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마르살라의 수호자, 칸티네 펠레그리노(Cantine Pellegrino)

1337년, 영국은 프랑스와 길고 긴 전쟁을 시작한다. 영국은 현재 프랑스 영토의 북쪽인 노르망디와 플랑드르, 동쪽 해안가 아키텐 지역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프랑스로서는 이 점이 영 못마땅했다. 플랑드르는 당시 유럽 최대의 모직물 공업지대로 번창하고 있었다. 아키텐 지역은 현재 보르도 지역으로 당시에도 이미 고품질 와인 생산지로 유명했다. 이 시기 무척 힘이 막강했던 영국은 오랫동안 주도권을 잡았지만, 1429년 프랑스에 잔 다르크라는 이름을 가진 영웅이 나타나며 전쟁은 점차 프랑스의 우세로 돌아섰다.


전쟁이 반발하고 116년이 흐른 1453년, 후에 '백년전쟁'이라 이름 붙여진 이 전쟁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영국은 결과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소유하고 있던 유럽 대륙의 영토를 대부분 뺏겼으며 유럽 대륙의 정치에 관여할 만한 힘도 잃었다. 그리고 영국 귀족들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보르도 와인을 예전처럼 쉽게 얻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와인의 맛을 쉽게 잊을 수는 없는 법. 영국은 보르도 외에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영국이 새롭게 발견한 와인 중 하나가 스페인 남부 헤레스(Jerez) 지방의 와인이었다. 이미 이 와인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탐험할 때 배에 가득 싣고 가던 와인이기도 했다. 스페인 남부에서 영국까지 배로 옮겨와도 충분히 괜찮은 와인이라는 뜻이었다. 사실 이 시절 영국은 스페인과도 앙숙 같은 관계였다. 하지만 드레이크가 이끌던 영국군이 1587년 카디스 항구를 공습하는 데 성공하고, 그 후 스페인 무적함대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한다. 카디스 항구에서 약탈한 와인은 영국에서 인기가 높아졌고, 영국인들은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바꿔 이 와인을 '셰리(Sherry)'라고 불렀다.


그 후 1678년, 리버풀 출신 상인이 포르투갈의 어느 지역에서 새롭게 와인을 발견했는데 셰리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풍미를 지닌 와인이었다. 1703년 영국과 포르투갈의 군사 및 상업 협정이었던 메투엔 조약(Methuen Treaty) 이후 이 포르투갈 와인은 영국에서 매우 유행하게 되었다. 영국 사람들은 이 와인을 실은 배가 출항하는 항구 이름을 따서 이 와인은 '포트(Port)' 와인이라고 불렀다.


이후 영국 무역상들은 더 넓은 와인 생산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마침내 존 우드하우스(John Woodhouse)라는 영국의 무역상은 1773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마르살라(Marsala) 항구 주변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포트와 셰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르살라는 영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1796년 본격적으로 상업화되어 유럽뿐 아니라 신대륙까지 널리 수출된다. 그 후 오랫동안 마르살라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정강화 와인로 손꼽히게 된다.


[칸티네 펠레그리노가 설립된 1880년 무렵에는 마르살라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정강화 와인 중 하나였다]


