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뉴질랜드의 그랑 크뤼, 테 마타(Te Mata)

뉴질랜드 와인 테 마타(Te Mata)가 위치한 지역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과거 헤레타웅가(Heretaunga) 평원에 살던 부족들은 해변가에 살던 와이마라마(Waimarama) 부족들의 끝없는 공격에 시달렸다. 참을 수 없던 부족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는데, 한 현명한 노인의 의견으로 부족의 아름다운 딸 히네라카우(Hinerakau)를 내세워 미인계를 쓰기로 결정했다. 이 계획은 적중해 와이마라마 부족의 족장이자 거인인 테 마타는 그녀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하고, 이내 싸움을 멈추고 화해를 시도한다. 


하지만 오랜 공격에 시달렸던 헤레타웅가 사람들은 테 마타의 부족을 쉽게 용서하지 못했다. 사랑을 증명하라며 불가능한 것들을 계속 요구했고 심지어 해안가와 평원 사이에 있는 큰 언덕을 입으로 물어서 옮기라고 했다. 거인 테 마타는 이마저도 들어주려고 했지만 결국 언덕의 흙에 목이 막혀 죽게 된다. 웅크린 채 쓰러진 그의 몸을 사람들을 테 마타 픽(Te Mata Peak)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의 사랑에 감동한 히네라카우도 이 언덕 위에서 몸을 던지고 말았다는 비극적인 전설이 내려온다. 


[거인이 누워 있는 듯한 모습의 테 마타 픽 (출처: 테 마타)]


1850년대 유럽에서 뉴질랜드로 건너온 챔버스(Chambers) 가족은 거인이 누워있는 테 마타 픽 부근에 농장을 구입하고 포도를 심었다. 전문가에게 이 지역을 살펴보게 했는데, 그는 이곳의 기후와 토양이 딱 보르도 같다며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프랑스 품종을 심으라고 추천했다. 이 지역은 위도상 보르도와 거의 같은 40도 부근에 위치하며 바다가 근처에 있어 해안성 기후를 보이고, 긴 강을 따라 자갈밭이 쭉 펼쳐져 있었다. 정확히 보르도의 풍경과 흡사하다. 


챔버스 가문이 1890년대부터 조성한 헤이브락 힐스(Havelock Hills) 포도밭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밭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법적으로 이 포도밭을 보호해 오직 포도만 재배할 수 있으며 다른 개발은 엄격히 금지된다. 이 포도밭은 테 마타 와이너리의 심장과도 같은 곳으로, 테 마타는 이 밭의 포도로 콜레인(Colaine)을 비롯한 보르도 블렌딩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콜레인은 명실상부한 뉴질랜드 최고의 레드 와인이며, 이제 곧 한국에 수입되는 2021의 빈티지의 경우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슈퍼스타'라는 평과 함께 98점을 부여했다. 파커가 지금까지 부여한 뉴질랜드 와인의 최고점이다.


[로버트 파커 98점, 제임스 서클링 98점, 와인 오빗의 100점 등 높은 평가를 받은 테 마타 콜레인 2021 (출처: 테 마타)]


테 마타는 이미 파커에게 뉴질랜드 최고의 와이너리(New Zealand's greatest winery)라는 평을 받고, 잰시스 로빈슨에게는 국가적인 보물(national treasure)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디캔터(Decanter)>는 뉴질랜드의 그랑 크뤼 1등급(first growth) 와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수많은 찬사에서도 알 수 있듯 테 마타는 이제 뉴질랜드를 넘어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와 경쟁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의 경쟁상대는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 샤토와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들이다.


테 마타는 어떻게 이렇게 뉴질랜드 땅에서 최고의 와이너리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테 마타의 수출 이사인 빈스 라바트(Vince Labat)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우리의 철학은 단순합니다. 바로 끊임없는 발전입니다. 우리는 매년 조금씩 발전하기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 사람과 포도밭, 시설과 기술에 투자합니다.”


