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가슴으로 느끼는 샴페인, 떼땅져

“None”이라고? 떼땅져의 총괄 이사(General Director) 클로비스 떼땅져(Clovis Taittinger)에게 보낸 질문 중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무엇인가요?'에 대한 대답이 '없습니다'라니.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클로비스에게 질문을 보낸 것은 2022년 7월 26일 열린 떼땅져 미디어 런치 때문이었다. 클로비스가 방한해 함께하는 이 행사의 원할한 진행을 위해 수입사인 하이트진로(주)를 통해 사전 질의서를 메일로 보낸 터였다. 그런데 한국 시장에 기대하는 것이 딱히 없다는 의외의 답변을 받으니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후에 이어지는 클로비스의 글은 이랬다. “떼땅져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무척 성공적이었습니다. 판매도 가파르게 늘었고요.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큰 시장입니다. 하지만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떼땅져가 매개가 되어 한국과 프랑스의 우정이 더욱 단단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미디어 런치에 참가해 클로비스와 대화를 나눠보니 그가 왜 그런 답변을 보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떼땅져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샴페인을 만드는 곳이었다.


[미디어 런치에서 만난 떼땅져의 총괄 이사 클로비스 떼땅져]


떼땅져는 1734년 자크 푸르노(Jacques Fourneaux)가 설립했다. 샹파뉴 지역에 세워진 세번째 샴페인 하우스로는 세번째다. 떼땅져 가문이 이 샴페인 하우스와 인연이 닿은 것은 그로부터 약 200년 뒤인 1915년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젊은 정치이었던 피에르 떼땅져는 카스텔노 장군의 수석 보좌관으로 임명 받아 장군이 주둔하고 있던 샤토 드 라 마르케테리(Chateau de la Marquetterie)로 향했다. 맡은 임무도 수행하고 전쟁 중에 당한 부상도 치료 받으면서 피에르는 포도밭 한가운데 자리한 이 샤토의 아름다움에 점점 매료되어 갔다. 전쟁이 끝난 뒤 정치인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피에르는 샹파뉴에 집을 한 채 갖고 싶어 1932년 다시 샹파뉴를 방문했다. 그런데 마치 운명처럼 샤토 드 라 마르케테리가 매물로 나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바로 이 성을 계약했고 2년 뒤에는 샹파뉴의 백작 티보4세(Thibaud IV)가 살았던 집과 자크 푸르노가 설립한 샴페인 하우스르도 매입했다. 떼땅져 가문의 샴페인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포도밭 한가운데 자리한 샤토 드 라 마르케테리 (사진 제공: 떼땅져)]


여기서 잠시 샹파뉴 백작 티보4세(1201~1253)에 대해서도 알아 보자. 떼땅져를 대표하는 명품 샴페인 꽁뜨 드 샹파뉴의 주인공이자 떼땅져를 장식하는 로고 속 인물이니 빼놓을 수 없다. 샹파뉴 백작 티보 3세와 나바라 왕국의 왕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샹파뉴 백작 티보 4세가 됐고 나바라 왕이 후사 없이 사망하면서 나바라의 왕도 겸임했다. 시도 짓고 곡도 썼다니 상당히 낭만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런 그가 십자군 전쟁에도 참가했는데, 전설에 따르면 그는 돌아오면서 다마스커스 장미와 샤르도네를 샹파뉴로 가져왔다고 한다. 떼땅져가 유독 샤르도네에 진심인 이유가 혹시 티보4세가 살았던 집을 매입한 인연 때문일까? 클로비스에게 물으니 피에르 떼땅져의 세째 아들이자 클로비스의 삼촌인 프랑수아가 1950년대에 떼땅져의 맛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샤르도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추구하던 스타일은 섬세하고 순수한 샴페인이었고 여기에 가장 적합한 품종이 샤르도네였다는 것이다. 당시 샹파뉴 지역에서는 샤르도네를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았지만 프랑수아는 샤르도네로 더욱 정교한 맛을 추구하기 위해 콘크리트 탱크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까지 새로 도입했다는 것이 클로비스의 설명이다.


