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센트럴 코스트 최고의 포도밭: 발라드 레인, J.윌크스, 옵틱

마스터 소믈리에(Master Sommelier)와 만나는 일은 항상 즐겁다. 50년 동안 270여 명 밖에 합격하지 못한 극강 난이도의 시험을 통과한 사람인들인지라, 치열함 끝에 느껴지는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다. 지난 5월 17일 서울 북촌에서 만난 마스터 소믈리에 윌 코스텔로(Will Costello MS) 또한 마찬가지였다. 미소 짓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살가움. 이런 따스한 친절함은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준다.


그는 현재 밀러 패밀리 와인 컴퍼니(Miller Family Wine Company)의 수출 매니저이자 비엔 나시도 & 솔로몬 힐스 에스테이트(Bien Nacido & Solomon Hills Estate)의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마스터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을 얻으면, 전 세계 와인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등극한다. 수많은 와이너리와 와인 관련 회사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할 것이다. 많은 선택권 중에 그가 밀러 패밀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1세기에 들어서 와인 산업에는 많은 변화가 있어요. 브랜드가 브랜드를 구입하고, 회사들이 합병해 여러 큰 회사들이 나타났죠. 하지만 밀러 패밀리는 캘리포니아에서 5대째 운영 중인 가족 경영 와이너리예요. 그들은 한결같고, 저도 이러한 일관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제 이름 옆에 어떤 와이너리의 이름이 함께하면 좋을까 고민했을 때, 밀러 패밀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현재 이들과 6년 넘게 일하고 있지만 이곳에는 31~35년간 일해온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와인도 훌륭합니다. 한결같음(loyalty)에서 얻어지는 품질이라고 생각해요.”


[서울 북촌 콩쥐Pot쥐에서 만난 마스터 소믈리에, 윌 코스텔로]


밀러 패밀리 와인 컴퍼니와 포도밭

밀러 패밀리는 1871년부터 캘리포니아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에서 농업에 종사해온 유서 깊은 가문이다.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지 1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1973년, 밀러 패밀리의 4대손인 밥과 스티브 밀러는 센트럴 코스트에서 특히 뛰어난 입지를 지닌 땅에 포도를 심기로 결정한다. 그들이 찾고 개간한 포도밭은 총 3개. 이 포도밭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센트럴 코스트 최고의 포도밭으로 인정받았다.


1. 비엔 나시도 빈야드(Bien Nacido Vineyard) 

“비엔 나시도는 미국 최고의 포도밭이 아니에요, 세계 최고죠”라는 윌 코스텔로의 말처럼 비엔 나시도 빈야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뒤에 숨겨진 10곳의 포도밭'(와인 엔수지애스트), '캘리포니아의 전설적인 포도밭 12곳'(와인 뉴스), '올해의 포도밭'(캘리포니아 스테이트 페어), '세계 25대의 포도밭'(와인 & 스피릿) 등 수많은 찬사가 받는 포도밭이다. 밀러 패밀리가 목장으로 사용되던 300에이커의 땅을 구입해 포도를 심은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이름 자체도 스페인어로 '잘 태어난(well born) 포도밭'이라는 의미다.   


이곳은 산타 마리아 밸리(Santa Maria Valley)에 위치하며, 뒤로는 산 라파엘(San Rafael) 산맥이 펼쳐진다. 산타 마리아 밸리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서늘한 지역으로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를 재배하기에 알맞다. 하지만 이 포도밭은 다양한 언덕과 토양으로 구성돼 시라나 그르나슈, 비오니에를 비롯한 다양한 포도를 재배할 수 있다. 워낙 인기가 좋아서 창립 이래 20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이 포도밭의 포도를 사용했고, 현재도 밀러 패밀리 와인 외에도 유수의 미국 와이너리들이 이곳의 포도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의 와인 산지에서 큰 산맥들은 남북 방향으로 이어져요. 안데스, 록키, 아펜니노 모두 그렇죠. 하지만 산 라파엘 산맥은 산타 마리아 밸리에서 특이하게 동서 방향으로 휘어집니다. 그래서 산맥 안쪽까지 바다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햇볕을 가득 받지만 바람과 추위의 영향도 받죠. 포도가 잘 익으면서도 밸런스가 훌륭해요. 이 점이 비엔 나시도 빈야드의 특별한 점이에요.”


