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호주 와인 톺아보기 (64)] 고급 와인의 집결지, 마가렛 리버(Margaret River)

서호주 마가렛 리버(Margaret River)는 젊은 와인 산지이지만 전 세계적 명성을 누리고 있다. 고급 와인 집결지로 불리는 마가렛 리버를 톺아보자.


[마가렛 리버 지도, 자료 제공: 호주 와인 협회]


마가렛 리버 소개

서호주는 남 서호주 구역(South Western Australia Zone)과 그레이터 퍼스 구역(Greater Perth Zone) 구역으로 나뉜다. 남 서호주 구역 안에 마가렛 리버와 그레이트 서던(하위 지역인 프랭클린 리버 Franklin River, 알바니 Albany, 덴마크 Denmark, 마운트 바커 Mount Barker, 포롱구럽 Porongurup 포함)이 속한다. 


마가렛 리버는 호주 전체 와인 생산량 중 단 2%만 생산하지만, 호주 고급 와인 중 마가렛 리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로 높다. 고급 와인의 생산 비율을 생각하면 마가렛 리버의 와인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놀랍게도 1960년대 이후 와인 산업이 시작된 젊은 와인 산지다. 반전 그 자체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가 이 지역 대표 품종이지만, 소비뇽 블랑, 세미용, 쉬라즈, 메를로도 성공적이다.


[마가렛 리버 전경, 사진: 정수지]


마가렛 리버 와인 역사

마가렛 리버는 눈가르(Noongar)족이 살았던 땅으로 무려 5만 5천 년 전 이들의 흔적이 남은 동굴이 발견되었을 정도다. 1830년 유럽인 정착촌이 생겨나며 목재와 유제품 산지였고 이후 오래 깨끗한 낙원으로 고립된 채 존재했다. 1851년 엘리자 도슨(Elijah Dawson)이 서호주 해안에서 일하는 상당수 미국 포경선을 지원하기 위해 바스(Vasse)에 최초의 상업적 포도밭을 만들었다. 1920년부터 1950년 사이 이탈리아 이민자인 쟈코모 지미 멜레리(Giacomo Jimmy Meleri)는 얄링업(Yallingup)에 4헥타르의 도라딜로(Doradilo) 포도밭을 운영했다. 당시 멜레니는 레드 다이나마이트(Red Dynamite)라 이름 붙인 와인을 댄스 파티용으로 판매했다고 전해진다.


본격적인 마가렛 리버의 와인 역사는 1950년대부터 시작됐다. 미국 포도 재배학자인 해롤드 올모(Harold Olmo) 교수는 1955년 풀브라이트(Fullbright) 연구 장학금을 받고 서호주에서 8개월을 보내며, 스완 밸리 와인 산업 문제를 조사했다. 그는 서호주에 머무는 동안 남쪽 그레이트 서던(Great Southern)까지 둘러본 뒤 '고품질의 가볍고 드라이한 테이블 와인을 생산해 서호주 경제 활성화할 것'을 권장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럴드 올모는 서호주 남서쪽 마가렛 리버가 포도재배에 더 적합할 거라 믿었다. 그는 이 지역의 겨울 강우량이 너무 많아 20년 정도 와인 산업 발전이 늦어졌다고 진단했다.


[마가렛 리버의 포도밭, 사진: 정수지]


