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와인을 마시며 와인 스타일을 넘어 생산자의 성품에 대해서도 짐작해 보게 될 때가 있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샴페인 얀 알렉상드르(Yann Alexandre)의 세베린 알렉상드르(Severine Alexandre)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남편인 얀은 현재 빈야드에서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첫 한국 방문에 함께하진 못했지만 샴페인을 통해 그의 성격과 스타일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지난해부터 얀 알렉상드르를 한국에 수입하기 시작한 하이트진로가 소개한 여섯 가지 샴페인이 보여준 것은 생산자의 정교한 스타일과 그가 추구하는 섬세한 균형감이었다.

[샴페인 얀 알렉상드르의 오너, 세베린 알렉상드르]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 지역의 쿠흐마스(Courmas)에 위치한 얀 알렉상드르의 가문은 오래 전부터 대를 이어 포도 재배를 했고, 1933년 얀의 할아버지인 마르셀 알렉상드르(Marcel Alexandre)가 직접 샴페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얀의 아버지인 이브 알렉상드르(Yves Alexandre)의 뒤를 이어 현재는 세 번째 세대인 얀이 2000년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샴페인을 생산하고 있다. 얀과 세베린은 1995년 처음 만나 결혼에 이르렀고 두 아들이 있다고 한다.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기업에서 근무하던 세베린은 2009년부터 남편과 함께 얀 알렉상드르를 운영하고 있다.
“쿠흐마스는 인구가 2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에요. 점토와 석회질 토양이 중심이고, 언덕의 고도에 따라 테루아의 특징이 다르죠. 현재 경사면에 조성된 7헥타르의 포도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구획의 토양 특성에 따라 수확과 프레스를 따로 진행하고, 모든 과정을 얀이 도맡아 하며 매년 어떤 샴페인을 만들지 결정하죠.”
얀 알렉샹드르의 포도밭은 피노 뮈니에 55%, 샤르도네 30%, 피노 누아 15% 비율로 식재돼 있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25년 정도. 특히 피노 뮈니에는 오래 전부터 크룩(Krug)에 납품하고 있다. 다른 재배자들은 포도를 납품하지만 얀 알렉상드르는 워낙 품질이 뛰어난 생산자로 인정받아 압착한 주스를 판매한다. “크룩과의 인연은 약 20년 전에 시작됐어요. 올리비에 크룩이 매년 수확 시즌에 찾아와 우리와 긴밀히 교류하고 있습니다. 크룩 같은 생산자와 함께 일하면서 서로의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좋습니다.”
얀 알렉상드르에서는 가장 기본급 샴페인도 최소한 4년 이상 숙성할 만큼 장기 숙성을 중시한다. 원하는 품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출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면 당연히 현금 흐름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제적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은 생산자들은 샴페인을 오래 숙성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얀 알렉상드르는 크룩과 고세 등 자신들이 인정하는 대형 샴페인하우스에 주스를 판매하면서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자신의 샴페인을 보다 뛰어난 품질로 생산하고 있다. 기본급인 브뤼 누아(Brut Noir)는 4년에서 5년 정도 숙성하고, 호쉬 메흐 브뤼 나뛰흐(Roche Mere Brut Nature)와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은 6년 이상, 그랑드 리저브 프리미에 크뤼(Grande Reserve Premier Cru)는 7년간 숙성한 뒤 출시한다.

