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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클래식하고도 트렌디한 여행, 조지아 와이너리 투어

최근 여행 트렌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거나 자연 속에서 탐험, 혹은 힐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 전문 예약 사이트에서는 2024년 여행 트렌드로 미식 여행이나 가성비를 충족시키는 럭셔리 여행도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니즈를 만족시키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 바로 조지아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3년만에 첫 번째 여행지로 조지아를 선택하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장대한 코카서스 산맥과 흑해 연안 등에서 대자연의 절경을 감상하며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고, 다른 유럽 여행지에 비해 오래 머물러도 비용 부담이 적으며, 안전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조지아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이들의 귀국 캐리어에 가장 많이 담기는 선물은 무엇일까. 1순위는 와인일 것이다. 여행에서 그 지역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빼놓을 수 없고, 조지아에서 와인을 즐기는 것은 당연하다. '와인의 발상지'로 알려진 조지아를 여행하며 와이너리를 방문한다면 어디를 가는 게 좋을까? 조지아는 국토 전역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와인 산지는 동쪽에 위치한 카헤티(Kakheti) 지역으로 수도인 트빌리시에서 차량으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다. 지난 <8천 년 와인 역사의 현장, 이 시대에 살아있는 전통을 발견하다> 기사에 이어 이번에는 조지아로 와인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위해 카헤티 지역과 카르틀리(Kartli) 지역의 와이너리들을 소개한다. 아직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와인이 많으니 현지에서 다양한 와인을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도 누려보길 바란다.


[방문객을 환대하는 공간, 바지수바니 에스테이트의 장미 정원]


바지수바니 에스테이트 Vazisubani Estate

바지수바니는 와이너리가 자리한 마을의 이름이기도 하다. '포도나무 구역(District of Vine)'이란 의미.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탄성을 자아내는 근사한 풍경이 펼쳐진다. 포도나무를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 병충해에 민감한 장미를 함께 심어두는 것은 빈야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곳에서는 별도로 아름다운 장미 정원을 조성해 두고 있다. 장미 정원에서 시작된 우아한 정취는 와이너리 곳곳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1891년, 조지아의 젊은 귀족 술칸 차브차바제(Sulkhan Chavchavadze)가 설립한 와이너리로, 당시 30개의 크베브리에서 와인을 생산했다고 한다. 이후 소비에트 연방 시기에 국유화가 되는 등 부침의 역사를 거쳤는데, 10여 년 전 현재의 오너가 매입해 와이너리를 재건했다. 포도나무를 다시 심었고 궁전도 8년에 걸쳐 복원했다.

 

[바지수바니 에스테이트의 와인들]


현재 바지수바니 에스테이트는 35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직접 재배한 포도만 사용해 30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며, 18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전통적인 크베브리 방식과 현대적인 방식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해 양조하며, 화이트와 레드 와인 외에도 로제 와인, 디저트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한다.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와인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키시(Kisi)와 므츠바네(Mtsvane), 키흐비(Khikhvi), 르카치텔리(Rkatsiteli) 4가지 토착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 9 번치(9 bunches)와 사페라비(Saperavi) 100%를 사용해 크베브리에서 생산한 레드 와인의 훌륭한 품질이 인상적이다. 조지 므쉬비도바제(George Mshvidobadze) 디렉터는 크베브리 양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이크로바이올로지(microbiology)'라고 강조한다. 양조장에 어떤 미생물이 있는 알고 그것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김치 숙성을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와이너리를 소개하는 바지수바니 에스테이트의 대표]


이곳은 하루 정도 숙박을 하며 쉬어가기도 좋은 곳이다. 한때 문화예술인들이 교류했던 궁전은 복원 이후 19개의 객실을 갖춘 부티크 호텔로 운영 중이며, 눈앞에 자연 풍광이 펼쳐진 레스토랑에서 카헤티 지역의 음식과 함께 와인을 즐길 수 있다. 하늘이 파랗게 맑은 날에는 야외 수영장의 물 위에 비친 풍경까지도 걸작이다. 여행 일정이 잡혔다면 우선 이곳에 숙박이 가능한지부터 확인해보길!

https://vazisubaniestate.ge/


[슈미 와이너리의 빈야드 풍경]


슈미 와이너리 Shumi Winery

조지아의 와인 생산자들은 8천 년의 와인 양조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카헤티 지역의 치난달리(Tsinandali) 마을에 자리한 슈미 와이너리는 크베브리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조지아의 와인 역사를 알리기 위해 박물관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방문하면 슈미 와이너리가 직접 복원한 기원전 1200년의 크베브리를 비롯해 기원전 1800년에 사용되던 와인잔 등 역사적인 유물과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슈미 와이너리의 박물관에 전시 중인 기원전 1200년의 크베브리]


슈미는 고대 조지아어로 '순수한 와인(pure wine)'이란 의미다. 박물관까지 운영하며 와인 역사를 알리고 있는 슈미 와이너리의 열정은 와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00헥타르의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으며 토착 품종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 특히 쇼빌리(Shobili)는 특별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인데, 화이트 품종인 치누리(Chinuri)와 카후리 므츠바네(Kakhuri Mtsvane)로 크베브리에서 2-3개월간 베이스 와인을 만든 뒤 샴페인 방식으로 양조한다. 베이스 와인이 앰버 와인이니 일반적인 스파클링보다 풍미가 더 진한 것이 특징이다. 크베브리와 일반 유럽 방식을 모두 사용해 양조하는데 프리미엄 와인인 이베리울리(Iberiuli)는 사페라비를 사용해 크베브리에서 양조했고, 와이너리의 플래그십 와인인 살로메(Salome)는 오크에서 발효하고 숙성했다. 모두 국제 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화려한 와인들이다.


