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호주 와인 산지 톺아보기 (28)] 한 차원 높은 서늘한 기후 산지, 야라 밸리(Yarra Valley)

야라 밸리는 빅토리아주 와인 산업이 시작된 곳으로 오늘날 호주에서 흥미로운 와인 산지 중 하나로 꼽힌다. 거의 모든 포도 품종 와인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양조하며, 멜버른과의 근접성, 훌륭한 음식, 환대, 경치가 조화를 이뤄 방문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야라 밸리를 톺아보자.


[빅토리아 야라 밸리, 자료 제공: 호주 와인 협회]


야라 밸리 소개

호주 빅토리아주 야라 밸리는 멜버른의 동쪽에 위치한다. 북쪽엔 그레이트 디바이딩 산맥이, 남쪽엔 단데농 산맥이 있다. 야라 밸리는 원주민 언어로 '폭포' 또는 '끊임없이 흘러가는'이란 의미다. 이곳은 기후가 서늘하며, 해발고도와 경관 차이에 따른 다양한 클래식한 와인이 생산된다. 와인 역사는 꽤 이른 1838년 시작되었지만, 1970년대까지 큰 발전이 없다가 1990년대 이르러 와인 산지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샤르도네, 피노 누아, 소비뇽 블랑처럼 서늘한 기후에 적합한 품종 와인으로 유명한데, 최근엔 혁신적인 와인 생산자들의 유입으로 그 경계가 점점 더 넓어지며 와인 천국이 됐다.


[짙은 안개가 드리운 야라 밸리 전경, 사진 제공: Ewen Bell / Wine Australia]


야라 밸리 와인의 역사

야라 밸리는 3만 년 전 우룬제리(Wurundjeri)족이 거주하며 시작됐다. 우룬제리족은 야라 강을 비라룽(Birrarung)이라 불렀는데, 이는 '안개와 그림자'의 장소를 의미한다. 1838년 예링 스테이션(Uering Station) 라이리 형제(Ryrie Brothers)가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빅토리아주 포도재배가 시작됐다. 1850년 라이리 형제는 폴 드 카스텔라(Paul de Castella)에게 예링 스테이션을 팔았다. 1863년 휴버트 드 카스텔라(Hubert de Castella)는 세인트 휴버트(St. Hubert) 포도밭을, 기욤 드 퓨리(Guillaume de Pury)는 예링버그(Yeringberg)를 세웠다. 이 포도밭은 174헥타르에 이르며 야라 밸리 와인 품질 향상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1889년 예링 스테이션은 파리 박람회에서 남반구 최초이자 유일한 그랑프리 수상 와이너리가 됐다. 1892년 데샹(Deschamps) 형제가 예링가(Yeringa, 현재 예링 팜 Yering Farm)를, 담 넬리 멜바(Dame Nellie Melba) 아버지 데이비드 미첼(Daivd Mitchell)이 스트린지바크 크릭(Stringybark Creek) 포도밭을 조성했다.


1900년대에 들어 야라 밸리 포도밭은 400헥타르가 넘었다. 하지만 1937년 경제 불황과 필록세라 확산으로 대부분 포도밭은 방목지로 전환됐다. 이 흐름을 바꾼 건 1963년 완티르나 에스테이트(Wantirna Estate)다. 1968년부터 1975년 사이 소위 야라 밸리 2세대 와이너리로 불리는 퍼거슨(Fergusson), 야라 예링(Yarra Yering), 마운트 메리(Mount Mary), 세빌 에스테이트(Seville Estate), 와라메이트(Warramate), 야라 번(Yarra Burn), 샤토 야리냐(Chateau Yarrinya, 현재 드 보톨리 De Bortoli)가 세워지고, 예링버그(Yeringberg)와 세인트 휴버트(St. Hubert)도 재건됐다. 이들은 방목지를 다시 포도밭으로 변신시켰는데, 이들 없이는 지금의 야라 밸리는 없다고 할 수 있다. 1973년 야라 예링 닥터 베일리 카로두스(Dr. Bailey Carrodus)는 당시 대량 생산을 위한 관개 농업이 흔한 시절에 최고 품질의 와인을 위해 건식 농업(Dry Farming)을 시작했다. 이는 호주 와인 진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결정 중 하나다.


