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올드 바인 컨퍼런스(Old Vine Conference)가 10월 17일, 18일 화상으로 열렸다. 올드 바인의 정의부터 올해 주제인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올드 바인의 가치'까지 올드 바인에 관해 폭넓게 알아보자.

올드 바인 컨퍼런스
올드 바인 컨퍼런스(Old Vine Conference, 이하 OVC)는 사라 애벗 MW(Sarah Abbott MW)과 앨런 그리피스 MW(Alun Griffiths MW)가 2021년 설립한 비영리 조직이다. OVC는 올드 바인을 보호하고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며, 올드 바인에서 얻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고급 와인 범주로 정착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한다. 또한 OVC는 전 세계 포도 재배자와 와인 생산자들이 올드 바인 포도밭을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열어놓고 있다.

[1843년 심긴 쉬라즈 포도나무 (사진: 정수지)]
올드 바인이란?
올드 바인은 보통 35년 이상 된 포도나무를 말한다. 하지만 이 기준은 지역마다 달라 유럽에서는 대체로 50년 이상 포도나무를 올드 바인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오래된 포도나무'는 영어로 올드 바인(Old Vine), 프랑스에서는 비에이 비뉴(Vielles Vigne), 이탈리아는 비녜 베키에(Vigne Vecchie), 스페인은 비냐스 비에하스(Viñas Viejas),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알테 레벤(Alte Reben)으로 와인 라벨에 쓴다.
전 세계에서 올드 바인은 와인 품질 향상에 중요한 자산이자 와인 산지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유산으로도 여겨진다. 이에 여러 와인 생산국가들은 처한 상황에 맞게 올드 바인 포도밭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페인은 주로 프리오랏, 리오하, 후미야에 올드 바인 포도밭이 있으며 일부는 70년 이상이다. 주요 재배 품종은 가르나차, 카리녜냐, 모나스트렐이다. 이탈리아는 피에몬테와 시칠리아에 많은 올드 바인 포도밭이 있는데, 특히 네비올로와 네로 다볼라는 100년 넘어 깊이와 복합성이 대단한 와인을 생산하기에 중요한 자산으로 여겨진다. 프랑스에서 올드 바인 포도밭은 론 밸리, 랑그독, 프로방스 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그르나슈, 카리냥, 시라와 같은 품종이 많이 재배된다. 레바논은 다른 와인 생산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포도밭 규모가 작다. 하지만 베카 밸리에서 자라는 쌩소와 카리냥 올드 바인은 레바논의 고유한 기후에 적응해 요즘 같은 기후 변동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 방향을 보여준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다이(Lodi)와 소노마는 올드 바인 진판델로 유명하며 일부는 100년이 넘었다.
호주 바로사 밸리와 맥라렌 베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올드 바인 포도밭을 갖고 있으며, 쉬라즈, 그르나슈, 마타로 품종이 주로 재배된다. 바로사 밸리는 35년 이상 된 포도나무를 올드 바인으로 분류하며 2009년 올드 바인 헌장을 발표했다. 칠레는 필록세라 피해를 피한 덕분에 마울레와 이타타 밸리에 올드 바인 포도밭이 남았다. 빠이스(País)와 카리냥은 칠레 대표적인 올드 바인 품종으로, 일부 포도나무는 100년 이상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약 2,700ha 올드 바인 포도밭이 있으며, 슈냉 블랑, 쌩소, 그르나슈 같은 품종이 주로 재배된다. 주요 재배지는 스와틀랜드와 스텔렌보스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올드 바인 프로젝트(Old Vine Project)가 발행하는 헤리티지 빈야드(Heritage Vineyard) 인증 마크를 도입했다. 이 인증은 35년 이상 된 포도나무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와인에만 부여되며, 와인 애호가들에게 고품질 올드 바인 포도임을 보증하는 중요한 표시로 자리 잡고 있다.

[랑메일 프리덤 포도밭 (사진: 정수지)]
올드 바인 생장 차이
올드 바인은 일반적인 어린 포도나무와 비교할 때, 조금 다른 포도 생리학적 생장 주기를 갖는다. 올드 바인의 싹은 어린 포도나무에서보다 천천히 나올 수 있지만, 대개 더 안정적인 싹이 트며 꽃이 피는 시기도 일정하고 꽃도 더 균일하게 핀다. 이는 기후 변화나 기온 변동에 덜 민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올드 바인은 상대적으로 더 작은 포도송이와 알을 맺는다. 알이 작은 만큼 상대적으로 껍질이 두꺼워 어린 포도나무의 포도보다 포도 완숙 시간이 조금 더 길 수 있지만, 덕분에 완전히 익은 포도알은 당도가 높고 산도와 타닌 균형이 잘 맞으며 더 진한 풍미를 지녀 고품질 와인 생산에 유리하다.
