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크로아티아 포레치에서 열린 제30회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왼쪽부터) 비니스트라 루카 로시 대표, 대회 설립자 루이 아보, 대회의 현 대표 보두앙 아보, 사진 제공: CMB]


세계적인 와인 품평회인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xelles)이 30회를 맞았다. 올해 행사는 크로아티아의 이스트리아(Istria) 포레치(Poreč)에서 개최됐으며 심사위원들은 와인 심사 외에도 이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명소, 맛있는 음식, 그리고 와인의 다양성을 발견했다.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현장]


30주년을 맞이한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2023년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된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은 45개 국에서 온 320명의 심사위원이 거의 50개 국가의 7,504종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심사했다. 심사위원 중 10%가 소믈리에, 12%가 와인 바이어와 유통업자, 18%는 와인 생산자이며 나머지 60%는 와인 작가로 구성됐다.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이하 CMB)은 1994년 루이 하보가 설립한 이후 성공적인 와인 품평회 중 하나가 됐다. 2006년부터 리스본, 보르도, 팔레르모, 룩셈부르크, 기마랑예스, 브라티슬라바, 아이글, 베이징, 브르노 등 여러 와인 산지로 이동하며 열리고 있다. 출품되는 와인 수도 많아 로제, 스파클링, 화이트와 레드, 주정 강화 와인 부분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개최지에서 열린다.


[와인 생산자가 받게 되는 시음 노트, 사진 제공: CMB]


CMB는 작년부터 와인 스페이스의 인공 지능을 이용하고 있다. 보통 와인 생산자는 와인 종류별 출품비와 와인 샘플을 품평 대회에 보낸다. 와인 품평회가 진행된 뒤 생산자들은 보낸 와인의 메달 성적이나 점수를 결과물로 받게 된다. 하지만 CMB는 메달과 점수에 그치지 않고, 와인 심사위원 전원의 시음 노트를 모아 인공 지능이 깔끔하게 정리한 뒤 출품된 와인 하나하나에 아로마 휠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올해부터 CMB 운영진은 심사위원에게 작년보다 더 정교하고 충실한 시음 노트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는 와인 평가의 정확도와 집중도 유지 만큼이나 많은 에너지와 열정이 필요했다. 생산자는 자신의 와인이 와인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으며, 심사위원 또한 같은 그룹의 위원들이 얼마나 시음 노트를 정성스레 작성하는지 보며 실력을 가늠하고, 서로 더욱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게 한다.


[30회 CMB 화이트와 레드 와인 부문 최고 점수 와인, 사진 제공: CMB]


3일간 열린 CMB에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와 같은 전통적인 와인 생산국 뿐만 아니라 인도, 카자흐스탄, 알바니아 와인도 등장해 5대륙 와인이 모두 모였다. 출품 와인은 모두 블라인드로 시음해 평가하며 30%정도만 메달을 받을 정도로 까다롭다. 올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화이트 와인은 과달루페 계곡에서 생산된 멕시코 켄즌틀 블랑코(Cenzontle blanco), 레드 와인은 불가리아 트라키아 평원의 빌라 얌볼 빈야드 셀렉션 테네로(Villa Yambol Vineyard Selection Tenevo)로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가 블렌딩된 와인이다. 보르도가 256개로 가장 많은 상을 받았고, 이베리아 반도 생산국이 인상적인 점수를 받았다. 포르투갈 와인은 출품 와인의 37.5%가 메달을 받았다. 스페인 출품 와인 중 42%의 메달은 아라곤 와인에 주어졌다. 이탈리아 토스카나는 이탈리아 전체에서 가장 많은 80개의 메달을 받았다.


