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사 밀레짐 빈야즈(AXA Millésimes Vineyards)는 프랑스 보르도의 샤토 피숑 바롱(Château Pichon Baron), 샤토 쉬드로(Château Suduiraut), 부르고뉴의 도멘 드 라를로(Domaine de l'Arlot), 포르투갈의 킨타 두 노발(Quinta do Noval), 나파 밸리의 아웃포스트(Outpost) 등 굵직한 이름의 와이너리들을 소유한 회사다. 악사(AXA)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보험회사. 악사의 자회사인 밀레짐 빈야즈는 어떤 철학으로 이런 와이너리들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을까?
악사 밀레짐 빈야즈의 모든 와이너리를 관리하는 총괄 디렉터 크리스티안 실리(Christian Seely)가 2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보타이가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9개 와이너리를 소유한 회사의 대표로서 누구보다 바쁘고 치열하게 살지만, 친절하고 농담도 잘 건네는 젠틀한 영국 신사의 모습이었다. 그가 이끄는 악사 밀레짐 빈야즈는 와인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며 우리와 같은 소비자들에게도 맛 좋은 와인을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를 만나 와인 인생과 악사 밀레짐 빈야즈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악사 밀레짐 빈야즈 총괄 디렉터 크리스티안 실리]
악사 밀레짐 빈야즈는 어떤 회사인가요?
악사 밀레짐 빈야즈는 1987년 악사의 회장이었던 클로드 베베아(Claude Bébéar)가 설립했습니다. 그는 매우 현명한 사람이었는데 와인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어요. 악사는 토지나 산림에도 투자하고 있었는데, 포도밭에도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죠. 특히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는 포도밭을 구입해 가치를 높이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포도밭을 구입하고 수십 년간 관심을 쏟아 포도밭의 가치를 높이고 훌륭한 와인을 만듭니다. 그러면 악사 주주들에게도 좋고, 포도밭에도 좋고, 이 포도밭으로부터 멋진 와인을 얻는 소비자들에게도 모두 행복한 일이죠.
어떤 와이너리들을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메독 그랑크뤼 2등급인 샤토 피숑 바롱(Château Pichon Baron)과 부르고뉴 뉘 생 조르쥬의 도멘 드 라를로(Domaine de l'Arlot)로 시작했습니다. 그 뒤에 소테른의 샤토 쉬드로(Château Suduiraut), 뽀므롤의 샤토 피브랑(Château Pibran), 포르투갈의 킨타 두 노발(Quinta do Noval)과 킨타 두 파사도우루(Quinta do Passadouro), 헝가리의 디즈노코(Disznókő), 나파 밸리 아웃포스트(Outpost)와 소노마 밸리의 플라트 빈야드(Platt Vineyard)까지 인수해 4개국 9개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포르투갈 와이너리의 재건을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진행됐나요?
킨타 두 노발은 도우루 밸리 최고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지만 1993년 제가 방문할 당시엔 하락세가 몇십 년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포도밭이 잘 관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와인 양조에도 문제가 많았죠. 하지만 테루아가 너무 좋아 꼭 이곳은 구입해야 한다고 당시 보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 뒤 킨타 두 노발의 매니징 디렉터를 맡아 몇 년간 포르투갈에 살면서 와이너리의 모든 것을 다 바꿨습니다. 나무를 다시 심고 와인 생산량을 줄이고 와인 품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죠. 그 효과가 나타나 몇 년 후부터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보스가 저를 프랑스로 불러 악사 밀레짐 빈야즈의 모든 포도밭을 총괄하는 디렉터 자리를 제안했어요. 2001년부터 지금까지 총괄 디렉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악사 빌레짐 빈야즈의 와이너리들]
경영학을 전공하셨는데,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경험을 쌓으셨나요?
