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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와인] 보르도의 진정한 아이콘, 페트뤼스

[페트뤼스 로고]


전 세계에 수백만 종의 와인이 존재하지만, 이름 몇 자만으로 즉각적으로 라벨이 그려지며 경외심을 자아내는 와인은 드물다. 그런 극소수의 와인 중 가장 최정상에 우뚝 서 있는 와인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페트뤼스(Pétrus)'가 떠오른다. 시간을 초월하는 클래식함과 가장 완벽한 품격과 중후함을 가진 와인. 등급 체계 없이도 보르도 5대 샤토의 몇 배에 달하는 초고가에 판매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되는 와인. 비운의 2인자로 불리는 메를로(Merlot) 품종을 극적으로 표현하여 그 진수와 위상을 전 세계에 우뚝 세운 와인. 모든 면에서 페트뤼스는 보르도를 대표하는 아이콘 와인이자 보르도를 넘어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 와인으로 자리잡았다. 마셔본 이는 많이 없지만 모든 이가 경외하는 와인, 페트뤼스의 이야기를 하나씩 살펴보자.


[페트뤼스 와이너리]


페트뤼스의 역사와 유산

페트뤼스의 역사는 18세기 말 아르노(Arnaud) 가문이 약 7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와인을 생산하면서 시작된다. 초창기 페트뤼스는 지금과 같은 명성이 없었다. 1878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보르도의 메독 2등급 와인과 비슷한 수준의 판매 가격을 형성하게 됐고, 이로 인해 조금씩 그 이름이 알려진 수준이었다. 1917년, 아르노 가문이 소유권을 매각하면서 '라 소시에테 시빌 뒤 샤토 페트뤼스(La Société Civile du Château Pétrus)'라는 주식회사가 설립됐다. 당시 뤼부른의 호텔 소유주였던 마담 에드몽 루바(Madame Edmond Loubat)는 이 와이너리의 잠재력을 확신하고 지분을 점차 매입해, 1945년 단독 소유자가 되었다. 루바 여사는 독점 소유권을 갖자마자 와인 유통업자이자 탁월한 사업가였던 장-피에르 무엑스(Jean-Pierre Moueix)에게 페트뤼스의 독점 판매권을 맡겼다. 페트뤼스의 명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이자 루바 여사의 선견지명이 빛나는 사건이었다.


루바 여사의 품질을 향한 철저한 노력과 자본력, 무엑스의 뛰어난 사업 감각은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했다. 페트뤼스는 곧 미국 및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1947년, 런던 시장이 뽀므롤을 방문했을 때 루바 여사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해 1938년 매그넘 두 병을 선사하고 무엑스의 적극적인 비딩을 통해 엘리자베스 여왕의 결혼식 공식 만찬 와인 자리를 따냈다. 페트뤼스가 고급 와인의 이미지를 확립하게 된 건 놀라운 품질과 함께 탁월한 사업 수완이 있었기 때문이다.


1956년, 보르도 지역을 강타한 혹독한 겨울 서리로 인해 페트뤼스 포도밭의 3분의 2가 손실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루바 여사는 포도나무를 재식재하는 대신 기존 뿌리에서 새로운 가지를 자라게 하는 레세파주(recepage) 방식을 시도하며 성공을 거뒀다. 이 방법은 깊은 뿌리를 유지하면서 와인의 품질과 포도나무 수령을 높이는 데 기여했고, 페트뤼스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1960년대에 들어 페트뤼스는 뉴욕의 최고급 레스토랑 르 파비용(Le Pavillon)을 통해 미국 상류층 사교계에 널리 알려지며 명성을 확장했다. 루바 여사가 1961년 사망한 후, 그녀의 두 조카와 무엑스가 소유권을 상속받았다. 이후 무엑스는 지분을 확장해 1969년 페트뤼스의 대주주가 되었고, 이웃의 샤토 가쟁(Château Gazin)에서 5헥타르의 포도밭을 추가로 매입하며 포도밭 면적을 현재의 11.4헥타르로 확장했다. 한편 양조 기술 자문자로 명성을 떨치던 장 클로드 베루에(Jean-Claude Berrouet)를 와인메이커로 고용해 와인의 품질을 높이는 데 힘썼다. 2003년 장 피에르 무엑스가 사망한 후, 그의 아들 장 프랑수아 무엑스(Jean-François Moueix)가 소유권을 물려받았다. 2008년에는 45개의 빈티지를 관리한 장 클로드 베루에(Jean-Claude Berrouet)가 아들 올리비에 베루에(Olivier Berrouet)에게 와인메이커 자리를 넘겼다. 이어 2018년, 페트뤼스의 지분 20%가 콜롬비아계 억만장자 알레한드로 산토 도밍고(Alejandro Santo Domingo)에게 약 2억 유로로 매각되며 또 한 번 큰 변화를 맞게 된다.