[야라 밸리 포도밭, 사진 제공: 호주 와인 협회]


1978년 샤토 야리냐가 야라 밸리 와이너리 중 최초로 지미 왓슨 트로피를 받았고, 1997년 드 보톨리가 같은 상을 받았다. 1982년 베센 가족(Besen)이 타라와라(TarraWarra)를 설립했다. 1985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전문가인 제임스 할리데이가 콜드스트림 힐스(Coldstream Hills)를 세웠다. 1986년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인 모엣 샹동이 콜드스트림에 있는 오래된 그린 포인트 유제품 판매장에 도멘 샹동(Domaine Chandon)을 세웠다. 1990년에서 2000년 사이 약 40개 새로운 와이너리가 야라 밸리에 등장했다.


2004년 자이언트 스텝스(Giant Steps)/ 이노센트 바이스탠더(Innocent Bystander)가 힐즈빌에 설립되었는데, 이는 야라 밸리의 시내 중심에 생긴 최초 와이너리다. 2007년 드 보톨리 스티브 웨버(Steve Webber)가 고메 트래블러(Gourmet Traveller) '올해 와인 메이커'로 선정됐다. 2012년 경험이 풍부한 롭 돌란(Rob Dolan)이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을, 2016년 야라 밸리 산기슭에 셀러도어를 열었다. 2016년 자이언트 스텝스 스티브 플램스티드(Steve Flamsteed), 2017년 오크릿지 와인 데이비드 베크넬(David Bicknell)이 고메 트래블러에서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됐다. 2017년 야라 예링 사라 크로(Sarah Crowe)는 제임스 할리데이 '올해의 와인메이커'에, 2018년 마운트 메리(Mount Mary)는 '올해의 와이너리' 이름을 올렸다. 현재 야라 밸리에는 80개 이상 와이너리가 활동 중이며 와인 양조의 한계를 지속해서 뛰어넘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야라 밸리 토양, 사진 제공:  호주 와인 협회]


야라 밸리의 포도 재배

야라 밸리는 멜버른 중심에서 북동쪽으로 45km 떨어진 광대하고 다양한 산지다. 이곳은 야라 강 상부와 하부로 나뉜다. 야라 밸리 포도밭은 약 2500헥타르며, 포도나무는 다양하고 독특한 미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낮은 언덕은 안개에 싸여 푸르게 보이기도 하는데, 놀랍게도 이 악명 높은 푸른 안개가 스위스 포도 재배자들엔 이곳에 정착하고 싶게 만든 이유였다고 한다.


야라 밸리에서 포도 생장 기간은 7개월 정도이며, 평균 750~950mm 연강우량을 지닌다. 이곳은 보르도보다 춥고 부르고뉴보다는 약간 따뜻하다. 포도밭은 해발고도 50~430m 사이 다양한 고도에 있다. 야라 밸리는 서늘한 산지지만 해발고도에 따라 일부 지역은 더운 기후 품종이 잘 자라기도 한다. 북쪽에 있는 포도밭 토양은 회갈색이며 하층토는 모래와 적갈색 점토 하층토가 있다. 이 토양은 상대적으로 산성이며 생산량이 적고, 배수가 잘된다. 남쪽 토양은 붉은 화산토로 더 젊고 비옥해 강렬한 특성이 있는 와인이 된다.


