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몬탈치노 혁신의 아이콘, 카스텔로 반피(Castello Banfi)

포도밭 앞에 선 깃발 든 기사, 그리고 교황 앞에서 열리는 왕가의 결혼식. 반피(Banfi)는 매우 고전적인 레이블로 알려져 있다. 반피가 소유한 몬탈치노 언덕의 큰 성은 적어도 수백 년의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반피, 정확히 카스텔로 반피(Castello Banfi)는 뉴욕 출신의 이탈리아계 마리아니(Mariani) 가문이 1978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그리고 매우 현대적인 양조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클론 선정부터 양조 방법까지 여러 혁신적인 연구로도 유명하다.


[카스텔로 반피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레이블 (출처: 반피)]


“반피의 이러한 클래시컬한 레이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반피는 언제나 기술력을 추구하는 와이너리잖아요?”


가브리엘 고렐리(Gabriele Gorelli) MW에게 질문을 던졌다. 몬탈치노 출신인 가브리엘은 현재 유일한 이탈리아인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이며 반피 파운데이션(Banfi Foundation)의 앰배서더로도 활동하고 있다. 


“재미있는 주제네요. 사실 샤토 라투르의 레이블도 클래식하죠. 하지만 아무도 레이블이 너무 클래식해서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지는 않죠. 사람들은 그 레이블을 통해 와이너리를 인식하거든요. 반피도 마찬가지예요. 반피의 레이블은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마음을 얻어요. 그리고 스토리를 담고 있어요. 사람들은 스토리를 더욱 잘 기억하거든요.”


지난 9월 14일 반피의 국내 수입사 (주)롯데칠성음료의 초청으로 반피의 세일즈 총괄 디렉터 로돌포 마랄리(Rodolfo Maralli)와 가브리엘 고렐리 MW가 한국을 찾았다. 몬탈치노는 인구가 약 5천 명 가량인 작은 마을인데, 이곳에서 이탈리아의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마스터 오브 와인이 나왔다는 사실이 이탈리아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가브리엘은 거의 20년 전부터 반피와 함께 일해오고 있다고 한다. 


반피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몬탈치노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와이너리다. 1970년대 뉴욕에서 이탈리아 와인을 수입하던 마리아니 가문은 수입할 와인을 찾기 위해 몬탈치노에 방문했다. 당시 몬탈치노는 지금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경제적으로 낙후됐고 30여 명의 와인 생산자들은 외부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중 포지오 알레 무라(Poggio alle Mura) 에스테이트 와인을 수입하기로 했는데, 마리아니 가문은 이 지역의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카스텔로 반피를 설립한 뒤 1978년부터 에스테이트와 주변 빈야드를 구입해 직접 와인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양조 시설을 짓고 포도밭을 새롭게 조성했는데, 이 정도 거대한 투자는 당시 이탈리아 전역에서도 손꼽힐 정도였다. 이런 투자는 몬탈치노의 다른 지역 와이너리에도 점차 시너지 효과를 냈고, 몬탈치노 전체의 포도밭 관리와 양조 기술 등이 큰 진전을 이루며 일찌감치 DOCG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가브리엘 고렐리 MW와 로돌포 마랄리]


이후에도 반피는 더 나은 몬탈치노 와인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고렐리는 반피의 대표적인 노력으로 '클론 스터티'와 '호라이즌(Horizon)' 두 가지를 예로 들었다.


클론 스터디

산지오베제는 가장 복잡한 양조용 포도 품종으로 손꼽힌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워낙 다양한 클론이 자라기 때문에 클론에 따라서 와인의 품질과 특징이 다양하다. 몬탈치노 지역만 하더라도 산지오베제 그로소 클론이 다른 키안티 지역 산지오베제와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아예 브루넬로(Brunello)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반피에서는 1980년 초반부터 밀라노 대학교의 아틸리오 시엔사(Attilio Scienza) 교수 등과 협업해 산지오베제 클론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 초창기에 반피 에스테이트 근처에서 자라는 클론을 조사했는데 무려 650개가 넘는 클론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오랜 연구 끝에 가장 우수한 클론 3종(Janus50, Janus10, BF30)을 선정했다. 조사하다 보니 산지오베제의 가장 큰 특징이 복합성과 다양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하나의 슈퍼 클론이 아니라 3가지 클론이 조화를 이루고 보완할 때 가장 완벽한 몬탈치노 와인이 탄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4년 전부터는 이를 확장해 테루아와 토양의 영향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총 29개의 다른 테루아에 다른 클론, 다른 루트스탁(rootstock)을 심어 각 테루아에 가장 최적인 클론을 알아내는 연구다. 반피는 반피 재단을 통해 이러한 연구결과를 다른 와이너리와 함께 공유하고 있다.


호라이즌

클론 선정과 토양 및 포도밭의 특성 등 반피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07년 완전히 새로운 셀러와 시설을 건설했다. 이를 위한 양조 철학을 '호라이즌'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포도밭에서 손으로 세심하게 수확한 포도는 와이너리에서 옵티컬 소팅 등을 이용해 가장 최적의 포도만 골라낸다. 모든 과정은 중력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발효와 숙성 역시 각 포도밭별로 다른 통에서 진행한다. 반피의 양조시설에는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데, 나무와 스테인리스 스틸을 함께 사용해 제작한 발효통이다. 많은 양조자들은 나무통에서 발효하면 와인에 복합성을 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무통은 온도 조절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서,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이 둘을 더하면 온도 조절이 가능하면서 나무가 부여하는 복합미도 얻을 수 있다. 반피가 개발한 새로운 발효통은 다른 와이너리에서도 사용이 늘고 있다고 한다. 호라이즌은 각기 빈야드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포도를 여러 기술력을 동원해 가장 최적화된 방법으로 양조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반피가 개발한 새로운 발효통 (출처: https://johnfodera.com/a-day-at-castello-banfi/)]


고렐리와 함께 테이스팅한 반피의 와인 6종을 소개한다.