특별한 테루아와 양조 철학

페트뤼스의 포도밭은 뽀므롤 동쪽 고원에 11.4헥타르를 덮고 있다. 뽀므롤은 대부분 편평한 땅으로 이뤄져 있어, 고원 정상의 페트뤼스 포도밭 역시 고작 해발고도 40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페트뤼스 포도밭의 핵심은 고도가 아닌 독특한 토양에 있다. 이곳의 토양은 가장 밑에는 약 4천만 년 전 생성된 불침투성의 청색 점토(Blue Clay)가, 그 위에는 약 100만 년 전 형성된 자갈층이 깔려 있으며, 그 위에는 약 70cm 두께의 철분과 유기물이 풍부한 어두운 점토층이 표토로 존재한다. 이곳의 포도나무 뿌리는 그 어두운 점토층 이내, 약 60~70cm 사이로만 수평으로 쭉 펼쳐져 있다. 점토는 수분 보존력이 높아 뿌리를 깊이 내릴 필요도 없지만, 뚜렷이 갈린 세 토양층이 뿌리를 그 표토까지 침투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얇고 길게 펼쳐진 뿌리는 포도나무가 철분과 각종 미네랄이 풍부한 표토의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도록 하여, 와인에 독특하고 깊고 복합적인 풍미를 부여해 준다. 동시에 그 밑의 자갈층과 하층의 빽빽한 청색 점토는 완벽한 배수와 수분 보존력을 보여준다. 그 결과 페트뤼스는 보르도 내에서 가장 높은 타닌을 가진 와인이자, 가장 부드러운 질감의 타닌을 가진 와인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장 클로드 베루에 역시 '점토에서 자란 메를로는 자갈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의 강건함을 뛰어넘는 우아함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페트뤼스의 또 다른 품질의 비결은 포도나무의 수령과 철저한 재식재 방식에 있다. 평균 수령은 40년이며, 매 6~9년마다 약 1헥타르의 포도밭이 재식재된다. 페트뤼스는 매년 100그루의 포도나무에서 마살 셀렉션(Massal Selection)을 통해 최상의 모종을 선택하며, 이를 통해 고유의 전통과 특징을 유지한다. 샤토 페트뤼스는 2011년 이후 소규모의 카베르네 프랑을 없애고, 100% 메를로 품종만 식재하고 있다.


페트뤼스는 또한 그린 하베스팅(Green Harvesting)을 도입한 보르도 최초의 와이너리 중 하나다. 덜 익은 포도송이를 솎아내고 남은 포도에 당분과 풍미를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수확은 포도송이를 한 송이씩 손으로 따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아침 이슬이 마른 정오에 수확해 포도의 응축미를 강조한다. 2009년부터는 광학 선별기를 도입해 더욱 엄격한 기준의 포도송이만 허용하고 있다. 발효는 온도 조절이 가능한 콘크리트 탱크에서 이뤄지며, 각 구획의 포도를 별도로 발효한 후 철저한 선별과 블렌딩 과정을 거친다. 와인은 약 50%의 새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22~28개월 동안 숙성된다. 페트뤼스는 세컨드 와인을 생산하지 않으며, 기준에 미달하는 포도는 모두 다른 와이너리에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연간 생산량은 약 3만 병 미만이다. 페트뤼스가 지난 80년간 전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서게 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철저한 품질 관리와 테루아를 수호하는 방식 덕분이다.


