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헤(Nahe) 최고의 와이너리 된호프(Dönnhoff)의 소유주이자 와인메이커 코넬리우스 된호프(Cornelius Dönnhoff)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이 처음이라는 그는 서울이 생각보다 상당히 크고 활기찬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 호텔 4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페메종에서 열린 디너에서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된호프의 오너 와인메이커, 코넬리우스 된호프]
된호프는 나헤의 오버하우젠(Oberhausen) 지역을 근거지로 18세기 중반부터 와인을 생산해 온 유서 깊은 가문이다. 현재 독일의 정상급 와이너리들만 가입할 수 있는 VDP(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의 멤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된호프의 명성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은 코넬리우스의 아버지 헬무트 된호프(Helmut Dönnhoff)다. 1971년부터 와인 양조를 담당한 헬무트는 현존하는 최고의 리슬링(Riesling) 양조자로 손꼽힌다. 와인 비평가 휴 존슨(Hugh Johnson)이 '광적으로 품질에 집착하며 와인메이킹에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가 만드는 와인은 여러 와인 평론가와 와인 전문지로부터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된호프가 보유한 25 헥타르의 포도밭 중 80%는 리슬링이 식재돼 있다. 이외에 피노 블랑(Pinot Blanc), 피노 그리(Pinot Gris), 샤르도네(Chardonnay) 등을 재배한다. 포도밭은 대부분 유서 깊은 테루아인데, 특히 오버하우저 브뤼케(Oberhäuser Brücke), 니더하우저 헤르만쉴레(Niederhauser Hermannshöhle)가 잘 알려져 있다. 이들 포도밭에는 붉은 편암 토양이 많은데, 이런 토양에서 나온 와인들은 하나같이 짭조름한 미감과 날카로운 산미를 드러낸다고 한다. 포도밭의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렵지 않냐는 물음에 코넬리우스는 “나에게는 전혀 어렵지 않다. 나에게는 예전부터 익숙한 포도밭 이름이니까”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내겐 여기 메뉴판의 한글 음식 이름들이 훨씬 어렵다”고 웃으며 말했다. 자주 마시며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어려워 보이는 이름들도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거라는 의미로 들렸다.

코넬리우스 된호프는 해외 각지에서 다양한 와인 경험을 쌓은 후 2007년 와이너리에 합류했다. 그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양조한다. 배양효모 첨가 없이 포도밭의 자체 효모로 발효하며 저온 침용 방식을 고수한다. 때문에 발효는 매우 서서히 진행되며 품종과 테루아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와인이 나온다. 그는 자신의 와인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말에 '우아함과 섬세함(elegant and finess)'을 언급했다. 그는 “내가 포도밭에서 맛본 신선한 포도의 맛이 내 와인에서 그대로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어떤 잡미나 부가적인 풍미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도밭에서부터 양조장, 저장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세심하게 관리한다. 그냥 좋은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고 좋은 와인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당연하다. 위대한 테루아를 드러내려면 그에 합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된호프 와인들의 등급별 적정 음용 시기에 대해 물었더니 “개인의 취향과 입맛,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르다”는 답이 돌아왔다. 같은 와인이라도 아주 어린 시기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오랜 숙성 후에 드러나는 부케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음식과 마시느냐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은 최선을 다해 와인을 만들 뿐, 언제 마실지는 전적으로 각자가 결정하면 된다는 의미다. 우문현답이다.
실제로 이날 디너에 제공된 와인들은 마지막 아이스바인(Eiswien)을 제외하면 모두 2022년 빈티지였는데 모두 인상적이었다. 와인 자체도 훌륭했지만, 음식과도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뤄 더 큰 매력을 드러냈달까. 된호프의 와인을 산다면 꼭 두 병 이상이어야 할 것 같다. 한 병은 어릴 때 바로 마시고 한 병은 셀러에서 장기 숙성을 해야 하니까.

된호프, 리슬링 브뤼 Dönnhoff, Riesling Brut 2018
잔에 코를 대는 순간 드러나는 아련한 꿀 뉘앙스와 상큼한 시트러스 아로마, 은은히 더해지는 페트롤 뉘앙스의 조화에 깜짝 놀랐다. 입에서는 부드러운 버블을 타고 드러나는 완숙 황도 풍미와 은근한 이스티 힌트, 생동감 넘치는 신맛이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이렇게나 빼어난 젝트라니, 격조 높은 빈쩌젝트(Winzersekt)의 진수를 보여준다. 된호프의 근거지 오버하우젠(Oberhausen) 포도밭에서 손 수확한 포도를 줄기째 부드럽게 압착해 오래된 오크 배럴에서 발효한다. 병입 2차 발효 후 44개월 동안 긴 숙성 과정을 거친다.