영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프랑스에서 MBA 학위를 땄습니다. 하지만 와인은 언제나 제 인생의 일부였죠. 아버지는 영국에서 와인 저널리스트로 유명하셨고, 보르도 와인에 대한 책도 쓰셨어요. 덕분에 매우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와인 교육을 받았습니다. 와인메이커는 아니지만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주변에는 능력 있는 동료들이 많습니다. 포르투갈에서부터 지금까지 훌륭한 팀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열정과 재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악사 밀레짐 빈야즈는 어떤 기준으로 포도밭을 선택하나요?
저는 포도밭을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구입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뤄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테루아입니다. 좋은 테루아가 아니라면 분명 한계가 있으니 최고의 테루아를 선정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각 와이너리마다 스토리는 조금씩 다른데, 역사적으로는 아주 좋았지만 최근에는 그리 좋지 않은 포도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킨타 두 노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헝가리가 대표적입니다. 토카이는 18~19세기까지는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었지만 20세기에 들어 공산주의 시절의 폐해 때문에 와인의 품질이 급격히 하락했어요. 저희가 디즈노코를 인수하고 모든 것을 다시 되돌렸죠. 이제는 옛 명성에 맞는 훌륭한 와인을 다시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웃포스트는 반대의 경우인데, 그들이 만드는 와인은 이미 경이로운 수준이었습니다. 우리는 나파 밸리의 최고의 테루아가 아웃포스트의 포도밭이라고 생각했고 아웃포스트를 인수한 후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것을 지속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킨타 두 노발의 풍경 (제공: 하이트진로, ⓒSerge Chapuis)]
혹시 눈여겨보고 있는 다른 국가나 지역도 있나요?
가장 최근에는 소노마 밸리의 플라트 빈야드를 구입해 현재 이를 안정화하는 단계입니다. 포도밭을 구입하면 우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포도밭을 구입할 때는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도 있지만 적절한 시기가 올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때도 많습니다. 서두르지 않지만 항상 기회는 보고 있죠. 우리가 가진 포도밭을 확장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킨타 두 노발 바로 옆에 위치한 킨타 두 파사도우루도 최고의 테루아를 지닌 곳으로, 몇십 년간 지켜보다가 몇 년 전 시장에 나와 운 좋게 구입할 수가 있었죠. 아웃포스트도 2021년에 포도밭을 추가로 구입했습니다.
악사 밀레짐 빈야즈에서 31년간 재직하고 계신데, 기후변화 때문에 예전과 지금은 포도밭 관리에도 차이가 많을 것 같습니다.
분명히 더워지고 건조해지고 있습니다. 40년 전 피숑 바롱은 카베르네 소비뇽이 약 60%, 메를로가 40%였죠. 그때는 더 서늘했어요. 최근에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을 87%까지 늘렸습니다. 이제 카베르네 소비뇽은 매년 잘 익고, 메를로를 많이 쓰면 알코올이 높아지기 때문에 와인에 균형감을 맞추기 위해서죠. 도우루 토착 품종 중 틴토 카오(Tinto Cao)는 항상 가장 늦게 익고 신선한 풍미를 주는 품종입니다. 그래서 가장 빨리 익는 틴타 바로카(Tinta Barroca) 대신 틴토 카오를 많이 심고 있어요. 품종을 바꾸는 것도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품종 외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자갈이 많은 보르도는 예전엔 자갈이 유지해 주는 열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이를 낮출 필요가 있어 커버 크롭(cover crop)을 심어야 합니다. 그리고 포도밭의 높이도 점점 높아져야 하죠. 아웃포스트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도 이 포도밭이 하월 마운틴(Howell Mountain) 꼭대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도우루에서 600미터 높이의 8헥타르 밭을 구입해 강 주변에 있던 포도를 옮겨 심었습니다. 평균 온도가 3도 이상 차이가 나죠. 이제는 기후 변화에 잘 대처할 수 있는지가 포도밭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악사 밀레짐 빈야즈의 와인 5종]
크리스티안 실리와 함께 3개 와이너리의 와인 5종을 시음했다. 이 와인들은 모두 하이트진로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킨타 두 노발 엑스트라 드라이 화이트 포트(Quinta do Noval Extra Dry White Port) NV
전체 포트 중 8%가량을 차지하는 화이트 포트 와인이다. 고바이오(Gouveio), 라비가토(Rabigato), 코데가(Codega) 등 포르투갈 토착 화이트 품종으로 만든다. 잔에 따르자마자 화려한 노란 살구, 자두 향이 주변으로 흘러 넘친다. 알코올은 20% 가까이 되지만 과실의 신선한 풍미와 맛 좋은 당도 때문에 그리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향의 폭발적인 강도와 오랜 피니시를 더하는 장점이 된다. 식전주로도 좋지만 다양한 음식과 매칭할 수 있는 와인이다.
