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리오하 지역의 와인은 소비자들에게 달큰한 바닐라 뉘앙스와 함께 중간 바디의 부드러운 여운을 가진 와인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리오하에서는 기존 스타일과는 다른 스타일의 와인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디캔터(Decanter)의 스페인 와인 전문가이자 MW(Master of Wine)인 페드로 발레스테로스 토레스(Pedro Ballesteros Torres)가 변화하고 있는 리오하 와인의 경향을 소개했다.

리오하 와인이 프리미엄 와인 시장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지만 와인 애호가들은 아직 이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기존 스타일 와인의 막대한 생산량 때문이다. 리오하에서는 기존 스타일로 매년 약 2억 리터의 와인을 생산한다. 반면,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은 비교적 적어 인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유럽 원산지 보호법의 틀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들을 내세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지리적 명시가 곧 특정 와인 스타일을 의미하는 반면, 스페인의 법은 지리적 명시가 스타일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스페인의 원산지 규정은 DO(Denominación de Origen)를 따른다. 이 규정은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진 '지역'에 초점을 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스페인 와인 규정은 유럽보다 신대륙 국가의 규정과 더 유사하다.

리오하에서는 DO의 규정 아래 레드,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디저트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되며 숙성 정도에 따라 크리엔자(Crianza), 리제르바(Reserva), 그란 리제르바(Gran Reserva) 등으로 구분된다. 원산지 측면에서 리오하 와인은 그냥 '리오하'일 수도 있고 특정 세부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으며, 또는 단일 포도밭의 포도로 생산해 레이블에 이름을 명시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리오하 지역 네 자치구의 다양한 지질, 햇빛, 기후 등 테루아에 대한 부분도 원산지 규정에 반영돼 있다.

페드로는 “리오하 지역의 법이 계속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것은 실제로 이 지역의 와인이 더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오하 지역의 와인은 일반화할 수 없다. 리오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와인 국가이며, 다양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지금보다 더 주목받을 만한 지역이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리오하는 탐구와 혁신으로 뜨겁다. 새로운 세대의 생산자들은 각기 다른 관점으로 수천 가지의 테루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전에는 상상해보지 못한 와인들을 생산해낸다. 

오크통에서 발효하고 숙성한 화이트 와인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타일 중 하나다. 몇 년 전 승인 받은 포도품종이 품질을 입증하고 있으며, 마투라나 블랑카(Maturana Blanca), 템프라니요(Tempranillo), 다양한 말바지아(Malvasia)의 클론 등이 현재 화이트 와인의 높은 퀄리티에 이바지했다.

스파클링 와인은 리오하에서 가장 최근에 추가된 카테고리다. 리오하에서 100년간 스파클링을 만들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최소 15개월간의 리컨택과 생산량에 제한을 두는 샴페인 방식이 수용됐다. 새로운 스파클링 와인의 첫 빈티지는 2017이고, 보데가스 비방코(Bodegas Vivanco)를 포함한 소수의 와이너리만이 와인을 생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리오하의 숨겨진 보석 같은 와인들을 소개했다. 하나는 독특한 디저트 와인으로, 건조한 적포도로 만든 '수푸라오(supurao)'다. 그는 “생산량이 적어서 쉽게 만나기 어렵지만, 분명히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는 현재 리오하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로제 와인이다. 그는 코르도빈(Cordovin)에서 그르나슈 베이스로 만든 로제, 비냐 톤도니아(Vina Tondonia)의 로제, 무리에타(Murieta)에서 까리냥을 베이스로 만든 로제 와인 등을 소개하며 리오하 지역의 활기와 다양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