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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도 가치소비,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키안티 클라시코

이제 친환경은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산업 영역에서 필수적인 키워드로 떠올랐다. 지난해 인터뷰한 패션 디자이너는 오가닉 코튼과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한다고 했고, 또 얼마 전 인터뷰한 뮤지션은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아 발표한 신곡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신념에 따라 가치소비를 하는 이들에게는 작은 선택의 순간에도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고, 브랜드 마케팅에서는 친환경이 주요한 메시지가 된지 오래다. 라벨을 없앤 생수병이나 포장을 최소화한 화장품 용기처럼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제품들을 통해서도 친환경 트렌드가 자리잡았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들 중에도 친환경 철학을 실천하며 유기농으로 포도 재배를 하고 있는 생산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4월 22일 지구의 날, 그리고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앞두고 있는 이즈음, 우리가 즐기는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유기농 재배 현황을 살펴보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와이너리들을 소개한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세부 지역 중, 판자노(Panzano)의 풍경]


키안티 클라시코 생산자들의 중요한 화두, 친환경과 유기농

먼저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에 대해 언급할 만한 소식 하나. 2022년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헥토리터당 평균 가격은 전년도보다 약 10% 상승했고, 리제르바와 그란 셀리지오네가 전체 매출의 56%를 차지한다. 특히 이 지역의 품격을 대변하는 그란 셀레지오네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30% 성장했다. 가치 있는 프리미엄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의 취향은 생산자의 철학이 반영된 생산방식과도 연결된다. 게다가 지난해 키안티 클라시코가 11개의 세분화한 지리적 단위 UGA를 발표하면서, 보다 '투명한' 방식으로 원산지를 보여주는 뛰어난 와인을 만드는 것이 생산자들의 목표가 됐다. 어떤 분야든 소비자들은 획일화되지 않은 남다른 제품을 원하고, 와인에서 그러한 고유성은 테루아에서 나온다. 그 지역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 포도가 재배되는 땅과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현재 키안티 클라시코에서 눈에 띄는 트렌드는 바로 유기농 재배다. 


지금까지 키안티 클라시코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빈야드의 비율은 60%에 육박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물론이고 다른 와인 생산지와 비교해봐도 높은 비율인데, 더 많은 생산자들이 적극적으로 유기농 재배로 전환해 인증을 받고 있는 중이니 수치는 점점 높아질 예정이다. 최근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가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많은 생산자들이 환경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고, 와인 생산과정에서 항상 환경 보존에 대한 인식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와인은 자연에서 생산되는 것이고 그 지역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은 서로 맞닿아 있다.


와인산지로서 키안티 클라시코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전체 면적의 3분의 2 정도가 산림이라는 점이다. 포도를 재배하는 면적은 전체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빈야드의 비중이 높지 않고, 올리브 나무나 오크나무, 참나무 등으로 이뤄진 숲이 많은 면적을 차지한다. 그만큼 와인 생산자들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생태적 균형을 이루며,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키안티 클라시코를 방문하면 언덕으로 둘러싸인 산악지형에서 포도나무 외에도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다고 강조하며 “인간은 거들뿐”이라고 말하는 와인메이커의 철학도 이미 그 자체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생태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많은 와이너리의 투자 방향도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키안티의 허파와도 같은 삼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나 토양 관리와 물 공급 관리를 위한 시설, 자원 재활용, 태양광 패널과 같은 대체 에너지원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현재 키안티 클라시코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고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는 10개의 와이너리를 소개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생산자로 알려진 유명 와이너리부터 젊은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와인은 현재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 


[폰토디 와이너리에서 유기농 퇴비를 만들기 위해 직접 사육하고 있는 소, 키아니나(Chianina)]


