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의 지각 변동

[여러 종류 카바, 사진 출처: DO Cava]



카바(Cava)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스페인의 가장 유명한 스파클링 와인이다. 최고급 카바는 샴페인과 경쟁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품질을 자랑한다. 그런데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세계에서 여러 변화가 생겨 심지어 최고 수준 카바는 더는 카바라고 불리지도 않는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현명한 소비자로서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의 지각 변동을 정리해보자.



카바(Cava)

최초의 카바는 1872년 호셉 마리아 라벤토스 이 파호(Josep Maria Raventos i Fatjo)가 산트 사두르니 다노이아(Sant Sadurni d'Anoia)에서 시작했다. 1887년 페네데스(Penedès) 지역 와인 생산자는 필록세라 피해를 보자 포도밭을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적포도 대신 카바 생산을 위한 자렐로(Xarel-lo), 마카베오(Macabeo), 파레야다(Parellada)를 심었다.



1959년부터 카바라는 단어가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페네데스가 있는 카탈루냐에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카바를 샴파니(Xampany)라 불렀는데(아직 오래된 이 지역 와인 바에 가면 샴파니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샴페인 생산자의 반발로 인해 '동굴'이나 '지하실'을 의미하는 카바(Cava)가 대체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1986년 카바 DO(Cava DO)가 지정됐고, 이후 지속해서 카바 정체성 확보를 위한 상세한 규정이 정해지고 있다.



[효모 숙성 후 리들링 중인 카바, 사진 출처: DO Cava]



카바 생산 현황

2021년 기준, 카바 포도밭은 38,133헥타르이며, 2020년 대비 17.33% 증가한 약 2억 5천 2백만 병 카바가 판매됐다. 수출이 71%(유럽 46%, 비유럽 25%), 내수가 29% 정도다. 현재 카바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 중인데, 해외 시장은 독일, 미국, 벨기에, 영국, 일본 순으로 크며, 스페인 내부에서는 마드리드가 가장 큰 시장이다.



현재 카바 규정

농산물, 수산, 식품에서 원산지 표시가 매우 중요해지면서 카바 규정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카바 규정은 포도밭에서부터 와인까지 전체 과정을 다루며, 최소 숙성 기한, 포도밭, 품종, 생산량, 티라주(2차 발효를 위해 넣는 액체) 등을 상세히 다룬다.



[카바 종류 구분, 자료 출처: DO Cava]



현재 카바는 카바 데 구아르다(Cava de Guarda)카바 데 구아르다 수페리오르(Cava de Guarda Superior)로 나뉜다. 카바 데 구아르다 수페리오르부터는 반드시 유기농 포도를 써야 하며, 레세르바(Reserva), 그란 레세르바(Gran Reserva) 그리고 파라헤 칼리피카도(Paraje Calificado) 3종류가 있다. 



[카바 생산 4구역, 자료 출처: DO Cava]



카바는 스페인 7개 자치구에 있는 총 159개 지방 자치제에서 생산될 수 있는데, 이는 크게 4개 영역으로 묶어볼 수 있다. 콤탓 데 바르셀로나(Comtats de Barcelona), 발레 델 에브로(Valle del Ebro), 비녜도스 데 알멘드라레호(Vinedos de Almendralejo), 레반테(Levante)가 바로 그 4개 영역이다.



[카바 종류에 따른 라벨, 자료 출처: DO Cava]



카바 데 구아르다(Cava de Guarda)는 효모와 최소한 9개월 숙성하며, 올리브색 라벨을 쓴다. 가벼운 바디에 시트러스 같은 과실 향이 발랄하며, 빠르게 움직이는 기포를 즐길 수 있다. 포도 품종은 마카베오, 자렐로, 파레야다를 쓴다. 당도는 브뤼 나튀르, 엑스트라 브뤼, 브뤼, 엑스트라 세코, 세미 세코, 둘체로 생산된다.