[크베브리가 있는 슈미 와이너리의 숙성실]


슈미 와이너리의 가장 큰 매력은 조지아 아티스트의 조각상이 있는 정원과 아름다운 빈야드 사이를 거닐고 야외에서 테이스팅과 시음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문객들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도 알차게 준비돼 있다. 자연 속에서 다양한 와인과 조지아의 증류주인 차차(Chacha)를 시음하면서 한나절을 보내고 박물관 관람까지 한다면 더욱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https://shumiwinery.com/


[소규모 가족 경영 와이너리, 추비니 와인 셀라]


추비니 와인 셀라 Chubini Wine Cellar

카헤티의 쉴다(Shilda) 마을에 자리한 추비니 와인 셀라는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인 토르니케 추비니제(Tornike Chubinidze)가 설립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20대에 재미있는 일을 찾아 다양한 직종을 거쳤다는 그는 와인을 양조하면서 마침내 재미를 느끼고 이 일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2016년 이곳에 자신의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첫 빈티지를 선보였다. 현재 4만 병까지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량을 최대 1만 5천 병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추비니 와인 셀라의 오너이자 와인메이커, 토르니케 추비니제] 


추비니 와인 셀라의 세 가지 와인은 모두 최소한의 개입으로 만드는 내추럴 와인이다. 생산 첫 해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수출을 시작했는데, 역시 품질의 수준이 상당하다. 르카치텔리와 치누리를 사용한 두 가지 화이트 와인과 사페라비로 만든 레드 와인 모두 내추럴 와인의 개성을 보여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와인들이다. 생산량의 90%를 해외에 수출하고 10%는 내수용인데 대부분 와이너리 내에서 방문객들이 소비하고 있다. 역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내추럴 와인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방문객들이 머물 수 있는 추비니 와인 셀라의 코티지]


이곳의 독특한 점은 와이너리 건물 바로 옆에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아늑한 코티지가 있다는 점이다. 예약 사이트를 통해 숙박을 예약할 수 있는데, 30여 개 국가에서 다양한 방문객들이 와이너리를 찾고 있다. 평화로운 풍경의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며 지역의 음식과 함께 와인을 즐기고, 좀 더 길게 숙박하는 이들은 주변을 여행하기도 한다. 주인장 또한 가족과 개, 고양이와 함께 와이너리에서 살면서 직접 손님을 맞는다. 르카치텔리 와인 레이블에는 크베브리 위에 무지개가 떠 있는 그림을 볼 수 있다. 2016년 와이너리를 설립하기 위해 크베브리를 구입해 이곳에 왔을 때 실제로 아름다운 무지개가 떴고 그 풍경을 그대로 레이블에 담았다고 한다. 자연의 축복 속에서 출발한 와이너리는 멋지게 순항 중인 듯하다.


[샤토 무크라니의 건물과 정원]


샤토 무크라니 Château Mukhrani

수도 트빌리시에서 차량으로 약 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카르틀리 지역도 추천할 만한 와인 여행지다. 트빌리시에서 북쪽으로 3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으로, 샤토 무크라니는 이 지역의 유명 와이너리다. 와이너리에 도착하면 넓게 펼쳐진 정원과 포도원 그리고 곳곳에 자리한 궁전 같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1873년 설립된 이곳은 당시 프랑스 건축가가 베르사유 궁전에서 영감을 받아 궁전과 정원을 조성했고 본래 조지아 왕가가 소유했다. 이반 무크란바토니(Ivane Mukhranbatoni) 왕자가 프랑스에서 양조를 공부한 뒤 돌아와 조지아에서 처음으로 샤토의 개념을 도입했고 1878년 첫 빈티지를 생산했다. 성장세를 이어가던 샤토 무크라니는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 소유권이 러시아로 넘어갔고 1992년 독립 직후에는 내전으로 폐허가 됐다. 이후 오랜 재건을 거쳐 최근 다시 웅장한 모습을 되찾았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있는 연회장과 레스토랑, 전시가 개최되는 갤러리, 와이너리의 역사를 상기시키는 고전적인 예술작품이 놓인 복도, 클래식한 분위기의 서재, 프라이빗 바 등 럭셔리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19세기의 모습을 되살린 건물 내부] 


현재 샤토 무크라니는 전체 120헥타르 중 87헥타르에서 포도를 생산하고 있으며 조지아의 토착 품종과 국제 품종을 모두 재배한다. 직접 생산한 포도만 사용하며 2020년부터 모든 와인을 유기농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땅 속에 묻지 않은 상태로 사용하고 있는 새로운 크베브리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크베브리를 땅에 묻는 이유는 자연적인 온도와 습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온도와 습도가 적당한 환경이라면 땅에 묻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출신의 와인메이커가 전통적인 크베브리와 함께 이처럼 현대화된 크베브리 양조도 시도하고 있다.


[땅 속에 묻지 않고 사용 중인 현대식 크베브리]


신선한 열대과일 아로마와 섬세한 꽃 향기가 은은하게 올라오는 화이트 와인 고룰리 므츠바네(Goruli Mtsvane)가 가장 인기 있는 와인이며, 주로 카르틀리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샤프카피토(Shavkapito) 품종으로 생산한 레드 와인도 미디엄 바디에 부드럽고 향기로운 아로마로 매력을 발한다. 이외에 사페라비,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등 토착 품종과 국제 품종을 블렌딩한 흥미로운 와인도 생산하고 있다.


와이너리가 시작된 왕가의 시대를 되살린 건축물을 감상하고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즐긴 뒤 바로 앞 빈야드 풍경을 감상하며 쉬어가는 시간. 조지아 와이너리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편집장

기자 페이지 바로가기

작성 2023.12.11 14:05수정 2024.05.1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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