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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주목해야 할 세계 와인 산지 5곳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떠오르고 있는 산지는 어디일까? 지구온난화와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 새롭게 바뀌는 트렌드 등 세계 와인업계가 맞고 있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와인 산지 5곳을 소개한다.


[포르투갈 도우로 밸리]


1. 포르투갈 도우로 밸리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2024년 소믈리에들이 뽑은 주목해야 할 7개 와인 산지'에 포르투갈의 도우로 밸리(Douro Valley)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아름다운 산지로, 유유히 흐르는 도우로강 사이 가파른 계단식 포도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이곳에선 100여 종 이상의 토착품종이 자라고 있다. 사실 도우로 밸리는 주정강화 와인의 대명사인 포트 와인의 고장인데 이제는 '드라이 와인'의 위상이 심상치 않다. 이곳에서는 포트 와인과 동일한 품종으로 강렬한 과일향과 미네랄이 돋보이는 묵직한 드라이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 지난 십수 년간 도우로 밸리는 고품질 드라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거듭했다. 포도밭 클론 연구를 통해 단일 품종 포도밭의 재식재를 늘리고, 계단식 포도밭에 접근할 수 있는 기계식 수확기기로 원가 절감도 시도하는 한편, 현대적인 양조법을 도입해 품질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30년 전만 해도 수출하는 포르투갈 와인의 65%가 포트 와인이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67%가 비주정강화 와인이 차지하고 있다.


도우로 밸리의 드라이 레드 와인은 고전적인 필드 블렌딩(한 포도밭에 여러 품종을 식재해 함께 수확하고 발효하는 방식)을 채택하든, 재식재된 포도밭에서 메인 품종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든 토착 품종과 독특한 테루아가 주는 고유한 매력이 있다. 생소한 이름과 낮은 인지도가 주는 '낯섦'의 선입견에서만 벗어난다면 가격 대비 품질면에서도 좋은 와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미국 나파 스타일의 풀바디 레드 와인을 좋아한다면 꼭 시도해봐야 한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와인과 꼭 나란히 놓고 비교할 필요는 없다. 도우로는 도우로이니, 짙은 과일과 편암질 테루아에서 오는 광물성 캐릭터, 탄탄한 타닌을 가진 도우로만의 새로운 매력에 꼭 빠져보길 바란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에트나]


2. 이탈리아 시칠리아

도우로가 포트 와인의 고장이라면, 시칠리아는 마르살라의 고장이다. 제주도 면적 14배에 달하는 이 지중해 섬에는 와인애호가들이 좋아할 다양한 와인들이 보물처럼 가득하다. 시칠리아는 척박한 토양, 지중해의 강렬한 햇빛, 다양한 토착품종과 토양, 구릉과 산악지역의 고도가 주는 미세기후와 낮은 강수량까지 와인 산지로서 최적화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청포도 카타라토(Catarratto)와 적포도 네로 다볼라(Nero d'Avola)를 필두로 한 다양한 토착 품종뿐 아니라, 샤르도네, 시라와 같은 국제 품종의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와인 스타일도 다양하다. 상큼한 드라이 화이트부터, 달콤한 디저트 와인, 가볍게 마시는 프루티한 레드와 숙성력 높은 진중한 레드, 그리고 주정강화 와인까지 풀코스가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에 꽤나 진지한 와인애호가들을 위한 특별한 테루아 와인도 있다. 전 세계에 몇 존재하지 않는 활화산 '에트나'에서 생산되는 에트나 로쏘(Etna Rosso)와 에트나 비앙코(Etna Bianco)가 그것이다. 에트나 로쏘는 우아하면서 강건한 매력이 있고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으로, 특히 부르고뉴와 바롤로를 사랑한다면 꼭 맛보아야 할 와인이다. 토착 품종인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를 중심으로 네렐로 카푸치오(Nerello Cappuccio)를 최대 20%까지 블렌딩할 수 있는데, 옅거나 중간 정도의 루비색에 붉은 체리와 제비꽃, 만발한 허브 향과 높은 산도, 강건한 타닌의 구조감이 피노 누아와 바롤로 그 중간쯤을 연상케 한다. 특히 60년 이상의 고목에서 나온 상급 에트나 로쏘는 그 복합미와 깊이, 미네랄리티가 가히 치명적이다. 부르고뉴의 클리마 개념이나, 바롤로 크뤼와 같이 미세기후와 토양에 따라 나눈 싱글 빈야드가 '콘트라다(Contrada)'라는 공식 명칭으로 존재하는 것도 유사하다.