이처럼 셰리, 포트, 마르살라 모두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차이점이 뚜렷하다. 일단 모두 커다란 항구가 있던 지역의 이름이 그대로 와인 이름이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항구에서 배로 오랜 시간 와인을 운반하려면 일반적인 와인으로는 불가능했다. 고온에 와인이 변질되기 십상이었고 병이 종종 깨지기도 했다. 따라서 포도 증류주를 넣어 알코올 도수를 높인 강화(fortified) 와인으로 만들었다. 알코올이 와인의 변질을 막아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증류주를 넣으면 알코올 발효를 중지시킬 수 있어 와인 안에 잔당을 남길 수도 있었다. 따라서 증류주를 넣는 시기를 선택하여 일반적인 드라이한 와인부터 아주 달콤한 와인까지 모두 만들 수 있었다. 병도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는데, 이러한 전통이 남아 있어 지금도 이들의 병은 보다 무겁고 두꺼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차이점 또한 뚜렷하다. 가장 큰 차이는 모두 그 지역에서만 자라는 토착 품종으로 만들어져 품종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셰리는 남부 스페인에서 자라던 팔로미노(Palomino)나 페드로 히메네스(Pedro Ximenez)같은 품종을 이용하고, 포트는 포르투갈 및 이베리아반도 북부에서 자라던 투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이나 틴타 로리즈(Tinta Toriz) 같은 포도를 이용한다. 마르살라 또한 시칠리아섬의 토착 품종인 그릴로(Grillo), 인졸리아(Inzolia) 등을 주로 이용한다. 또한 각 생산지역의 기후와 지역적 특징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의 맛은 상당히 다채롭고 다양하다.


에이징 방법 또한 다르다. 마르살라도 셰리와 마찬가지로 솔레라(Solera) 방식처럼 숙성하기도 하지만 그 세부적인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또한 마르살라는 포도를 익혀 모스토 코토(Mosto Cotto)라는 재료를 만들어 와인에 더욱 진한 색을 입히기도 한다. 이처럼 같은 주정강화 와인으로 불리더라도 각 와인은 서로 다른 특징과 매력이 있다.


[주정강화 와인들은 오크통에서 오랜 숙성을 거쳐 풍미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셰리, 포트, 마르살라 모두 조금씩 에이징 방법이 다르다]


이러한 와인들은 대항해 시대를 거쳐 적어도 몇백 년간 전 유럽과 신대륙에서 매우 유행했다. 하지만 196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에서 점차 회복하고 경제가 살아나면서 사람들은 낮은 도수의 달지 않은 와인을 찾게 되었고 주정강화 와인들의 인기도 줄어들고 만다. 마르살라의 경우는 최전성기 200개가 넘었던 와이너리들이 이 당시 10개 남짓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였다.


주정강화 와인은 한번 오픈해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요리에도 자주 사용되었다. 특히 마르살라 와인이 자주 사용되었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전 세계에서 이탈리아 요리의 인기가 가장 높았고 대중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요리에 이탈리아 주정강화 와인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때문에 마르살라 와인은 요리용으로 사용하는 와인이라는 대중적인 인식이 생겨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점차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졌다. 일반 와인보다는 도수가 높지만 증류주처럼 너무 강하지는 않은, 그리고 증류주보다 훨씬 더 풍부한 풍미가 있는 주정강화 와인들의 인기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오랫동안 집에 보관할 수 있으면서 잠자리에 들기 전 한잔 하기 좋은 술로는 이만한 와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르살라의 인식 또한 계속 바뀌고 있다. 요리용 와인으로 취급받기에는 너무 수준 높은 마르살라가 많다는 사실을 소비자들도 새롭게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마르살라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와이너리는 여전히 10개 남짓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주자는 따로 있는 법. 항상 최고를 다툴 때 빠지지 않는 와이너리는 바로 칸티네 펠레그리노(Cantine Pellegrino)이다.


칸티네 펠레그리노는 1880년 설립되어 140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시칠리아 토착 와이너리이다. 현재 6대째 이어지고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시칠리아 와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펠레그리노 가문은 마르살라 와인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현재는 시칠리아 동부 전역에 여러 포도밭을 소유하며 일반 화이트와 레드 와인도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판테렐리아(Pantelleria) 섬에서 독특한 디저트 와인을 생산하기도 한다. 펠레그리노는 다른 특성이 있는 3개의 와이너리로 나누어져 있다.


