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아코모 콘테르노 포도밭, 사진 출처: Rare Wine Co.]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의 랑게(Langhe)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바롤로(Barolo)의 고향이다. 그중에서도 지아코모 콘테르노(Giacomo Conterno)는 이 지역 와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생산자로, 수십년간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며 최고의 바롤로 와인을 만들어 왔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지아코모 콘테르노 바롤로 몬포르티노 리세르바(Giacomo Conterno Barolo Monfortino Riserva)'는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명주들을 능가하는 슈퍼 프리미엄 가격과 탁월한 품질, 놀라운 숙성 잠재력으로 전 세계 컬렉터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바롤로로 자리매김했다.
지아코모 콘테르노의 와인은 단지 뛰어난 품질로만 설명할 수 없다. 그의 와인에는 그를 '바롤로의 아버지'이자 '전통주의의 선구자'로 불리게 하는 전통과 철학의 힘이 있다. 과연 지아코모 콘테르노의 특별한 힘이 무엇인지, 바롤로 역사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그의 과거 그리고 현재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최초의 병입 와인
콘테르노 가문은 18세기부터 포도 재배를 시작했다. 정확한 첫 와인 생산 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아코모 콘테르노의 아버지인 조반니 콘테르노(Giovanni Conterno)가 1908년 몬토르테 달바(Monforte d'Alba)에 작은 선술집을 열며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설과 지아코모 콘테르노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후 와인 양조를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콘테르노 가문의 첫 바롤로 리제르바 와인은 마을의 작은 생산자가 와인을 '병입'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는 점이다. 당시 대부분의 와인은 큰 캐스크나 데미존(Demijohn; 큰 유리 용기)에 담겨 저렴하게 판매됐지만, 지아코모 콘테르노는 일찍부터 큰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고향 이름을 따 '몬포르티노(Monfortino)'라 명명하고, 빠르게 소비되는 와인이 아닌 오랜 숙성을 통해 복합적이고 풍부한 맛을 지닌 와인을 만들길 원했다. 그는 20년, 30년, 혹은 40년 후 근사한 와인이 되기 위해서는 처음 병입될 때 지나치게 단단하고 강렬해야 한다고 믿었다.

