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전통에 대한 존중과 기다림의 미학으로 완성한 와인, 스카르파(Scarpa)

클래식하고 정통성이 느껴지는 와인 생산자들의 공통점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지역의 중요한 가치를 지켜가고 있다는 점이다. 멸종 위기에 놓인 토착 품종을 되살려 훌륭한 와인을 만들고,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지역을 상징하는 와인을 꾸준히 생산하며 뚝심 있는 행보를 보인다. 에티카 와인스와 수입사 포도무슈가 한국에 론칭한 피에몬테 와이너리 스카르파(Scarpa)가 바로 그런 와이너리다. 최근 스카르파의 CEO 다비데 샴피온(Davide Champion)이 내한했다. 30여 년간 와인업계에 몸담은 그는 몇 년 전 스카르파의 CEO를 맡았다. 그와 함께 스카르파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에 출시된 와인 8종 중 5가지를 시음했다. 바르베라(Barbera)는 물론이고 티모라쏘(Timorasso)와 루케(Ruche) 품종으로 생산한 흥미로운 와인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을 찾은 스카르파의 CEO, 다비데 샴피온]


네 명의 와인메이커가 이어온 몬페라토의 전통

와이너리의 이름은 설립자 안토니오 스카르파(Antonio Scarpa)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그는 1900년 피에몬테의 니짜 몬페라토(Nizza Monferrato)에 와이너리를 설립해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설립자의 열정은 와인메이커 마리오 페쉐(Mario Pesce)에게 이어졌고, 이후 마리오와 함께 와인을 생산하던 조카 카를로 카스티노(Carlo Castino)에게, 그리고 카를로의 제자인 실비오 트린체로(Silvio Trinchero)에게로 이어졌다. 카를로는 2007년 은퇴했고 이후 실비오가 와이너리를 총괄하고 있지만, 지금도 카를로는 와이너리 바로 옆에 거주하며 필요할 때마다 조언을 하고 있다고 한다. 125년 동안 와인메이커에서 와인메이커로 역사가 이어지며 몬페라토에 가장 적합한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한 덕분에 지금도 초창기부터 추구해온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와인메이커 카를로 카스티노와 실비오 트린체로 (사진제공: 에티카 와인스)]


“몬페라토 지역과 바르베라 품종은 점차 발전하며 요즘 더 각광을 받고 있죠. 기후 변화를 겪는 상황에서도 바르베라는 다른 품종보다 적응력이 좋습니다. 과실 풍미와 함께 산도가 잘 받쳐주기 때문에 기온이 높아져도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품종이에요. 다만 너무 완숙할 가능성이 있으니 숙성 정도에 따라 수확 시기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카르파에서 바르베라 품종의 가능성을 알아본 인물은 와이너리의 두 번째 와인메이커인 마리오 페쉐였다. 그는 1970년, 오랫동안 숙성해서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라 볼리오나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의 첫 번째 빈티지 와인을 생산하며 숙성잠재력이 뛰어난 바르베라 와인을 선보였다. 이 와인은 현재 스카르파의 아이콘 와인으로 꼽힌다.


스카르파는 30헥타르의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는데, 25헥타르는 몬페라토에 있고 나머지 5헥타르는 랑게에 위치한다. 몬페라토 외에는 바롤로 라 모라의 론칼리에(Roncaglie) 크뤼와 베르두노의 몬빌리에로(Monvigliero) 크뤼, 그리고 바르바레스코 네이베의 카노바(Canova) 크뤼에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다. 본래 랑게에서 생산한 와인은 랑게에서 병입해야 하지만 스카르파는 그런 규정이 생기기 전부터 와인을 만들어온 생산자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몬페라토의 시설에서 랑게 와인을 만들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현재 스카르파는 바르베라 다스티,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모스카토 다스티 4개의 DOCG 와인과 네비올로 달바, 돌체토 다퀴, 베르두노 펠라베르가, 몬페라토의 4개 DOC 와인을 생산한다. 총 12가지 와인을 15만 병 생산하는 규모인데, 와인이 다양한 것에 비해 생산량은 적은 편이다. 피에몬테의 전통적인 생산자로서 전통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지역을 상징하는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토양을 연구해 구획별로 적합한 품종을 식재하고 오래된 토착 품종으로 와인을 선보이며, 베르무트(vermouth)까지 생산한다.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관리하며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와이너리로 관리하고 있다.


[몬페라토에 위치한 스카르파 와이너리 (사진제공: 에티카 와인스)]


사라질 뻔했던 토착 품종으로 보여준 가능성, 티모라쏘 & 루케   

한때 멸종 위기에 놓였던 티모라쏘는 피에몬테의 토착 품종 중 하나로 최근 화이트 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떠오르고 있다. 사실 피에몬테 이외 지역에서도 재배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피에몬테 동남부에 위치한 콜리 토르토네지(Colli Tortonesi)에서 발테르 마싸(Walter Massa)가 이 품종을 되살려 냈다. 다비데 샴피온은 티모라쏘가 다른 곳에서 잘 자라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품종의 특성을 언급했다.


“티모라쏘는 포도송이가 고르지 않게 익는 편이고 질병에도 강하지 않아서 재배가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높은 고도에 일조량이 좋고 이회토가 풍부한 콜리 토르토네지에서 되살릴 수 있었죠. 우리가 소유한 포도원에서도 비슷한 조건을 갖춘 구획을 찾아내 재배하고 있습니다.” 


