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인기 와이너리 비비 그라츠(Bibi Graetz)가 지난 9월 22일 와인애호가와 전문인들을 대상으로 <테스타마타 X 꼴로레 2020 빈티지 기념 테이스팅>을 개최했다. 수입사 ㈜와이넬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비비 그라츠의 마케팅 디렉터인 빈센초 단드레아(Vincenzo d'Andrea) 씨가 진행을 맡았다.

[와인메이커 비비 그라츠, 사진 출처: 비비 그라츠 홈페이지]
예술가 출신의 와인메이커, 비비 그라츠
비비 그라츠는 피렌체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저명한 조각가 아버지를 둔 그는 1995년까지 유망한 아티스트로서 활동했다. 어느 날 시험 삼아 와인을 생산하다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창의성이 내가 추구하는 예술이고, 그것이 곧 와인이다'라는 것을 깨닫고 와인메이커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어머니가 관리하던 성 주변의 포도밭을 도맡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와인을 만들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시도를 했다.
빈센초 씨는 “지금까지 비비 그라츠의 와인 스타일은 크게 두 번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첫 변화는 2000년대다. 기존에는 새 오크(new oak)에서 숙성한 파워풀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했는데, 2009년부터 사용한 오크(used oak)를 통해 와인에 테루아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두 번째 변화는 2019년으로, 과실의 순수함과 우아함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변화했고 그 결과 지금은 보다 섬세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질리오 섬의 풍경, 사진출처: 비비 그라츠 홈페이지]
질리오 섬에서 생산한 화이트 와인
2000년, 비비 그라츠는 화이트 와인를 생산하기 위한 장소와 품종을 물색했고, 당시 토스카나 남쪽에 버려져 있던 질리오 섬(Giglio Island)에서 안소니카(Ansonica) 품종을 기르기로 결정했다. 질리오 섬은 로마어로 '푸른 섬(Green Island)'이라는 뜻으로, 로마시대 당시 섬이 포도밭으로 푸르렀기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규모는 8헥타르 정도이며 화강암 토양과 2000년 이상 된 암석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500미터에 이르는 언덕이 있어 포도나무가 충분한 햇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2003년부터 비비 그라츠는 테루아를 깊이 이해하며 안정화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이후 2016년까지 질리오 섬에서 재배과정을 경험한 그는 2016년 비비 그라츠 비앙코의 첫 빈티지를 선보였고 2018년 꼴로레 비앙코(Colore Bianco)를 시장에 출시한다. 이들의 화이트 와인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화이트 와인 중 유일한 컬트와인으로 꼽히며, 질리오 섬 최상위 밭에서 재배한 안소니카 품종만을 사용한다.