첫째, 테 마타는 와인메이커와 빈야드 매니저 등이 계속 배우고 발전해 나가기를 원한다. 최근 테 마타의 와인메이커는 샤토 마고에 방문해 교육을 받았다. 보르도 외에도 부르고뉴, 나파 밸리, 호주의 최고 와이너리들에도 방문했다. 현재 31년째 근무 중인 빈야드 매니저도 여전히 매년 배우는 중이라고 한다. 덕분에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23년이 넘는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분명 가장 가치 있는 투자다.


[테 마타의 직원들과 그 가족들. 뉴질랜드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와이너리로 손꼽힌다 (출처: 테 마타)]


둘째, 테 마타는 헤이브락 힐스라는 뛰어난 포도밭 외에도 혹스 베이에 3군데 포도밭이 있으며, 각 지역에 가장 맞는 방식으로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뉴질랜드에서 가장 혁신적인 연구 기관인 오클랜드 대학과 칼라한(Callahan) 인스티튜트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농법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뉴질랜드에는 스윈스(SWNZ)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지속 가능 농업 프로그램이 있는데, 테 마타는 1995년 이 프로그램의 설립부터 시작해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유기농 농법을 시도해 2024년에는 모든 와인이 100% 유기농 포도밭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4년 전부터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도 도입했다. 환경을 위한 고려가 첫 번째지만 이러한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포도밭을 관리하면 와인의 품질 또한 매년 발전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테 마타 와이너리. 새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그물을 친 버드 네팅(bird netting)을 볼 수 있다. 

새가 포도를 먹는 것보다, 병을 옮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출처: 테 마타)]


마지막으로, 와이너리 시설에 대한 투자도 계속하고 있다. 3년 전에는 레드 와인 양조를 위한 시설을 새로 지었는데, 여기에 새로 도입한 발효 탱크는 온도를 0.01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포도밭을 작은 단위로 나눠 각 포도들을 따로 발효하는데, 콜레인의 경우 75개까지 작은 단위로 나눠 따로 발효하고 그중 최고만 선택해 블렌딩한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발전이 이뤄지던 이 시기, 하늘의 도움까지 받았다. 2018년부터 시작해 최근 몇 년은 혹스 베이의 역사상 최고 빈티지로 꼽힌다. 현재 테 마타를 이끌고 있는 벅(Buck) 가문의 젊은 세대의 역동성과 오랜 투자의 결실, 그리고 뛰어난 빈티지까지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최근 출시되고 있는 테 마타의 와인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커의 최근 평가가 이를 증명한다.


그럼 테 마타 와인의 맛은 어떨까? 빈스 라바트와 함께 총 6종류의 와인을 함께 시음했다.


[테이스팅한 테 마타 와인]


테 마타 에스테이트 소비뇽 블랑(Te Mata Estate Sauvignon Blanc) 2022

뉴질랜드 남섬 말보로(Marlborough)의 소비뇽 블랑은 강한 허브향이 특징이라면, 보다 온화한 북섬 혹스 베이의 소비뇽 블랑은 좀 더 부드럽고 잘 익은 느낌을 준다. 노란 열대과일 향에 뉴질랜드 특유의 허브향도 조화로워 무척 다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품종 특유의 산도 역시 충실하지만, 과실 풍미도 풍족하고 길게 지속돼 별다른 음식 없이 와인만 마시더라도 충분히 즐거운 느낌이다. 


테 마타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Te Mata Estate Pinot Noir) 2021

테 마타는 혹스 베이 내륙에 위치한 우드토릅(Woodthorpe)이라는 곳에서 피노 누아를 재배하는데, 이곳은 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커서 피노 누아 재배에 최적의 지역으로 꼽힌다. 피노 누아의 특성인 체리 및 라즈베리 향 외에도 은은한 향신료와 오크 뉘앙스가 피어오른다. 기분 좋은 산도에 맛있는 레드베리의 맛과 함께 복합미도 가지고 있다.