[프로슈토를 곁들인 멜론과 떼땅져 브뤼 리저브]


그럼 이제 미디어 런치에서 맛본 떼땅져의 샴페인들을 하나씩 만나 보자. 첫번째 와인은 떼땅져 샴페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브뤼 리저브(Brut Reserve)였다. 샤르도네 40%에 피노 누아와 피노 뫼니에를 60% 섞어 만든 이 샴페인은 35개의 각기 다른 크뤼의 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블렌딩해 만들었고 최소 3년 이상 숙성을 거친다. 평소 부담 없이 즐기는 샴페인인데 놀랍게도 미디어 런치 당일에 맛본 브뤼 리저브는 유독 맛이 좋았다. 마법을 부린 건 아닐 테고 아마 평소보다 집중해서 시음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잘 익은 사과와 레몬, 신선한 복숭아 향이 가득했고 적당한 보디감과 부드러운 기포가 'Fruity & Soft'의 모범답안 같은 느낌이었다. 프로슈토를 곁들인 머스크 멜론과 함께 즐기니 멜론의 달콤함이 브뤼 리저브의 풍부한 과일향과 조화를 이루고 프로슈토의 짭짤함을 와인이 부드럽게 감싸 와인과 음식이 한층 더 맛깔스러웠다. 다음에 브뤼 리저브를 마실 땐 꼭 프로슈토와 멜론을 곁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인 궁합이었다.


[아보카도 망고 샐러드와 떼땅져 프렐뤼드 그랑 크뤼]


두번째로 맛본 와인은 프렐뤼드 그랑 크뤼(Prelude Grands Crus)였다. 100% 그랑 크뤼 밭에서 생산된 샤르도네 50%와 피노 누아 50%로 만든 이 와인은 5년 이상 숙성을 거친 뒤 출시된다. 과즙을 듬뿍 머금은 복숭아와 멜론처럼 감미로운 과일향이 가득하고 마신 뒤에는 꽃향과 꿀향이 은은하게 입안을 맴돌았다. 약간의 미네랄 풍미는 와인에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아보카도와 망고를 곁들인 샐러드와 함께 즐겼는데, 샴페인의 과일향이 과일의 달콤함에 결코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아보카도의 크리미한 질감이 와인의 탄탄한 구조감과 상당히 잘 어울렸다. 과일의 단맛 때문에 샴페인의 신맛이 부각되진 않을까 우려도 됐지만 오히려 완벽한 조화라고 여겨질 정도로 궁합이 훌륭했다. 프렐뤼드의 달콤한 풍미가 그만큼 탁월했다.


[떼땅져의 아이콘급 샴페인 꽁뜨 드 샹파뉴 블랑 드 블랑 2011]


세번째 와인은 떼땅져의 아이콘급인 꽁뜨 드 샹파뉴 블랑 드 블랑 브뤼 2011(Comte de Champagne Blanc de Blancs 2011)이었다. 샹파뉴 안에서도 샤르도네 생산지로 유명한 코트 드 블랑(Côte des Blancs)의 5개 밭에서 수확한 샤르도네 100%로 만드는 이 와인은 작황이 뛰어난 해에만 생산되는 빈티지 샴페인이다. 와인의 5%는 오크 배럴에서 숙성시켜 복합미를 더하고 13세기에 지어진 생-니케즈(Saint-Nicaise) 셀러에서 약 10년간 숙성시킨 뒤 출시된다.

여기서 잠시 떼땅져 품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생 니케즈 셀러에 대해 알아보자. 생 니케즈는 실존 인물로 5세기 때 바바리아 침입자들로부터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랭스(Reims, 샹파뉴 지역의 중심 도시)의 수호 성인이다. 13세기에 베네딕트 수도회는 그를 기리기 위해 수도원을 지었는데, 한때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평가되던 고딕 양식의 성당도 수도원의 일부였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 때 국유화가 되면서 건축 자재로 활용하기 위해 성당은 해체됐고 19세기에 이르러서는 형체마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길이가 4km나 되는 지하 동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곳은 고대 로마인들이 백악질 암석을 채취하기 위해 파낸 동굴인었지만 수도원이 세워진 뒤에는 귀족 등 유명 인사와 종교인들의 시신을 안치하는 무덤으로 활용됐고 세계대전 때는 방공호로도 이용됐다. 지금은 떼땅져가 자랑하는 천연 셀러로 활용되는 이곳은 18미터 지하에 자리하고 습기를 잘 머금는 백악질 토양의 특성 때문에 1년 내내 와인 숙성 최적의 온도와 습도가 유지된다. 꽁뜨 드 떼땅져 와인병 모양이 특별한 것도 이 셀러와 연관이 있다. 이곳을 셀러로 만들기 위해 공사하던 때 17세기에 사용하던 와인병이 발견됐는데, 그것을 그대로 본딴 것이 바로 지금의 꽁뜨 드 샹파뉴 와인병이기 때문이다.