[비엔 나시도 빈야드의 풍경 (출처: Bien Nacido Estate)]


2. 솔로몬 힐스 빈야드(Solomon Hills Vineyard)

솔로몬 힐스 빈야드는 태평양에서 불과 18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산타 마리아 AVA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포도밭이다. 따라서 주로 해양에서 기인한 토양이며, 강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밀러 패밀리가 오랫동안 눈여겨 보다가 1990년대 후반에 구입해 조성한 곳으로, 비엔 나시도 빈야드와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지만 상당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솔로몬이라는 이름은 1850년대 전설적인 산적이었던 솔로몬 피코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그는 미국-멕시코 전쟁에서 영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선선한 기후인 이 포도밭에서는 명확한 산도를 지닌 깔끔하면서도 우아한 샤도네이와 피노 누아 와인이 생산된다. 비엔 나시도와 쌍벽을 이루는 훌륭한 포도밭이며, 실제로 윌은 솔로몬 힐스가 개인적으로 많은 애착이 가는 포도밭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솔로몬 힐스 빈야드의 풍경 (출처: Solomon Hills Estate)]


3. 프렌치 캠프 빈야드(French Camp Vineyard)

산타마리아 북쪽에는 파소 로블스(Paso Robles) AVA가 있다. 이 AVA 가장 동쪽에는 파소 로블스 하이랜즈 디스트릭(Paso Robles Highlands District)이라는 이름의 서브 AVA가 있는데, 덥기로 유명한 파소 로블스에서도 특히 더운 곳이다. 하지만 밤에는 기온이 떨어져 매우 높은 일교차를 보인다.


앞서 소개한 산타 마리아 밸리의 두 포도밭이 산 라파엘 산맥의 서쪽에 위치한 반면 이곳은 동쪽에 위치한다. 그래서 토양의 구성이 상당히 다르며,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진판델 등 더욱 진한 풍미의 포도가 재배된다. 이곳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유기농 포도밭이기도 하다. 밀러 패밀리는 농업을 기본으로 하는 가문으로서 소유한 땅을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프렌치 캠프 빈야드의 가장 큰 특징은 토양에 산성이 더 적다는 점이에요. 이런 토양에서는 더 부드럽고 볼륨 있는 와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pH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TA(total acidity)의 수치는 훌륭하다는 것이에요. 와인이 부드럽지만 마지막에는 산도에 의한 상쾌함이 있어요.”


[프렌치 캠프 빈야드의 풍경 (출처: Optik Wines)]


밀러 패밀리 와인 컴퍼니의 와인들

“니콜라스(밀러 패밀리의 5세대)는 보다 큰 비전이 있었어요. 바로 밀러 패밀리만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것이죠. 그는 포도밭에서 밀러 패밀리를 위한 포도를 남겼고 와이너리를 설립했어요. 이전까지 모든 포도들은 다른 와이너리에 판매했고, 그들은 그 포도로 고가의 와인을 만들었죠. 니콜라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밀러 패밀리 포도밭의 다양한 모습을 알리고 싶었고,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생산하는 브랜드를 만들었죠.”

 

현재 밀러 패밀리는 총 10개의 다른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는 (주)와이넬이 이 중 3가지 와이너리(발라드 레인, J.윌크스, 옵틱)의 와인을 수입해 소개하고 있다.


발라드 레인(Ballard Lane)

모든 것은 발라드 레인에서 멈춘다. 모든 목장, 포도밭, 해안가에 살던 주민들이 말이 끄는 웨건을 타고 길(lane)을 따르다 보면 발라드(Ballard)라는 마을로 모였기 때문이다. 영화 <사이드웨이>에도 등장하는 이 작은 마을은 여전히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 밸리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발라드 레인은 밀러 패밀리가 가장 처음 설립한 와이너리로, 센트럴 코스트의 맛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와인을 만든다. 그렇다면 센트럴 코스트의 특징은 무엇일까?


“센트럴 코스트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250마일(400킬로미터)에 달하는 긴 해안선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에요.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인해 신선하면서 기분 좋은 와인이 생산되죠. 산 라파엘 산맥을 넘으면 덥고 건조한 지역도 펼쳐지기 때문에 센트럴 코스트에서는 다양한 포도 품종을 재배할 수 있습니다. 발라드 레인 또한 센트럴 코스트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품종의 고유한 개성을 그대로 보여주죠.”


