Piesporter Goldtröpfchen)이라는 라벨이 붙은 와인은 단일 포도밭 와인인 반면, 피스포터 미헬스베륵(Piesporter Michelsberg)이라는 라벨이 붙은 와인은 피스포트 마을을 둘러싼 9개 마을 37개 포도밭 중 어디서나 블렌딩 된 와인을 의미한다. 이는 같은 지역 일부 저품질 와인도 그랑 크뤼 급 단일 포도밭 와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라벨 표시가 가능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따라서, 소비자가 포도밭 이름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으면, 가격을 기준으로 어림짐작해 좋은 품질 단일 포도밭 와인을 구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은 소비자에게 독일 와인 품질에 대한 혼란과 장기적으로 독일 와인에 대한 수요 감소를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1971년 개정된 와인 법에서 와인 품질에 영향을 주는 포도밭이 단일 포도밭이나 그로스라게(Grosslage) 등으로 구분이 되어 있었음에도 와인 품질 등급에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은 지속해서 비판받았다. 특히, 페어반트 도이처 프레디카츠바인귀터(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 VDP)는 포도밭 등급이 배제된 부분에 크게 대항했고, VDP 차원에서 테루아 개념으로 포도밭 등급 체계를 만들기 시작해 2012년 이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와인 시장은 원산지를 강조하는 분위기이며, 유럽 대부분 와인 생산국가가 원산지를 기준으로 한 등급 체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독일 와인이 다른 유럽과 유사한 방식으로 등급 체계를 바꾼다면, 소비자가 더 쉽게 독일 와인을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기후 온난화 등으로 1990년대부터는 독일에서 이제는 포도가 익지 않는 문제가 없었고, 와인 시장 전체에서 단맛이 있는 와인에 대한 선호가 줄어드는 등 기존에 쓰였던 수확 당도 기준의 의미는 점차 희미해졌다. 이런 이유로 오랜 논의를 거쳐 2021년 새로운 독일 와인 법이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새로운 독일 와인 법

[독일 와인 등급 체계, 이미지 출처: 와인21닷컴]



-와인 등급 체계

새로운 독일 와인 법은 엄밀히 말하면, 수정안이라서 기본적으로 품질에 따른 독일 와인 등급 체계는 기존과 동일하다. 즉, 도이처바인(Deutscher Wein)이 가장 낮은 품질 수준이다. 도이처바인에 속하는 와인은 수확 연도와 포도 품종을 언급할 수 있고, 생산량은 아주 적다. 다음 단계는 란트바인(Landwein)으로 독일의 26개 와인 산지 중 하나에서 만들어진 지리적 표시가 있는 와인(Wine with a 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P.G.I)이다. 독일어로는 게쉬츠테 게오그라피쉐 안가베(geschützte geografische Angabe, g.g.A.)라고 한다. 란트바인은 해당 지역의 전형성을 잘 나타내며 전체 독일 와인 생산량의 10% 미만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낯선 미텔도이처 란트바인(Mitteldeutscher Landwein)과 자르랜디셔 란트바인(Saarländischer Landwein)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최상위 등급인 크발리테츠바인/프레디카츠바인(Qualitätswein/Prädikatswein)인데 독일의 13개 주요 와인 산지인 팔츠(Pfalz)와 모젤(Mosel) 등에서 온 와인에 적용된다. 크발리테츠바인/프레디카츠바인(Qualitätswein/Prädikatswein)은 원산지 명칭 보호 와인(Wine with a 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P.D.O)이다. 독일어로는 게쉬츠테 우어슈프룽스베차이히눙(geschützte Ursprungsbezeichnung, g.U.)라고 한다. 프레디카츠바인을 포함한 크발리테츠바인은 전체 독일 와인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독일 와인 등급 체계, 이미지 출처: 와인21닷컴]


크발리테츠바인(Qualitätswein)은 다시 가장 큰 범위인 권역(Area, 독일어로 안바우게비트 Anbaugebiet), 지역(Region, 독일어로 레기온), 마을(Village, 독일어로 오르트 Ort), 포도밭(Vineyard, 독일어로 라게 Lage)으로 나뉘어 와인 라벨에 명시된다. 포도밭 와인은 더 세분화되어 단일 포도밭 와인(독일어로 아인쩰라게 Einzellage), 에어스테스 게뵉스(Erstes Gewächs), 그로쎄스 게뵉스(Grosses Gewächs)로 추가 분류가 가능하며 와인 라벨에 명시될 수 있다.