명성이 불운으로, 위조의 타겟이 되다

그러나 이러한 치솟는 페트뤼스의 명성과 가격은 사기꾼의 표적이 됐다. 페트뤼스는 역사상 가장 위조가 많이 된 불운의 와인으로 한 때 매년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페트뤼스의 양보다 홍콩,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팔리는 샤토 페트뤼스의 수가 몇 십배는 많다고 할 정도로 위조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에 샤토 페트뤼스는 2013년 빈티지부터 백라벨에 특수 일러스트레이션과 정품 인증 숫자를 도입했다. 이제 페트뤼스 홈페이지를 통해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페트뤼스 와인 라벨]


페트뤼스 라벨 속 인물의 비밀 

페트뤼스는 돌이나 암석을 뜻한다. 로마 시대 때 페트뤼스 포도밭 언덕의 점토가 여름철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페트뤼스'라고 불렸기 때문이다. 페트뤼스라는 이름은 또한 예수가 사도 시몬에게 준 이름인 베드로(Peter)에서도 유래한다. 1940년대 루바 여사는 단독 소유권을 획득하자 와인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천국의 열쇠를 들고 있는 '성 베드로(St. Peter)' 그림을 라벨에 추가하도록 의뢰했다. 그 이후 세부적인 수정과 현대화를 거쳤지만 라벨 속 성 베드로의 이미지는 80년이 넘게 페트뤼스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됐다.  


최고의 빈티지

샤토 페트뤼스는 로버트 파커에게서 총 아홉 번 100점을 받았다. 그 빈티지는 1921, 1929, 1947, 1961, 1989, 1990, 2000, 2009, 2010이다. 2000년대 이후 빈티지 중에서는 2000, 2005, 2009, 2010, 2015, 2016, 2018, 2020이 최고의 빈티지로 손꼽힌다. 한편 가장 특별한 빈티지는 우주 빈티지(Space Vintage)다. 2000년 빈티지 병 일부가 14개월간 우주를 탐사하며 숙성됐으며, 이 병의 가치는 100만 달러로 추정된다. 2023년 뉴욕에서 열린 경매에서 1961년 빈티지 페트뤼스 12병이 118,750달러에 낙찰된 바 있다.


한편 1956, 1965, 1991년에는 수확된 포도의 품질이 기준을 미치지 못해 생산하지 않았고, 1963, 1968, 1977, 1984 빈티지 역시 같은 이유로 매우 소량만 생산되었다. 그러나 페트뤼스는 빈티지별 품질의 등락이 가장 적은 보르도 와인으로 손꼽히며 평범한 빈티지에도 비범한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빼어난 아로마와 구조감을 갖춘 와인

페트뤼스는 깊고 풍부한 루비색과, 복합적인 아로마, 완벽한 구조감을 가진 와인으로 메를로의 농축미와 강인하면서 우아한 매력을 강렬하게 살린 와인이다. 첫 향은 카시스, 자두, 크랜베리, 라즈베리와 같은 잘 익은 검붉은 과일 향이 주를 이루며 시간이 지나면 정향, 계피 등의 달콤한 스파이스와 바닐라, 다크 초콜릿, 그리고 신선한 삼나무와 시가 박스의 아로마가 느껴진다. 흙내음, 철분 등의 미네랄리티가 풍미를 더하며 숙성이 진행되면 말린 과일과 트러플, 가죽, 감초 그리고 감미로운 블랙티와 멘톨 향이 우아하게 피어난다. 완벽한 구조감과 균형감을 갖춘 풀바디 와인으로 부드럽지만 다소 밀도감이 높은 타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우아하게 진화한다. 메를로만의 강렬한 농축미와 충만한 미드 팔렛은 우아하고 힘찬 여운으로 이어지며 강렬한 풍미가 몇 분 동안 지속된다. 알코올, 산도, 타닌의 완벽한 밸런스와 탄탄한 구조감은 최소 2-30년 이상의 높은 숙성력을 짐작케 한다. 어린 빈티지는 디캔팅을 추천하며 약 16-18도의 온도로 너무 차갑거나 덥지 않은 온도에서 서빙해야 그 정수를 느낄 수 있다.

프로필이미지엄경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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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12.04 09:51수정 2024.12.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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