[백악질 토양 깊숙이 자리한 생-니케즈 셀러 (사진 제공: Louis Teran Cellars)]


그럼 생 니케즈 셀러에서 10년간 숙성을 거친 꽁뜨 드 샹파튜 블랑 드 블랑 2011의 맛은 과연 어떘을까? 무엇보다 향의 집중도가 남달랐다. 신선한 크림처럼 부드러운 아로마를 꽃 향과 꿀 향이 우아하게 감싸고 있었다. 한 모금 머금으니 잘 익은 과일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여운에서는 새콤달콤한 레몬 향이 끝없이 이어졌다. 마실 때마다 계속 피어나는 다양한 아로마는 꽁뜨 드 샹파뉴 블랑 드 블랑의 뛰어난 복합미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듯했다. 함께 곁들인 음식은 트러플 모듬 버섯 리조토였는데, 음식의 풍미가 제법 강했지만 꽁뜨 드 샹파뉴의 농밀한 향도 결코 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음식과 어우러져 더욱 맛있는 조화를 탄생시켰다.


[떼땅져 프레스티지 로제 브뤼]


네번째 와인은 프레스티지 로제 브뤼(Prestige Rose Brut)였다. 샤르도네 30%, 피노 누아 45%, 피노 뫼니에 25%를 블렌드해 만든 이 와인은 3년 이상 숙성을 거치며 15%의 레드 와인을 브렌딩함으로써 붉은 빛깔을 얻는다. 맛을 보면 라즈베리와 딸기 등 잘 익은 붉은 베리 향이 부드러운 기포에 싸여 은은하게 입안을 채운다. 미디엄 정도의 바디감이 풍부한 과일향과 어우러져 제법 힘이 느껴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인지 함께 곁들인 비프 스튜와도 무척 잘 어울렸다. 음식의 무게감과 와인의 바디감이 균형을 이루고 와인의 향신료 향이 소고기의 맛을 더욱 맛있게 만들었다. 더운 여름날 고기 요리를 즐길 때 차게 식혀 함께 즐기기 좋은 스타일이다.


[티라미수와 떼땅져 녹턴 시티 라이트]


마지막 와인은 녹턴 시티 라이트(Nocturne City Light)였다. '야상곡과 도시의 불빛'이라는 이름처럼 이 와인은 상당히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떼땅져 브뤼 리저브와 녹턴 시티 라이트가 포장만 다르고 같은 와인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블렌딩 되는 포도 품종은 같지만 녹턴이 1년 더 숙성을 거치고 도사주(Dosage, 샴페인에 추후 첨가하는 당분)도 리터당 17g으로 브뤼 리저브보다 조금 많은 드라이 수준이다. 그래서 녹턴 시티 라이트는 음식을 곁들이지 않고도 즐기기가 편하다. 맛을 보면 와인이 더 둥글고 무게감도 조금 더 느껴진다. 사과, 배, 레몬, 복숭아 등 풍부한 과일향이 상큼하게 입안을 채우고 와인을 목으로 넘긴 뒤에는 달콤한 과일의 여운이 오래 이어진다. 신선한 과일향과 잔당의 밸런스가 탁월하고 부드러운 질감과의 조화도 훌륭하다. 디저트로 나온 티라미수와 함께 마셨을 땐 신맛이 튀지 않을지 우려가 됐지만 오히려 티라미수의 단맛을 상큼하게 감싸서 깔끔하게 마무리해주었다. 깊은 밤 조명을 어둡게 하고 쇼팽의 야상곡을 들으며 창밖 도시의 불빛을 보며 음미하고 싶은 와인이다.


식사를 하며 와인을 시음하는 내내 클로비스 떼땅져는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초청한 손님들이 맛있게 즐기고 있는지 샴페인에 대한 느낌이 어떤지를 물었다. 잔당이나 산도 등 지나치게 기술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친절히 답을 하면서도 샴페인은 '느끼는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고 덧붙였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샴페인을 즐겨주세요. 떼땅져를 마실 때마다 행복하고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클로비스가 남긴 말이 계속 떼땅져의 은은한 여운처럼 계속 뇌리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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