[펠레그리노 가문의 모습. 현재 6대 자손이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다]


1. Historical Cellars Marsala

펠레그리노는 시칠리아 동부의 해안도시 마르살라에서 시작되었다. 마르살라 와인은 이 도시 주변에 둘러싸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주정강화 와인을 뜻한다. 역사적으로도 품질로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와인이었기 때문에 1969년에 이탈리아 최초의 DOC 등급을 받기도 했다. 펠레그리노의 주된 와인 생산시설도 이곳에 위치하며 그 규모가 상당하다. 12만 헥토리터의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과 3만 헥토리터의 오크 저장시설을 겸비하고 있다. 기술의 현대화도 잘 진행되고 있어서 시간당 1만 병의 와인을 병입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2. Cardilla Winery

시칠리아섬은 사실 이탈리아 내에서 가장 중요한 와인 생산지역 중 하나다. 놀랍게도 일단 포도밭 면적이 이탈리아 전체에서 1등이다. 토스카나나 피에몬테의 포도밭 면적의 약 두 배 정도이며, 칠레의 모든 포도밭과 거의 동일한 크기이다. 와인 생산량으로는 이탈리아에서 전체 3위에 해당한다. 그만큼 포도 재배에 적합한 토양과 기후를 갖췄고 이탈리아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이기 때문에 덥고 일조량도 많다. 하지만 섬 전체가 바닷바람의 영향을 받아 포도가 과숙하지 않고 적절한 생육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화산섬이라는 특성으로 와인에 독특한 미네랄러티와 개성을 부여하게 된다.


카르딜라(Cardilla)는 펠레그리노가 마르살라 옆 넓은 포도 생산 지역에서 일반 스틸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2004년에 설립한 와이너리이다. 총 5개의 포도밭에서 각 미세기후와 토양에 맞는 품종을 선택해서 키우고 있으며 모든 포도밭을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시칠리아 토착 품종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해 그릴로(Grillo), 인졸리아(Inzolia), 카타라토(Catarratto), 네로다볼라(Nero d'Avola), 프라파토(Frappato) 등을 키운다. 동시에 몇몇 외부 품종들도 시도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사막 같은 분위기의 리나초(Rinazzo) 포도밭에서는 시라(Syrah) 품종이 적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 말벡(Malbec)도 시험적으로 키우고 있다. 기존 생산지역과 다른 시칠리아섬의 고유한 특성을 지닌 흥미로운 와인이 생산되고 있어 앞으로 더욱 기대를 가질 만하다.


3. Pantelleria Winery

마르살라 항구에서 남쪽 아프리카 대륙으로 내려가다 보면 판텔레리아(Pantelleria)라는 섬을 발견할 수 있다. 거리상으로는 이탈리아보다 튀니지에 더 가까운 섬이다. 작은 화산섬이지만 매우 오래전부터 독특한 와인을 생산해오고 있었다. 여기서는 지비보(Zibibbo)라고 부르는 모스카토(Muscat of Alexandria) 포도를 건조해 달콤한 와인을 만든다. 파시토(Passito)라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바람이 강하고 건조한 이곳 지형에 알맞은 와인 생산 방식이다.


땅이 비옥하지 않은 화산 토양에서 거센 바람에 맞서 포도를 키우려면 이에 맞는 포도 재배 방식도 필요하다. 낮게 덩굴 모양으로 포도를 재배하는데 이런 모든 전통적인 요소들이 2014년에 유네스코 세계 무형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펠레그리노는 판텔레리아섬 와인 생산의 70% 이상을 맡고 있는 대표 와이너리이다. 오래전부터 로컬 농부들과 협업하여 이 섬의 와인을 널리 알리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이 유니크하고 달콤한 와인은 마르살라와는 또 다른 매력의 숨겨진 보물 같은 느낌이다.


[세 와이너리의 위치와 각 포도가 생산되는 지역. 

시칠리아 가장 동부의 지도이며, 판텔레리아 섬은 편의상 가까이 그렸다]


지난 1월 18일, 카티네 펠레그리노의 국내 유통사인 (주)화이트진로의 주최로 펠레그리노의 수출 매니저 쥬세페 바라코(Giuseppe Barraco) 씨와 함께 펠레스리노의 여러 와인들을 시음하는 시간을 가졌다. 펠레그리노가 운영하는 3곳의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음은 각 와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이다.