발라드 레인의 와인은 접근성이 좋은 가격대지만 모든 와인에 센트럴 코스트 AVA의 진수가 담겨 있다. 샤도네이 와인에서는 샤도네이 품종의 맛이 난다. 당연한 말로 들리겠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와인도 참 많다. 윌의 설명대로 모든 와인에 품종이 가진 고유한 캐릭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센트럴 코스트 북쪽의 더운 지역에서 자라는 진판델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이 가격대의 와인에서도 그런 캐릭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왼쪽부터 발라드 레인 샤도네이 2018, 진판델 2020, 카베르네 소비뇽 2020]


J.윌크스(J.Wilkes)

제프 윌크스는 20년간 밀러 패밀리의 포도 판매 매니저로, 밀러 패밀리가 소유한 모든 포도밭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또한 센트럴 코스트 지역의 모든 와인메이커들을 알고 있었고 자신도 와인메이커였다. 제프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밀러 패밀리의 포도를 구입해 자신의 와인을 만들었는데, 그의 와인은 금세 유명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오르기 시작했다.


2010년 갑작스러운 사고로 그가 세상을 떠나자, 밀러 패밀리의 모든 이들은 큰 슬픔에 빠졌다. 그를 기리기 위해 뜻을 모았고 그의 가족으로부터 와이너리를 구입해 대신 운영하기로 했다. 평생 바다를 좋아하고 세일링하는 것을 즐긴 그를 기념하기 위해 레이블에도 바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물론 그의 와인에 가득 담긴 센트럴 코스트의 특징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현재 밀러 패밀리의 수석 와인메이커는 조너선 나기(Jonathan Nagy)예요. 그는 밀러 패밀리의 전체 와인 생산을 총괄하는데, 특히 J.윌크스 와인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포도밭에서부터 양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하죠. 저는 이 와인을 마실 때면 발레리나가 떠올라요. 매우 밸런스가 좋으며 동시에 강한 와인이에요.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센트럴 코스트를 느끼기에 이만한 와인이 없습니다.”


[왼쪽부터 J.윌크스 샤도네이 2020, 피노 누아 2021, 카베르네 소비뇽 2020]


옵틱(Optik)

우리의 포도밭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떤 와인이 나올까? 밀러 패밀리는 포도밭에 잠재된 또 다른 다양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2019년부터 조이 텐슬리(Joey Tensley)와 협업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는 산타 바바라 카운티 최고의 와인메이커입니다. 3개의 포도밭에서 그가 원하는 구역을 고르게 했고, 오직 그의 방식대로 와인을 생산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결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와인이 탄생합니다. 조이의 스타일은  조너선 나기를 비롯한 기존 와인메이커들과는 매우 달라요. 포도를 더욱 풍족하게 성숙시켜 더욱 풍부하고 힘이 넘치는 와인을 만듭니다. 자연스러운 와인 양조를 강조하면서 각 포도밭이 지닌 고유한 테루아를 최대한 드러내고자 노력합니다." 


와인 레이블에는 각 포도밭을 바라보는 '함사(Hamsa)'라는 문양이 그려져 있다. 함사는 손바닥 중간에 있는 눈으로, 상상력의 눈, 지혜의 눈을 뜻한다.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포도밭을 바라본다는 의미다. 그래서 와이너리의 이름도 옵틱(optik)이라고 지었다. 와인에는 각 포도밭의 특징이 그대로 담겨있다. 특히 솔로몬 힐스 빈야드 피노 누아의 퀄리티는 놀랍다. 유명한 비엔 나시도 빈야드와는 상당히 다른 캐릭터지만, 피노 누아의 표현력과 힘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욱 만족스러운 와인이었다. 물론 비엔 나시도 빈야드의 다양성 또한 인상적이다. 조이는 캘리포니아 최고의 시라 와인을 만드는 와인메이커로도 유명한데, 옵틱 와인에서도 그 능력을 발휘했다. 두 인상파 화가 모네와 르누아르가 같은 '개구리 연못'을 두고도 각기 다른 그림을 그린 것처럼, 옵틱 와인에서 같은 포도밭을 다르게 표현하는 조이 텐슬리의 손길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 


[왼쪽부터 옵틱 비엔 나시도 빈야드 샤도네이 2020, 솔로몬 힐스 빈야드 피노 누아 2020, 

비엔 나시도 빈야드 피노 누아 2020, 비엔 나시도 빈야드 시라 2020]


프로필이미지유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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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3.05.30 09:42수정 2023.05.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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