킨타 두 노발 세드루 두 노발 레드(Quinta do Noval Cedro do Noval Red) 2018
노발은 세계 최고의 포트 와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스틸 와인의 맛도 뛰어나며, 현재 총 생산량의 30% 이상이 스틸 와인이다. 와이너리 테라스에 있는 200년 된 삼나무의 이름을 따 세드루(Cedro)라고 불리는 이 와인은 다양한 토착 품종이 표현하는 개성적인 블랙베리, 블랙체리에 향신료와 허브, 시원한 삼나무향까지 함께한다. 특히 시라가 25% 블렌딩되어 검은 풍미를 더하는데, 크리스티안 실리 디렉터가 직접 실험한 여러 국제 품종 중 시라의 품질이 가장 뛰어나 계속 블렌딩에 사용하고 있다.

[아웃포스트의 풍경 (제공: 하이트진로, ⓒSerge Chapuis)]
아웃포스트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Outpost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2018
하월 마운틴 AVA 꼭대기에 위치한 아웃포스트는 스타 와인메이커 토마스 리버스 브라운(Thomas Rivers Brown)이 20년 넘게 양조에 참여하고 있다. 보르도에서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키우던 악사 밀레짐이 다른 지역에서 또 다른 뛰어난 카베르네 소비뇽을 만들고자 3년간 포도밭을 찾은 끝에 선택했다. 이곳은 붉은 화산토와 클레이가 섞인 토양이다. 은은한 허브향이 더해진 블랙커런트의 진하고 진중한 맛에 육두구, 넛맥의 향신료, 부드러운 바닐라와 가죽 느낌 등 최고의 나파 카베르네 소비뇽이 갖춰야 할 모든 장점과 매력을 보여준다.
아웃포스트 트루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Outpost True Vineyard Cabernet Sauvignon) 2021
플래그십 빈야드인 트루 빈야드는 보다 회색빛의 화산토인데 토양에 영양분이 더 적고 돌이 많다. 이러한 토양에서 자라는 카베르네 소비뇽은 향과 맛에서 집중력이 더욱 강해지면서도, 달콤한 풍미와 신선함 또한 더해진다. 섬세하면서도 부드럽다. 2014, 2016, 2019년에 이어 2021년 빈티지도 로버트 파커에게 100점을 받았고, 젭 던넉(Jeb Dunnuck)에게도 100점을 받은 와인이다. 얼마 전 정식 출시됐으며 곧 국내에도 들어올 예정이다.
도르고 레이트 하베스트(Dorgo Late Harvest) 2017
헝가리 디즈노코 빈야즈는 1413년부터 토카이를 만든 기록이 있는 헝가리의 대표 와이너리다. 보다 높은 고도의 도르고 빈야드에서 만든 이 와인은 레몬, 살구의 과실 향에 자몽과 라임 껍질 향이 매력적이다. 2017년은 귀부화가 잘 되어 레이트 하베스트에도 귀부 포도가 많이 포함됐고, 독특한 꿀향과 당도가 풍성하다. 푸르민트(Furmint) 90%과 제타(Zera) 10%의 블렌딩이다. 푸르민트로는 훌륭한 스틸 화이트 와인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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