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몰도바의 수도 키시너우를 출발해 바르샤바와 부다페스트를 거쳐 서울까지 무려 50시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 때문에 그의 여정은 길고도 험난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바로 달려온 이온 루카(Ion Luca)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에게 대한민국은 이미 익숙한 나라다. 벌써 열 번째 방문이기 때문이다. 그는 매년 이맘때쯤 대전에서 열리는 아시아 와인 트로피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를 만난 곳은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였다. 시장할 것 같아 음식부터 주문하는 게 어떻겠냐는 물음에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비빔밥 될까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어서 아쉽게도 비빔밥은 주문할 수 없었지만 그가 만든 카르페 디엠(Carpe Diem) 와인들을 시음하며 즐거운 인터뷰가 이어졌다.


[카르페 디엠을 만든 와인메이커 이온 루카]


카르페 디엠이 한국으로 수출되기 시작한 것은 7년 전부터다. 그는 한국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했다. 카르페 디엠이 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다 보니 코로나19의 여파로 다른 나라는 매출이 줄었지만 한국만 유일하게 수출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 와인 수입이 급증하긴 했지만 카르페 디엠의 인기가 단순히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카르페 디엠은 여러 모로 장점이 많은 와인이다. 우리 입맛에도 잘 맞고 가격 대비 품질도 탁월할 뿐만 아니라 레이블까지 모던하다. 4대째 와인을 생산해온 가문 출신이다 보니 와인을 만드는 재능이 뛰어난 걸까? 이온 루카와 긴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 비결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몰도바 와인은 한때 개성을 몰수 당해야만 했습니다. 1949년 몰도바가 소비에트 연방국이 되면서 개인이 소유한 포도밭과 와이너리는 모두 국유화 됐죠. 소련은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와인을 원하지 않았어요. 특별한 와인보다는 모두가 부담없이 즐기는 대중적인 와인의 대량생산을 원했거든요. 당연히 몰도바 토착 품종은 무시됐고, 어느 나라에서나 생산되는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의 재배를 강요 당했습니다. ” 이온 루카의 가족에게는 밭과 와이너리를 모두 잃었던 소비에트 연방 시대가 뼈아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가업을 잇던 아버지가 하루 아침에 국영 와인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1990년대 초 몰도바가 마침내 소비에트 연방을 탈퇴하고 민주화를 이뤘지만, 그의 집안이 밭을 되찾고 와이너리를 설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와 형은 다니던 직장에서 이미 중책을 맡은 터였다.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에 위치한 카르페 디엠 와인샵에 진열된 와인들]


하지만 이온은 달랐다. 독일에서 와인을 공부한 그는 몰도바의 품종으로 몰도바만이 만들 수 있는 와인을 만들고 싶었다. 2011년 그는 자신의 와이너리인 카사 비니콜라 루카(Casa Vinicola Luca)를 설립했고, 2013년 빈티지부터 자신의 브랜드로 와인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첫 브랜드인 카르페 디엠이다. 카르페 디엠은 레이블이 독특하다. 한 번 보면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활짝 웃는 얼굴들이 그야말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카르페 디엠의 뜻과 딱 맞아 떨어진다. 어떻게 이런 레이블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레이블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이 정말 험난했어요(웃음). 여러 업체로부터 시안도 많이 받아봤죠.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출장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사람의 얼굴이 담긴 와인 레이블을 보게 됐어요. 이상하리만치 모두 심각하고 슬픈 얼굴을 하고 있더군요. 거기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카르페 디엠의 의미가 잘 부각되도록 행복한 사람들을 레이블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거죠. 솔직히 몰도바 품종들이 낯설어서 기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품종 대신 사진을 기억하더라고요. '맞아, 이 사진이 있는 와인이 맛있었어'라는 식으로요. 판매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레이블을 쓰길 정말 잘했어요 (웃음).”

이온 루카의 말처럼 조지아의 품종들은 우리에게 아직 낯설다. 하지만 한 번 마셔보면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친근하기 그지 없다. 카르페 디엠 와인은 우리나라에 총 8종이 수입되고 있다. 4종은 비오리카(Viorica), 페테아스카 알바(Feteasca Alba), 페테아스카 네그라(Feteasca Neagra),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단일 품종 와인이고, 4종은 팜므 파탈(Femme Fatal), 팜므 인크레더블(Femme Incredible), 뀌베 19/11 (Cuvee 19/11), 배드 보이즈(Bad Boys) 등 블렌드 와인이다. 기자는 금번 인터뷰에서 이온 루카와 블렌드 와인을 시음하고 싶다고 청했다. 단일 품종보다 블렌드 와인이 와인메이커의 철학과 기술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시음한 것은 팜므 파탈이었다.


[팜므 파탈과 팜므 인크레더블]


“팜므 파탈은 카르페 디엠 중 베스트 셀러입니다. 여러 와인 품평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죠. 이 와인은 페테아스카 알바와 페테아스카 레갈라(Feteasca Regala)를 블렌드한 겁니다. 아무도 이 품종들을 블렌드하지 않기에 제가 제일 먼저 해버렸습니다(웃음). 페테아스카 알바는 보디감을, 페테아스카 레갈라는 아로마를 담당합니다. 그래서 맛을 보면 와인이 부드러우면서도 향이 풍부하죠. 페테아스카는 '여성스러운'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페테아스카라는 이름의 품종이 두 개나 들어갔으니 얼마나 더 여성스럽고 매력적이겠어요. 그래서 와인 이름을 팜므 파탈이라고 지은 겁니다.”