1960년대가 되면서 서호주 대학의 농업학자 존 글래드스톤(John Gladstone) 박사는 해럴드 올모의 가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스완 밸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물로 1961년 호주 농과학 연구소 저널(Journal of the Australian Institute for Agricultural Science)에 버셀턴-마가렛 리버(Busselton-Margaret River) 지역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논문에 점토 하위 토양 위에 회색 배토 구성처럼 배수가 잘되는 토양을 골라 포도나무를 심는다면 와인 생산에 훨씬 적합할 것으로 기록했다. 사람들은 확실한 증거가 뒷받침된 글래드스톤의 보고서에 관심을 보였고, 1966년 4월까지 연구를 지속한 결과 '배수는 가능하지만, 침식은 되지 않는 색깔 있는 토양과 완만한 경사면이 포도재배에 최적지'란 결론을 내렸다. 글래드스톤 박사는 마가렛 리버 와인 지역이 프랑스 보르도와 비교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글래드스톤 박사는 퍼스의 심장 전문의인 톰 컬리티(Tom Culity)에게 마가렛 리버에 포도밭을 만들도록 추천했는데, 채 2년도 되지 않은 1967년 바스 펠릭스(Vasse Felix)가 설립됐다. 뒤를 이어 1969년 모스 우드(Moss Wood), 1970년 케이프 멘텔(Cape Mentelle), 1971년 컬렌(Cullen), 1972년 샌달포드(Sandalford), 1973년 르윈 에스테이트(Leeuwin Estate), 우드랜즈(Woodlands), 라이츠(Wrights) 등이 설립됐다. 놀랍게도 바스 펠릭스, 모스 우드와 컬렌의 설립자들은 모두 의사였다. 1970년대 20개 포도밭이 생겨났고, 농업부 연구의 중요한 유산인 샤르도네 진진(Gin Gin) 클론이 최초로 컬렌과 모스 우드에 심겼다.


1982년 르윈 에스테이트 아트 시리즈 샤르도네(Leeuwin Estate Art Series Chardonnay) 1981년산이 디캔터에서 '세계 최고의 샤르도네'로 선정되며 마가렛 리버 와인이 세계 무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3년부터 1984년까지 케이프 멘텔 카베르네 소비뇽 2개 빈티지 와인이 멜버른 와인 쇼의 드라이 레드 와인 부문에서 연속해 지미 왓슨 트로피를 수상했다. 


1995년까지 마가렛 리버에는 40개 이상의 포도밭이 생겼는데,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현지 와인 양조 가문의 소유였다. 1996년 마가렛 리버는 글래드스톤 박사의 도움으로 지역 경계를 정하고 호주 지리적 표시를 받았다. 1999년 존 글래드스톤 박사에 따르면, 마가렛 리버 하위 지역으로는 얄링업(Yallingup), 카버넙(Carbunup), 윌랴브럽(Wilyabrup), 월클리프(Wallcliffe), 카리데일(Karridale)을 고려할 수 있다. 


오늘날 마가렛 리버에는 200개가 넘는 생산자가 고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마가렛 리버 포도밭 전경, 자료 제공: 호주 와인 협회]


마가렛 리버 포도재배

마가렛 리버는 서호주 퍼스에서 남서쪽으로 약 270km 떨어진 데 있다. 길고 좁은 지역으로 북서쪽은 인도양, 남쪽은 남빙양으로 둘러싸여 있다. 서호주는 그 면적이 상당히 크며, 아주 오래된 토양과 독특한 생물 다양성을 지닌 세계에서 가장 지리적으로 고립된 지역 중 하나다. 8천여 종의 식물이 발견되는데 그중 80%가 세계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종이다.


마가렛 리버는 삼면이 바다이며, 5,725헥타르 규모의 포도밭은 대체로 낮은 해발고도 40~227m에 있다. 지중해성 기후며 해양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강우량은 해양성 기후에 가까운데 성장기 강우량이 202mm 정도다. 높은 겨울 강우량, 건조하고 따뜻한 여름, 낮은 일교차로 매우 고른 축열이 가능하다. 항상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온도계에 기록된 온도보다 체감 온도가 2~6도 정도 낮다. 이 바람은 와인에 활력을 준다. 


마가렛 리버의 토양은 대부분 깊고 배수가 잘되는 붉은 자갈로 된 양토다. 마가렛 리버 북쪽 케이프 내추럴리스트에서 남쪽 케이프 르윈이 연결되는 르윈-내추럴리스트(Leeuwin-Naturaliste)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을 구성하는 화강암 기반은 1억 5천만 년에서 6억 년 정도 되었고, 곳곳에 2백만 년 된 석회암이 층층이 쌓여있다. 오랜 세월을 보낸 만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편마암, 편암 등 복잡한 구성을 지니며, 양분이 얼마 없는 척박한 토양이라 고품질 포도 생산에 적합하다. 서호주의 일부 와인 레이블에는 이곳에서 발견되는 마리블라썸 개화 시기가 표시되곤 한다. 마리블라썸이 피는 곳이 포도재배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수확기에 마리블라썸이 꽃을 피우면 새가 포도 대신 꽃으로 가서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재배되는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세미용, 쉬라즈 등이다. 이외 슈냉 블랑, 메를로, 말벡 등 독특한 지역적 특성을 드러내는 와인이 생산 중이다. 마가렛 리버 와인은 르윈 해류의 영향으로 길고 느리게 완숙되고 항상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자연 산도가 유지돼 우아하다.