카바 데 구아르다 수페리오르 레세르바(Cava de Guarda Superior Reserva)는 효모와 최소한 18개월 숙성하며 은색 라벨을 쓴다. 복합적인 향과 풍부함을 즐길 수 있으며 풍성한 기포와 신선함이 특징으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포도 품종은 마카베오, 자렐로, 파레야다를 쓴다. 팔각, 복숭아, 살구, 사과 꽃, 가벼운 토스트 향을 지니며 산도가 좋고 간간이 끝에 살짝 씁쓸한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당도는 브뤼 나튀르, 엑스트라 브뤼, 브뤼, 엑스트라 세코, 세미 세코, 둘체로 생산된다.



카바 데 구아르다 수페리오르 그란 레세르바(Cava de Guarda Superior Gran Reserva)는 효모와 최소한 30개월 숙성하며, 금색 라벨을 쓴다. 복합성이 탁월하며, 뚜렷한 개성을 지닌 미식 와인이다. 포도 품종은 마카베오, 자렐로, 파레야다를 쓴다. 효모와 오래 접촉해 구운 사과, 말린 살구, 헤이즐넛, 페이스트리 풍미가 좋으며 잘 녹은 기포와 긴 여운을 즐길 수 있다.


[카바 데 구아르다 수페리오르 데 파라헤 칼리피카도 라벨, 이미지 출처: DO Cava]



카바 데 구아르다 수페리오르 데 파라헤 칼리피카도(Cava de Guarda Superior de Paraje Calificado)는 효모와 최소한 36개월 숙성하며, 마름모꼴 라벨을 쓴다. 파라헤는 '장소' 또는 '구획'을 의미하는데, 그랑 크뤼 급 특정 위치와 테루아 특성이 명확하게 반영되는 특별한 와인이다. 포도 품종은 마카베오, 자렐로, 파레야다를 쓴다. 포도밭은 최소 10년 이상되어야 하며, 부쉬바인 형태로 자라는 올드 바인에서 헥타르당 8000kg을 손으로 수확해 헥타르당 48헥토리터까지 포도즙을 얻을 수 있다. 규정은 효모와 최소 36개월 숙성하지만, 보통 훨씬 길게 5~6년을 기본적으로 숙성한다. 당도는 브뤼, 엑스트라 브뤼, 브뤼만 생산된다.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 변화의 첫 시작은 2012년 콘카 델 리우 아노이아(Conca del Riu Anoia)이며, 2013년에는 클라식 페네데스(Classic Penedès), 2015년에는 코르피낫(Corpinnat)이 탄생했다.


[콘카 델 리우 아노이아 와인 라벨, 이미지 출처: 라벤토스 이 블랑]



콘카 델 리우 아노이아(Conca del Riu Anoia)

라벤토스 이 블랑(Raventós i Blanc)은 오래된 와인 양조 전통을 지닌 와이너리다. 라벤토스 가문은 1497년부터 산트 사두르니 다노이아(Sant Sadurní d'Anoia)에서 90헥타르 포도밭을 21대에 걸쳐 관리하고 있다. 호셉 마리아 라벤토스 이 파호(Josep Maria Raventos i Fatjo)는 최초 카바를 생산한 거로 알려져 있으며, 1986년 호셉 마리아 라벤토스 이 블랑은 가족 소유 최고 포도밭인 콘카 델 리우 아노이아(Conca del Riu Anoia)를 유지하면서 가족 소유였던 코도르뉴(Codorníu) 지분을 매각했다.


이후 라벤토스 가문은 콘카 델 리우 아노이아(Conca del Riu Anoia) 테루아 특성을 표현하는 스파클링 와인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토착 품종인 자렐로, 파레야다, 마카베오, 모나스트렐을 재배하며, 포도밭은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관리한다. 라벤토스 가문은 2013년부터 더는 카바 DO가 아니며, 콘카 델 리우 아노이아 와인을 만든다.



