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나파 밸리의 심장, 퀸테사(Quintessa)

나파 컬트 와인 중에는 수많은 명주들이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와인이 퀸테사(Quintessa)라 생각한다. 얼마 전 퀸테사를 직접 방문했다.



이곳의 포도원은 나파 밸리의 가장 좋은 지역중 하나인 세인트 러더포트(Rutherford)에 위치하고 있다. 일부 포도밭은 오크빌(Oakville)에도 있다고 한다. 동쪽으로는 바카(Vaca)산맥, 서쪽으로는 나파밸리가 펼쳐져 있다. 포도원 가운데에는 작은 언덕이 있고 각 지역별로 토질과 토양이 약간씩 다르다고 한다. 빗물을 가두어 두는 호수가 있으며, 호수는 포도원에서 매우 중요한 물 공급원이자 포도가 너무 뜨거워지지 않게 해 포도원 자체만의 작은 기후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화산토 계열의 배수가 잘 되는 토질의 형태, 서쪽은 상대적으로 점토질의 토양이 주를 이루며 각 지역별로 적합한 포도를 심는다. 포도원 자체가 너무나도 아름다우며, 여러 언덕이 있는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중앙의 언덕을 올라가면 매우 조용하면서도 내밀한 시음 공간이 위치하고 있는데 그 풍광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퀸테사 포도원 테루아 구조 (출처: quintessa.com)]


퀸테사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내부 하나하나가 모두 섬세하게 관리돼 사람과 테루아가 깊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땅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에 수반된 인간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곳이다. 이런 곳을 만든 사업가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갖고 그 땅을 일구고 다듬었을 것이다. 내가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중압감 때문이다. 사업이라는 것은 굴러가는 바퀴와 같아서 처음 굴러가게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멈추는 것도 힘들다. 특히 하던 것을 멈추는 것은 가지고 있던 것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이라면 이런 중압감이 줄어들기는 하겠으나 그래도 사업가는 무거운 결정을 마지막에 혼자서 해야 한다.


1933년 칠레에서 태어난 어거스틴 후니우스(Agustin Huneeus)는 뛰어난 사업적 재능을 바탕으로 1960년대 칠레의 작은 포도원이던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를 발전시켰다. 와인 양조와 사업의 역량이 어떻게 연계되는가 싶겠지만, 기존 와인 판매 방식의 변경, 좋은 와인을 선별해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 그리고 인력과 자금 등 포도원에 부족한 자원을 적절히 섭외해 내부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법 등 여러 부문에서 경영자의 역량은 포도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세계적인 와인 회사가 된 콘차 이 토로를 일구어낸 후니우스는 1970년대 행동 반경을 미국으로 옮겼다. 그때 그의 나이는 30대 중반이었다. 이미 젊은 시절부터 사업에 많은 재능이 있었던 그는 국내 정치 상황의 불안정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한들 기반을 옮기는 것은 쉬운 결단이 아니다. 



칠레에서 성공적으로 포도원을 일구어낸  어거스틴 후니우스가  미국으로 옮길 때의 마음은 어땠을까? 포도원의 소유 여부를 떠나서, 소중한 것을 내려놓고 움직인다는 것은 어지간한 심장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 어거스틴 후니우스와 그의 아내 발레리아(Valeria)가 1990년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러더포드 지구에 설립한 퀸테사는 이러한 복잡한 마음이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테루아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최상의 테루아로 인정받고 있지만 초기 투자를 할 때는 그 지역에서 어떤 와인이 나올지 아무도 몰랐지 않을까 싶다. 오랜 기간 땅에서 포도를 일구고 해마다 양조를 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을 것이다. 새로운 땅에 왔다면 그만큼 엄청난 시간 투자도 필요하고 양조에 대한 섬세한 분석이 있어야만 제대로 된 와인이 만들어진다.


나파 지역에서도 여러 테루아의 캐릭터가 다르며, 각각의 땅에 대한 미묘한 온도 변화, 일조량 변화, 주변 강이 주는 영향, 포도밭에 존재하는 여러 언덕과 물의 공급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포도원에 큰 영향을 미친다. 땅을 매입했다 해도 땅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보살핌, 그리고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없으면 절대로 제대로 된 와인이 나올 수 없다. 또한 포도원을 만든다면 항상 여러가지 제품을 만들어서 위험을 분산시키는 유혹이 따라온다. 다양한 종류의 상품 포트폴리오가 그것이다. 우리는 이에 역행하는 사례를 칠레의 알마비바에서 볼 수 있다. 세컨드 와인을 만들지 않고 하나의 테루아에서 하나의 온전한 명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는 퀸테사에도 고스란히 계승되었다. 하나의 와인에 한 포도원의 명운을 건다는 것은 예사 도전이 아니다. 자신감 이전에 면밀한 포도밭에 대한 분석, 그리고 여러 마케팅적 차원과 판매 가능성, 와인의 가치 상승 방법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왼쪽부터) 퀸테사의 수출 담당자 디에고 가라이(Diego Garay)와 포도원을 총괄하는 로드리고 소토(Rodrigo Soto)]