한편, 에트나 비앙코(Etna Bianco)의 성장세도 놀랍다. 카리칸테(Carricante)를 중심으로 카타라토(Catarratto)를 최대 40%까지 블렌딩하는데, 특히 카리칸테 단일 품종으로 만든 에트나 비앙코의 인기가 점차 국제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찌르는 듯한 산미와 바닷바람을 닮은 염분기, 섬세한 과실 아로마와 잘게 부순 돌과 같은 미네랄 풍미가 매우 스타일리시하다. 뉴오크 풍미로 범벅된 뻔하디 뻔한 화이트 와인이 지겹다면 꼭 마셔봐야 할 와인이다.


[미국 뉴욕주 핑거 레이크]


3. 미국 뉴욕주 핑거 레이크(Finger lake)

이스트 코스트(East Coast)의 작은 반란이 조금씩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와인이라면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리건을 포함해 서부 지역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나도 있어'를 소심하게 주장하는 동부 지역 와인 산지에는 뉴욕(New York), 버지니아(Virginia), 뉴저지(New Jersey), 마인(Maine), 펜실베니아(Pennsylvania)주 등이 포함된다. 이곳에선 지난 10년 사이 야망 가득한 신생 와이너리가 대거 등장했다. 이 중 국제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뉴욕주의 핑거 레이크(Finger lake) 산지. 독일 팔츠(Pfalz) 지역과 비슷한 기후조건으로 서늘하지만 충분한 일조량과 레이크 효과로 긴 성장기간을 보장해 매력적인 쿨 클라이밋 와인이 생산된다. 우아하고 섬세한 리슬링부터 샤르도네, 피노 누아, 카베르네 프랑 등을 재배하며 순수한 과실미와 높은 산도, 상대적으로 낮은 알코올 도수가 특징이다. 다양한 당도의 리슬링이 나오지만 섬세하면서 날카로운 드라이 리슬링이 특히 인기가 있으며,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과 오크를 절제해서 만든 풀내음 가득한 카베르네 프랑 또한 쿨 클라이밋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듯하다.


[잉글랜드 서섹스]


4. 잉글랜드

영국은 습하고 흐린 날씨 때문에 와인 생산지로서의 입지가 전무했던 곳이다. 그런 영국이 지난 십여 년 간 스파클링 와인 생산지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샴페인 하우스 떼땅져(Taittinger)와 뽀므리(Pommery)가 이곳에 포도원을 설립했을 뿐 아니라, 2000년 이후 포도원 면적이 4배나 증가했다. 와이너리 수는 이제 160개가 겨우 넘는 수준이지만 상급 와이너리에선 샴페인의 퀄리티를 능가할 정도로 깜짝 놀랄 만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와인업계의 평이다.