이는 올드 바인이 긴 세월 동안 매우 깊은 뿌리 시스템을 형성하고, 환경에 적응하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내성이 더 높아서다. 포도나무의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 분배가 뿌리와 나무 전체에 더 균형 있게 이뤄지며,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도 상대적으로 높아 농약이나 진균제 사용을 줄여 더욱 친환경적인 재배를 가능하게 한다. 이제 우리가 생각해볼 건 올드 바인은 단순히 고품질 와인 생산뿐만 아니라 역사적 유산과 환경적 가치를 보존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올드 바인이 지닌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력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식과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됐다.
올드 바인이 와인 산업 지속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
환경적 지속 가능성
올드 바인은 깊고 강한 뿌리를 형성해 물과 영양분 요구량이 적다. 이는 포도밭에서 물과 화학 비료 사용을 줄여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인다. 또한 가뭄이나 병충해와 같은 환경 스트레스에도 내성이 강하고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쉬워 와인 산업이 변하는 기후 조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제적 지속 가능성
올드 바인은 생산량이 적지만 고품질 포도를 맺어 고급 와인으로 팔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포도 재배자에게 더 높은 수익을 보장해 포도밭을 보존하려는 장기적이며 경제적인 동기가 된다. 또한 올드 바인 포도밭은 독특한 특별한 역사와 유산을 담고 있어 와인 애호가와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관광 요소가 된다. 와인 관광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와인 산지에 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문화적 지속 가능성
올드 바인은 특정 와인 산지의 와인 생산 역사를 반영하며, 지역 고유 전통과 유산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포도나무를 보존함으로써 다음 세대에게 지역 와인 문화와 전통을 전할 수 있고, 이는 와인 브랜드의 스토리텔링과 차별화를 위한 강렬한 마케팅 자산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와인 애호가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생물 다양성과 토양 건강
올드 바인은 깊은 뿌리를 통해 토양 상층부를 보호하고, 토양 구조와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오래된 포도밭은 단일 작물 재배의 부작용을 줄이고, 생물 다양성을 촉진해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연스러운 관리가 가능하니 유기농이나 바이오다이내믹 농업 방식과 결합도 쉬워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을 확산시킬 좋은 기회와 동기를 준다.
소비자와의 지속 가능성 연결
요즘 와인 소비자들은 점점 더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며 지속 가능한 제품을 찾는다. 올드 바인 와인은 이러한 소비 경향에 맞으며, 환경적·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와인으로 마케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소비를 촉진하고 와인 생산자에겐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포도밭 전경 (사진: 정수지)]
2024 올드 바인 컨퍼런스의 화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쓰는 헤리티지 빈야드 인증 로고]
남아프리카 올드 바인 와인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
캐시 반 질(Cathy van Zyl MW, 남아프리카 Old Vine Project 이사)과 조나단 스테인 박사(Dr. Jonathan Steyn)는 남아프리카 올드 바인 와인은 프리미엄화 전략과 함께 헤리티지 빈야드 인증 마크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슈냉 블랑 같은 품종은 이 인증을 통해 품질을 인정받아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이는 남아프리카 와인의 저평가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조나단 스테인 박사는 이러한 프리미엄화가 와인 생산자들에게 더 나은 수익을 제공하고 오래된 포도밭의 보존을 촉진한다고 설명한다. 헤리티지 빈야드 인증 마크는 단순한 품질 보장을 넘어 문화적 유산과 환경 적응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남아프리카 와인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재생 포도 재배와 올드 바인
재생 포도 재배(Regenerative Viticulture)는 토양 건강 개선과 생물 다양성 촉진을 목표로 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으로, 포르투갈의 세르지오 니콜라우(Sergio Nicolau)와 이탈리아의 산 폴리노(San Polino) 와이너리가 이를 도입해 포도밭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있다. 이들은 덮개 작물과 유기농 방식을 통해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하고 해충을 자연적으로 억제해 포도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곤충 배설물(Insect Frass, 티백에 넣어 포도나무에 설치)은 유기질 비료로서 농업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질소, 인, 칼륨 등 필수 영양소를 공급해 식물 성장과 병해충 저항성 강화에 도움을 준다. 이 유기물은 토양의 미생물 활동을 촉진하고 화학 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 농업의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칠레 마울레 밸리 오래된 카리냥 (사진: 정수지)]
비뇨 프로젝트: 10년간의 성과와 칠레 올드 바인 와인의 재발견