폰토디 Fontodi

키안티 클라시코의 판자노(Panzano)에서 마네티(Manetti) 가문이 운영하고 있는 와이너리다. 오너인 조반니 마네티(Giovanni Manetti)는 현재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협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생산시설과 와인메이커, 품종, 배럴 등 와인을 생산하는 모든 것을 옮길 수 있지만 땅과 기후환경은 옮길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키안티 클라시코에서 UGA를 만들고 유기농에 집중하는 것도 그 지역을 잘 표현하는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특히 판자노는 키안티 클라시코에서도 거의 모든 포도원이 유기농 재배를 하고 있는 지역인데, 폰토디는 어떠한 화학제품도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기농을 넘어서 일부는 바이오다이내믹까지 적용하고 있다. 20여 전부터 직접 65마리의 소를 기르고 있는데, 소가 유기농 작물을 먹고 생산한 분변으로 유기농 퇴비를 만들어 빈야드에 사용한다. 세부적인 디테일에 충실한 와이너리 지향하며, 친환경 재배로 신선하고 우아한 스타일이면서 근육질의 탄탄함도 겸비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리카솔리 Ricasoli

리카솔리는 키안티 클라시코의 역사와 함께해온 선구적인 와인너리로 손꼽힌다. 1141년부터 와인 사업을 시작한 역사가 있고, 지역의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해왔다. 오랜 전통만큼 미래세대를 위해 땅을 보존하는 것에도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약 1200헥타르 규모 중 70%의 지역은 다양한 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녹지로, 수세기 동안 세심한 삼림 관리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있다. 240헥타르의 포도원에서는 키안티 클라시코의 주요품종인 산지오베제 외에도 아브루스코 같은 희귀한 토착 품종도 재배한다. 화학 제초제와 살충제 대신 자체적으로 생산한 유기 비료를 사용하는 등 자연 친화적인 농업을 실천하고 있으며, 포도원과 삼림 유산을 포함해 리카솔리의 풍경을 형성하는 모든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카솔리는 환경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사회적·경제적 차원의 지속가능성까지 포함하는 'Equalitas' 인증을 받았다.


로르나노 Lornano

키안티 클라시코의 카스텔리나(Castellina) 지역에 자리한 로르나노는 포졸리(Pozzoli) 가문이 4대째 가족 경영으로 운영하는 와이너리다. 환경보호를 위해 화학 비료와 제초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오랜 연구와 실험을 거쳐 2022년 SQNPI(National Quality Integrated Production)를 획득했는데, 이는 농산물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인증하는 이탈리아의 국가 종합 생산 품질 시스템이다. 로르나노는 자연환경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와인 생산의 모든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생산한 와인은 품질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로르나노 키안티 클라시코는 최근 개최된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레드 와인 구대륙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로카 델레 마치에 와이너리]


로카 델레 마치에 Rocca delle Macie

로카 델레 마치에는 15세기부터 시작된 빌리지에 있던 건물을 1973년 영화 제작자 이탈로 진가렐리(Italo Zingarelli)가 매입해 와이너리로 만든 곳이다. 그는 영화 <내 이름은 튜니티(They Call Me Trinity)>로도 유명한데, 2000년 작고했고 현재 그의 막내아들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로카 델레 마치에는 2021년 이탈리아의 지속가능성 프로젝트인 비바(VIVA Sustainability and Culture) 인증을 받았다. 이는 2년마다 인증을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친환경 와이너리로 운영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초제를 사용하는 대신 커버크롭을 활용해 잡초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을 별도로 길러 필요한 시기에 활용한다. 올해 와이너리 설립 50주년을 맞아 매그넘 사이즈의 특별한 와인도 출시할 예정이다.