된호프, 톤쉬퍼 리슬링 트로켄 Dönnhoff, Tonschiefer Riesling Trocken 2022
스모키한 미네랄과 복합적인 허브, 라임과 신선한 핵과 아로마. 입에 넣으면 후지 사과 같은 풍미와 정제된 신맛, 세이버리한 미감이 조화를 이룬다. 신선한 과일 풍미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리슬링. 톤쉬퍼(Tonschiefer)는 점판암이라는 뜻으로 오버하우저 라이스텐베르크(Oberhauser Leistenberg)에서 재배한 포도로 양조한다.
된호프, 크로이츠나허 칼렌베르크 리슬링 트로켄 Dönnhoff, Kreuznacher Kahlenberg Riesling Trocken 2022
첫인상은 영롱한 미네랄. 과하지 않은 열대과일과 청포도 본연의 풍미에 루바브 같이 우아한 허브 뉘앙스, 은은한 꿀 힌트가 더해진다. 가볍고 날렵하면서도 견고한 구조감이 느껴지는 세련되고 격조 높은 리슬링. 칼렌베르크는 붉은색 규암 토양이 풍화된 남향 경사면에 위치한 포도밭으로 포도나무 평균 수령은 25-45년이다. 손 수확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및 오래된 커다란 나무통에서 발효 및 숙성한다.
된호프, 록스하이머 횔렌파트 리슬링 트로켄 Dönnhoff, Roxheimer Höllenpfad Riesling Trocken 2022
완숙한 핵과 풍미 뒤로 페트롤 미네랄과 톡 쏘는 스파이스 힌트가 가볍게 감돈다. 입에서는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시트러스 산미와 가벼운 과일 풍미가 드러난다. 세이버리한 풍미가 깔끔하게 드러나는 오묘한 매력의 리슬링. 나헤 중부 계곡에 위치한 휠렌파트는 지옥길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만큼 가파르고 작업하기 어려운 지역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껍질이 두껍고 알이 작은 포도가 열려 늦게 수확할 수 있다. 큰 나무통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및 숙성한다.

된호프, 횔렌파트 임 뮐렌베르크 리슬링 그로세스 게벡스 Dönnhoff, Höllenpfad im Mühlenberg Riesling GG 2022
알싸한 미네랄과 시원한 허브, 톡 쏘는 스파이스 뉘앙스가 어우러져 대단히 청량한 인상을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조금은 날카로운 시트러스 산미와 완숙한 핵과 풍미가 공존하며, 견고한 구조감과 부드러운 질감이 우아한 여운을 남긴다. 붉은 사암 토양의 급경사에서 재배한 포도로 양조해 풍미의 밀도가 높고 숙성 잠재력이 높다.

된호프, 샤르도네 S(셀렉트) Dönnhoff, Chardonnay S 2022
밝은 옐로 골드 컬러. 잘 익은 복숭아, 열대 과일 풍미에 토스티 오크 뉘앙스가 가볍게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잔잔한 신맛과 잘 익은 핵과 풍미가 편안함을 선사하며, 드라이한 미감과 짭조름한 미네랄, 노란 꽃술 같은 향신료 뉘앙스가 고급스러운 여운을 남긴다. 부르고뉴 샤르도네를 떠올리게 만드는 스타일이지만 그 개성은 절묘하게 다르다. 샤르도네를 손 수확해 최고의 포도알만 골라 빠르게 양조하며, 커다란 오크통에서 발효해 1,200리터 오크통에서 몇 개월 숙성한다.

된호프, 오버하우저 브뤼케 리슬링 아우스레제 Dönnhoff, Oberhäuser Brücke Riesling Auslese 2022
레몬 필 같이 상큼하면서도 톡 쏘는 스파이스, 잘 익은 살구, 파인애플 등의 열대 과일 풍미, 달콤한 꿀 뉘앙스가 조화를 이루며 꿈결 같이 아득한 기분을 선사한다. 단맛은 가볍고 깔끔하게 드러나며, 신선한 신맛, 가벼운 페트롤 미네랄과 함께 오래도록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긴다.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디저트 와인. 한 모금이 다음 모금을 부르는 와인의 전형이다. 강 바로 옆에 위치한 오버하우저 브뤼케는 나헤 최고의 포도밭 중 하나로 된호프가 단독 소유하고 있다. 점판암질 기반암 위에 고대 암석과 황토질 토양이 덮여 있으며, 리슬링 재배에 알맞은 미세기후를 보인다.

된호프, 오버하우저 브뤼케 리슬링 아이스바인 Dönnhoff, Oberhäuser Brücke Riesling Eiswein 2011
귤피 같이 프루티 하면서도 톡 쏘는 스파이스와 곶감, 말린 살구, 무화과 등 다양한 과일 풍미, 달콤한 벌꿀 뉘앙스가 밀도 높게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농밀한 질감을 타고 드러나는 진하지만 깔끔한 단맛이 인상적이다. 과일 자체의 복합적인 풍미와 깊이감, 긴 여운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극상의 스위트 와인. 오버하우저 브뤼케 포도밭의 25~35년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영하 8~9°C 이하의 엄동설한에 손으로 선별 수확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및 숙성한다. 최고의 밭에서 특별한 빈티지에만 극소량 생산하기에 만나고 싶어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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