비뇨(Vigno) 프로젝트는 데렉 모스만 냅(Derek Mossman Knapp)과 가라지 와인(Garage Wine Co.)이 칠레 마울레 지역에서 카리냥을 중심으로 시작한 운동으로, 10년 동안 올드 바인 와인의 재생을 목표로 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작은 농부들과 협력해 지속 가능한 포도 재배를 장려하고, 전통적인 농업 방식을 보존하면서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프리미엄 와인 시장에서의 성공을 통해 무시되었던 카리냥 포도밭이 되살아났으며, 생물 다양성과 재생 농업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접근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등 긍정적인 환경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르헨티나 말벡의 유전적 다양성 보존: 1001가지 말벡 프로젝트
1001가지 말벡 프로젝트는 아르헨티나에서 말벡 품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연구로, 아드리아나 카테나(Adrianna Catena), 실비나 반 휴튼(Silvina Van Houten), 세바스티안 고메즈 탈텐카(Sebastian Gomez Taltenca)가 주도하고 있다. 이 연구는 1850년대 아르헨티나에 도입된 말벡과 현재 재배 중인 말벡의 14가지 유전자형을 식별해 유전적 연결성을 찾는다. 이로써 기후 변화와 환경적 스트레스에 적응할 수 있는 올드 바인 능력을 강화하고, 고품질 와인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유산을 남기고자 한다.
로다이의 올드 바인 보존과 진판델의 미래: 2025년을 향한 야심 찬 계획
스튜어트 스펜서(Stuart Spencer, Lodi Wine Grape Commission의 전무 이사)는 25년 된 포도나무를 100년 된 올드 바인으로 키우는 전략을 제안하며, 로다이 지역의 오래된 진판델 포도밭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협동조합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적 압박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을 위해 포도밭을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OVC와 진판델 옹호와 생산자 연합(Zinfandel Advocates & Producers (ZAP))은 2025년을 목표로 로다이의 진판델 유산을 전 세계에 알리고 보존하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며, 캘리포니아의 농업 유산을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힐-스미스 패밀리 에스테이트의 미래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
루이자 로즈(Louisa Rose, Hill-Smith Family Estates의 지속 가능성 책임자)는 '미래를 위한 포도나무 심기'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 전략을 발표했다. 6대째 이어지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인 힐-스미스는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내믹 재배 방식을 도입해 화학 물질 사용을 최소화하고, 탄소 중립 목표를 세워 2050년까지 달성하고자 한다. 이들은 포도밭 관리에 태양광 발전, 드론과 센서 기술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며 와인의 품질을 향상하면서도 자연을 보호하고 미래 세대에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을 전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후 변화와 싸우는 후미야의 올드 모나스트렐 포도나무: 지속 가능성의 열쇠
스페인 후미야 지역의 올드 모나스트렐 포도나무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모나스트렐은 두꺼운 껍질과 석회질 토양에 깊이 내린 뿌리 덕분에 뜨거운 기후와 수분 부족에 적응력이 뛰어나다. 카롤리나 마르티네즈 오리고네(Carolina Martínez Origone)는 후미야의 독특한 테루아와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올드 바인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러한 포도나무들이 낮은 수확량에도 불구하고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높은 관리 비용과 세대교체 부재로 인해 포도밭 면적이 감소하고 있어, 지역의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며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돈 멜초 해시계 포도밭]
돈 멜초의 해시계 포도밭 프로젝트
돈 멜초(Viña Don Melchor)의 해시계 포도밭 프로젝트는 올드 바인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농업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방사형으로 배치된 포도나무(아주 오래전 전해진 카베르네 소비뇽 집단 선별한 3천 그루)는 햇빛과 수분의 효율적 이용을 연구하며, 기후 변화 속에서도 고품질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재배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이 혁신적인 프로젝트는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면서도 포도나무의 성장과 성숙을 최적화해 향후 올드 바인 포도밭이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4 올드 바인 컨퍼런스는 전 세계 와인 전문가가 그동안 축적한 올드 바인 관련 지식과 고민이 모인 자리였다. 올드 바인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는 와인 산지도 있었고, 그와 비슷한 위기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은 와인 산지도 있었다. 와인 생산자에게 직접 듣는 기후 변화의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그렇기에 올드 바인 가치가 더욱 빛났다. 한국 와인 애호가들도 이러한 올드 바인의 가치를 이해하고 와인의 풍미와 그 뒤에 숨은 역사적, 환경적, 경제적 의미를 더욱 깊이 느끼며 '올드 바인 와인 미학'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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