[지아코모 콘테르노 셀러, 사진 출처: Rare Wine Co.]
바롤로 '전통주의' 방식의 탄생
그의 양조방식은 오늘날 '전통주의' 로 불리지만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이었다. 지아코모 콘테르노는 다른 누구보다도 와인의 장기적인 잠재력을 내다보며 긴 시간을 투자한 인물이었다. 그의 방식은 긴 침용을 통해 포도껍질의 타닌을 다량 추출하고, 오래된 대형 오크통(주로 슬라보니아산 보티; botti)에서 긴 시간 숙성을 거치는 것이었다. 당시 발효 과정은 온도 조절이 되지 않아 타닌이 더 깊게 추출되었는데, 그는 발효가 끝난 뒤에도 3-4개월의 매우 긴 연장 침용을 거쳤다. 이때 고대기법인 침수식 침용(submerged cap maceration; 캡을 물리적으로 고정해 가라앉게 하는 방식) 방식은 다량의 타닌을 거칠지 않게, 그러나 지속적으로 깊게 끌어낼 수 있었다. 그 뒤 대형 슬라보니아산 오크통에서 약 5-8년간 와인을 천천히 숙성했다. 그 결과 그의 와인은 초기에는 강건하고 절제된 엄격함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폭발적인 매력과 복합미를 발휘했다. 강건하지만 우아한, 시간의 마술이 빛을 발하는 오늘날의 '전통적 스타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형제의 갈림길
1961년, 지아코모의 두 아들인 조반니(Giovanni)와 알도 콘테르노(Aldo Conterno)는 공식적으로 와이너리의 운영을 맡게 된다. 당시 조반니는 이미 1959년 빈티지부터 와인 양조를 담당해 왔으며, 알도와 함께 가문을 이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두 형제는 와인 양조 철학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조반니는 전통적인 바롤로 양조 방식을 고수하며, 아버지의 철학을 따라 오랜 침용과 대형 오크통 숙성을 강조했다. 반면, 알도 역시 바롤로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작은 바리크(barrique) 사용 등 조금 더 현대적인 방법론을 도입하길 원했다. 결국, 1969년 알도는 독립하여 자신의 와이너리인 포데리 알도 콘테르노(Poderi Aldo Conterno)를 설립하게 된다. 두 형제가 다른 길을 가게 됐지만 이들 모두 바롤로의 진정한 특성을 해치지 않고, 와인의 본질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콘테르노의 상징, 카시나 프란치아
1974년, 조반니는 세라룽가 달바(Serralunga d'Alba)의 카시나 프란치아(Cascina Francia) 포도밭을 매입하며 외부 농가에서 포도를 구매하던 시대를 마감했다. 카시나 프란치아 포도밭은 해발고도 400미터의 남서쪽 경사면에 위치한 16헥타르의 포도밭으로 햇빛 노출과 기후조건이 이상적이었다. 또한 이 지역 점토와 사암에는 석회질, 즉 탄산칼슘 함량이 높아 포도나무의 생장력을 억제하고 더 강렬하며 구조적인 와인을 생산해냈다. 곧 카시나 프란치아에서 자란 네비올로(Nebbiolo)는 콘테르노의 상징인 몬포르티노를 생산하는 핵심 자원이 됐고, 가문의 철학과 스타일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로베르토 콘테르노(Roberto Conterno), 사진 출처: Italy's Finest Wines]
새로운 세대, 로베르토 콘테르노
1988년, 조반니의 아들 로베르토 콘테르노(Roberto Conterno)가 합류하며 그의 아버지와 함께 전통을 이어갔다. 2004년 조반니가 세상을 떠난 후 로베르토는 가문의 전통적인 와인 양조 방식을 고수하며, 포도밭을 확장하고 더 높은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2008년 세라룽가 달바에 위치한 3헥타르의 세레타(Cerretta) 포도밭을 매입하고, 2015년에는 9헥타르의 아리오네(Arione) 포도밭을 추가로 매입했다. 이 포도밭들은 모두 세라룽가 달바의 가장 뛰어난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곳으로, 로베르토는 이곳에서 새로운 와인을 생산하며 가문의 전통을 더욱 강화했다. 2018년에는 피에몬테 북쪽에 위치한 가티나라(Gattinara)의 유서 깊은 와이너리, 넬비(Nervi)를 인수하고 가문의 이름을 붙여 '넬비 콘테르노'라는 이름을 정했다.
오늘날 바롤로는 극단적으로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자도, 바롤로 본연의 매력을 무분별한 현대 양조기법으로 해치려는 자도 없다. 그저 각자 다른 훌륭한 생산자들이 있을 뿐이다. 지아코모 콘테르노 역시 전통을 지키며 네비올로가 가진 본연의 개성과 세라룽가 달바의 테루아를 살린 그만의 와인을 만들지만 일부 와인에는 온도 조절 발효를 시행하고, 침용 기간을 대폭 줄이는 등 현대 기술의 장점 또한 받아들였다. 그의 와인은 엄격하지만 풍부하며, 강렬하지만 우아하다. 매해 출시될 때마다 세계 유명 평론가들은 만점 혹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부여하고 있으며, '바롤로의 진수를 가장 잘 표현한 와인', '가장 완벽한 바롤로' 등 많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아코모 콘테르노는 세대를 뛰어넘어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전통과 그의 와인을 사랑하는 많은 바롤로 생산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지아코모 콘테르노 바롤로 리제르바 몬포르티노 Giacomo Conterno Barolo Riserva Monfortino
명실상부 최고의 바롤로이자 지아코모 콘테르노의 대표 명작이다. 1978년부터 2014년까지는 100% 카시나 프란치아 포도밭에서 포도를 소싱했으나, 2015년부터는 프란치아, 세레타, 아리오네 세 곳의 소유하고 있는 밭에서 최고의 포도를 엄선해 블렌딩한다. 전통 방식의 온도 조절 없는 거대한 원뿔형 오크 배럴에서 알코올 발효와 침용 과정을 거치며, 역시 예전과 동일하게 캡을 물리적으로 고정하는 침수식(submerged) 기법을 사용한다. 단 침용 기간은 최대 5주로, 현재는 대부분 오스트리아산 대형 오크통에서 6-7년 숙성된다. 오직 우수한 해에만 생산되며 빈티지별 생산량은 평균 600 케이스에 불과하다. 네비올로가 표현할 수 있는 빼어난 우아함과 구조감, 풍만함과 복합미, 그리고 놀라운 숙성력을 모두 갖추고, 출시마다 초 고득점을 획득하며 매해 가격이 치솟는다.

지아코모 콘테르노 바롤로 카시나 프란치아 Giacomo Conterno Barolo Cascina Francia
지아코모 콘테르노의 가장 상징적인 포도밭 '카시나 프란치아'의 와인으로, 1974년 '프란치아' 포도밭을 단일 소유로 매입한 후, 1978년부터 해당 와인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몬포르티노와는 달리 현대 양조 기법을 절충한 30도 이하의 온도 조절 발효 하에 3-4주의 침용 과정을 거치고 대형 오크통에서 약 4년간 숙성한다. 세 포도밭 중 가장 클래식한 스타일이자, 세라룽가 달바의 테루아와 콘테르노 가문의 철학이 가장 조화롭게 드러나는 와인이다. 역시 만족스럽지 않은 빈티지는 출시하지 않는다.

지아코모 콘테르노 바롤로 아리오네 Giacomo Conterno Barolo Arione
2015년 매입한 '아리오네' 포도밭의 와인으로 2015년이 첫 빈티지다. 아리오네는 프란치아 밭과 이웃해 있어 비슷한 토양 특징이 있지만, 좀 더 남향쪽 경사면이라 더 완숙되며 강렬하다. 검붉은 과실과 흙내음, 미네랄리티, 세이보리한 허브 향이 일품으로, 세라룽가 달바의 테루아를 닮은 근육질의 구조감과 복합미가 매우 뛰어난 바롤로 와인이다. 카시나 프란치아와 동일한 양조방식으로 약 4년간 대형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지아코모 콘테르노 바롤로 세레타 Giacomo Conterno Barolo Cerretta
세레타 포도밭 역시 세라룽가 달바에 위치하지만, 지질학적으로는 점토와 모래성분이 많아 라 모라(La Morra)와 좀 더 유사한 테루아 성질을 가진다. 침용 기간도 3-4주, 숙성 기간도 약 38개월로 좀 더 이른 음용이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우아한 매력을 보인다. 콘테르노 가문의 양조철학과 세라룽가 달바의 테루아가 한층 부드럽게 풀어진 콘테르노의 또다른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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