스카르파 몬페라토 비앙코 티모라쏘(Scarpa, Monferrato Bianco Timorasso) 2020은 향긋한 꽃 향기와 허브, 꿀의 아로마가 느껴지고 뛰어난 미네랄리티도 인상적이다. 그는 티모라쏘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숙성 잠재력'을 꼽았다. 수년간 숙성해서 즐겨야 품종의 캐릭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2020년 빈티지가 유통되고 있고, 조만간 2021 빈티지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와인은 스카르파에서 생산하는 유일한 화이트 와인인데, 토착 품종이면서 숙성 잠재력을 중시하는 와이너리의 철학과도 잘 맞기 때문에 생산을 결정했다고 한다. 10년에서 15년 정도 숙성해도 좋은 와인으로, 2020빈티지는 4950병 한정 생산했다.


티모라쏘와 마찬가지로 덜 알려졌지만 매력적인 레드 품종으로는 루케가 있다. 스카르파는 1987년 '루쉐'라고도 부르는 이 품종을 몬테라토의 포데리 브리끼(Poderi Bricchi) 포도원에 처음으로 식재했다. 역시 사라질 뻔했던 피에몬테의 토착 품종을 되살려 근사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스카르파 몬페라토 로쏘 루쉐(Scarpa, Monferrato Rosso Rouchet) 2019는 향기로운 붉은 과일 아로마와 제비꽃, 허브 등의 아로마가 풍성하게 올라온다. 노즈에서는 달콤한 향이 느껴지지만 입안에서는 드라이하고 순수한 타닌과 향기로운 풍미가 긴 여운을 남긴다. 스파이시한 아시아 음식과도 페어링하기 좋은 와인이다.



스카르파의 상징, 까사스카르파 & 라 볼리오나 

바르베라는 스카르파를 상징하는 품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는 두 가지 바르베라 다스티 와인이 수입된다. 까사스카르파(Casascarpa)는 '집'을 뜻하는 '까사(casa)'에서 알 수 있듯 집에 손님이 왔을 때 처음으로 보여주고 싶은 와인이란 의미가 있다. 스카르파 바르베라 다스티 '까사스카르파'(Scarpa, Barbera d'Asti 'Casascarpa') 2021은 신선한 체리와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 풍성한 과일 향이 올라오고 섬세한 꽃 향기가 느껴진다. 신선하고 힘이 있으면서도 복합적인 풍미를 갖췄다. 영 빈티지 바르베라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스카르파의 아이콘 와인이자 '마스터피스'로 불리는 라 볼리오나(La Bogliona)는 오래 숙성한 뒤 출시하는 바르베라 다스티 수페리오레 와인으로 최상급 바르베라 와인의 뛰어난 숙성력을 느낄 수 있다. 해발고도 350~400미터에 위치한 남서향 포도원에서 생산하며 토양은 모래와 라임스톤, 점토로 구성돼 있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30년이다. 45헥토리터 크기의 프렌치 알리에 오크통에서 36개월간 숙성하고 병입 후 2년 이상 숙성하니 수확한 해로부터 5년 이상 지나야 만날 수 있는 와인이다.


스카르파 바르베라 다스티 '라 볼리오나'(Scarpa, Barbera d'Asti Superiore 'La Bogliona') 2017 은 체리와 라즈베리 외에도 블랙베리, 자두 등 검은 과실향이 풍부하고 민트와 향신료, 커피 향도 느껴진다. 좋은 산도는 물론이고 미네랄과 부드러운 타닌, 농축미와 복합미를 통해 바르베라의 잠재력을 잘 표현한 와인이다. 오랜 오크 숙성을 했지만 오크 풍미가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고 은은하게 드러나며 신선한 과실미와 어우러지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다.


스카르파의 두 번째 아이덴티티

다비데 샴피온은 랑게를 “스카르파의 두 번째 아이덴티티”라고 표현했다. 몬페라토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랑게에서도 긴 시간을 두고 우아한 와인을 추구하며, 타닌이 강하지 않고 섬세한 스타일로 스카르파만의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시음한 와인은 스카르파 바르바레스코 '테티네이베'(Scarpa, Barbaresco 'Tettineive') 2019 빈티지다. 스카르파는 바르바레스코의 네이베에서도 특히 뛰어난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래서 '네이베의 지붕, 꼭대기'라는 의미의 '테티네이베'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해발고도 400미터에 위치한 2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엄선한 네비올로를 사용하고 프렌치 알리에 오크통에서 24개월간 숙성해 병입한 뒤 1년 후 출시한다. 붉은 과일과 바이올렛, 장미꽃의 향이 풍성하게 나며 부드러운 타닌과 신선한 미네랄 노트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네비올로의 우아한 균형감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스카르파 와이너리의 셀러 (사진제공: 에티카 와인스)]


이외에도 스카르파의 바롤로, 네비올로 달바,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이 한국에 론칭했다.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와인들은 출시 시기가 되어도 절반 정도만 출시하고 나머지는 보관하는데, 현재 셀러에는 1962년부터 다양한 올드 빈티지 와인을 약 2만 5천 병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올드 빈티지 와인들은 1년에 단 몇백 병씩 출시해 긴 시간을 거친 와인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보여준다. 스카르파 와인에서 느껴지는 우아함은 시간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믿고 오랫동안 기다린 덕분에 완성된 것이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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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05.21 09:31수정 2024.05.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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