테 마타 알마(Te Mata Alma) 2020

테 마타는 우드토릅에 1999년 피누 누아를 처음 식재했지만, 19년이 지난 2018년부터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도나무의 뿌리가 깊게 파고 들어가 포도의 품질이  충분히 갖추어질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린 것이었다. 알마는 그중에서도 특별히 선택된 테라스 빈야드의 포도로 만든다. 잘 익은 포도의 진한 향에 은은한 흙향이 느껴지며 오크도 보다 정교하게 사용됐다. 드라이하지만 달콤한 과실의 맛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와인의 이름은 벅 가문의 조상인 닥터 톰슨(Dr. James Thomson)을 기리기 위해 붙였는데, 그는 크림 전쟁 기간 중 알마 전투에서 수백 명의 목숨을 치료하고 그 과정에서 전사한 전쟁 영웅 중 한 명이다.


[현재 테 마타를 이끌고 있는 닉 벅(Nick Buck) (출처: 테 마타)]


테 마타 불노즈(Te Mata Bullnose) 2019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시라 100% 와인으로, 제임스 서클링의 '전 세계 Top 50 와인'에 3번이나 오른 바 있다. 브릿지 파(Bridge Pa)에서 재배한 시라 고목의 포도로 만들었다. 강도 좋은 검붉은 페퍼향에 라벤더가 연상되는 허브향과 바이올렛 꽃향기까지 느껴진다. 프랑스 론 밸리 최고 수준의 시라와 닮아 있는 상당히 흥미로운 뉴질랜드 시라 와인이다. 35% 뉴오크의 뉘앙스가 부드럽게 받쳐주며 진한 과실 맛 또한 일품이다. 와인 이름은 벅 가문이 좋아했던 모리스 코리(Morris Cowley) 자동차의 별명에서 따왔다.


테 마타 아와테아(Te Mata Awatea) 2018

테 마타의 대표 포도밭인 헤이브락 힐스에서 재배한 보르도 품종의 블렌딩(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와인이다. 잔에 따라 스월링을 하지 않고 가만히 향을 맡으면 묘한 허브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스월링 후의 향은 보르도 품종에서 느껴지는 개성이 가득하다. 서늘한 뉴질랜드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든 힘찬 블랙 커런트와 풍성한 스파이스를 느낄 수 있다. 상당히 클래식한 스타일로 과도하게 무겁지 않고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다. 콜레인의 작은 동생과 같은 와인이지만, 품질에 비해 가격접근성은 상당히 좋다. 빈스는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와인으로 이 와인을 꼽았는데, 그도 역시 아와테아가 가장 가격 대비 밸류가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와테아는 마오리 언어로 '여명의 눈동자'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테 마타 콜레인(Te Mata Colaine) 2020

헤이브락 힐스의 세부 블록을 각기 따로 양조하고 최상의 블록의 포도만을 블렌딩해 만든다. 뉴질랜드 최고 와인이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한, 세계 최고의 보르도 블렌딩 와인 반열에 든 와인이다. 매년 와인을 구입하고자 하는 대기 리스트가 길게 이어지고, 보통 출시 후 몇 주 안에 전부 판매가 완료된다. 국내에는 한국계 뉴질랜드 골퍼 리디아 고와 현대가의 결혼식 와인으로 사용돼 유명해지기도 했다. 최고의 포도를 선별해 이에 걸맞게 더 높은 비율(65%)의 프랑스산 새 오크를 사용해 양조한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 허브향이 보다 진하게 올라오며 카베르네 프랑의 스파이시함도 잘 살아있다. 매우 잘 익은 포도의 집중력과 파워, 풍미, 피니시를 보여준다. 지금 마셔도 충분히 맛있지만 20년 후에는 얼마나 더 발전할지 기대가 된다. 콜레인은 벅스 가문이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북아일랜드의 지역 이름이다.


[테 마타의 해외 수출 이사, 빈스 라바트]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다른 결과를 만들고 싶다면 매번 같은 일만 계속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테 마타는 정확히 이 말을 지키고 있는 듯하다. 127년이라는 역사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발전해 뉴질랜드에서 가장 최신 기술과 설비, 가장 젊은 마인드를 가진 와이너리가 됐다. 테 마타는 뉴질랜드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최신식 와이너리(NZ's oldest and newest winery)라는 명성에 걸맞게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프로필이미지유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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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3.10.19 16:53수정 2023.10.1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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