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문턱임에도 여전히 날씨가 뜨거웠던 지난 9월 7일, 조지아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탐구하는 조지아 와인 서포터즈 3기가 경복궁 인근에 모였다. 이번 주제는 조지아 와인과 배달 음식의 페어링. 와인을 집에서 자주 즐긴다면 그 어떤 요리보다 배달 음식이 가장 자주 접하는 안주가 아닐까? 인류 최초의 와인 탄생지이자 크베브리(Qvevri)라는 8000년 전통의 용기에서 지금도 발효되고 숙성되는 조지아 와인은 개성도 남다르지만 음식 친화력도 월등하다. 배달 음식과 조지아 와인은 과연 어떤 조합을 보여주었을까? 서빙된 순서대로 하나씩 알아 보자.

회 & 네크레시 에스테이트 르카치텔리 치누리(Nekresi Estate, Rkatsiteli Chinuri)
르카치텔리는 조지아를 대표하는 청포도로 이름은 조지아어로 '붉은 줄기'라는 뜻을 가진 품종이다. 레몬,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일향이 산뜻하고 은은한 꽃 향을 가지고 있으며 질감이 탄탄하고 바디감이 묵직한 이 포도는 드라이한 스타일은 물론 앰버(amber, 크베브리에서 껍찔째 양조한 와인으로 주황색을 띠며 약간 산화된 풍미를 보여줌)와 스위트 와인까지 생산한다. 서유럽식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양조하면 꽃 향과 함께 신선한 사과 향이 느껴지고 크베브리에서 양조하면 마른 과일과 꿀 등 달콤한 풍미와 매콤한 향신료 향이 매력적이다.
치누리는 포도 모양, 색, 향 등 모든 것이 빼어나서 조지아어로 최고를 의미하는 'Chinebuli'에서 따온 이름이다. 익을수록 포도 열매가 붉은색, 노란색, 연두색으로 다채로워지며 곰팡이성 질병과 추위에 강하고 모든 토양에서 두루 잘 자라는 것이 장점이다. 산도가 높아 스파클링 와인 생산에도 자주 쓰이는데,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양조하면 꽃, 민트, 복숭아, 배 향 등이 느껴지고 크베브리에서 양조하면 마른 과일 향과 허브 향이 강해진다.
네크레시 에스테이트의 르카치텔리 치누리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르카치텔리 60%와 치누리 40%를 블렌드해 만든 와인이다. 상대적으로 산도가 낮은 르카치텔리에 신맛이 강한 치누리를 섞어 풍미와 산미의 밸런스를 맞췄다. 연한 볏짚색을 띠며 청사과, 배, 레몬, 라임 등 과일향이 신선하고 질감이 강건해 음식과 즐기기 좋은 스타일이다. 조지아에서는 이 와인을 구운 채소, 새우, 홍합 등 채소나 해산물에 자주 곁들인다고 해서 배달 음식 중 회를 선택해 보았다. 회는 와인과 페어링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음식이다. 맛이 담백하고 향이 섬세해서 자칫 와인의 풍미가 회의 맛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크레시의 르카치텔리 치누리는 향이 강렬하지 않아 생선의 종류별로 회의 맛을 한껏 살려 주었고 와인의 상큼함이 회를 먹고 난 뒤의 비린 듯한 느끼함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가을철에 주로 즐기는 새우, 굴, 전어 구이 등에도 이 와인을 곁들여 보면 어떨까 싶다.
* 판매처: 네크레시 에스테이트 코리아

마라로제 떡볶이 & 네크레시 에스테이트 티코 펫낫(Nekresi Estate, TIKO Pet Nat)
네크레시 에스테이트의 티코 펫낫은 히흐비(Khikhvi)라는 품종으로 만든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Petillant Naturel)이다. 히흐비는 조지아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인 카헤티(Kakheti)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으로 생산량이 적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단맛이 많아 스위트 와인으로도 자주 양조된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만들면 달콤한 과일향이 풍부하고 크베브리에서 만든 것은 두드러진 핵과(복숭아, 살구) 향을 자랑한다.
히흐비 100%로 만든 티코 펫낫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다 발효가 끝나기 전에 병입해서 만든 와인이다. 병 속에서 발효가 마저 진행되며 생산된 기포가 와인 속에 녹아들어 스파클링 와인이 된 것이다. 연한 레몬색을 띠며 청사과, 라임, 복숭아, 살구 등 과일향이 상큼하고 스타일이 청량하며 와인에서 약간 잔당감이 느껴지지만 여운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마라로제 떡볶이에 곁들이니 음식의 매운 뒷맛을 개운하게 씻어주면서 와인 속의 달콤한 과일향이 살아나 한층 맛있는 궁합을 즐길 수 있었다. 매콤한 음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와 두루 잘 어울리는 치트키 같은 와인이다.
* 판매처: 네크레시 에스테이트 코리아