그리고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와인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진실은 언제나 병 안에 있으며, 전문가들은 그 병 안의 느낌으로 까다롭게 평가한다.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 어쩌면 0에서 시작해 최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후니우스는 각고의 노력으로 퀸테사라는 명주를 만들어내었다. 나파의 알마비바라고 하면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특성은 다르다. 물론 장기 숙성에 최적화되고 내면이 매우 옹골찬 와인임은 분명하다. 다만 최근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다고 한다. 명주를 만드는 집에서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기는 약간 어렵기는 하나 최근에 화이트를 만들기 시작하여 소량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이며 곧 한국 시장에도 소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당연히 물량은 매우 제한적이다. 


단일 와인만 생산하는 것은 위험도가 매우 높다. 만약 그 하나의 빈티지에서 하나가 실패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기존 명성에도 흠이 되고 상품성도 떨어진다. 완벽을 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레드 한 종류, 화이트 한 종류, 두 가지에 모든 것을 쏟아넣는다. 비즈니스는 정교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다는 면에서 퀸테사의 시도는 매우 어려우면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우리야 멋진 와인을 맛보는 것이지만 생산자 입장에서 그만큼 까다롭게 집중하지 않는다면 결코 최고의 와인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퀸테사의 맛은 기본이고, 포도원의 스토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퀸테사는 지금도 나파 밸리 프리미엄 와인 라인의 한 축을 견실히 지키고 있다. 지금도 그 가치가 빛나지만 앞으로도 그 가치가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라 확신한다. 참고로 퀸테사에는 후니우스의 모국인 칠레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 카르미네르(Carmenere)를 소량 블렌딩한다. 와인의 절대적인 품질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오마주, 고국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드러나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퀸테사를 방문해 시음한 와인을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본 방문과 테이스팅이 잘 이루어지도록 도움을 준 동원와인플러스 관계자와 퀸테사의 디에고 가라이(Diego Garay), 포도원을 총괄하는 로드리고 소토(Rodrigo Soto)님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퀸테사 나파 밸리 일루미네이션 Quintessa Napa Valley Illumination 2022

세미용과 소비뇽 블랑의 블렌딩 와인이다. 부드러움과 입안에서의 질감에 유달리 집중해 만들었다고 한다. 17%의 세미용이 전체적인 느낌을 제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색상은 기분 좋은 노란빛 열대과실의 터치와 함께 관조적인 밸련스를 잘 보여준다. 피니시가 아주 부드러우며 입안에서 오래 남는다.


퀸테사 나파 밸리 Quintessa Napa Valley 2021

가장 최근 출시된 빈티지로 명징한 루비색, 그리고 아주 깊이 있는 블랙베리, 블루베리 계열의 터치를 입안으로 전해준다. 미디엄 풀바디의 캐릭터를 보여주며, 스타일은 칠레의 것과 비슷한 느낌이나 세련미에 있어서 대단하다. 피니시 역시 매우 길며 입안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보여준다. 특히 부드러운 마무리 질감에 집중하는 이 와인의 기본적인 방향성은 누구나 이 와인의 깊이 있는 숙성 잠재력과 즐거움에 빠져들게 한다.


퀸테사 나파 밸리 Quintessa Napa Valley 2015

말린 자두, 카시스, 리코라이스 등 매우 독특한 아로마를 갖고 있는 와인이다. 집중력이 좋으면서도 좀 더 동물적인 캐릭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과실향의 터치가 약간 피어오를 수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카시스나 리코라이스, 블랙커런트 등의 캐릭터가 매우 많이 등장한다. 산미감도 안정적이며 균형감 있는 맛이 일품이다.


퀸테사 나파 밸리 Quintessa Napa Valley 2014

10년이 지났지만 색상은 여전히 어리다. 블랙체리, 레드체리, 블루베리 계열의 터치가 잘 올라오며 동물적인 캐릭터도 많이 전해진다. 2015년과 상당히 선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그 해의 포도 특징에 따라서 전체적인 품질이 결정된다. 각 구역별로 포도가 익어가는 경향이 다르기에 그에 맞춰 적절히 블렌딩을 수행한다고 한다. 앞으로 10년 이상 더 숙성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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