야라 밸리는 현대적인 피노 누아가 시작된 곳으로 피노 누아, 샤르도네, 쉬라즈,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그리, 비오니에가 주로 재배된다. 최근엔 대체 품종으로 아르네이스, 게뷔르츠트라미너, 그뤼너 벨트리너, 피노 뫼니에, 가메, 브라케토, 템프라니요, 산지오베제, 네비올로 등도 재배한다. 오늘날 야라 밸리는 대체 품종 외 양조 방식에도 변화를 추구한다. 이들은 긴 껍질 침용, 저유황 또는 무황 참가, 전송이 발효 등을 시도해 차별화를 시도하며 놀라운 결과를 얻고 있다.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야라 밸리 와인

[(왼쪽부터) 드 보톨리 에스테이트 샤르도네, 도미니크 포르테 폰테인, 자이언트 스텝스 애플잭 피노 누아]


드 보톨리(De Bortoli)는 1987년 리안 드 보톨리와 그녀 남편이자 수석 와인메이커 스티브 웨버가 서늘한 기후의 고품질 와인 생산 목표로 설립한 와이너리다. 드 보톨리 야라 밸리 와인은 단일 포도밭, 에스테이트, 빌리지 군으로 나뉜다. 이외 소량 생산되는 와인 중 라 보엠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 에스테이트 샤르도네, 피노 누아를 만날 수 있는데, 에스테이트 샤르도네는 지속해서 야라 최고 샤르도네 중 하나로 꼽힌다. 샤블리와 오크를 은은히 사용한 부르고뉴 샤르도네를 중간 스타일 와인으로 레몬, 라임 향이 상쾌하며, 미네랄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멋진 와인이다.


도미니크 포르테(Dominique Portet)는 2000년 설립된 와이너리다. 도미니크 포르테는 프랑스 와인 가문 출신으로 나파 밸리 클로 뒤 발에서 일한 최초 플라잉 와인메이커 중 하나이며, 탈타니와 클로버 힐 전무 이사로 오래 근무했다. 현재는 아들 벤이 와인 양조를 맡고 있다. 폰테인(Fontaine)은 기본급 보르도 블렌딩 와인으로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블랙 티 풍미가 좋으며 아주 부드럽고 유연하다.


자이언트 스텝스(Giant Steps)는 1997년 설립된 젊은 와이너리지만, 2003년부터 주요 국내외 와인 쇼에서 수많은 트로피와 금메달을 지속해서 수상하는 뛰어난 와이너리다. 와인 앤 스피릿은 6년 이상 자이언트 스텝스를 세계 100대 와이너리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2022년 와인 엔수지애스트 '100대 와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엔 샤르도네, 피노 누아, 시라 등이 수입 중인데, 애플잭 피노 누아는 장미 꽃잎, 샌들우드, 체리, 젖은 돌 향이 조화를 이루며, 살짝 짠맛, 입에 전혀 부담 없는 부드러운 타닌을 지닌 와인이다.


[(왼쪽부터) 이노센트 바이스탠더 프로세코, 마운트 메리 퀸텟, 롭 돌란 화이트 라벨 야라 밸리 샤르도네]


이노센트 바이스탠더(Innocent Bystander)는 2003년 시작된 와이너리다. 이들은 와인은 지문처럼 포도가 자란 땅의 성격, 분위기, 그 해 기후를 드러내는 유일무이한 결과물이라 믿는다. 따라서, 자연이 허락한 바 그대로 와인에 담기에 와이너리 이름도 '무고한 방관자'로 부른다. 포도밭은 호주 지속 가능 와인 생산 프로그램에 따라 관리한다. 모스카토와 프로세코를 만날 수 있는데, 프로세코는 섬세한 배와 시트러스 향이 부드러운 기포와 함께 잘 전해지는 와인이다.


마운트 메리(Mount Mary)는 야라 밸리 중심에 있는 상징적인 가족 소유 와이너리로 호주 컬트 와인 중 하나다. 1971년 설립된 미들턴 가문이 3대에 걸쳐 우아하고 장기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엔 샤르도네, 피노 누아, 퀸텟, 트리올렛이 수입 중이다. 마운트 메리 퀸텟은 향수처럼 전해지는 블랙커런트, 레드 체리, 장미 꽃잎, 은은한 삼나무 향이 좋은 보르도 블렌딩 와인이다.