[클래식 페네데스 와인, 이미지 출처: DO Penedès]



클래식 페네데스(Classic Penedès)

알벳 이 노야(Albet I Noya)의 호셉 마리아(Josep Maria), 콜레(Colet)의 세르지 콜레(Sergi Colet), 에이티 로카(AT Roca)의 아구스티 토렐로(Agustí Torelló)는 2013년 원산지 명칭 산지인 페네데스(DO Penedès) 하위 분류인 클래식 페네데스(Classic Penedès)를 시작했다. 현재 카바 DO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의 약 75%는 소매가 10유로 미만으로 프렉시넥(Freixenet)이나 코도르뉴와 같은 대규모 생산자가 만든다. 클래식 페네데스 생산자들은 이런 큰 카바 생산자 덕분에 카바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랜드가 되었지만 이로 인해 싸구려 이미지를 벗기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2012년 라벤토스 가문의 탈퇴를 보며 12명의 생산자가 함께 탈퇴해 클래식 페네데스를 시작했고, 현재는 18개 생산자로 늘었다.



클래식 페네데스는 반드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써야 하며, 효모와 최소한 15개월 숙성한 레세르바 급이어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이 있다. 2014년부터 클래식 페네데스 이름을 단 와인이 출시 됐다.



클래식 페네데스 생산자 18개 중 16개는 다음과 같다. (확인 후 2개 와이너리 추가 예정)

Albet i Noya, AT Roca, Aymar, Celler Can Morral del Moli, Celler Grapissó, Celler Puig Romeu, Colet, Finca la Font de Jui, Finca Viladellops, Loxarel, Mas Bertran, Mas Comtal, Miquel Jané, MontPicolis, Plana d'en Jan, Torre del Veguer



코르피낫(Corpinnat)

코르피낫은 2017년 카탈루냐 총국 법무부에 등록된 코르피낫 와인 생산자와 포도 재배자 연합(The Association of Wine Producers and Growers Corpinnat)에 속한 6개 와이너리가 시작한 브랜드다. 코르피낫은 130여년 전 스페인에서 최초로 스파클링 와인이 만들어진 요람인 코르(Cor)와 10세기 기록에 남겨진 페네데스라는 단어의 어근 핀나에(Pinnae)에서 유래한 피낫(Pinnat)을 합친 단어다. 피낫은 바위가 많은 페네데스 토양을 의미한다. 이들은 카바 DO가 와인이 생산된 테루아에 집중하지 않고, 전통 방식에 초점을 맞춘 데에 크게 반대한다. 현재 코르피낫에 속한 와이너리는 11개다.



코르피낫의 규칙은 매우 엄격한데, 포도는 유기농으로 재배하며 반드시 손으로 수확해야 한다. 모든 와인은 와이너리에서 만들어야 하며, 외부에서 포도즙을 사지 않고 생산해야 한다. 만약, 코르피낫에 소속된 와이너리가 포도를 사서 와인을 만든다면, 와인 생산자는 반드시 포도 재배자들에게 더 높은 프리미엄 가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모든 코르피낫 와인은 효모와 최소 18개월 숙성한 레제르바 급 와인을 기본 와인으로 생산하며, 와이너리는 효모와 최소 30개월 이상 숙성한 와인, 60개월 이상 숙성한 와인도 각각 최소한 1종류 이상 생산해야 한다.



이들은 30년 전과 달리 스페인 카바에서 테루아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이야기하며, 샴페인과 함께 경쟁하는 코르피낫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릴 계획을 하고 있다. 최근 클래식 페네데스와 코르피낫 생산자들은 연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어떤 협의도 없이 종료됐다.



코르피낫 생산자는 다음과 같다.

Gramona, Llopart, Nadal, Recaredo, Sabaté i Coca, Torelló, Can Feixes, Júlia Bernet, Mas Candí, Can Descregut, Pardas



카바의 지각 변동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판(Plate)과 같아 현재로서는 결국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한가지 지금 카바 DO에 머무는 생산자 중에도 아주 뛰어난 생산자들이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카바, 콘카 델 리우 아노이아, 클래식 페네데스, 코르피낫 중 어느 걸 주문할지 고민되지만 동시에 매우 흥미롭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런 충돌과 변화로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며, 더 탐나는 매력을 갖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을 카테고리별로 즐기며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면 어떨까!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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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2.07.07 09:54수정 2022.07.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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