발레피치올라 Vallepicciola

발레피치올라 와이너리는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Castelnuovo Berardenga)의 동쪽으로 뻗은 언덕에 자리한다. 포도원은 석회질 토양과 점토, 모래 등 다양한 토양으로 구성돼 있으며 테루아의 특성을 반영한 다채롭고 개성 있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포도원에 맞는 지속가능한 방식을 추구하는데, 2017년부터는 양조학자 리카르도 코타렐라(Riccardo Cotarella)가 함께하는 연구팀의 컨설팅을 통해 물과 에너지, 시간을 절약하는 정밀하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빈야드를 관리하고 있다. 와이너리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으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공급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포모나 Pomona

18세기 후반에 역사가 시작된 가족 소유 와이너리 포모나는 카스텔리나(Castellina) 지역의 해발고도 350m에 위치한 5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비료를 사용하는 등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포도 재배를 하고 있다. 2012년 유기농 인증을 획득했고 이후 내추럴 와인 생산으로 잠시 전환하기도 했는데, 내추럴 와인으로는 산지오베제의 섬세함을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지금은 다시 클래식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내추럴 와인을 만들었던 생산자답게 편안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와인을 선보이며, 리제르바의 경우 파워풀하고 숙성잠재력이 뛰어난 스타일이다.


카스텔로 디 볼파이아 Castello di Volpaia

라다 인 키안티(Radda in Chianti)의 해발고도 약 450m에 자리한 와이너리로 11세기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마을의 여러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를 양조시설로 개조하고 각 건물을 연결해 생산 시스템을 완성했다. 카스텔로 디 볼파이아는 사람들이 유기농 와인에 관심을 가지기 훨씬 전부터 유기농 철학으로 와인을 생산했고 키안티 클라시코의 많은 와이너리 중에서도 일찌감치 유기농 재배를 시작해 2001년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살충제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포도밭을 관리하며 매일 포도나무를 모니터링하는데, 이곳의 미기후와 높은 고도 등 자연적인 환경도 포도나무가 질병에 걸리지 않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2015년 빈티지가 2018년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100대 와인 중 3위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뛰어난 품질로도 인정받고 있다. 


[카스텔로 디 볼파이아의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와 콜타살라 키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지오네]


칸탈리치 Cantalici

아버지와 함께 올리브 숲에서 일하던 카를로(Carlo)와 다니엘레(Daniele) 두 형제가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1998년 카스타뇰리(Castagnoli)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2015년부터 포도밭의 환경을 존중하고 생태계의 자연적인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일체의 화학제품 없이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이후 3년만에 공식적으로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해발고도 300~450m에 위치한 90헥타르 규모의 빈야드에서 테루아와 포도나무의 장점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전통적 스타일의 키안티 클라시코와 국제 품종을 블렌딩한 키안티 클라시코, 수퍼 투스칸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


몬테필리 Montefili

키안티 클라시코의 세부지역 중 판자노(Panzano)에서 그레베(Greve)로 향하는 언덕의 꼭대기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포도밭은 해발고도 550m로 지역에서도 특히 높은 위치에 자리한다. 2014년 와이너리에 합류한 와인메이커이자 농학자인 세레나 구스메리(Serena Gusmeri)의 철학에 따라 최소한의 개입으로 테루아를 온전히 표현하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몬테필리의 와인은 클래식하면서 순수한 스타일로, 미네랄이 풍부한 테루아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한 과학자와 식물학자 등 전문가와 함께 지속가능한 농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생물군을 확인하고, 와이너리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레 미치네 Le Miccine

가이올레 인 키안티(Gaiole in Chianti)에 자리한 가족 소유 와이너리로 젊고 역동적인 양조팀이 7헥타르의 빈야드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오너이자 여성 와인메이커인 파울라 파피니 쿡(Paula Papini Cook)은 캐나다 출신으로, 다양한 양조 경험을 쌓은 뒤 2010년 레 미치네를 인수해 자신이 매료된 키안티 클라시코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다. 해발고도 410m에 위치한 빈야드에서 독특한 미기후와 테루아를 반영한 와인이 탄생한다. 지역의 전통을 존중하며,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포도나무의 자연 방어력을 높이는 유기농 포도 재배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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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3.04.18 09:00수정 2024.04.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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