프라이드/양념 치킨 & 도레미 오초 키시 앰버(Doremi, Ocho Kisi Amber)
키시는 복숭아, 살구, 배 등 잘 익은 과일향과 함께 아카시아와 캐모마일 같은 꽃 향이 느껴지고 꿀, 견과, 향신료, 미네랄 등의 아로마가 풍부한 품종이다. 부드러운 질감 속에서 느껴지는 산뜻한 신맛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도레미의 오초 키시 앰버는 키시를 크베브리에 껍질째 넣어 야생 효모로 발효한 뒤 6개월간 숙성을 거치고 여과 없이 병입한 와인이다. 선명한 주황색을 띠며 말린 사과, 오렌지 껍질, 사프론 등 독특한 향이 느껴지고 껍질에서 추출된 타닌이 탄탄한 구조감을 형성해 음식과 즐기기 좋은 스타일이다.
풍미가 강렬한 편이어서 조지아에서는 이 와인을 숙성된 치즈나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 또는 치킨 바비큐와 자주 즐긴다고 한다. 그래서 이 와인과 어울릴 요리로는 배달 음식의 대표주자인 치킨을 골랐다. 프라이드파와 양념파로 크게 양분되는 우리의 입맛을 고려해 치킨도 두 가지를 모두 주문했다. 프라이드 치킨에 곁들이니 와인의 풍성한 과일향이 음식의 후추향과 조화를 이뤘고 양념 치킨과 즐길 때는 양념의 진한 뒷맛을 와인이 개운하게 씻어주었다. 각기 다른 치킨의 종류별로 와인 속에 숨어 있던 장점들이 튀어나오는 느낌이었다. 오초는 조지아어로 '숲과 야생동물'을 뜻한다. 이름처럼 야생의 매력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 판매처: 비니더샵 (비니더스코리아)

족발 & 네크레시 에스테이트 와일드 베리 숲(Nekresi Estate, Forest of Wild Berries)
와일드 베리 숲이라는 재미난 이름을 가진 이 와인은 조지아를 대표하는 적포도인 사페라비(Saperavi)로 만들었다. 사페라비는 조지아어로 '물들인다'는 뜻.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품종이 껍질 뿐만 아니라 과육도 붉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페라비로 만든 와인은 색이 매우 진한 것이 특징이다. 사페라비는 서늘한 곳에서 재배하면 붉은 베리류의 산뜻한 아로마가 느껴지고 더운 곳에서 재배하면 검은 베리류의 농익은 향과 함께 감초, 구운 고기, 담배, 초콜릿, 향신료 등 복합미를 보여주며 10년 이상 긴 숙성잠재력을 자랑한다.
와일드 베리 숲은 네크레시 에스테이트가 750m 고지대에서 재배한 사페라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야생 효모로 발효해 만들었다. 껍질을 7일간만 침용시켰다 빼낸 뒤에는 즙만 발효했기 때문에 타닌이 많지 않아 질감이 매끈하다. 서늘한 곳에서 자란 사페라비 특유의 블랙베리와 블루베리 등 야생 베리류의 신선한 풍미가 매력적이고 산미가 경쾌하다. 이 와인은 산뜻함이 생명이므로 오래 숙성시키기보다는 빈티지로부터 3~4년 안에 마실 것을 추천한다. 조지아에서는 이 와인을 구운 육류나 파스타에 자주 곁들인다고 해서 페어링할 음식으로 족발을 골랐다. 함께 즐겨 보니 족발에 와인의 주시함이 더해져 음식이 한결 맛있게 느껴졌고 족발의 풍미와 와인의 향신료(후추, 계피) 향이 어울려 맛있는 조화를 이뤘다.
* 판매처: 네크레시 에스테이트 코리아