세미용-소비뇽 블랑 블렌드(비율에 따라 소비뇽 블랑-세미용 블렌드)는 마가렛 리버에서 아주 유명하다. 날카로운 소비뇽 블랑의 맛을 세미용이 둥글게 만들어주고 무게를 더한다. 레몬, 허브, 풀의 풍미가 두드러지며, 바삭한 산도를 지닌다. 대부분 빨리 소비하는 용도로 만들지만 일부 생산자는 오크, 효모 숙성 등을 시행해 복합성, 무게,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샤르도네는 세계 정상급이다.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야생 효모로 발효하며 복합성과 질감이 좋고 농축미가 탁월하다. 


카베르네 소비뇽도 또 다른 세계 정상급 와인이다. 마가렛 리버 카베르네 소비뇽은 이 지역에 특히 잘 맞는 호튼 클론(Houghton)을 기반으로 한다. 와인은 블랙 커런트, 월계수, 말린 허브 향을 지니며, 미세한 타닌으로 탁월한 균형을 이뤄 금방 마시기 좋으며 장기 숙성도 가능하다. 


쉬라즈는 중간 바디에 스파이스와 라즈베리 풍미가 좋은데 다른 품종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마가렛 리버 와인

케이프 멘텔(Cape Mentelle)은 1970년 설립된 마가렛 리버 와인의 초기 주요 와이너리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로 유명하며 최근까지 LVMH 소속 와이너리였다. 


코림비아(Corymbia)는 롭과 제네비에브 만(Rob and Genevieve Mann)이 상대적으로 최근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롭은 서호주의 전설적인 와인메이커 잭 만(Jack Mann)의 손자다. 두 사람 모두 유명 와이너리에서 경험을 쌓은 뒤 코림비아를 시작했다. 슈냉 블랑을 비롯해 카베르네 소비뇽, 템프라니요 등에 집중하고 있다.


컬렌(Cullen)은 1971년 다이애나와 케빈 컬렌이 설립해 가족이 운영하는 와이너리다. 마가렛 리버 지역 최초로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인증을 받았다. 고품질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를 생산한다. 


주니퍼(Juniper)는 윌랴브럽에 자리한 고급 와인 생산자로 1973년부터 포도밭을 발전시켰다.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등 마가렛 리버 전통 품종에 집중하면서 한편으로 쉬라즈와 소비뇽 블랑/세미용, 템프라니요 와인도 생산한다. 


라스비노(L.A.S Vino)는 2013년 설립된 와이너리로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양조를 원칙으로 하며 품종과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담은 소규모 배치 와인을 개별적으로 선보인다. 현대적이며 독특한 블렌드와 창의적인 와인으로 유명하며 눈길을 끄는 와인 라벨 또한 인상적이다. 


모스 우드(Moss Wood)는 1969년 설립된 와이너리로 이 지역의 선구적인 포도밭 중 하나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뛰어난 샤르도네, 세미용, 피노 누아를 생산한다. 


보야저(Voyager)는 케이프 더치 스타일의 정원과 건축물로 유명한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다.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로 우아한 샤르도네와 구조가 잘 잡힌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유명하다.


우드랜즈(Woodlands)는 가족 소유 와이너리로 이 지역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한 최초의 와이너리 중 하나다. 특히 카베르네 블렌드 와인에 강하다. 이외 뛰어난 샤르도네와 가성비가 좋은 왓슨 와인이 함께 수입 중이다.


재너두(Xanadu)는 1977년 설립된 와이너리로 리저브 샤르도네와 카베르네 소비뇽이 수많은 메달을 수상하고 있다.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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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06.16 09:00수정 2024.06.1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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