반피 알타 랑가 퀴베 오로라(Banfi Alta Langa Cuvée Aurora) 2019

'높은 땅'이라는 의미의 알타 랑가는 피에몬테에 숨겨진 스파클링 명소다. 반피는 1860대부터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해온 브루조네(Bruzzone)를 매입해 현대식 시설로 개조한 후 알타 랑가 스파클링을 생산하고 있다. 샴페인 방식으로 양조한 샤도네이와 피노 누아 블렌딩 와인으로 섬세한 거품과 함께 레몬류의 시트러스 느낌이 주된 상큼하고 깔끔한 와인이다. 리 컨택도 30개월간 진행했다. 고렐리는 이런 와인을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즐긴다며 현재 가장 트렌디한 와인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반피 프린시페사 가비아(Banfi Principessa Gavia) 2020

피에몬테를 상징하는 화이트 와인 지역으로는 가비(Gavi DOCG)를 빼놓을 수 없다. 가비라는 이름은 이 지역의 가비아 공주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코르테제 품종으로 만드는 이 와인은 가비아 공주처럼 부드럽고 우아하다. 코르테제도 '친절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향은 약간 수줍지만 유질감 있는 부드러운 텍스처가 인상적이다. 너무 상큼하거나 캐릭터가 강하지 않아 음식과 함께하기 좋고, 특히 함께 했던 크림소스 샐러드와 잘 어울렸다.


카스텔로 반피 수무스(Castello Banfi Summus) 2017

반피는 '슈퍼 투스칸'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훨씬 이전인 1985년부터 몬탈치노 땅에 산지오베제와 함께 다양한 국제 품종을 심고 실험 중이다. 산지오베제에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를 블렌딩한 이 와인은 검붉은 베리 풍미에 버섯, 흙, 부엽토 같은 향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스파이시한 허브 느낌도 풍족하다. 지금 마시기에도 좋고 산도와 타닌의 수준을 보면 숙성 잠재력도 상당한 와인이다. 한마디로 '슈퍼 몬탈치노'다.


[반피의 상징과 같은 포지오 알레 무라 성. 이 주변을 둘러싼 포도밭이 포지오 알레 무라 빈야드다 (출처: 반피)]


카스텔로 반피 포지오 알레 무라 브루넬로 디 몬탈치(Castello Banfi Poggio Alle Mura Brunello di Montalcino) 2017

반피를 상징하는 와인 중 하나다. 포지오 알레 무라는 고렐리의 표현에 따르면 '와이너리 안의 와이너리'로 규모나 와인의 품질 면이나 반피의 핵심 와인 브랜드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고유한 매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진한 베리 향에 다양하게 어우러지는 버섯과 스파이시향이 가득하고 벨벳 같은 텍스처에 진한 바디감, 길게 이어지는 피니시까지 매력이 많은 와인이다. 사실 2017년 빈티지는 냉해와 여름의 날씨 때문에 몬탈치노에서 상당히 도전적인 해로 손꼽히는데, 반피는 이 힘든 해에도 참 멋진 와인을 만들어냈다.


카스텔로 반피 포지오 알레 무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Castello Banfi Poggio Alle Mura Brunello di Montalcino) 1997

이번 한국 방문을 위해 특별히 와이너리에 있는 라이브러리 와인을 가지고 왔다. 포지오 알레 무라의 첫 출시 빈티지이자 앞서 테이스팅한 와인보다 20년 더 오래 성숙한 와인이다. 확실히 낙엽 및 이끼가 연상되는 매력적인 젖은 나무향이 느껴진다. 와인이 나이가 들면서 뿜어내는 멋진 땅의 기운이다. 산도 및 바디감 모두 지금 마시기에 너무 좋다. 확실히 부드럽고 젠틀하지만 여전히 힘이 있다. 반피에서는 이 시기 이전부터도 작은 오크통을 이용해 숙성하는 등 전통적인 몬탈치노 양조 방식에서 벗어난 시도를 했다. 이후 반피의 방식은 현대적인 몬탈치노 와인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반피 로사 리갈(Banfi Rosa Regale)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브라케토 품종의 와인으로, 로사 리갈은 '왕의 로제'라는 뜻이다. 달콤하고 마시기 좋은 낮은 알코올 도수(7%)로 누구나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데, 40년 전만 해도 브라케토는 드라이한 와인을 만드는 품종이었다고 한다. 반피는 피에몬테에서 람부르스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고 싶었고 그 결과 탄생한 이 와인은 현재까지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체리, 자두, 딸기가 가득한 과일 바구니에 달콤한 주스 같은 맛이 인상적이다. 약간은 진한 핑크빛의 색까지. 설레는 첫 데이트할 때 이만한 와인이 또 있을까? 


[반피의 시음 와인 6종]


반피는 와이너리와 별도로 반피 파운데이션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포도 농사와 와인 양조에 대한 철학과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비영리 기관으로 와인에 대한 고고학 연구부터 음악 공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산지오베제 클론 연구와 토양 연구도 반피 파운데이션에서 오랜 시간과 투자를 통해 진행한 결과다. 반피는 이런 결과물을 항상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는데, 이는 반피가 강조하는 철학과 맞닿아 있다. '더욱 나은 와인 세상을 위하여(for a better wine world)'. 이러한 반피의 이타적인 철학은 그들의 기술력과 어우러져 해마다 더 나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프로필이미지유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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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3.09.26 18:00수정 2023.09.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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