치즈버거 & 구레마니 피로스마니(Guremani, Pirosmani)
피로스마니는 조지아의 거의 모든 와이너리가 만드는 레드 와인의 한 종류다. 니코 피로스마니(Niko Pirosmani, 1862~1918)라는 조지아의 국민 화가 이름을 딴 이 와인은 주로 사페라비로 만들며 약간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니코 피로스마니는 작은 포도원을 운영하던 가난한 농가 출신으로 목동으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 20세부터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에서 여러 직업 전전하며 작품 활동을 했는데 56세 때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기까지 빈곤한 생활을 면치 못했고 국민화가로 인정 받은 것은 1950년대 이후부터였다. 1905년 그가 프랑스 여배우 마르가리타에게 연모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그녀의 집 앞을 꽃으로 뒤덮은 일은 노래 '백만송이 장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구레마니의 피로스마니는 진한 베리류의 풍미와 함께 은은한 향신료 향이 매력적이며 질감이 부드러워 누구나 마시기 편한 스타일이다. 조지아에서는 피로스마니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카망베르 치즈를 꼽기에 배달음식 중 치즈버거를 선택했다. 함께 즐겨 보니 버거 속 치즈 풍미와 와인의 아로마가 제법 잘 어울리고 패티의 육즙과 와인의 주시함이 맛있는 궁합을 이뤘다.
* 판매처: 러스코세일즈(용인 남사), 러스코봉담(화성 봉담), 와인창고 떼루아(양평), 러스코스카이(전남 순천), 와인이좋다(김해), 달로뱅(서울 금천구)

슈퍼디럭스 피자 & 두글라제 알라자니 밸리 레드(Dugladze, Alazani Valley Red)
알라자니 밸리는 조지아 카헤티 지방에 위치한 와인 산지로 이곳의 지명을 레이블에 표기한 와인은 레드와 화이트 모두 약간의 잔당감이 느껴지는 세미 스위트 스타일이다. 알라자니 밸리에서는 레드는 주로 사페라비로, 화이트는 르카치텔리로 만든다. 포도즙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는데 발효가 완료되기 전에 탱크를 냉각시켜 미처 발효되지 않은 잔당이 와인에 남도록 한다. 따라서 알코올 도수도 11% 정도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두글라제의 알라자니 밸리 레드 와인은 검붉은 베리류의 과일향과 함께 바닐라와 계피 같은 달콤한 향신료 향이 느껴지고 적당한 타닌이 부드러운 질감을 형성한다. 조지아에서는 알라자니 밸리를 말린 과일이나 과일 케이크와 자주 즐긴다고 한다. 하지만 단맛과 짠맛의 조합도 천상의 궁합 아닌가. 그래서 금번 페어링에서는 이 와인과 즐길 음식으로 슈퍼디럭스 피자를 골랐다. 결과는 대성공! 페퍼로니와 올리브 등 토핑의 짭짤한 맛과 와인의 달콤한 맛이 만나 입안에서 감칠맛이 폭발했다.
* 판매처: 러스코세일즈(용인 남사), 러스코봉담(화성 봉담), 와인창고 떼루아(양평), 러스코스카이(전남 순천), 와인이좋다(김해), 달로뱅(서울 금천구)
조지아 와인 서포터즈 1기는 한식, 2기는 중식에 이어 3기는 배달 음식으로 구성한 조지아 와인과 음식 페어링. 1기와 2기 때는 정해진 메뉴 안에서 음식을 고르면 됐지만 배달 음식 중에서 페어링할 음식을 고르기란 쉽지 않았다. 우리가 평소 즐기는 배달 음식이 워낙 다양해서다. 이번에 시음한 조지아 와인 6종보다 2배 이상 많은 와인들, 그리고 여러 배달 음식들을 놓고 수없이 많은 조합을 시험하느라 입과 코가 상당히 바빴다. 몸무게의 증가 또한 피해갈 수 없는 부작용(?)이었다. 조지아 와인이 모든 배달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린다는 점도 선택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조지아 와인 서포터즈들과 함께 3기까지 페어링을 마치고 나니 차오르는 뿌듯함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이번 기회에 조지아 와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는 서포터즈들의 피드백이다. 또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오는 9월 24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조지아 와인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것! 열정적인 서포터즈 여러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니 벌써 기대가 앞서고, 앞으로 조지아 와인 서포터즈들의 활동도 기대된다. 조지아 와인의 돌풍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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