최대한 내추럴한 스타일의 샴페인을 만드는 것도 얀 알렉상드르의 특징이다. 세베린은 포도밭 관리를 정원 관리에 비유했다. 다른 식물을 가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좋은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매일 포도밭에 나가 면밀히 관찰하며, 구획별로 포도가 이상적인 성숙도에 다다를 수 있도록 수작업으로 관리한다. 건강한 토양과 자연의 균형을 위해 생물다양성을 존중하고 수자원을 관리하며 이산화황 사용은 최소화한다. 2015년에는 프랑스 농림부로부터 지속가능 인증인 HVE 레벨3를 받았다.
“우리가 샴페인을 만드는 건 매년 새로 시작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해마다 환경과 작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에 따라 구획별로 수확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오크에서 구획마다 다른 기간 동안 숙성합니다. 젖산발효도 빈티지에 따라 다르게 진행합니다. 그럼에도 얀이 변함없이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토양과 포도나무, 사람의 균형이죠. 그리고 정확하고 책임감 있게 샴페인을 생산하며, 그렇게 만든 샴페인을 마시는 기쁨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겁니다.”
가장 뛰어난 균형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교함이다. 세베린이 소개한 얀의 방식은 최고의 품질로 나아가기 위한 균형감을 찾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결정을 내린다. 이렇게 완성한 얀 알렉상드르의 샴페인은 긴 숙성에서 오는 복합미가 느껴지면서, 산도가 높고 대체로 도사주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얀 알렉상드르, 브뤼 누아 Yann Alexandre, Brut Noir
얀 알렉상드르가 추구하는 클래식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기본급 샴페인으로 1964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전통적인 검은색 라벨을 사용하고 있다. 피노 뮈니에 45%, 샤르도네 40%, 피노 누아 15% 비율이며, 매년 품종 비율이 달라지지만 일관된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 차이를 5% 이내로 유지한다. 브뤼 누아의 경우 발효와 젖산 발효를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진행하고 오크는 사용하지 않았다. 60%는 2018년 빈티지이고 리저브 와인을 40% 사용했다. 얀 알렉상드르에서는 리저브 와인을 품종별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신선하게 보관한다. 세베린은 “샴페인을 고르기 어려울 때 선택하면 실패 없이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샴페인”으로 소개했다. “같은 샴페인이라도 맛볼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 같아요. 제게 브뤼 누아는 언제 어떤 음식과도 쉽게 즐길 수 있으면서 매번 새로운 감흥을 주는 샴페인입니다.”
얀 알렉상드르, 호쉬 메흐 브뤼 나뛰르 Yann Alexandre, Roche Mere Brut Nature
호슈 메흐는 모암(mother rock), 즉 기반암이라는 의미로 토양의 특징을 그대로 표현하는 샴페인이다. 제로 도사주이기 때문에 포도밭에서 진행되는 일이 그대로 샴페인에 반영됐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브뤼 누아와 동일한 블렌딩 비율로 생산했고 도사주에 차이를 둬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샴페인을 만들었다. 얀이 구획별로 테이스팅을 한 뒤 도사주 진행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구분해 생산한다. 호쉬 메흐 브뤼 나뛰르의 경우 브뤼 누아보다 1년 더 숙성 후 출시한다. 신선하면서 크리스피한 느낌이 잘 살아있는 샴페인으로 굴이나 새우 등 해산물 요리와 훌륭하게 어우러진다.
얀 알렉상드르, 블랑 드 블랑 브뤼 Yann Alexandre, Blanc de Blancs Brut 2017
샤르도네 100%로 만드는 블랑 드 블랑 샴페인. 2017년 빈티지는 쿠흐마스와 생 뤼미에르 엉 샹파뉴(Saint-Lumier-en-Champagne)에 위치한 3개 구획에서 수확한 샤르도네를 사용했다. 얀은 각 구획의 균형을 표현할 수 있는 블렌딩을 시도했다고 한다. 도사주는 리터당 4g이며 최소 6년 이상 숙성한 뒤 출시한다. 굉장히 신선한 스타일로 좋은 산미와 직선적이고 명징한 표현력, 긴 지속력이 인상적이다. 2017년 빈티지는 약 2500병 생산했는데, 2021년처럼 작황이 좋지 못했던 예외적인 빈티지를 제외하고는 적은 양이라도 매년 생산하고 있다.
얀 알렉상드르, 그랑드 리저브 프르미에 크뤼 Yann Alexandre, Grande Reserve Premier Cru
얀 알렉상드르에서 가장 오래 숙성한 뒤 출시하는 샴페인이다. 최소 7년 이상 숙성하는데 60%에 해당하는 와인이 2014년 빈티지이기 때문에 사실상 더 오래 숙성한 셈이다. 쿨로메 라 몽타뉴(Coulommes-la-Montagne), 빌레-돔앙주(Ville-Dommange), 브리니(Vrigny)에서 재배한 피노 뮈니에 45%, 샤르도네 45%, 피노 누아 10%를 사용했다. 진한 금빛을 띠며 산미가 돋보이면서 버터와 버섯 등 굉장히 복합적인 풍미가 느껴진다.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해 즐기면 더욱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샴페인이다.
얀 알렉상드르, 수 레 호즈 블랑 드 누아 엑스트라 브뤼 Yann Alexandre, Sous-les-Roses Blanc de Noirs Extra Brut
싱글 빈야드 수 레 호즈(Sous-les-Roses) 구획에서 생산했다. 피노 누아 60%, 피노 뮈니에 40%, 적포도만으로 생산했고 2017년 빈티지를 100% 사용했다. 품종 사용 비율은 매년 동일하며 도사주는 리터당 4g이다. 집중도 높은 아로마와 함께 블랑 드 누아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우아한 스타일의 풀바디 샴페인으로, 복합미와 균형감이 훌륭하다. 긴 여운을 남기며 지속려도 뛰어나다. 생산량은 2천 병 남짓으로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수입을 시작하면서 한국에 90병이 들어왔다고 한다.

얀 알렉상드르, 블랑슈 떼흐 로제 Yann Alexandre, Blanche Terres Rose
샤르도네 94%, 피노 누아 6%를 사용한 로제 샴페인으로 블랑슈 떼흐(Blanche Terres)라는 싱글 빈야드에서 생산했다. 로제 샴페인이지만 얀은 레드 품종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신선하게 균형감을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의 블렌딩 비율은 매년 달라지는데 다음으로 출시할 로제 샴페인은 피노 누아를 단 4%만 사용했다고 한다. 붉은 과실 아로마가 우아하게 드러나며 동시에 미네랄리티가 돋보인다. 사실 RM 샴페인 생산자들은 직접 재배한 포도를 95% 이상 사용해야 하고 최대 5%는 구입해 오는 것이 허용되는데, 많은 생산자들이 레드 와인을 구입해서 블렌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얀 알렉상드르에서는 직접 재배한 포도로 양조한 레드 와인을 블렌딩해 차별화한 품질의 로제 샴페인을 완성했다. 이쯤 되면 레드 와인이 궁금해지는데, 100% 피노 누아로 만드는 떼르 데 끌로 꼬또 샹프누아(Terre de Clos Coteaux Champenois)가 있다. 단 900병 정도 소량 생산되는 와인으로 아직 국내에 수입되진 않지만, 조만간 얀 알렉상드르의 샴페인과 함께 레드 와인도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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