이렇게 와인 법이 바뀌면 이전에 썼던 피스포터 미헬스베륵(Piesporter Michelsberg)은 더 이상 라벨에 쓸 수 없다. 운 좋게 피스포터 마을에서 기른 포도즙이 한두 방울 들어간 경우라도 레기온 미헬스베륵(Region Michelsberg, Region을 독일어로 레기온으로 발음)으로 표시해야 한다. 새로운 독일 와인 법에 따라 피스포터라는 유명한 마을 이름이 라벨에 표시되지 않아 소비자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새로운 독일 와인 법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피스포터 미헬스베륵(Piesporter Michelsberg) 이름으로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들은 피스포터 이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레기온 피스포터 미헬스베륵(Region Piesporter Michelsberg)으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에어스테스 게뵉스와 그로쎄스 게뵉스는 반드시 지역 특성을 잘 나타내는 드라이한 와인이어야 한다. 이 와인들은 헥타르당 최대 수확량 또는 최소 필수 중량과 같은 엄격한 규정을 따르며 생산되며, 에어스테스 게뵉스보다 그로쎄스 게뵉스가 더욱더 까다로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에어스테스 게뵉스와 그로쎄스 게뵉스에는 더욱 세분화된 구획 표시인 게반넨(Gewannen, 게반 Gewan의 복수형)이 와인 라벨에 추가될 수 있다.


단일 포도밭 와인인 아인쩰라게 와인은 개별 포도밭 또는 명확하게 지정된 위치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모든 스틸 와인 및 스파클링을 의미한다. 협회에서 지정한 대로 하나 이상의 포도 품종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최소한 카비넷 등급 포도를 써야 한다. 와인 라벨에는 단일 포도밭 이름이 마을 또는 지역 이름과 함께 라벨에 표시된다. 아인쩰라게 와인 중 최고 수준인 그로쎄스 게뵉스와 에어스테스 게뵉스는 드라이한 와인이지만, 다른 아인쩰라게 와인은 달콤한 와인일 수 있다.



-와인 당도 표시

프레디카츠바인은 크발리테츠바인 내 등급 명칭이다. 프레디카츠바인은 수확한 포도의 당도 수준에 따라 총 6등급으로 나뉘며, 와인 라벨에 명시된다.

[독일 와인 당도 등급 체계, 이미지 출처: 와인21닷컴]


독일 와인 생산자는 특정 용어를 사용해 와인 당도 수준을 표시한다. 드라이한 와인은 트로켄(Trocken), 오프 드라이 또는 미디움 스위트 와인은 할프트로켄(Halbtrocken)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일부 생산자는 할프트로켄이 저품질 와인을 떠올리게 한다며 파인헤릅(Feinherb)이라는 용어를 쓴다. 트로켄이나 할프트로켄과 달리 파인헤릅은 법률로 정한 용어는 아니다. 많은 경우 당도는 와인 라벨에 보이지 않는데, 이 경우 와인 소비자는 와인 카테고리나 알코올 도수를 통해 와인 당도를 추정할 수 있다.


[VDP 와인 등급 체계, 이미지 출처: 와인21닷컴]


새로운 독일 와인 법과는 별도로 독일 와인 라벨에서는 페어반트 도이처 프레디카츠바인귀터(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 VDP) 표시를 볼 수 있다. 포도송이를 품을 독수리 문양을 로고로 쓴다. 이 협회 회원들은 합의제에 따라 독일 최상급 부지 대부분이 포함되는 자체 소유 포도밭 등급을 산정한다. 이들은 까다로운 포도 재배와 양조 규칙을 준수하며 고품질 와인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VDP는 지역, 마을, 개별 포도밭 와인에 대한 자체 등급을 갖고 있으며, 프랑스 부르고뉴 등급과 비슷하다. 가장 아래 등급인 구츠바인(Gutswein, 굿 Gut은 와이너리를 의미하는 바인굿 Weingut에서 온 단어로 와이너리가 소유한 모든 마을의 전체 영지에서 얻은 포도로 만든 와인), 오르츠바인(Ortswein, 마을 단위 와인), 에어스테스 라게(Erste Lage, 프르미에 크뤼 와인), 그로쎄 라게(Grosse Lage, 그랑 크뤼 와인)로 구성된다. 에어스테스 라게에서 나온 드라이한 와인은 에어스테스 게뵉스(Erstes Gewächs), 그로쎄 라게에서 나온 드라이 와인은 그로쎄스 게뵉스(Grosses Gewächs, 일명 GG)라고 부른다. 독일 와인 법이 적용되지 않지만, VDP 와인 품질은 와인 시장에서 고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새로운 독일 와인 법은 2021년에 발표되었고, 전면 적용이 2026년으로 유예 기간이 5년이다. 새로운 독일 와인 법에 따라 와인 생산자로서는 당도가 아닌 포도밭 등급으로 주요 기준을 바꾸어 근본적으로 구조를 다시 잡아야 함을 의미한다. 와인 생산자들은 포도밭을 놓고 어떤 밭을 그로쎄 라게와 에어스테스 라게라고 할지부터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더불어 모든 등급에는 수확량, 최소 알코올도수, 손 수확 등 세부적인 규정이 정해져 있어서 그 등급에 걸맞는 와인을 만들려는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5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너무 길다고 비판하지만, 와인 생산자에게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언뜻 보기에 새로운 독일 와인 법은 용어가 낯설어 더욱더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전과는 달리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코트 드 뉘로 범위를 좁혀가며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026년 전면 적용 이후에 새로운 독일 와인 법 효과가 드러날 테니 그때까지 새롭고 맛있는 독일 와인을 발견해보는 재미로 천천히 독일 와인 라벨 변화를 익혀봐도 좋을 거 같다.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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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2.01.26 14:20수정 2022.03.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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