[비비 그라츠의 올드바인, 사진출처: 비비 그라츠 홈페이지]
테스타마타와 꼴로레 로쏘
비비 그라츠는 2000년 첫 빈티지를 시작으로 테스타마타(Testamatta)와 꼴로레 로쏘(Colore Rosso)를 생산하고 있으며, 2019년은 특별한 의미를 담아 와이너리 20주년 기념 빈티지로 출시했다. 테스타마타는 '미친 머리(Crazy Head)'라는 강렬한 의미가 있는데, 이탈리아어로 직역하면 '강한 개성을 가진, 규칙을 싫어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비비 그라츠는 전통성을 존중하면서도 틀에 얽매이지 않고 한층 더 순수하고 우아한 레드 와인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 올드바인이었고 그는 이탈리아 전 지역에서 올드바인을 찾기 시작했다.
빈센초 씨는 “테스타마타와 꼴로레의 양조 기술에 큰 차이는 없으나 포도나무의 수령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테스타마타는 평균 수령 80년 이상, 꼴로레는 평균 수령 90년 정도의 올드바인을 사용한다. 그는 “80~150년의 올드바인 중에서도 가장 좋은 배럴만을 선별해 양조한다”고 했다.
2019년과 2020년, 그리고 2022년 빈티지
토스카나의 2019 빈티지는 봄에 비가 많이 내려 토양에 충분한 수분이 공급됐고, 여름의 적당한 기온으로 과실이 잘 숙성되어 알이 크고 건강한 포도가 생산되었다. 재배의 시작부터 수확까지 모든 것이 순조롭고 완벽했던 '그레이트 빈티지'로, 우아하고 밸런스가 뛰어난 와인들을 생산할 수 있었다. 빈센초 씨의 말에 따르면 “2019 빈티지는 비비 그라츠가 추구하는 스타일 그대로를 표현하는, 우아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빈티지”라고 설명했다.
2020 빈티지는 전반적으로 따뜻했다. 온화한 겨울과 이후 봄비를 거쳐 비교적 일찍 기온이 높아졌고 수확하기 며칠 전에 내린 비는 포도의 성숙에 큰 도움을 주었다. 전체적으로 저녁에는 서늘한 기후였기 때문에 산도와 아로마를 지킬 수 있었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2020년은 더 뜨거웠고 더욱 풍부한 과실 아로마가 느껴지는 빈티지였다.
그는 추가로 2022 빈티지에 대한 현재 작황을 설명했다. 2022년은 비가 적게 내리고 여름철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8월 전까지 가뭄이 지속됐으나 8월 초부터는 비가 내려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있었다. 포도는 성장 과정에서 질병이 없었고 건강하게 자랐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좋은 빈티지이지만 퀄리티에 비해 수확량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는 구조감이 좋은 풀바디 와인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왼쪽부터) 테스타마타 비앙코 2019 & 2020, 테스타마타 2019 & 2020, 꼴로레 2019 & 2020]
테스타마타 비앙코
테스타마타 비앙코는 '세로네(Serrone)' 밭에서만 재배되는 안소니카 품종으로 생산하는 싱글빈야드 와인이다. 손수확한 포도를 사용하고 48시간 동안 스테인리스에서 마세라시옹을 거친 뒤 오크에서 알코올 발효를 진행한다. 12개월간 리컨택을 하며 일주일에 2회 앙금을 저어주는 바토나쥬를 한다. 젖산발효(MLF)는 진행하지 않는다.
Testamatta Bianco 2019
진한 금빛으로 반짝이는 색상이다. 신선한 레몬, 사과, 부싯돌, 잘 익은 복숭아, 파인애플, 약간의 허브 향이 느껴진다. 입 안에서는 레몬, 파인애플, 바닐라 등의 풍미가 주를 이루는 풀바디 와인으로, 높은 산도, 크리미한 질감, 섬세한 오크 풍미가 느껴지며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약간의 플랫함과 미네랄리티, 크리미하면서 높은 산도의 밸런스가 인상적이며 전체적으로 아로마틱한 와인이다. 제임스 서클링 94점, 로버트 파커 93점을 받으며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았다.
Testamatta Bianco 2020
진한 금빛으로 반짝인다. 아주 신선한 시트러스 계열의 아로마가 인상적이다. 잘 익은 복숭아, 사과, 배, 요거트, 부싯돌 향이 느껴지고 입 안에서는 레몬, 복숭아, 이스트, 바닐라 등의 풍미가 느껴진다. 높은 산도, 크리미한 질감, 섬세한 오크 풍미, 미네랄과 풍부한 과실이 느껴진다. 풀바디이지만 산뜻한 매력을 가진 와인이다. 좋은 품질로 제임스 서클링 96점을 받았다.
2019년 질리오 섬에서는 밸런스가 뛰어나고 과실미가 좋은 와인이 생산됐고, 2020년은 그레이트 빈티지로, 구조감이 뛰어나며 보다 진중한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됐다. 소스가 강하지 않은 닭요리나 기름기 적은 생선과의 페어링을 추천한다.