실뱅 트로피는 캘리포니아 로다이에서 마이클 데이비드 와이너리(Michael David Winery)가 만든 어스퀘이크 진판델(Earthquake Zinfandel)이 수상했다. 스페인 아라곤에서 온 팔메리 시칠리아(Palmeri Sicilia)의 팔메리 나발타(Palmeri Navalta)는 유기농 와인 부문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31회 CMB 화이트와 레드 와인 부문 개최지로 선정된 멕시코 구아나후아토, 사진 제공: CMB]


CMB는 영어권 국가에 홍보하기 위해 콩쿠드 몽디알 드 브뤼셀을 줄여 CMB로 부르기로 했다는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또한 품평회 마지막날 다음 화이트와 레드 와인 부문 개최지로 멕시코 구아나후아토(Guanajuato)가 선정되었으며 개최일은 2024년 6월 7~9일이라고 밝혔다. (전체 결과 보기 https://resultats.concoursmondial.com/en/results)


[이스트리아 와인을 소개한 캐롤라인 길비 MW, 사진 제공: CMB]


'나라 속의 나라' 이스트리아의 와인 세계

비니스트라(Vinistra)는 이스트리아 포도재배자와 와인 생산자 연합으로 1994년 설립됐다. 이번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개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이스트리아와 와인을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니스트라는 다양한 국내 와인 품평회, 말바지아 심포지움, 와인 페어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한다. 비니스트라의 도움으로 이스트리아 포레치로 모인 와인 심사위원들은 품평대회 전날 캐롤라인 길비 MW(Caroline Gilby)의 설명으로 이스트리아 와인 세계를 배웠다.


[이스트리아 전경, 사진 제공: CMB]


크로아티아는 서쪽에 해안을 따라 6,175km에 걸쳐 길게 자리하며, 1,185개 섬이 있고 휴양지로 유명하다. 전체 인구는 400만 명이 조금 넘지만 2022년 기준 이곳을 찾은 관광객 수는 무려 1,890만 명에 이른다. 이스트리아만 500만 명 관광객이 방문했다고 한다.


2022년 기준, 크로아티아에는 1,575명의 와인 생산자가 있으며, 이 중 5헥타르 이상 규모를 지닌 재배자나 생산자는 336명이다. 와인 생산량은 525,751헥토리터이며, 대략 76%가 화이트 와인, 21%가 레드 와인, 3%가 로제 와인이다. 크로아티아 와인 산지는 크게 4개로 나뉘는데, 슬라보니아(Slavonia)와 다뉴브(Danube), 크로아티아 고지대(Croatia Uplands), 이스트리아(Istria)와 크바르너(Kvarner), 달마시아(Dalmatia)다. 슬라보니아와 다뉴브는 온화한 온도를 지닌 대륙성 기후, 크로아티아는 서늘한 대륙성 기후, 이스트리아와 크라브너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달마시아는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를 지닌다. 이스트리아의 포도밭 규모는 3,010헥타르, 2021년 기준 87,460 헥토리터의 와인을 생산한다. 전체 생산량 중 품질 와인은 79,658헥토리터다.


[이스트리아 전경, 사진 제공: CMB]


이스트리아는 매우 복잡한 역사가 있다. 지난 세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를 거쳐 크로아티아 소속이 됐다. 국적은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스트리아 사람들의 정체성은 와인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기원전 5~6세기 사이에 와인이 시작되었을 정도로 이스트리아는 와인과 인연이 깊다.


이스트리아는 아드리아해가 삼면을 둘러싼 반도다. 전체적으로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지만, 약간의 냉해 피해가 있을 수 있다. 북쪽 알프스에서는 서늘한 부라(Bura), 한여름엔 바다에서 불어오는 마에스트랄(Maestral), 남쪽에서는 따뜻하고 축축한 주고(Jugo)라는 바람이 불어온다. 질병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 지속 가능한 농법을 적용하기 좋다. 연강우량은 600~1300mm 정도인데 기후 변화에 따라 점차 가뭄이 문제로 떠오르는 중이다. 대부분의 포도밭은 해발고도 400m 정도에 분포한다. 와인 외에 올리브유와 트러플(송로버섯)이 아주 유명하다.