포도밭의 대부분은 런던 아래 최남단 카운티에 위치한다. 켄트(Kent), 서섹스(Sussex), 햄프셔(Hampshire)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포도가 재배될 수 있는 북방한계선인 위도 50도를 살짝 웃돈다. 샹파뉴 지역의 평균 성장기 기온이 16-18도라면 이곳의 평균 성장기 기온은 14도.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50년 사이 지구온난화로 약 1도의 성장기 기온이 올라간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영국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을 척도로 삼는 여러 전통 방식의 스파클링 와인 중 그 품질과 캐릭터가 가장 닮아 있다. 샴페인과 동일한 클론의 동일한 포도 품종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켄트, 서섹스에 넓게 깔려 있는 백악질 토양도 꼭 같다. 보통 브뤼 계열의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이 논빈티지, 빈티지, 로제, 블랑 드 블랑 등 샴페인과 동일한 용어를 사용해 출시된다. 또한 고품질을 지향하는 많은 와이너리들이 최소 18개월에서 3년 이상 리컨택을 하기 때문에 브리오슈, 토스트 등의 복합미도 여느 샴페인에 뒤지지 않는다. 찌르는 듯한 산도를 낮추기 위해 거의 100% 젖산발효를 진행한다는 것은 최근 샴페인 하우스의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점이다. 물론 샴페인과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과 여러 기상 이변과 강수량에 따라 빈티지의 등락이 큰 것이 최대 약점이지만 많은 와이너리들이 품질 우선주의를 지향하고, 생산 횟수에 따라 점차 리저브 와인을 늘려가는 추세이므로 추후 보완이 될 듯하다. 샴페인 러버라면 나이팀버(Nyetimber), 거스본(Gusbourne)등 대표 와이너리의 스파클링을 꼭 접해보길. 


[남아프리카 공화국 스텔렌보쉬]


5. 남아프리카 공화국

와인업계에서도 지난해 '지속가능한 농법'이 가장 뜨거운 키워드였다. 그런데 여기 지속가능한 농법을 일찍부터 적극 활용한 와인생산국이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1998년 IPW(Integrated Production of Wine) 시스템을 설립해 탄소 배출부터 토양 보존, 직원의 복지까지 와인의 모든 측면을 관리한다. 95%가 이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같은 해 설립한 SWSA(Sustainable Wine South Africa)는 지속가능성에 맞춘 모든 규정을 준수한 와인에 'Integrity & Sustainability Certified' 라는 인증 마크를 수여한다. 수출되는 대부분의 와인 병목에 이 인증 스티커가 붙어 있다. 한편, 윤리적 무역 연합에서는 공정한 노동 관계를 보호한다. 'Certified Fair labor practice'라는 인증 마크를 본다면 안심해도 된다. 지구를 생각하는 와인 애호가들이라면 와인 맛을 떠나 이러한 스티커가 강한 구매력을 자극할 것이다.


그런데 국제 와인 시장의 경쟁에 뒤늦게 합류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어떻게 이렇게 선진적인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을까? 사실 남아프리카의 와인 시장은 민주주의가 도래하기 전 모두 KWV 협동조합에 의해 완벽히 통제돼 왔다. 1994년 이후 이러한 독점 규제가 완전히 철폐됐지만 관료주의적 통제 시스템이 남아있기 때문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스타 품종은 무엇보다 청포도 '슈냉 블랑'이다. 이곳에선 스틴(Steen)이라 불리는데 전체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원산지 루아르에 비해서도 약 2배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이 곳 슈냉 블랑은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대량 생산의 저렴한 와인부터, 오래된 수령의 포도로 오크 숙성을 거쳐 만든 진중한 와인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서늘한 해안가 지역을 제외하곤 보통 루아르의 슈냉 블랑보다 더 잘 익은 과실향을 선사하는데, 잘 익은 사과와 복숭아, 구아바, 파인애플, 꿀 향 등이 대표적이다. 오크 숙성을 통해 베이킹 스파이스, 토스트 등의 풍미가 더해지기도 한다. 어떤 스타일이건 슈냉 블랑의 트레이드마크인 '높은 산도'는 늘 침샘을 자극한다. 남아프리카의 자체 개발 품종인 피노타주(Pinotage)나 보르도 블렌드, 시라 등의 국제 품종의 품질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추세다.


프로필이미지엄경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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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01.19 11:05수정 2024.01.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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