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모(yeast) 없이는 와인이 존재할 수 없다. 효모는 와인의 개성과 특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다. 효모가 없다면 우리는 복합미가 전혀 없는 달콤한 포도주스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효모는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와인메이커'라 할 수 있다. 최근 <디캔터(Decanter)> 매거진의 앤드류 제포드(Andrew Jefford)는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효모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는 칼럼을 기고했다.
효모는 포도즙과 함께 포도주의 시작부터 함께해 왔다. 효모는 와인의 당분을 먹으며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결국 바닥에 침전물로 가라앉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 와인의 고유한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어린 와인의 맛과 향은 효모(및 기타 첨가물)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생산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와인을 표현할 수 있다. 소비뇽 블랑에서 많이 느껴지는 티올(thiol) 노트가 대표적인 예다. 또한 과일 향을 확대 또는 억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와인을 표현할 수 있다. 레드 와인의 효모는 식물계열의 향을 억제시키기도 하며, 로제 효모는 양조 중에 사라질 수 있는 과실향을 유지시켜 주기도 한다.
현재 와인 양조에 사용하는 많은 효모는 원하는 효모 균주가 와인을 발효시키는 유일한 역할을 하도록 나머지 효모를 제거하는 '킬러' 기능을 가지고 있다. 브레타노마이세스(Brettanomyces)를 비롯해 원치 않는 효모 균주가 와인에 부정적인 특성을 부여할 가능성을 막고, 효모를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는 질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해준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자칫 좋은 효모를 쓰기만 하면 좋은 와인이 탄생할 거라고 착각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향과 맛을 내는 효모는 그만큼 까다롭고 예민하기 때문에 양조기술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생산자들이 사용하는 야생 또는 토착 효모는 발효를 마치기까지 훨씬 더 오래 걸리고 그만큼 더 많은 부패 위험이 수반되는 것처럼 말이다.
효모는 알코올과 이산화탄소 외에도 글리세린, 다양한 산과 복합적인 2차 향을 내는 화합물을 생성한다. 이것 역시 좋든 나쁘든 '개성'이다. 어떠한 개성이 생길지는 전적으로 자연의 선물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샴페인과 샤도네이 베이스의 화이트 와인에서 느껴지는 '크림 같은 비스킷' 향 또는 일부 크베브리, 앰버 와인이나 오렌지 와인에서 느껴지는 단백질과 같은 노트를 생각해보자. 이는 자신의 일을 묵묵히 마치고 장렬히 전사한 효모의 유산일 수 있다. 다만 여기에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죽은 효모 세포가 엄청난 양의 산소를 흡수해 와인을 악취가 나는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병을 살짝 움직여 침전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풍미가 지나치게 강해지거나 산화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충분히 숙성되거나 잘 익은 와인에는 효모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아 자칫 효모의 역할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당신의 잔에 담긴 잘 익은 와인은 효모의 위대한 업적이자 유산이다. 효모의 희생으로 인해 비로소 우리는 와인과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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