트라이마리 Traimari 2020

트라이마리(Traimari)는 '바다 사이에(Between the sea)'라는 뜻인데, 이 와인을 그대로 표현하는 절묘한 이름이기도 하다. 미묘하게 짭조름한 맛과 상쾌한 바닷바람이 그대로 느껴지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여러 시칠리아 토착 화이트 품종을 블렌딩한 스파클링 와인으로 부드러운 산도에 과실맛이 꽉 짜인 맛있는 와인이다. 이탈리아식 오징어튀김인 칼리마리가 절로 생각났는데 어떤 종류의 튀김류와도 잘 어울릴 만한 와인이다.


타레니 그릴로 Tareni Grillo 2018

그릴로는 자타 공인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으로 손꼽힌다. 피치나 약간의 열대과일류 같은 아로마에 향의 강도가 진하고 맛 또한 바디감이 풍성하다. 색 역시 진한 볏짚 노란색을 띤다. 타레니(Tareni)는 고대에 사용되던 동전을 뜻하는데 와인 레이블에서도 그 모양을 찾아볼 수 있다. 즉, 최고의 가성비를 목표로 만든 와인으로 덕분에 품종 자체의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섬 와인답게 조개나 갑각류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해산물과 어울릴 만한 와인이다.


타레니 네로다볼라 Tareni Nero d'Avola 2019

화이트 품종으로 그릴로가 있다면, 시칠리아의 대표 레드 품종으로는 네로 다볼라(Nero d'Avola)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하는 품종이기도 하다. 진하게 잘 익은 체리와 검붉은 베리에 버섯 같은 고급스러운 향이 느껴진다. 은은한 바닐라 초콜릿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입안에서는 마시기 좋은 밸런스가 느껴지는데, 잘 익었지만 과하지 않다. 더운 기후에서도 화산섬은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는 밸런스 와인을 만들어냈다. 버섯을 가니쉬한 스테이크 혹은 숙성치즈와 참 잘 어울릴 듯하다.


트리푸디움 로소 Tripudium Ross 2013

엄선한 네로 다볼라만을 이용하여 만든 펠레그리노의 대표 레드 와인이다. 이름 자체에 큰(big), 중요한(important)이라는 뜻이 있다. 앞서 시음한 타레니처럼 잘 익은 베리향이 가득하고 여기에 바닐라 뉘앙스가 한층 두텁게 더해진다. 화산섬의 어두운 토양이 연상되는 듯 진하고 어둡고 묘한 느낌이다. 맛과 피니시에서도 스파이시함이 한층 강하다. 육향 좋게 두꺼운 두께로 썬 피렌체식 스테이크가 생각난다. 여기에는 소금과 후추만 약간 뿌려야 한다. 이 와인이 그 스테이크에 진한 소스를 담당할 테니.


골든 버블스 Golden Bubbles

이탈리아 모스카토는 시칠리아에서도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복숭아, 살구, 오렌지 등 풍성한 과일향에 하얀 꽃향까지 무척 향긋하다. 7%의 부담 없는 알코올 도수에 청포도 주스같은 진한 과실맛이 담긴 이 와인은 그 누구라도 기분을 좋게 만들어줄 수 있는 신비의 술이다. 그리고 가격을 알고 보면 더 놀랄 만하다. 이런 가성비 와인은 항상 옳다. 식전에 마시기도 좋고 너무 달지 않은 가벼운 디저트 와인과 함께해도 좋다. 피크닉에 가져가도 좋고, 사실 특별한 일이 없는 날 그냥 마셔도 좋다.