[테라로사 토양]


이스트리아를 북에서 남쪽으로 여행해 보면, 아름다운 풍경 사이로 극적으로 변하는 토양을 볼 수 있다. 이스트리아는 땅 색을 기준으로 붉은색, 회색, 화이트 이스트리아로 나눈다. 대부분 남동쪽 이스트리아 포도밭은 붉은색을 띠는 테라로사로 이뤄져 있다. 붉은색 토양은 철분이 높은 농도로 들어있다. 테라로사 토양은 적포도 품종에 유리하고 와인은 구조와 바디가 좋으며, 말바지아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면 완성도가 높은 와인이 되기도 한다. 화이트 이스트리아는 북쪽과 북동쪽이며 얇은 표토에 바위가 많고 탄산염이 풍부해 흰색을 띤다. 이곳은 화이트 와인이 잘 되는데, 대부분 높은 산도에 향기롭고 우아하다. 더 남쪽과 내륙은 회색 이스트리아로 플라이슈(Flysch, 오포카 Opoka 석영이 많은 탄산칼슘의 일종)와 부엽토가 풍부한 검은 토양으로 구성돼 있다. 회색 이스트리아에서 만든 와인은 아주 향기로우며 산도가 좋고 중간 바디를 지닌다.


주요 품종은 리슬링 이탈리코(Rielsing Italico), 말바지아 이스타르스카(Malvasia Istarska), 플라박 말리(Plavac Mali),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순이다.


[이스트리아 와인들. 사진 제공:CMB]


청포도인 말바지아 이스타르스카(Malvasia Istarska, 말바지아 이스트리아나 Malvasia Istriana)는 1385년 크로아티아에서 언급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품종이다. 부모는 알 수 없으나 말바지아(Malvasia) 품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생산량의 70% 정도는 신선하게 마시는 스타일로 양조되며, 일부는 스파클링 와인, 파씨토, 냉침용, 앰버 와인 또는 오크나 아카시아 나무로 만든 통에 숙성한다. 극히 일부 와인은 20년 이상 아주 긴 숙성 잠재력을 지닌다. 말바지아 이스타르스카는 강렬한 꽃, 잘 익은 시트러스, 오렌지 껍질, 황금 사과, 키위 등 향과 풍미가 매력적이며, 짠맛과 중간~중상 정도 산미를 지녔다. 숙성된 말바지아 이스타르스카는 복합성이 뛰어나 오렌지 탕후루, 구운 사과, 넛맥, 말린 펜넬 등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인 테란(Teran, 테라노 Terrano)은 1390년에 언급된 기록이 있으며, 1880년대까지 이스트리아 포도재배의 90%를 차지했던 품종이다. 부모 중 하나는 레포스코 노스트라노(Refosco Nostrano)이며 나머지는 모른다. 테란은 생산량이 많은 품종이며, 과거엔 대량 생산으로 인해 차처럼 묽었는데 요즘엔 생산량을 극적으로 줄여 단단한 산미와 타닌을 지닌 고급 와인으로 생산한다. 테란으로는 스파클링, 로제, 가벼운 레드에서 풀바디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최고급 테란은 해발고도가 높은 모토번(Motovun)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다. 테란은 사워체리에 잘 익은 붉은 열매 풍미가 집중돼 있어 얼핏 과숙되지 않은 메를로와 비슷한 느낌이다. 따라서 메를로와 테란 블렌딩 와인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토양에 따라 일부 테란은 오스트리아 적포도 품종인 블라우프랜키쉬와 매우 유사한 붉은 열매, 타닌과 산미를 보여줬다.


[이스트리아 와이너리 모습, 사진 제공: CMB]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의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 더 큰 규모와 명성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이스트리아엔 단 며칠 짧게 머물렀지만 풍경도, 사람도, 와인도, 음식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멋진 곳이었다. 모두를 위하여. Cheers!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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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3.06.07 10:04수정 2024.07.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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