[꼴로레와 테스타마타 2020, 사진출처: 비비 그라츠 홈페이지]
테스타마타 로쏘
테스타마타 로쏘는 5개의 최고 밭(Vincigliata, Londa, Lamole, Montefili, Siena)에서 수확한 산지오베제만을 사용한다. 손수확으로 작업하며 두 번에 걸쳐 선별된 포도만을 사용한다. 자연 효모를 사용하고 뚜껑이 열린 오크(Open top barrique)에서 알코올 발효가 진행된다. 이후 50헥토리터 규모의 통과 사용한 오크로 옮겨 20개월간 숙성한다.
Testamatta Rosso 2019
신선한 검붉은 베리, 자두, 레드체리, 말린 허브, 바닐라, 가죽, 담배 향이 느껴진다. 입 안에서는 검붉은 베리, 자두, 말린 허브의 풍미가 인상적이다. 풀바디에 높은 산도, 구조감이 뛰어나고, 잘 익은 타닌과 길고 세이보리한 여운이 느껴지며, 우아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수준 높은 와인이다. 제임스 서클링 97점, 디캔터 96점, 로버트 파커 94점을 받았다.
Testamatta Rosso 2020
잘 익은 딸기, 검붉은 베리, 익은 자두, 세이보리, 발사믹, 바닐라, 토스트 향이 느껴진다. 입 안에서는 검붉은 베리, 딸기, 자두 등의 풍미가 풍성하다. 중간 이상의 바디감에 높은 산도와 뛰어난 구조감을 갖췄고, 크리미하며, 잘 익은 타닌이 느껴진다. 풍부하고 순수한 과실 풍미가 매력적인 고품질 와인이다. 디켄터 97점, 로버트파커 95점, 제임스서클링 94점을 받았다.
테스타마타 2019 빈티지와 2020 빈티지는 동일한 와인임에도 상당히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2019 빈티지는 산지오베제 자체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된 느낌으로 복합적이고 우아함이 돋보인다. 반면 2020 빈티지는 과실이 풍성하고 강렬하다. 또한 크리미한 질감 덕분에 와인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테스타마타 로쏘는 로제 파스타나 마르게리따 피자처럼 토마토 베이스의 요리나 로스트 치킨처럼 담백한 음식과 페어링을 추천한다.

꼴로레 로쏘
꼴로레 로쏘는 3개의 포도밭(Vincigliata,Lamole, Siena)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배럴만을 사용한다. 뛰어난 품질로 와이너리의 얼굴이자 자랑이라 할 수 있다. 테스타마타와 마찬가지로 손수확하고 두 번에 걸쳐 포도를 선별한다. 자연 효모를 사용하고 뚜껑이 열린 오크에서 알코올 발효를 진행한다. 테스타마타보다 추출을 더 많이 진행하며, 빈야드 블렌딩 전 20개월간 오크 숙성을 한다.
Colore Rosso 2019
신선한 딸기, 검붉은 베리, 붉은 자두, 체리, 감초, 세이보리, 바닐라 향이 느껴진다. 입 안에서는 딸기, 검붉은 베리, 미네랄, 감초 등의 풍미가 섬세하게 느껴진다. 풀바디에 높은 산도, 뛰어난 구조감을 갖춘 와인으로 미네랄리티와 우아한 텍스처, 순수하고 높은 과실 농축도, 실키한 타닌과 긴 여운이 느껴진다. 제임스 서클링 99점, 디캔터 98점, 로버트 파커 96점을 받았다.
Colore Rosso 2020
잘 익은 베리류, 검은 자두, 세이보리, 바닐라 향이 느껴진다. 풀바디에 높은 산도, 뛰어난 구조감을 갖췄다. 입 안에서는 미네랄리티와 우아한 텍스처, 단단하고 잘 익은 타닌, 순수하고 높은 과실 농축도, 길고 프루티한 여운이 느껴지는 수준 높은 와인이다. 제임스 서클링 98점을 받았다.
꼴로레 2019 빈티지와 2020 빈티지는 테스타마타 로쏘와 비슷한 면이 있다. 2019 빈티지가 좀 더 신선하면서 섬세하고, 2020 빈티지는 보다 프루티하면서 풍성한 표현력이 매력적이다.
꼴로레는 라구 파스타나 이탈리안 비프 스튜 같은 토마토 베이스의 무게감 있는 음식이나 담백한 소스가 가미된 로스트 치킨 등과 페어링을 추천한다.

[비비 그라츠 포도밭, 사진출처: 비비 그라츠 홈페이지]
두 시간 넘게 진행된 비비 그라츠 시음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빈센초 씨는 처음 비비 그라츠가 와인을 양조했을 때, 와인이 식초 그 자체였다는 일화를 이야기했다. 이후 비비 그라츠의 와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와인의 레이블은 그가 직접 그린 작품을 사용한다. 자연 친화적이고, 올드바인을 선호하며, 과실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등 모든 와인에는 그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그때의 식초 같은 와인이 지금의 꼴로레와 테스타마타가 되었고, 단 20년만에 현재의 위상에 올랐다. 우리는 미래의 위대한 와인이 탄생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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