롭 돌란(Rob Dolan)은 20년 넘게 야라 밸리 와인메이커로 활동하며 와인업계의 위대한 인물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1990년대 그가 만든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는 이 지역 많은 와이너리들의 벤치마크가 됐다. 롭 돌란 화이트 라벨 야라 밸리 샤르도네는 상부 야라 밸리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은은한 바닐라, 크림, 잘 익은 시트러스와 흰 과실 풍미를 지닌 와인이다.


[(왼쪽부터) 소마 이퀼리브리오 샤르도네, 티모 메이어 닥터 메이머 야라 밸리 피노 누아, 야라 예링 르다이 레드 1호, 예링버그 비오니에]


소마(Soumah)는 1997년 설립된 와이너리로 고속도로 이름인 사우스 오브 마룬다(South of Maroondah)의 약자다. 레스토랑 사업으로 국제적 경험이 있는 브렛 부처가 시작한 벤처 사업으로 지속 가능한 농법을 적용하며, 소비자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가 뛰어난 고품질 와인을 만든다. 이퀼리브리오, 헥삼 군으로 나뉘어 다양한 품종이 한국에 수입 중이다. 소마 이퀼리브리오 샤르도네는 단일 포도밭 와인으로 잘 익은 복숭아, 말린 배, 누가, 부싯돌 향이 있는 부드러운 와인이다. 집중도가 높고 입맛을 돋우는 산미가 일품이다.


티모 메이어(Timo Mayer)는 1999년 독일 출신 티모 메이어가 설립했다. 가파른 경사면에 포도밭을 만들며 블러디 힐(Bloody Hill)이라 이름 붙였다. 메이어는 주로 피노 누아, 소량 쉬라즈와 샤르도네를 생산한다. 메이어는 100% 전송이 발효하며 최소한의 간섭으로 모든 와인은 정제나 여과하지 않는다. 피노 누아, 샤르도네, 네비올로, 산지오베제, 쉬라즈, 템프라니요, 가메, 블러디 힐, 닥터 피노 등을 만날 수 있다. 메이어 닥터 메이머 야라 밸리 피노 누아는 전송이 발효하고 혹스헤드에서 숙성했다. 다채로운 향심료와 신선한 허브 향이 붉은 과실과 조화를 이룬다. 탄탄한 구조와 농축미가 좋은 와인이다.


야라 예링(Yarra Yering)은 1969년 설립된 야라 밸리 대표 와이너지 중 하나다. 설립자인 베일리 카로두스가 2008년 사망했지만, 여전히 예전과 거의 같은 방식(지속 가능성, 손 수확, 손 가지치기, 건식 농법 등)으로 포도밭을 관리하고 양조하고 와인을 빚는다. 야라 예링 드라이 레드 1호는 카베르네 소비뇽 중심 블렌드, 드라이 레드 2호는 쉬라즈 블렌드 와인, 드라이 레드 3호는 투리가 나시오날을 중심으로 한 블렌딩 와인이다. 2013년 수석 와인메이커가 된 사라 크로가 스크류 캡으로 병 마감을 전환했다. 그녀는 2017년 제임스 할리데이 '올해의 와인메이커'에 선정됐다. 언더힐 쉬라즈, 카로두스 쉬라즈, 드라이 레드 1호, 2호, 드라이 화이트 1호, 와라메이크 와인 등이 수입 중이다. 드라이 레드 1호는 카시스, 아이오딘, 월계수 잎, 약간 올리브 타프나드 향이 나며, 강렬하면서 균형이 탁월하다.


예링버그(Yeringberg)는 1863년 드 퓨리 가문이 세운 와이너리로 4대에 걸쳐 가족이 운영하고 있다. 우아하고 정교하며 장기 숙성력이 뛰어난 상징적인 와인을 소량 생산한다. 그래서 예링버그 와인은 와인 수집가에게 인기가 많다. 비오니에는 예링버그에서는 꽤 최근 선보인 품종의 와인으로 두 번 수확해 다양한 풍미를 얻었고 알코올와 산도 사이의 균형도 예술적으로 잡은 훌륭한 와인이다.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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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3.10.27 11:44수정 2023.10.2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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