네스 파시토 나투랄레 디 판텔레리아 Nes Passito Naturale di Pantelleria 2017

판텔레리아섬에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방식으로 생산된 달콤한 와인이다. 진한 호박색 빛깔이 예쁘다. 아프리콧, 시트러스, 감초 등의 과실 느낌에 말린 허브나 말린 복숭아 같은 향도 난다. 로즈메리 및 다양한 지중해 허브들이 잘 섞여있는 듯한 묘한 향도 더해진다. 어찌 보면 브랜디향 같기도 하고, 아니면 트리플섹 같은 오렌지 리큐어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다. 꿀처럼 달콤하고 농축된 맛에 이러한 묘한 뉘앙스가 더해지니 지금껏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와인의 세계를 만나는 기분이다. 이 와인의 이름인 네스(nes)는 히브리어로 기적(miracle)이라는 뜻이다. 실로 화산섬에서 강한 바람을 견디며 자란 포도가 응축되면서 내뿜는 기적 같은 맛이다.


마르살라 베르지네 리제르바 DOC Marsala Vergine Riserva DOC 2000

마르살라는 숙성 기간에 따라 등급이 구분되는데 베르지네 리제르바(Vergine Riserva)는 10년 이상 숙성해야 하는 가장 높은 등급의 와인이다. DOC 규정에 따라 마르살라 지정 구역에서 재배한 시칠리아 토착 품종만 사용할 수 있다. 이 와인은 3가지 토착 화이트 품종(그릴로, 카타라토, 인졸리아)을 사용했다. 오랜 오크 배럴 숙성에서 얻을 수 있는 진한 금빛 및 호박빛을 띠고, 다양한 말린 과일향이 지배적이다. 은은한 시가와 스파이시함도 느낄 수 있다. 드라이한 스타일로 매우 진중하며 우아하다. 그리고 재미있게 약간의 짠맛도 난다. 다른 주정강화 와인이 흉내내지 못하는 진정한 시칠리아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정도 수준의 와인은 가벼운 견과류와 치즈, 비스킷 등과 함께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는 것이 가장 좋다.


[함께 시음한 7종의 칸티나 펠레그리노의 와인들. 오른쪽부터 트라이마리, 타레니 그릴로, 

타레니 네로다볼라, 트리푸디움 로소, 골든 버블스, 네스, 마르살라이다]


사실 펠레그리노라는 이름은 빨간 별모양이 그려져 있는 이탈리아 미네랄 워터로 더 유명할 듯하다. 브랜드명인 펠레그리노는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산펠레그리노(San Pellegrino) 수원지 이름이다. 쥬세페 씨는 칸티네 펠레그리노와 이곳은 별다른 연관이 없다며 웃었다. 하지만 시칠리아에서 펠레그리노는 단연코 칸티네 펠레그리노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만큼 펠레그리노 가문은 시칠리아에서 중요하고 존중받는 가문이다.


마르살라에는 오버추어(Overture)라는 펠레그리노의 비지팅 센터가 있다. 하루 200명 가까이 방문하는 시설인데, 숙박시설과 레스토랑, 바, 테이스팅 룸 등이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마르살라의 히스토리컬 셀러에는 마르살라에 관한 박물관도 있다는 것이다.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아온 마르살라에 대한 자료로, 예전에 사용하던 와인 생산 시설을 비롯하여 마르살라에 대한 모든 역사를 전시하는 곳이다. 힘들었던 시기에도 마르살라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와이너리만이 보유할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라 할 수 있다.


현대적인 와인 생산장비와 과학적 양조 기법을 통해 와인을 생산하면서도 마르살라와 시칠리아의 전통을 결코 잊지 않는 것. 가장 이상적인 와이너리의 모습을 칸티네 펠레그리노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곳의 와인에는 진한 마르살라의 향처럼 그들의 철학이 가득 담겨 있는 듯하다.


[칸티네 펠레그리노 수출 담당자 쥬세페 바라코(Giuseppe Barraco) 씨. 

유쾌한 그는 한국을 20번 넘게 방문해 이미 한국에 대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프로필이미지유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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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3.01.27 13:54수정 2023.01.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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