이온 루카의 말처럼 팜므 파탈은 사과와 배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아카시아 향이 은은하며 보디감과 신맛의 밸런스가 뛰어나 누구나 즐기기 좋은 스타일이다. 한편, 팜므 인크레더블은 바질과 야생화 등 싱그러움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팜므 인크레더블은 2020년이 첫 빈티지입니다. 페테아스카 레갈라, 소비뇽 블랑, 비오리카를 블렌드해서 만들었죠. 페테아스카는 다른 나라에서도 재배되지만 비오리카는 몰도바에서만 자라는 품종입니다. 세 가지 모두 아로마가 강렬한 품종이지만 서로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새로운 타입의 신선함을 찾는 분께 딱 맞는 와인이라고 할 수 있죠.” 팜프 파탈과 팜므 인트레더블 모두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샐러드나 쌈밥에는 팜므 인크레더블이, 해산물이나 파스타에는 팜므 파탈을 곁들이면 한층 더 완벽한 궁합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온 루카의 가족. 쌍동이 남매에게 와이너리는 이미 놀이터다.]


다음은 레드 와인들 차례였다. 피노 누아와 라라 네그라(Rara Neagra)가 블렌드된 퀴베 19/11을 먼저 맛보았다. 한 모금 머금자 달콤한 과즙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19/11은 11월 19일, 저의 쌍둥이 아들과 딸이 태어난 날입니다. 그들의 탄생을 기념해서 만든 와인이에요. 타닌이 강하지 않아 질감이 부드럽고, 라즈베리, 체리, 블랙베리 등 과일향이 풍부합니다. 와인 애호가들 중에서도 소프트한 스타일의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와인이죠. 반면에 배드 보이즈는 강건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분들을 위해 만든 와인입니다.”

이온 루카의 말처럼 배드 보이즈는 검은 자두, 블랙베리, 검은 체리 등 검게 익은 베리류의 풍미가 가득하고 밀도 있는 타닌이 탄탄한 구조감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름이 배드 보이즈일까? “배드 보이즈란 몰도바와 조지아의 우정을 의미합니다. 두 나라는 소련 시절 주요 와인 생산국이었어요. 연방국들에게 와인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지요. 그래서 몰도바를 상징하는 페테아스타 네그라와 조지아의 토착 품종 사페라비(Saperavi)를 블렌드해 만들었습니다. 조지아 친구들은 어쩌면 제가 사페라비를 블렌딩 파트너로 삼은 걸 못마땅해 할 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사페라비야말로 조지아의 사랑이고 자랑이거든요. 이 와인은 출시하자마자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문두스 비니(Mundus Vini)와 베를린 와인 트로피 등 여러 와인 품평회에서 상도 많이 탔죠. 그런데 2018 빈티지가 워낙 품질이 좋아 요즘 걱정이 많습니다. 소비자들의 기대가  높아져서요. 앞으로도 품질을 잘 유지해야 할텐데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웃음).” 안심 스테이크에 곁들여 마셔보니 퀴베 19/11과 배드 보이즈 모두 나름의 매력이 두드러졌다. 퀴베 19/11의 풍부한 과즙은 스테이크의 육즙과 어우러져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었고, 배드 보이즈의 탄탄한 질감은 고기 요리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스테이크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퀴베 19/11과 배드 보이즈]


이온 루카의 한식 사랑은 대단한 수준이다. 하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비빔밥이 되는지 물을 정도니 한식 애호가임에 틀림없다. 그는 몰도바에서 김치를 정기적으로 사먹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며 무척 기뻐했다. 몰도바 여성 두 명이 운영하는 곳인데 한국의 김치 맛을 제대로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에게 비빔밥에는 카르페 디엠 와인 중 어떤 것이 어울리겠는지 묻자, 화이트 와인으로는 팜프파탈을, 레드 와인으로는 퀴베 19/11을 추천했다. 기자도 조만간 두 와인을 모두 준비해서 비빔밥과 함께 먹어볼 작정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온 루카에게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유기농 와인과 지속가능 와이너리에 대한 큰 포부를 밝혔다. 유기농 와인은 이산화황을 최소한으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안정성이 뛰어난 와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첨단 장비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와이너리 설립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시설을 확충해왔고 최근 그 일이 마무리 됐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유기농 와인을 생산할 참이란다. 그는 지속가능 와이너리 운영도 이미 시행 중이다. 태양광 발전을 활용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전기 요금을 전혀 내지 않았고, 배럴과 탱크를 세척한 물도 정수해서 포도밭 관개용으로 재사용 한다.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껍질은 발효해서 비료로 쓰고 발효할 때 나오는 바이오 가스는 모아서 와이너리의 불을 밝히는 데 쓰고 있다. 이온 루카의 목표와 계획을 듣고 있자니 기자도 덩달아 그의 와인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그가 만든 와인들은 얼마나 더 건강한 맛으로 우리 입맛을 사로잡게 될까? 그 날을 고대하며 다시 한 번 잔을 들어 본다.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카르페 디엠!.


Copyrights © 와인21닷컴 & 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 이벤트 전체보기

최신 뉴스 전체보기

  • 5월 책갈피 <바베트의 만찬>
  • 조지아 인스타그램 배너
  • 탭샵바 6월 와인

이전

다음

뉴스레터
신청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